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744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212화
70. 작보일(2)
“일본이…… 제발…….”
한일전.
이 세 글자만큼 국가전을 가슴 뛰게 하는 단어가 있을까? 심지어 일본의 홈 경기다.
이게 성사된다면 기대 수익은 훨씬 더 올라간다.
그리고─
“이, 일본 진출!?”
주혁은 벌떡 일어나 펄쩍 뛰었다.
이렇게까지 일이 잘 풀릴 수가 있나!?
그가 손익 분기로 잡은, 아니, 사실상 실수로 손익 분기로 잡힌 대망의 8강 경기가 한일전이라니?
‘이러면 정말 상현이 수익 없이도 돌아갈 발판을 마련할 수도 있어.’
현재 이 회사는 당연히 아몬드에 의해서만 돌아가게 되어 있다.
아몬드의 1인 매니지먼트 회사인 셈이니까.
주혁은 그렇게 되어서는 서로에게 좋지 않다고 여겼다. 아몬드에게도 부담이고, 회사로서도 가치가 없어진다.
무엇보다 독립적이지 않은 게 싫다.
이래서는 아버지에게 빌붙어 살 때와 크게 다를 게 없었다. 그냥 좀 더 젊고 너그러운 아버지랑 사는 것뿐이지.
그는 완전한 홀로서기를 원했다.
그래야 상현과의 관계도 훨씬 좋아질 것이다. 그렇기에 이 회사가 상현이의 것 외의 수익으로도 스스로 돌아갈 수 있는 날이 오게끔 하고 싶었다.
‘이, 이러면…….’
그런데 이렇게 되면 그날이 좀 더 빨리 올 수 있다.
“끄아아아아아악!”
콰앙.
흥분한 주혁이 몸을 흔들다가 새끼발가락이 책상 다리에 부딪힌다.
머리가 짜릿한 고통을 느끼며, 그는 발가락을 부둥켜안고 소파에서 뒹굴거렸다.
“으으억으……!”
한편 버둥거리는 주혁이 켜놓은 티브이에선 인터뷰가 진행되고 있었다.
[다음 경기 상대가 정해졌는데. 혹시 소식을 들으셨나요?] [아뇨. 아직 모릅니다.] [그렇군요. 상대는…… 일본입니다.]* * *
조선의 8강 진출.
이는 분명히 괄목할 성과이며, 모든 시빌엠 관련 커뮤니티가 이에 대해 말하고 있다 해도 전혀 이상할 게 없는 상황이었다.
실제로 이기고 나서 그런 상황이 잠시 이어지긴 했다.
[미쳤다 조선 8강 ㅋㅋㅋㅋㅋㅋㅋㅋ] [헐ㅠ 이게 진짜 실화야?] [하 ㅆㅂ 존버한 보람이 있네 ㅠㅠㅠ] [진짜 나 울었다 ㅅㅂ] [좃밥닌자 컷!]이런 글로 커뮤니티들이 도배되고 있었다.
조선이 승리한 경기의 하이라이트들이 재생되면 실시간 반응으로 소위 ‘달리는’ 자들이 많았다.
하이라이트를 보면서 서로 계속 게시글을 올리며 감상을 공유하는 것이다.
마치 옛날 옛적 우리네 조상들이 티브이 앞에 모여서 같이 드라마를 보던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이 하이라이트 ‘달리기’는 어떤 한 사건으로 잠시 멈춰져야 했다.
[속보) 조선 8강 상대 정해짐]==== ====
일 본
==== ====
시뻘겋고 거대한 글씨로 박힌 일본이라는 두 글자.
다른 어떤 사진도 부연 설명도 필요 없이, 이 글은 곧바로 빅에 가기에 충분했다.
-ㅁㅊㅋㅋㅋ
-하 결국 이게 오고야마는군
-한일전 ㅋㅋㅋㅋ
-무쳤다
-좃밥닌자 가고 이제 진짜 닌자 오냐?
한국의 이름이 조선이던 시절, 국토를 침략해 무력으로 주권을 빼앗고 식민지를 삼았던 역사가 뻔히 존재하는 이상.
한일전은 그것 자체로 엄청난 화젯거리였다.
