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74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74화
26. 기록(3)
「아쉽네요.」
「될 수 있을 겁니다.」
「어쨌든 경기는 비겼으니까요. 꼭 경기 지고 볼 점유율 높았다고 위안하는 축구 보는 것 같잖아요…….」
화면 속에 나오는 멀끔한 남자가 뱉는 말들…….
그 하나하나가 주옥같다.
“키야~ 난놈이다! 난놈이야!”
주혁이 맥주를 따 마시면서 호쾌하게 웃어댔다.
아까부터 재방을 돌려보며 상현을 놀리는 재미에 푹 빠져 있었다.
오랜만에 유상현이라는 놈이 부끄러움이라는 걸 느끼고 있었으니, 주혁이 신이 난 것도 당연하다.
“……끙.”
상현은 차마 화면을 다시 보지 못하고 소파에 누워 휴대폰을 보며 딴청을 피우고 있었다.
물론 그 와중에도 왼쪽을 흘끔거리며 들을 건 듣고 볼 건 다 보는 중이다.
‘어떻게 저런 말을 했지?’
딱히 상현이 말을 가려서 하는 타입은 아니었다만.
아무리 그래도 저 화면 속의 아몬드라는 작자는 조금 심했다. 뭔가에 굉장히 몰입한 듯하다. 심지어는 분노한 것 같기도 하다.
초짜가 세계 1등과 비겨놓고 왜 화가 난 건지, 본인이 다시 봐도 잘 모르겠다.
“차암~ 단어 하나하나가 주옥같다! 어? 주오옷 같아!”
주혁이 계속 외치는 것처럼.
말 하나하나가 주옥같다.
아니, 주혁이 묘하게 발음을 흘리는 것처럼, X같다.
‘저 때 많이 흥분했었구나.’
상현은 인정했다.
저 당시 알게 모르게 ‘세계 기록’이라는 말에 자극을 크게 받았었다.
뉴비 주제에 염치없지만, 전자파를 너무나 이기고 싶었다.
저 때만큼은 30대 대기업 대리 유상현이 아니라, 18살에 세계 기록을 향해 활을 겨누던 양궁 신예 유상현이었다.
그 패기 넘치던 신인이 저기 다시 서 있었다.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이라면 뭐든 마구 지껄이면서.
“크으~ 한국 축구라고 안 한 게 천만다행이다. 그 와중에 정신머리는 박혀 있구나, 어? 푸하하하하!”
주혁은 계속 한 장면을 돌려 본다.
「……꼭 경기 지고 볼 점유율 높았다고 위안하는 축구 보는 것 같잖아요…….」
문제가 될 법한 발언이다.
그런데 웃기다.
아슬아슬하게 웃기달까.
“야. 결과가 좋았으니까 됐어.”
“누가 뭐랬냐? 잘했다고 하는 거야. 잘했다고.”
맥주로 얼굴이 벌게진 주혁이 싱글벙글 웃는다.
축구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저 벌건 얼굴에 사커 킥을 한 번만 갈겨보고 싶다.
나중에 100만 구독자가 된다면, 이벤트로 한 번만 부탁해 볼까.
“크흠…….”
상현은 야만적인 상상은 집어치우고 그냥 다시 휴대폰 화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가 보고 있는 건 게임 관련 커뮤니티들이었다.
정말 다행히도, 천만다행히도 시청자들의 반응은 상당히 좋았다.
상현의 말처럼 ‘결과가 좋았’다.
[아몬드의 ‘그 발언’ 모음집]현재 이슈 1위를 달성한 게시글의 댓글을 보면 그랬다.
-와, 근데 아몬드 씹간지 아님?
└ㄹㅇㅋㅋ
└ㅇㅈ
└그건 그냥 얼굴이…….
-한국에 저런 사람 하나 있어야 함. 다들 씹선비마냥 할 말 제대로 하지도 못하고 겸손이나 떨잖아.
└ㄹㅇㅋㅋ
└ㅇㅈ
-이 정도면 진짜로 전자파 넘겠는데? 하연 찡도 그렇게 말했잖아.
└유하연은 그냥 아몬드한테 반한 것 같은데 ㅋㅋㅋㅋㅋ
└지랄 노. 하연 찡은 그런 거 몰라.
└찐따 쉑, 부모 등골 훼손죄로 검거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명치 때리누ㅋㅋㅋㅋㅋ
└그만 때려 ㅠㅠ
-ㄹㅇ 월클이 될 인재다. 얼굴도, 실력도, 인성도!
