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747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215화
71. 가짜 여행(2)
국가 대항전 관련해서는 가짜 국대라는 컨텐츠가 전부 해결해 주면서, 최근 일이 없던 편집자, 지아.
그럼에도 그녀는 국가 대항전을 전부 시청하고 있었다.
[아아아아악! 아몬드! 아몬드가! 코끼리를 지금! 두 마리를 동시에 몰고 박아버립니다아!]특히나 페르시아전 마지막 경기는 손에 땀을 쥐고 관람했다.
‘무리하는 거 아냐?’
아몬드를 개인적으로 가까이서 봐온 그녀 입장에선, 그의 활약에 감탄하기보단 걱정이 됐다.
‘분명 2경기 뛰면 힘들어했는데.’
아몬드의 컨디션 특성상 전용 캡슐이 아닌 곳에서 장시간 플레이하면 무리가 오게 되어 있었다.
그럼에도 그는 3경기 끝까지 엄청난 집중력을 보여줬다.
그리고, 조선은 8강에 진출했다.
“……와.”
수많은 사람들이 캡슐에서 뛰어나와 서로 끌어안는 모습을 보며 지아는 입을 작게 벌렸다.
“이게 처음에 시청자 5명 보던 그 아몬드가 맞냐…….”
지아는 처음 그를 봤을 때를 떠올리며 피식 웃었다.
혼자 싱글 게임을 플레이하던 그가 이젠 200명의 동료들을 리드하며 조선의 이름을 8강 명단에 올렸다.
‘주혁쓰도 사업 결국 시작했고.’
사업하겠다. 돈 벌겠다. 노래를 부르던 주혁도 이제 목표를 위한 한 발짝을 떼었다.
“…….”
그녀는 옆에 놓인 거울을 바라본다.
부스스한 머리. 퀭한 눈.
일이 없다고 해서 마냥 좋기만 한 건 아니구나.
아니, 사실 고통스럽구나.
내가 이 사회 공동체 속 어딘가에 쓰이지 못한다는 건.
그다지 행복한 느낌이 아니었다.
그녀는 책상 한구석에 놓인 사원증을 들어 올려본다.
당장 버릴 줄 알았는데. 사진이 박혀 있어서인지, 버리지 않은 물건.
그걸 바라보고 있자니, 무작정 이런 생각이 들었다.
‘가 볼까.’
* * *
장 피디는 자리를 만들어주며 물었다.
“지, 지아 씨. 여긴 어쩐 일로? 아니, 일단 앉으세요. 예.”
“아, 네. 감사합니다.”
지아는 소파에 앉아 잠시 사무실 내부를 관찰했다.
생각보다 좁았다.
새로 생긴 사무실이라 했는데, 소파는 중고를 산 건지 가죽이 갈라진 곳들이 보이고, 식물도 여기저기 제멋대로 자라고 있었다.
칙칙한 녹색의 바닥은 늪지대처럼 괜히 물기에 젖은 것만 같았지만, 실제론 아니었다.
가구의 배치도 신기했는데, 직원들이 소파를 빙 둘러싸고 어디서든 일하고 있는 식이었다.
일하는 공간과 쉬는 공간은 마구 섞여서 나뉘어 있지 않은 건지, 어떤 직원은 바로 옆에 간식 테이블이 있어서 그냥 앉아서 슥슥 하나씩 집어먹고 있다.
비록 계약직이지만 중견 기업에서 근무했던 지아로서는 이런 업무 환경은 처음이었다.
그럼에도 낯설지 않고 뭔가 따스한 느낌이다.
‘좋아 보여.’
후릅.
그녀는 건네온 따뜻한 차를 마시며, 장 피디를 쳐다봤다.
피곤이 마른 땔감처럼 붙어 있으나, 그 사이에 희미한 불씨가 피어오르는 듯했다.
“지아 씨. 얘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어쩐 일로 오셨어요? 그냥 구경하러 오셨나? 하하…….”
장 피디는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먼저 말을 건넸다.
그의 눈에서 느껴졌다.
뭔가 기대하는 바가 있다는 것이.
“…….”
지아는 시선을 맞추지 못하고 잠시 내리깔았다.
촌스러운 디자인의 커다란 머그컵.
그 안에 담긴 뜨거운 찻물.
그 위에 자신의 얼굴이 비춘다.
기다랗게 커튼처럼 내려온 머리칼 사이로 아슬아슬하게 비추는 이목구비.
이 녀석이 할 수 있을까?
지아는 다신 한번 그렇게 물어본 후, 입을 떼었다.
“저…… 같이 일해도 될까요.”
“!”
장 피디는 깜짝 놀랐다.
자신이 원하는 말이긴 했어도, 이 말부터 곧바로 나올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그가 반응을 못한 사이, 다른 곳에서 먼저 반응이 나왔다.
“물론이죠!”
“당장 오세요! 지금부터!”
우당탕.
의자까지 넘어뜨리며 몇몇 직원들이 그녀에게 달려와 설득한다.