-ㅅㅂㅋㅋㅋ 한일전도 아니고 조선 vs 일본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ㄹㅇ 미쳤넼ㅋㅋㅋㅋ
└조선 대 일본 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걸 이 시대에 본다고!? 시빌엠은 갓겜이 맞다
└캬
심지어 시빌엠 국가대항전의 특성상, 한국 대 일본이 아니라, 조선 대 일본이다.
이보다 더 자극적인 워딩은 어느 스포츠계에서도 찾기 힘들 것이다.
[시빌엠이 미친 갓겜인 이유]==== ====
아니 격투기 선수들은 어그로 끌려고 백날 서로 트레시 토킹하고 사석에서도 디스하고 별짓다하는데 ㅋㅋㅋ
“조선 vs 일본”
시빌엠은 걍 이거 하나로 평정
==== ====
-ㄹㅇㅋㅋㅋㅋ
-심지엌ㅋㅋㅋ 3시대가면 진짜 그때 그 시절 의복 아님?
└ㄹㅇ
└일본 3시대 조총있음 ㅇㅇ
└미쳤닼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뇌가 저릿하누
조선 대 일본.
적어도 한국의 시청자들에게 있어서 이보다 흥미로울 수 있는 대결 구도는 없었다.
국가대항전을 진행하는 수많은 수천수만 개의 우주가 있다면, 아마 지금의 우주가 가장 많은 시청자를 현혹시킬 것이다.
이렇게나 자극도와 관심도가 높은 만큼, 부담도 클 수밖에 없었다.
-근데 이거 지면 감당되냐?ㄷㄷ
└과몰입러들이 안중근 센세 예토전생시킬듯ㅋㅋㅋ
└진짜 욕처먹는거 아냐? 솔직히 8강도 개잘한건데 ㅠㅠ
└나도 올드 유저로서 그게 걱정됨
└ㄹㅇ 일본 존나 센데; 오스만도 처바르고 1위로 올라왔음
과거 식민지였던 역사가 있는 만큼, 졌을 때 한국의 시청자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걱정이 될 수밖에 없다.
아니, 이걸 넘어서 일본의 네티즌들이 어떤 식으로 놀릴지도 걱정이 된다.
-이거 져도 잘한거 맞는데. 지면 일본 반응이 ㄹㅇ ㅈ같을 듯
└얏빠리 조센징은 대일본제국의 상대가 아리마생!wwww
└ㅁㅊ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쉣 ㅋㅋㅋㅋ 생각만해도 ㅈ같네
└조센징ㅋㅋㅋㅋ (진짜임)
└그러고보니 ㄹㅇ 조센징이네 게임에선ㅋㅋㅋ
아마 과거 식민지 역사를 들먹이며 놀리고 들 것이다.
특히나 지는 쪽 문명의 이름이 조선이니만큼 더욱더.
이렇게 한참 모든 커뮤니티의 게시판이 한일전 아니, 조선 vs 일본에 대한 이야기로 뜨거운 가운데.
[속보) 인터뷰의 악마 한일전 소식 들었닼ㅋㅋㅋㅋㅋ]* * *
“상대가 일본으로 결정되었는데. 이에 대한 소감이나 자신감! 들어볼 수 있을까요?”
리포터가 떨리는 두 손으로 잡은 마이크를 앞으로 내밀며 물었다.
-마이크 안에 혹시 폭탄이 있나요?
-ㅋㅋㅋ자세가 왜저래 ㅋㅋㅋ
-앜ㅋㅋㅋㅋ
-저기서 광선 나갈 거 같네
아몬드의 인터뷰가 늘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켰던 파트가 바로 이 부분이니만큼, 리포터는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사실 일본이 올라올 확률이 높다는 건 알고 있었습니다.”
다행히 아몬드는 정상적으로 인터뷰를 진행해 줬다.
“아. 그렇군요? 아무래도 잉글랜드보다 파워 랭킹이 높으니까요?”
일본의 파워 랭킹은 6위.
5위인 페르시아와 한 단계 차이이다.
상당히 높은 편인 셈이다.
“네. 저희 팀에서도 일본이 경기력이 굉장히 좋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고…… 일본팀이 우승 전력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파워 랭킹과도 별개로, 일본의 현재 국대팀 라인업이 상당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얘 왜 말이 길어지지?