└인성ㅋㅋㅋㅋㅋㅋ
-아몬드 너무 흥분한 거 아니야? ㅋㅋㅋ 평소랑 좀 달라
└기록 못 깨서 진심으로 빡침ㅋㅋㅋㅋ
└ㄹㅇ ㅋㅋㅋ 진짜 미친놈임
└맞아 ㅋㅋㅋ 진짜로 화난 것 같아. 넘 커여어ㅠㅠ
└22222 나도 은근히 귀엽다고 느꼈는데 ㅋㅋㅋㅋ
이상할 정도로 좋은 반응이었다.
솔직히 그의 결과를 깎아내리려는 세력이 꽤 많을 거라고 예상했는데, 그건 아주 극소수에 불과했다.
여론이 이렇게 된 이유는 의외로 상현의 마지막 발언 때문이다.
[아몬드 솔직히 극호감인 점]이런 글이 지금 이슈 글 3위를 달리고 있는데.
내용을 살펴보면 이런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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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NS 수치 이겼다고 존나 좋아하면서 자기가 최고라고 할 수도 있었음. 솔직히 대부분 사람들이 그랬을 거임.
캡슐 3주차인 쌩 신인이 저런 수치라면 대놓고 자랑질은 안 해도 존나 좋아했을 거임.
그런데 아몬드는 ㄹㅇ 근본이 넘치는 새끼라는 걸 알 수 있었던 게 바로 이 대목.
그거 그냥 게임 처발리고 볼 점유율로 딸치는 한국 축구 같다고 바로 팩트 살인한 뒤 자기 객관화 들어감.
난 비겼을 뿐이다. 그걸로 자위하는 건 추하다.
ㄹㅇ 상남자 씹호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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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이런 이유로, 그의 발언이 꽤나 많은 대중들의 공감을 사버린 듯했다.
“……한국 축구라고는 안 했는데.”
물론 이야기가 조금씩 와전되는 건 별수 없지만, 그래도 자신의 솔직한 심정이 이렇게 인정을 받으니 기분이 좋았다.
-ㄹㅇㅋㅋㅋㅋㅋ
-야, 한국 축구라고는 안 했어. 요즘 우리나라 축구 잘해, 인마
└한국 축구라고는 안 했는데 ㅋㅋ 누구나 다 그렇게 이해하고 있는 매직 ㅋㅋㅋㅋㅋ
└투지! 조직력! 정신력! ㅋㅋㅋㅋㅋㅋㅋ K 축구!
-애초에 이게 호감인 건 축구 까서가 아니잖아 ㅅㅂ ㅋㅋㅋㅋ
└ㄹㅇ ㅋㅋㅋ 그냥 정확히 승부에만 집중하는 게 멋진 건데. 이상한 수치로 자위 안 하고.
└ㅇㅈ…….
-진짜 될 놈임.
└ㅇㅇ 일단 얼굴부터가…….
-ㄹㅇ 나였으면 집 앞에 플래카드부터 걸었음ㅋㅋㅋㅋ
신기했다.
유상현 그대로의 모습이 이렇게 인정받는 날이 올 줄이야. 늘 외면받기만 했었는데……
솔직함은 늘 사회에서는 독이었다.
유상현 그대로의 모습은 늘 감춰야 하는 치부였다. 늘 주머니에 꽂혀 있는 그의 오른손처럼.
‘어쩌면 나한테 맞는 길이 있었던 건가.’
그런데 여기선 이게 장점이다.
놀라웠다.
“흐아아암. 야, 난 이제 잔다. 맥주 마시니까 졸리네.”
이제 방송을 다 돌려 본 주혁이 소파에서 일어났다. 창밖이 시커멓다. 어느새 시간은 어두운 밤이었다.
“나도 자야겠다.”
탁.
검은 창에 비추던 주혁과 상현이 사라졌다.
* * *
다음 날.
아침이 되자 상현은 평소대로 일어나서 시리얼을 대충 욱여넣으며 하루를 준비했다.
그리고 여전히 휴대폰으로 인터넷을 살피고 있었다.
어제 일어났던 사건이 이제 무르익어서 여기저기 일파만파로 퍼질 시기였다.
“……와.”
수저를 입에 문 채 놀라는 상현.
‘검색어 순위?’
국내 최대 인기 포털 제이버의 검색어 순위에 아몬드가 올랐다. 연관 검색어로 VNS와 전자파까지 함께였다.
비록 순위가 높은 건 아니지만, 머리가 어질어질해질 지경이었다.
이게 이렇게나 이슈였구나.
비로소 체감이 되었다.
‘포털 프로필이라도 만들어둬야 하나…….’
아몬드를 누르자 떠오르는 가성비 견과류의 포장지 이미지를 보고 상현은 고민했다.
‘내가 이런 걸 고민하게 될 줄이야.’
