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746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214화
71. 가짜 여행(1)
다음 날.
주혁은 슬슬 일본으로 출발할 채비를 했다.
비행기 티켓도 예약되었고, 호텔도 선수들이 묵는 곳 근처로 딱 잡아놨다.
이제 짐만 싸고 출발하면 된다.
커다란 캐리어를 꺼내, 옷을 막 집어넣는다.
바삐 움직이던 손이 어느 순간 멈춘다.
‘아.’
저도 모르게 상현의 물건까지 챙기려 했던 것이다.
‘나밖에 없지.’
이 집에서 혼자 지낸 지 그래도 2주는 넘었는데. 아직도 적응이 잘 안 된 느낌이다.
어제도 실수로 순두부찌개 2인분을 끓여서, 혼자 다 먹어버렸다.
아, 그렇게 되면 1인분인가?
여튼. 주혁은 다시 짐을 빼고 적당한 사이즈의 캐리어를 하나 가져온다.
쿵.
그것을 거실에 내려놓고 펼친다.
이 캐리어는 예전에 그가 처음 이 집에 홧김에 찾아왔을 때 들고 왔던 것이다.
이걸 보니 새삼 집에 들어가지 않은 지 한참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동시에 정말 아무렇지 않기도 했다.
부모라는 건 엄청나게 중요한 것 같으면서도, 막상 없어도 크게 문제는 되지 않았다. 의아할 정도로.
주혁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다시 자신의 옷과 세면도구들만 챙겨 넣는다.
지이이잉.
[지아: 오늘 출발이지? 정말 미안해 ㅠㅠ 나 하는 거 끝나면 같이 가자]지아에게 메시지가 왔다.
저번에 티켓팅할 때 일본에 같이 가지 않겠느냐고 물었는데.
그녀는 할 일이 있어서 못 간다고 했다.
쩝.
그는 어쩔 수 없다 생각하며 아쉬워한다.
[주혁: 괜찮괜찮~ 담에 가자]요즘 지아를 자주 못 본다.
지아는 국가 대항전 중엔 한가하고, 주혁이 바빴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뭘 또 하는 게 있나 보네.’
그것도 아니었나 보다.
그녀 역시 혼자서 뭔가 준비를 하고 있는 느낌이다.
쿵.
그는 캐리어를 닫고, 벌떡 일어났다.
“으. 허리.”
뿌드득.
몸을 풀듯 스트레칭하고는, 두 팔을 번쩍 든다.
“자! 가자아아아! 믹스넛츠! 일본 진출!!”
아무도 호응해 주는 사람은 없었다.
“하하…….”
* * *
조선의 8강 진출에 따라 운명이 갈리는 사람은 주혁 말고도 또 있었다.
“오, 오케이이!”
그건 바로, 장태수.
장 피디다.
그의 신생 회사는 현재 가짜 국대로 가장 큰 성공을 거뒀다.
바꿔 말하면, 이 프로젝트가 멈추면 그의 회사도 잠시 멈춘다는 뜻이다.
“8강까진 순항이다아아!”
그러니, 조선이 8강에 진출했다는 건 여러모로 희소식이다.
심지어 8강의 상대는 일본.
“이건…… 진짜 대박이다. 이건 그냥 하늘이 나한테 SCB 엿맥이라고! 그냥 점지해 준 거라니까!?”
그는 잔뜩 흥분해서 떠들었으나.
이토록 신난 건 딱 장 피디 한 사람이었다.
“하하…… 예. 예…….”
“우와아…….”
가짜 국대 1편을 찍을 때만 해도 그렇게 희망차고 열정이 넘치던 직원들.
그들은 팬더 같은 눈을 한 채로 억지로 입꼬리를 올리며 어설프게 따라 웃고 있었다.
“야. 너네 다 빠져가지고…….”
하.
장태수는 말을 하다 멈추고 한숨을 내쉰다.
그도 알기 때문이다.
가짜 국대는 이 회사를 살려놓을 컨텐츠이기도 하지만, 정말 해서는 안 되는 컨텐츠이기도 했다.
너무나 많은 시간, 인력, 정신력을 소모시킨다.
지금 이 사무실에 앉은 편집 인력만의 문제가 아니다.
선수들 일정에 따라다니는 프리랜서 작가, 카메라맨 등.
모두 무리하고 있었다.
오로지 가짜 국대가 잘나가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그래도 버텨주고 있는 것이다.
“인력 충원…… 해볼게. 이 자식들아. 좀만 기다려.”
“피디님. 그 말 3편부터 했는데. 이제 8편이 올라가네요…… 하. 하하하…….”
“…….”
솔직히 말하자면, 돈이 없다.
아직 수익 정산이 덜 됐다.
다음 달까지 버텨야 정산이 완벽하게 된다.
그때는 인센이고 뭐고 다 뿌리고도 편집자를 더 고용할 수 있다.
좀만 버텨라!
……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도 어폐가 있다.
‘문제는 그땐 가짜 국대 이후잖아.’
버텨서 그때가 오면 가짜 국대는 끝나 있을 예정이다. 설령 조선이 우승을 하더라도, 그땐 끝나 있다.
