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749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217화
71. 가짜 여행(4)
말은 안 했지만, 상현은 사실 꽤나 흥분했다.
‘와. 여행.’
그는 해외 여행이 처음인 것이다.
오사카에 온 것도 그래서 꽤나 두근거리는 일이었는데.
이제 여기를 어느 정도 돌아봤다고 생각되니, 또 새로운 여행지를 간단다.
물론 가짜 여행이지만, 그럼에도 버스 창가로 지나가는 풍경을 보면 두근거리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가짜 국대가 여전히 그의 가슴을 뛰게 하듯이.
가짜 여행도 여전히 그랬다.
* * *
약 한 시간 반 정도의 이동 후.
버스가 어느 풍경 좋은 한 마을에 멈췄다.
치이이익.
“오…….”
상현은 창가에 거의 얼굴을 찌그러뜨릴 정도로 갖다 대며 감탄했다.
마을 길을 따라 흐르는 적정한 너비의 강물, 그리고 그 너머에 보이는 하얀 성.
그것이 앙상한 가지마다 하얀 눈이 소복이 쌓인 것과 어우러져 꽤나 장관이었다.
“식사 전에 근처 관광 좀 하라고 들렀어요.”
주혁이 마치 수학여행 인솔하는 교사마냥 버스 앞에서 설명해 줬다.
“고베에서 서쪽으로 좀 더 와서, 히메지라는 곳입니다. 저기 보이는 게 히메지 성이고…….”
어떻게 저렇게 아는 게 많은지 이 말 저 말 순식간에 주절주절 떠든 후.
모두가 버스에서 내린 다음 자전거를 대여점으로 향했다.
-와 풍경 ㄷㄷ
-ㅈㄴ 예쁘다
-근데 학생들 자전거 타고 하교하는거? 벌써?
-시골인가봐
-점심시간에 하교를 하누 개부럽
-영화같당
시청자들도 지나가면서 잡히는 풍경에 감탄했다.
‘굉장하다.’
상현도 한시도 눈을 안 떼고 주변을 감상했다.
솔직히 대단히 웅장한 유적지라든가, 뭔가 특별한 관광 상품이 마련된 것도 아니었는데.
그저 이 마을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풍경 그 자체가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자전거를 타고 삼삼오오 하교하는 남녀 학생들. 그 뒤로 자연스레 보이는 눈 덮인 하얀 성과 졸졸졸 흐르는 시냇물.
아하하하하.
시냇물이 흐르는 소리만큼이나 듣기 좋은 학생들의 웃음소리.
상현은 자연스레 상상해 보지 않을 수 없었다.
아직 시간이 멈춰 있는 듯한 이곳에서 학교를 다니면 어땠을까.
아직도 함께이지 않았을까?
이런 풍경에서 자전거를 타봤다면 어땠을까. 저들처럼 꺄르르 웃어줬을까?
지금 지나가는 저 학생들처럼 목도리를 함께하고 걸었을까?
띵~!
자전거 벨 소리가 끼어든다.
“어이. 유상현. 뭐 해?”
목도리 너머 김 서린 안경을 낀 친구가 그에게 묻고 있다. 주혁이었다.
“아…… 어?”
“이거. 받아. 자전거.”
“아…… 그래.”
“여기 성 근처 공원 한 바퀴 돌고, 대충 아무 데나 다니다가 다시 돌아오면 돼.”
“성안에는 안 들어가고?”
“그건…… 자유인데. 교토에서 비슷한 거 워낙 많이 갈 수 있어서 비추천.”
“……여기 와봤어?”
“어. 어렸을 때. 그때랑 변한 게 없네.”
주혁이 씩 웃으며 하얀 입김을 흘린다.
“너랑 오게 될 줄은 전혀 몰랐다. 괴수 스폰서에서 해주는 거니까. 틈 나면 크아아아. 한 번 하고.”
“……오키.”
크아아아…… 라니.
이런 풍경 아래 어디서 그런 걸 하라는 걸까.
일단 상현은 머리에 넣어두긴 했다.
‘그래도 스폰서인데. 해줘야지.’
-아니 호두님 크아아아를 여기서 어케해요ㅋㅋㅋ
-수치사 ㅋㅋㅋ
-ㄹㅇ 냉정한 매니저군
-야외 크아아아 ㅋㅋㅋㅋㅋㅋ에반데
끼이익.
그때였다. 상현의 옆으로 왠지 레이싱 자전거여야만 할 것 같은 포스를 풍기는 사내가 하나 다가왔다.
“자. 가즈아!”
중대장 선글라스에 형광 산악복을 입은 팡어였다.
그런 차림으로 이렇게 예쁜 동네 마실 자전거에 올라타 있으니, 이렇게 이상할 수가 없었다.
-쉣 ㅋㅋㅋㅋ
-ㅠㅠㅠ
-시속 50키로로 달릴 거 같음
-자라니 패션 ㅋㅋ ㅅㅂㅋㅋ
-He is Chinese
상현은 왠지 이 사람과 함께라면 되겠다 싶어, 대답 대신 외쳤다.
“크아아아아!”
“???”
팡어는 갑자기 공룡 소리를 내는 것에 당황하여 흠칫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바로 시행ㅋㅋㅋ
-앜ㅋㅋㅋㅋ
-진짜를 만나버려서 컨셉 깨졌누 ㅋㅋㅋ
-단번에 미친놈 서열정리 ㄷㄷ
-단소 살인마조차 흠칫 ㅋㅋㅋㅋ
그런 후, 상현은 먼저 자전거를 타고 공원 길을 따라 나아가기 시작했다.