제이버 포털 프로필이라니. 그런 건 진짜 정치인이나 유명 연예인들이 만들어두는 거다.
아무리 요즘 스트리머들이 각광받는다고 해도 사실 프로필을 올려둔 스트리머는 거의 없을 거다.
풍선껌 정도는 돼야 나오던가?
지이잉.
그때 그의 휴대폰 진동이 울렸다.
메시지다.
[도토리묵 : 상현 씨. 방송 봤어요. 역시 장난 아니네! 덕분에 우리 합방 영상도 다시 떡상해서 고마워서 문자 보냅니다!]도토리묵이었다.
그러고 보니 그 이후로 연락을 따로 한 적이 없었구나. 간만에 연락이 오니 처음 스트리머 하던 때의 기분이 떠올라서 즐겁다.
상현은 씩 웃으며 답장을 보냈다.
[제가 감사하죠! 그 방송 아니었으면 전 파트너 스트리머도 못했어요!] [도토리묵 : 무슨 또 그런 겸손을 ㅋㅋㅋ 한국 축구 같은 말 하지 말고! 나중에 술이라도 한잔 ㄱㄱ!] [한국ㅋㅋㅋㅋ축궄ㅋㅋㅋ 알겠습니당!]“알겠습니당!”
갑자기 뒤에서 슥 나타난 주혁.
그는 상현의 문자 말투를 가지고 놀리고 있다.
“깜짝이야.”
깜짝 놀란 상현이 휴대폰을 내렸다.
“도토리묵이냐?”
“어. 인기척이라도 좀 내라.”
“넵! 알겠습니당!”
주혁이 또 그 말투로 받아친 후 부엌으로 향했다.
지이이잉.
지잉.
그런데 계속해서 휴대폰의 알림이 울리고 있었다.
체크해 보니 상현의 것은 아니다.
“야. 주혁. 너 휴대폰 울리는데?”
“어. 알아.”
“……안 받아?”
“저거 전화 아냐.”
“그럼?”
“전부 메일이랑 문자야.”
지이이이잉…… 지잉……!
저렇게 미친 듯이 울리고 있는 게 전부 문자라고? 상현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무슨 사채라도 빌렸냐?”
“사채는 무슨 우리 이제 잘나가잖아~”
“아직 정산은 제대로 안 됐잖아.”
“어제 출연료 내 몫만 120이야.”
“그럼 뭔데? 저 알림들은.”
“한번 봐 봐.”
툭.
주혁이 휴대폰을 식탁에 올려두었다.
“……봐도 되는 건가.”
그렇게 말하면서 상현은 날름 휴대폰을 받아 들고 살폈다.
딱히 비밀번호 같은 건 걸려 있지 않았다. 주혁다운 느낌이다.
“!”
열고 들어가자 수많은 텍스트가 앞을 가렸다.
[안녕하세요. 아몬드의 방송을 보고 패션 편집 숍 브랜드 ‘아무무신사’에서 연락드립니다! 당연히 많은…….] [안녕하십니까? FPS 서바이벌 게임을 제작하고, 여러 명작 게임을 론칭한…….] [안녕하세요! 황금 바베큐 통닭입니다! 다름이 아니…….] [안녕하세요! 프랜차이즈, 만년 전통 지옥의 김치찌개! ‘오강우 김치찌개’의 마케팅 담당…….]전부 다 협찬, 광고 문의였다.
“미, 미친…….”
게임은 당연하고, 옷, 심지어는 프랜차이즈 레스토랑에서까지 문의가 들어오다니.
“이게 다 오늘 아침에 왔다고?”
“어.”
“얘넨 뭐 퇴근도 안…….”
늘 아침에 출근하면 미리 와 있던 마케팅 부서들의 얼굴이 스쳐갔다.
“……안 하지. 퇴근.”
회사에서 자는 게 일상인 팀이었다.
“아마 우리가 그나마 몸값 낮을 때, 빨리 계약 맺으려고 저러는 거다.”
치이이익.
계란말이를 부치면서 주혁이 설명을 이었다.
“그러니까 주가 낮을 때 풀 매수 땡기려는 거야.”
“아…….”
금세 이해가 되긴 했다.
상현도 바보는 아니니까. 단지 아몬드라는 주식이 앞으로 그렇게나 떡상을 할 거라고 이렇게나 많은 업체가 점치고 있다는 게 놀라울 뿐이다.
“야. 그거 사실 뭔 별 듣보 브랜드에서는 예전부터 많이 왔었다. 말을 안 해서 그렇지.”
“그래? 왜 안 받았어?”