“여기 정말 좋아요. 저희도 지아 씨가 있다면 정말 좋을 거예요!”
“여긴 진정한 천국입니다. 천국은 죽어서만 갈 수 있으니…… 억!”
장 피디가 허튼 말을 하는 사람 하나의 옆구리를 가격한 뒤.
지아에게 다시 웃어 보였다.
“지아 씨는 아몬드 채널 관리하시잖습니까?”
지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맞……아요.”
“처음부터 채널을 같이 관리해서 페이도 굉장히 세실 텐데. 여긴 그렇게 드릴 수가 없어서요.”
그 말에 지아는 황급히 손을 내저었다.
“아, 아녜요. 그런 건. 아몬드 채널에서 일할 때까지만 제가 도와드릴 수 있는 게 있을까 해서 온 거라…….”
“아!”
장 피디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도와준다는 거구나?
“저도 배울 수 있는 게 많을 거고…… 아몬드 채널에도 가짜 국대가 흥하는 게 도움이 되고 있는데…… 전 그냥 아무것도 안 하고 있잖아요. 그게 좀 그래서…….”
가짜 국대가 계속되는 동안, 그녀는 일이 없었다.
그나마 국가 대항전 커뮤니티 반응 같은 걸 쇼츠로 만들어서 올리고 있긴 하지만, 그것만으론 뭔가 성에 차지 않았다.
“알겠습니다. 흠.”
장 피디는 잠시 점잖은 척 차를 홀짝인다.
수많은 직원들이 뒤에서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장 피디는 수염을 한번 쓰다듬더니 외친다.
“합겨어어어어억!”
쿵.
그가 책상을 치며 누군가를 가리켰다.
“너. 노트북으로 가라.”
“……예?”
“신입 가르쳐야 하니까. 어? 오늘만 일단 노트북에 가. 자리는 내일까지 마련할 테니까.”
모든 사원들이 그에게 얼른 꺼지라는 듯한 눈초리를 보냈다.
“아, 아…… 알겠습니다!”
그 역시 당장 여기 일하겠다는 호구를 낚아야 하니 순순히 물러나 주었다.
“그럼 사수는 정우.”
“예!”
“네가 맡아.”
“알겠습니다!”
장 피디는 지아에게 다시 방긋 웃어 보이며, 친절하게 자리로 안내해 줬다.
“모시겠습니다.”
“아…… 네.”
하하하…….
지아는 회사 생활에 대한 기억을 극복하러 오긴 했는데.
‘괜찮은 건가.’
뭔가 다른 기억을 안고 떠날 거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그녀는 작은 주먹을 꼭 쥐었다.
‘해내는 거야.’
주혁이도 회사를 만들어 굿즈를 팔고, 아몬드도 이번 국가 대항전에 최선을 다하는데.
자신만 뒤처져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환영해 주는 것만 해도 어디인가.
신입이 왔다고 오두방정을 떠는 직원들을 보며, 그녀의 입꼬리엔 저도 모르게 미소가 걸렸다.
회사라는 조직에서 이런 환대를 받아본 적이 언제였던지 기억조차 없다.
물론 지금 뒤에서 함박웃음이 나오는 걸 겨우 참고 있는 장 피디의 표정이 조금 불안하긴 하지만.
“얘들아. 그때 우리 인력 부족하다고 패스한 거 있잖냐? 어? 그거 들어가자!”
“예!? 아니…… 그럼 한 명 충원한 의미가 없잖아요.”
“왜 없어! 그걸 할 수 있게 됐잖냐?”
“……와.”
잘해낼 수 있을 것이다.
지아는 스스로에게 그렇게 다독였다.
* * *
상현은 벌떡 일어나며, 자신의 아이디어를 말했다.
“한국…….”
“뭐?”
팡어는 뭔 말인가 했다.
“지금 저희 팀 직장인들은 다 한국으로 돌아갔잖아요?”
그 말에 팡어의 머리가 띵했다.
“어!”
주말 이틀 동안 바이킹, 페르시아전을 치르고 직장이 있는 사람들은 다시 직장으로 돌아가야 했다.
그들은 이번 주 금요일이나 되어서 다시 돌아올 것이다.
그러니까, 지금 조선은 200명이 아니다.
“어…… 그렇네. 생각해 보니.”
팡어는 오늘 늦잠을 자서 잘 몰랐던 모양이지만, 월요일까지 연차를 쓴 사람들마저 오늘 떠나면서 지금 호텔 방은 거의 텅텅 비어 있었다.
조선 팀 쪽이 직장인 비율이 상당히 높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이들의 복귀를 보고 해외 커뮤니티에선 조선이 징계를 먹어서 떨어진 게 아니냐는 말까지 돌 정도다.
“그럼 저희 숫자가 얼마 안 되잖아요. 굳이 통으로 예약할 필요가 없죠.”
“어…… 그렇지?”
팡어는 리스트에 있는 근처 캡슐방을 빌려야 한다고 매뉴얼에 나와 있던 터라, 그렇게만 알아보고 있었는데.