-얼마나 맥이려고 이렇게 돌아가는거임
-아몬드가 말이 길어져? 한국인인 나도 무섭다
-광고로 드리프트하는거 아님?ㅋㅋㅋ
-예민한 문제라 돌려말하나봄
아무래도 국가 간의 유서 깊은 갈등이 걸려 있어서일까?
아몬드는 말을 조금 조심하려는 듯 보였다.
이에 조금 실망한 듯한 시청자들이 있었으나.
-어떻게 맨날 트레시 토킹을 하냐 ㅋㅋㅋ 걍 봐
-일본 홈에서 어케 디스하누 ㅋㅋ
-저기 오사카다 얘들아 ㅋㅋㅋㅋ 바랄걸 바래라.
어떤 이들은 아몬드가 조심스럽게 말하는 게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그야 그가 머물고 있는 곳이 다름 아닌 일본의 오사카니까.
당연히 그들의 영토에선 말을 조심해야 하는 것이다.
‘이웃 나라끼린 입 잘못 놀리면 평생 피곤하다고 선배들이 그랬어.
실제로 상현은 근접해 있는 나라들에 대해선 발언을 조심하자는 주의였다.
정치적으로 여러모로 얽혀 있기에, 늘 귀찮아진다고. 국대 출신 운동 선배들의 조언이었다.
“일본은 강합니다. 하지만 저희도 자신은 있습니다.”
이렇듯 그는 일본의 실력도 인정하면서 그럼에도 자신이 있음을 어필하며 훈훈하게 마무리하려 했다.
“오. 그럼에도 자신이 있다고 해주셨어요. 특별히 이유가 있을까요?”
다만, 그는 리포터가 이유를 물을 줄은 몰랐다.
그가 정상적으로 인터뷰를 진행해 주자 기세등등해진 리포터.
그녀는 몇 마디 더 뽑아내고 싶었던 것이다.
상현은 잠시 당황했다.
‘……이유?’
그냥 자신 있다고 하면 끝나는 줄 알았더니.
뭔 이유?
상현은 잠시 곰곰이 생각해 본다.
스크림 경험, 연습 경험을 되살려서.
그가 일본에 자신감이 생겼던 이유가 있긴 했다.
‘아.’
기억해 냈다.
“아, 네. 일본은 ‘섬나라 민족’이라는 팩션이 있거든요.”
“오……? 네.”
-웬일로 진짜 이유가 있는거임?
-캬 이제 뇌지컬도 된다! 아! 아! 몬! 드!
-옆에 최순신이 호두 연결해놓은거 아님?ㅋㅋㅋ
-오늘 말도 잘하고 인텔리하누
-USB 들고다니더니, 외장호두 끼고 왔네
아몬드가 팩션을 직접적으로 언급하면서, 자신감의 근거를 대다니, 이런 일은 흔치 않았다.
리포터는 더 관심을 보이며 마이크를 가까이 가져다 댄다.
“그 팩션 때문에 일본 병사들이 민첩해지는 대신 키가 조금씩 작아지거든요.”
“키가요?”
정말 특이하다.
문명전엔 진짜 별게 다 있구나.
“네. 근접해서 활로 쏠 때 키가 작으면 헤드샷이 되게 쉽거든요? 그래서 유리합니다.”
“근접해서 활을요?”
“일본은 칼이 강해서 가까이 붙으려고 할 거라, 근접해서 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아!”
“그런데 키 때문에 저희 궁병들이 헤드 맞히기 굉장히 수월해서, 활만 있어도 딱히 근접 전투에서도 밀리지 않아요. 이게 꽤 크게 작용한다고 생각합니다. 활만 뽑아도 된다는 거니까요.”
“와…… 아몬드 님! 다시 봤습니다! 이렇게 논리적이고! 그럴듯한…… 아니, 설득력 있는 근거를 제시하시니까! 정말 저도 자신감이 막 생기는데요!?”
간만에 정상적인 인터뷰에 리포터는 신이 나서 아몬드를 띄워줬는데.
‘어?’
뭔가 분위기가 이상하다.
최순신이 아몬드를 보며 계속 고개를 젓고 있다.