그때 가서 인력들을 더 뽑을 수 있다고 한들, 당장 쓸 곳이 없는데 과연 뽑을까?
사장으로서는 고민되는 문제다.
“야. 설마 4강을 가겠냐? 어? 일본이 예선에서 오스만도 이기고 1등으로 올라온 애들이래. 아마 질 거다.”
결국 그가 할 수 있는 건 하나.
직원들에게 이번이 마지막일 거라는 식으로 위로하는 거다.
“……피디님 조선이 본선도 못 갈 거라 했잖아요.”
이 기억력 좋은 새끼들.
장 피디는 마른침을 꿀꺽 삼킨다.
“야! 그땐 나 말고도 다 그랬어!”
“……그러니까 이번에도 4강 갈 수도 있죠. 한일전인데 이 악물고 할 거 아녜요.”
“이게 축구냐!? 어? 그냥 이 악물고 뛰면 더 뛰어지게!? 이 악물면 막 어?! VNS 수치가 더 올라가냐!? 이건 그렇게 하는 스포츠가 아니야!”
“집중이라도 좀 더 하겠죠. 참내. 직원 솔직히 뽑을 생각 없죠? 예?”
“…….”
장 피디는 말 문이 막혔다.
“저도 바보 아니라 다 안다니까요? 이거 어차피 길어봐야 이번 달까지고. 직원 뽑아봐야 곧 나가야 될 거 같고. 맞죠?”
“…….”
“아니, 그럼 프리랜서라도 좀 데리고 오세요.”
“야. 어떤 프리가…….”
이런 걸 한다고 하겠냐.
그리고 프리랜서 비용이 얼만 줄이나 아는 거냐.
탁.
장태수는 이마를 짚으며 하고 싶은 말들을 그냥 삼켰다.
“인센 많이 줄 거야. 그러니까…….”
결국 보상으로 달래는 수밖에 없었다.
그때였다.
똑똑.
사무실 문에 누군가 노크했다.
“그러니까…… 좀 버티자. 어?”
“얼마 줄 건데요. 얼마!”
“그건 인마 정산이 나 봐야 알지! 너 바보냐!? 어?!”
물론 그들은 서로 목소리를 높여 싸우느라 노크 소리를 듣지 못했다.
그리고, 다시.
똑! 똑! 똑!
노크 소리가 이번엔 좀 더 크게 들려왔고.
직원 하나가 의아해하며 의자에서 일어났다.
“아 두, 두 분! 잠깐만 조용히 해봐요! 싸우지 좀 말고! 뭔 소리 들리지 않았어요?”
“……뭐?”
장 피디는 잠시 꽥꽥대는 걸 멈췄으나, 남 직원은 열이 덜 식었는지 더 소리쳤다.
“왜! 내가 너네 다 대신해서 말해주는 거잖아!? 어?! 술자리에선 그렇게 씹어대더니 이제 와서 뭘 싸우지─”
“그게 아니라! 누구 왔어요!!”
그렇게 말하면서 그녀가 달려가 문을 열어주자.
“하하…… 바, 바쁘신가 봐요.”
분위기를 눈치챈 건지, 손님이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저는 아몬드 채널 편집자 서지아라고 합니다.”
“……!”
그 순간 모두가 놀라서 일을 멈추고, 그녀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지, 지아 씨. 여긴 어쩐 일로? 아니, 일단 앉으세요. 예.”
장태수는 언제 싸웠냐는 듯이 손짓으로 음료를 내오라고 하며 싸구려 소파에 방석이라도 올려놓고 그녀를 맞이한다.
‘뭔 일이지? 설마…….’
묘한 기대감을 품은 채로.
* * *
8강까지 올라와서 문제가 다 해결된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문제가 오히려 더 생긴 쪽도 있었다.
다름 아닌 국가 대항전 팀.
“하아. 이거 큰일이네?”
팡어가 호텔 로비 쪽 소파에 털썩 주저앉으며 한탄했다.
그런 그를 보며 상현이 물었다.
“왜요?”
“연습을 못 하게 생겼어.”
조선은 연습 장소 예약 전쟁에서 패배했다.
“연습하려면 경기장을 빌리거나, 여기 리스트에 있는 캡슐방에 연락해서 통으로 렌트해야 되거든?”
경기장은 애초에 시빌엠 주최 측에서 제공하는 연습 장소다.
그러니 공평하게 돌아간다.
단 그것만으로는 연습량이 적다.
“경기장은 문제가 안 되는데. 캡슐방이 문제다.”
나머지 연습량은 캡슐방에서 채워야 하는데. 이게 문제였다.
리스트에 있는 캡슐방이 예약이 이미 다 차버린 것이다.
“우린 하나도 못 했는데, 이미 다른 팀은 다 먹었더라고. 특히 현지인이라 그런지 일본팀은 매일 일정이 꽉 차 있어.”
일주일의 휴식 기간 동안, 조선은 딱 한 번의 연습밖에 못 한다는 것이다.
“어쩌죠?”
그 근처에 있는 카메라맨과 작가.