그걸 넘어 다른 지역으로 넘어가서 캡슐방을 예약할 수 있다면……?
‘우리에 대해서 숨기고 빌리면 되잖아. 이 근처에서나 시빌엠 국대라고 알고 있지. 다른 지역에선 어떻게 알아? 200명이 다 있는 것도 아닌데.’
한국 국대라고 안 빌려준다거나 하는 상황 정도는 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야! 너! 팍팍 돌잖아!? 게임만 뇌 빼고 하는 거구나!? 어!? 으하하하! 하기야! 안 그러면! 운동만 한 놈이 아성에서 그렇게 오래 비빌 수가 없지!”
팡어가 신이 나서 그의 머리를 마구 헝클어버렸다.
“여기선 이미 눈도장 찍혔으니까. 다른 지역으로만 가면 될 거 같은데? 오사카만 벗어나도 말이야!”
“그쵸. 어디로 갈까요.”
상현은 자신의 아이디어가 먹혔다는 것에 싱글벙글하며 물었다.
“몰라. 생각해 봐야지. 교토?”
그때였다.
소파 뒤쪽에서 신뢰감 가득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아. 그런 거라면 확실하게 한 고베 정도까지 가시죠? 좋은 풍경도 보고, 소고기 회식도 한번 하실 겸.”
“!?”
상현은 익숙한 목소리에 깜짝 놀라 돌아봤다.
“김주혁!”
주혁이었다.
“진짜 소환됐잖아?”
상현은 반가움이 한가득인 얼굴로 벌떡 일어났다.
“소환은 무슨…….”
“진짜야. 아까 내가 너 막 불렀거든.”
“놀랍게도 진짜 네가 소리치는 소리 듣고 오긴 했다. 로비에 들어오자마자 누가 한국어로 김주혁! 하는데 처음엔 잘못 들은 줄.”
“근데 너 여기 왜 있는데?”
주혁은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상현은 고개를 끄덕인다.
“오. 잘됐다.”
“그럼. 고베로 결정?”
주혁이 씩 웃으며, 서류 가방을 뒤로 걸친다.
“그…… 정말 그게 낫겠어요? 고베는 교토보단 멀지 않나…….”
팡어가 주혁을 보며 물었다.
왜 하필 고베인지 잘 모르겠으니까.
“예. 본선부터는 대절 버스 각 팀마다 있습니다. 그거 타고 가면 편할 거고, 원래부터 저희 8강 기념으로 소고기 회식이 예약되어 있습니다.”
“소, 소……!?”
그건 전혀 모르고 있던 바였다.
“예. 맞아요. 결정난 지 얼마 안 됐습니다. 8강 진출하면서 스폰서도 그렇고 전체적으로 손익분기점을 돌파해서. 이런 게 가능해졌죠.”
“와.”
팡어는 신나서 팔을 번쩍 들어 올렸다.
소고기 회식이라니. 그 엿 같았던 상사들과 가더라도 빠지지 않고 참여했던 게 바로 소고기 회식이다.
팡어는 그런데 불현듯 한국으로 잠시 돌아간 멤버들이 생각났다.
“그럼 한국에 간 애들은 어떻게……”
“아. 예. 그분들은 아쉽게도 이 회식엔 참가하지 못하시지만. 대신 일정이 다 끝나고, 또 전체 회식을 할 거니까요. 그때 참가하면 될 겁니다.”
“아하하. 그렇구나.”
팡어의 입이 헤벌쭉해진다.
눈앞에 소고기가 아른거린다. 고베의 소가 워낙 유명하지 않던가.
“그럼 결정!”
팡어가 손을 번쩍 들어 올리며 찬성했다.
“예. 그럼 고베로 하고. 제가 주최 측에 얘기해서 내일 버스 빼놓겠습니다. 캡슐방도 아마 내일 평일이라 텅텅 빌 테니까. 예약한다고 하면 싱글벙글할 테고. 오늘까진 걱정 없이 푹 쉬시죠.”
“아, 예. 감사합니다. 근데 우리 국가 대항전 팀인 거 들키면 안 해주니까…….”
“아, 예. 그거도 들었습니다. 총 64명 남으셨는데. 2~30명 정도씩 분리해서 한국인 단체 관광처럼 투어 회사 이름으로 잡아놓겠습니다.”
“캬!”
팡어는 육성으로 감탄을 날렸다.
일을 대신 해줄 사람이 왔다는 것부터가 이렇게 속이 시원할 수가 없다.
“아이고. 매니저님. 감사합니다. 아주 크게 될 사람이야! 대어! 으하하!”
팡어가 로비에 실례가 될 정도로 웃는 동안, 상현은 주혁에게 조용히 주먹을 슥 내밀었다.
“와줘서 고맙다.”
“너 보러 온 게 아니라, 돈 벌러 온 거야. 인마.”
톡.
둘의 주먹이 맞닿았다.
“어쨌든.”
헤헤.
상현이 맑은 표정으로 웃어 보였다.
간만에 보는 파트너의 얼굴은 반가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