“왜긴. 효율이 안 나오니까. 주가가 올랐을 때 다 팔아야지. 낮을 때 왜 팔아. 게다가 이상한 브랜드면 이미지만 망쳐.”
“…….”
상현은 말이 없어졌다.
그냥 주혁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볼 뿐이다.
‘저 자식…… 아몬드의 주가가 오를 거라고 확신했단 말이야?’
새삼 다시 느낀다.
주혁이 자신을 얼마나 믿고 있는지.
광고 단가가 얼마인데, 그런 걸 다 거부해 놨다니. 현재 누구보다 돈이 궁한 놈이…… 그걸 다 거절했다니.
정말 큰 그림을 볼 줄 아는 놈이었다.
“그래서 이제 어떡할 거냐? 여기 온 브랜드들은 좀 유명한 곳들 아냐?”
“음…… 확실히 그렇긴 하지. 그래도 일단 버텨.”
탁.
주혁이 계란말이와 김치볶음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상현의 시선이 절로 그쪽으로 향한다.
이 자식 언제 이렇게 요리 실력이 늘었지?
“왜. 먹고 싶냐?”
“……어.”
“안 돼. 인마. 내 거밖에 없다.”
“3명은 먹겠는데?”
“한 명이 먹으면 1인분이지.”
“하……?”
그렇게 주혁은 정말 본인이 전부 다 처먹었다.
“음. 여하튼 광고는 아직 버텨. 하루 이틀 장사할 것도 아니고. 10년 바라보면서 롱런하려면 광고는 신중해야 돼. 지금 수익이 없는 것도 아니고.”
“뭐…… 나야 상관없어.”
진심이었다.
상현이 애초에 큰돈을 노리고 이 시장에 들어온 건 아니다.
그는 그냥 가상공간에서 활이나 쏠 수 있으면, 그리고 그걸 시청자들이 보고 기뻐해 줄 수 있으면 행복했다. 먹고 살기만 한다면, 문제는 없었다.
‘다만 주혁이는 다를 텐데…….’
그는 분명 큰 성공을 바라고 여기에 들어왔을 터다.
“넌 상관있지 않냐?”
돈을 땡기려면 작은 광고라도 몇 개 정도는 받는 게 유리했다.
그러나 주혁은 고개를 저었다.
“괜찮다. 난 ‘롱~런’할 거라니까? 넌 오늘 방송이나 다시 제대로 하면 돼. 내가 생각하는 첫 광고는 정해져 있으니까.”
“그래?”
“말은 안 한다. 그냥 김칫국 퍼마실까 봐.”
“알았다.”
계획은 있으니 다행이군.
상현은 그렇게 생각하고는 조깅을 위해 밖으로 나갔다.
“야! 우리한테 지금 제일 중요한 건 다이아다! 다이아!”
주혁이 뒤쪽에서 소리치는 것처럼.
‘그래. 오늘도 열심히 달려야지.’
중요한 건 시청자들과의 약속이었다.
상현은 오늘 방송에서도 배틀 라지를 해야 했다. 그것도 아주 잘 해야 했다.
그러려면 의사 말대로 꾸준한 운동과 좋은 식습관은 필수다.
지이익.
그는 쌀쌀한 바람을 막는 지퍼를 올리며, 천천히 계단을 내려갔다.
* * *
오후 3시.
아몬드의 방송이 켜질 거라고 생각하기엔 조금 이른 시간이었다.
치이이익.
그 시간에 상현은 캡슐 안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후우.”
평소와는 다르게 약간은 긴장한 모습이었다.
상현도 대충 예상하고 있었다.
어제 실시간 검색어까지 갔었다. 아직 판타지아 채널에 편집본 방송이 올라오진 않았지만, 라이브만으로 충분히 여파가 컸다.
시청자가 늘어나 있을 거다.
비록 그게 잠시의 펌핑이라고 할지라도, 분명 늘어나 있을 거다.
‘평소처럼, 침착하게 진행하면 된다. 자연스럽게.’
상현은 그 숫자에 현혹되지 않도록 마음을 가다듬었다.
늘 그렇듯이.
[스트리밍을 시작합니다.]인트로 음악이 울리기 시작하고, 시청자들이 빠르게 모여들었다.
-와, 오늘도 3시 방송?
-개꿀!
-1초 전은 절대 못 참지!
-못 참는 사람들 모여!
-ㅋㅋㅋㅋㅋㅋ와, 이제 이 시간이 고정?
-꺄!
-이럴 줄 알고 취업 안 했지. 쓰으으읍!
빨랐다.
정말로 빨랐다.
원래도 모이는 속도가 빨랐지만, 이건 정말…….
‘……역대급이다.’
그간 봤던 어떤 속도하고도 비교가 되질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