가짜 국대 촬영팀도 당황스러워했다.
“모르겠습니다. 하씨. 본선에 이만큼 올라와 봤어야 뭘 알지.”
조선 팀은 경기장 예약하는 방식을 몰라서 한참 헤맸던 탓에 딱 한 자리밖에 남지 않았었다.
본선 그것도 8강에 올라온 적이 없어서 벌어진 일이었다.
“8강도 처음이지만…… 쿠키 입원했잖아. 이게 뭔가 제대로 안 돌아가 지금. 아씨…….”
쿠키가 입원 상태인 건 비단 게임에서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게임은 대체할 사람이라도 있지. 현실에선 정말 그를 대체해서 뭘 진행할 사람이 없었다.
“그리고, 뭔가 이상한 게 있어.”
팡어는 상현을 보며 괜히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우리가 한국 시빌엠 국가대표팀이라고 말하면 태도가 바뀌는 거 같더라고. 싱크 탱크 애들이 계속 알아보고는 있는데…… 처음엔 관광객인 줄 알고 될 것처럼 말하더니, 예약 인원 수 보고 대표팀인 거 알고는 안 해주는 거 같대.”
뭐, 설마 그러겠냐마는…… 팡어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마무리했으나.
상현은 그 말을 듣고 괜히 찔렸다.
‘설마…… 나 때문에 안 빌려주나?’
작고 보니 일본인 발언이 너무 강했던 탓에 안 빌려주는 걸까?
아니, 애초에 작고 보니 일본인 발언을 안 했어도, 상대 팀이라면 충분히 이렇게 나올 수 있다고 생각된다.
상대 홈 경기지 않은가?
선배들에게 들은 적이 있었다. 유럽 국가에서 원정 경기를 뛸 때면 숙소에 와서 잠을 못 자게 소음을 내며 방해하고, 술집에서 일부러 술을 공짜로 퍼주면서 다음 날 연습을 못 하게 한다고.
이 예시는 그나마 젠틀한 방식으로 방해하는 거라고까지 말했었다.
실제로는 이로 말할 수 없는 온갖 비열한 수들을 다 쓴다고.
정정당당하며 공명정대한 깨끗한 승부라는 스포츠의 이면에 늘 도사리고 있는 그림자…… 상현도 익히 알고 있었다.
‘이런.’
가만히 있어도 이런 걸 당하는데. 거기에 대고 키가 작다며 비웃기까지 해버렸으니.
‘내 탓이네.’
상현은 결국 이게 자신의 탓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런 만큼 이걸 해결하기 위해 최대한 머리를 짜내본다.
‘으음…….’
열심히 굴려보던 중.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생각났다.
“김주혁!”
“아, 깜짝이야. 뭐, 뭔데!?”
주혁이한테 부탁하는 거다.
이런 건 주혁이가 잘 해결한다.
“김주혁. 주혁이한테 부탁하죠?”
“…….”
팡어는 어이없어 카메라맨과 작가들을 쳐다봤다.
얘 좀 보라고 하는 듯.
그러나 그들은 상현의 헛소리에 좋아죽고 있었다.
팡어는 애초에 저들은 자신과 목적이 다르다는 걸 깨닫고는 상현에게 대꾸한다.
“아, 아니, 넌 지금 그걸 해결책이라고 말하는 거냐? 뭐 엄청 고민하더니.”
“완전 해결책인데.”
주혁이를 모르시는구나.
상현이 덧붙였으나 팡어는 꿀밤을 한대 놓고 싶다는 듯 주먹을 떨었다.
그러자 카메라가 그쪽으로 줌인되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얌마. 그 사람 여기 없잖아. 지금 여기 있는 우리도 해결 못 하는데. 어떻게 하냐고. 그냥 캡슐방 리스트 다 찼다니까?!”
“흠…….”
“아니. 그러니까 김주혁 씨가 오면 어떻게 해결할 거 같은데? 그걸 우리가 하면 되잖아.”
“모르죠 그건.”
“????”
우리가 못하니까 김주혁을 부르자는 건데.
……라고 생각했지만, 이 말까지는 굳이 하지 않았다.
그랬다간 정말 꿀밤이 날아올 거 같았다.
왠지 팡어도 대놓고 말은 안 했지만, 상현의 발언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으니. 더 건드렸다가는 폭발할 것이다.
‘그래도 주혁이가 있었으면…… 해결됐을 텐데.’
주혁이가 여기 있으면 해결될 거라고 상현은 생각했다.
문제는 지금 그가 이 자리에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본인이 주혁이가 되는 수밖에 없었다.
그가 여기에 온다면 어떻게 생각할까.
‘음…….’
그는 또 고민을 해본다.
‘주혁이가 한국이 아니었다면.’
또 이런 생각이나 나오다니.
다시.
‘주혁이가 일본이었다면.’
젠장. 다시.
잡다한 모든 걸 해결해 주는 사람이 있다 보니, 아예 머리가 퇴화한 건가?
‘어?’
그러던 중, 상현은 머리에 번뜩이는 뭔가가 지나갔다.
이번엔 정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