표정 변화가 그리 크지 않은 사람인 줄 알았는데.
좀 많이 당황한 듯이 연신 손을 저었다.
그게 아니라고.
아몬드는 왜 그러냐는 듯 머리를 긁적이는데.
리포터는 불안한 마음에 채팅창 쪽을 바라본다. PD도 같이 바라본다.
-미친놈인갘ㅋㅋㅋㅋㅋㅋㅋㅋ
-앜ㅋㅋㅋㅋㅋ배아파 뒤지겠넼ㅋㅋㅋㅋ
-엌ㅋㅋㅋㅋㅋㅋㅋㅋ
-도라잌쉑ㅋㅋㅋㅋㅋㅋㅋㅋ
-미치겠닼ㅋㅋㅋ 섬나라 팩션이 키를 작게하는게아님ㅋㅋㅋㅋㅋㅋㅋ
섬나라 민족 팩션이 키를 작게 하는 게 아니란다.
이게 대체 뭔 말이야.
그때, 인이어로 정정 보도가 도착했다.
[섬나라 민족 팩션은 동물 사냥에서 식량을 적게 얻는 대신에 어류 포획량이 늘고 병사들 민첩성이 더 좋아지는 팩션이래요.]뭐라?
섬나라 팩션의 핸디캡이 키가 작아지는 게 아니라, 동물 사냥에서 식량을 적게 얻는 거였다고?
[근접 전투에선 민첩성 스탯이 중요한데. 이것 때문에 사무라이들이 상대하기 껄끄러운 거라네요. 키가 작아진다는 말은…… 없는데…….]키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없다.
어휴.
어쩐지 갑자기 전략적이다 했더니, 엉터리 정보였다.
도대체 뭘, 왜 착각한 건지 모르겠으나 리포터는 일단 정정했다.
“아하하. 아몬드 님. 착오가 있으셨나 봐요! 키가 작아지는 건 팩션이 아니라…….”
헉.
이때서야 리포터는 뭔가 단단히 잘못됐음을 감지했다.
함정에 빠진 기분이었다.
그러나, 의식이 멈추려고 하는 것과 입이 움직이는 속도는 달라서, 그녀의 혀는 관성처럼 움직이며 말을 마무리해 버렸다.
“그냥…… 일본인이 작은…… 거였네요!?”
팩션이 아니라, 일본인이 원래 작은 거였다.
이 말을 리포터는 내뱉고 말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ㅁㅊㅋㅋㅋㅋㅋㅋ
-팩션이 아니라 팩트였습니다 ^^
-앜ㅋㅋㅋㅋㅋ
-ㄹㅇ
-섬나라민족 팩X) 키가 작다
설상가상.
말을 주워담을 시간도 없이─
“아!”
─아몬드가 활짝 웃으며 끄덕였다.
“그런가 봐요. 그냥 작은 거였네. 전 그게 팩션인 줄……!”
어?
아몬드도 이쯤 말하고, 뭔가 이상하다는 걸 깨닫는다.
“하.”
옆에 있던 최고다이순신이 헛숨을 뱉으며 이마를 짚는다.
분위기 왜 이래.
아몬드는 오해를 풀려는 듯 진짜 몰랐다며 해명했다.
“어? 그게 아니라, 진짠데. 진짜 작은데. 아니, 그러니까 제 말은 일부러 작다고 하려는 게 아니라…….”
그러면 그럴수록 말은 악화됐다.
“진짜 작아요.”
-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친ㅋㅋㅋㅋ
-인터뷰의 악마. 오늘도 잘 봤습니다.
-맑눈광ㄷㄷ
-오늘밤에 닌자한테 암살당하는거 아니냨ㅋㅋㅋㅋㅋ
-진짜 작은뎈ㅋㅋㅋㅋ
-진짜 오해했나봨ㅋㅋㅋ
-키가 작아지는 팩션이 있겠냐고 견과류쉑앜ㅋㅋㅋㅋ
이날, 일본의 유명 게임 관련 포털사이트의 메인에 아몬드의 얼굴이 큼지막하게 박혀 버렸다.
[한국의 선수, “팩션으로 착각될 만큼 수상하게 키가 작은 일본인들”이라며 자신감 표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