그의 뒤로 마치 게임에서처럼 궁수 부대의 일원들이 따라붙기 시작했다.
숫자가 많다 보니 각자 친한 사람끼리 찢어져서 자연스레 이렇게 된 것이다.
“저도! 저도! 같이 가요오오!”
그런데, 팡어 롸떼 스팸 당근 말고도 그 뒤에서 급하게 따라오는 사람이 하나 있었다.
“어?”
“저 기억하시죠?”
머리를 길게 기른 대학생 정도로 보이는 남자였다.
자신을 기억하냐는 말에 상현은 꽤나 자신 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 네. 기억하죠!”
“형 왜 갑자기 존대를…….”
“…….”
“저, 저도 궁병이에요. 페코리노!”
-페코리노 나 기억나는딩
-솔직히 기억못하는중 ㅋㅋㅋ
-반말 존댓말도 모르넼ㅋㅋㅋㅋ
-오 간만이네
-누구?
-ㄴㅇㄱ
“아. 그래. 페코리노! 기억한다니까? 시청자랑 말한 거야.”
“아. 역시 프로 스트리머! 저도 이번에 그냥 휴학 때렸어요. 근데 저희 팀은 다 한국으로 가서…….”
“어. 일로 따라와 그럼.”
“예!”
이에 팡어가 휙 끼어들며 말했다.
“아니…… 내가 대장인데. 왜 아몬드한테 허락을…….”
이에 페코리노는 씩 웃으며 대답했다.
“형님은 바지시잖아요.”
“……칫.”
뒤쪽에서 롸떼가 놀리듯이 외쳤다.
“열즈엉! 열즈엉! 열즈어어엉! 궁수부대는 바지여도! 최사랑 산악회는 대장이십니다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바지대장ㅋㅋㅋ
-ㄱㅊ 최사랑 산악회 대장은 팡어다~ 이말이야~
-ㅋㅋㅋㅋㅋ롸떼쉑ㅋㅋㅋ
-솔직히 무직함대 대장은 팡어줘라 양심적으로 ㅡㅡ
그렇게 상현은 선수들과 공원을 쭈욱 돌며 풍경을 구경한다.
자전거를 타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히메지 성의 둘레길을 도니, 마음이 정화되는 듯했다.
“와. 이쁘다.”
“우리 사진 찍자.”
“좋지.”
다들 잠시 자전거를 멈추고, 휴대폰을 꺼내 풍경 사진을 찍는다.
상현은 오른손이 덜덜 떨리는 탓에 사진이 흔들렸다.
다시 왼손으로 잡고 찍으며, 상현은 누군가를 떠올렸다.
‘그 사람은 어떻게 하려는 거지.’
그는 잠시 고민하더니. 팡어에게 말했다.
“형. 잠시 돌아가서 누구 좀 데려올게요.”
“어? 뭐? 누구?! 같이 가!”
* * *
선수들이 한바탕 자전거를 타며 즐기고 있을 때.
지이이잉…….
한참 느리게 공원을 돌아보는 한 사람이 있었다.
조금 더 나아가던 휠체어는 어느 커다란 나무 밑에 자리를 잡고 멈춰 섰다.
하얗고 거대한 성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여행이 얼마 만인 거지.’
그녀는 신체적 여건상 이런 소도시 여행은 거의 즐길 수 없었다.
물론 돈을 크게 들인다면 가능했겠지만, 그렇게까지 해서 가고 싶지 않았다. 같이 갈 사람도 딱히 없었으니까.
같이 갈 사람들이 많았을 적도 있었지만, 그땐 시간이 없었고.
아이러니하게도 남의 부탁으로 인해 참가한 대회에서 그녀는 마침내 여행을 왔다.
그것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과…….
‘그래도 혼자구나.’
이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도 어찌 됐든 결국 혼자긴 했다.
아마 성격 탓이다.
씁쓸한 내음이 입가를 지나간다.
익숙한 느낌이지만 가끔은 새로운 것도 좋지 않을까. 조심스레 생각해 본다.
그녀는 부러 길가를 신나게 돌아다니는 행인들과 눈을 마주치지 않고, 성만 또렷이 바라보았다.
하얀 눈이 쌓인 성의 끝자락, 검은 기와와 파란 하늘.
끼이익.
그때, 그녀의 시야 밑으로 누군가 멈춰 섰다.
“그거 느리지 않아요? 다 못 돌아보실 거 같은데.”
“……?”
상현이었다.
그가 자전거를 기울여 한 발로 멈춰 선 채 서 있었다.
“보기보단 빨라요.”
사랑은 무안한지, 장난스레 받아치려 했다만, 통하지 않았다.
“에이. 자전거보단 느리죠.”
이렇게 말하며 상현이 자전거를 잠시 세우고 내렸다.
“태워드릴게요. 주혁이가 꼭 다 돌아보라고 그랬거든요.”
“괜찮은…….”
그러자 뒤쪽에서 사람들이 더 몰려왔다.
“가즈아아! 타즈아아아!”
팡어였다. 그 외 다른 멤버들도 다 와줬다.
“최사랑 산악회장! 팡어입니다! 제 뒤에 타시겠…….”
“여기.”
그 말이 끝나기 전에 사랑은 다급히 상현을 툭툭 친다.
“여기 탈게요.”
-도망가냨ㅋㅋㅋㅋ
-이분 혼자 계셨구나
-산악회장도 박탈이냐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명색이 최사랑 산악회인데 ㅠ ㅋㅋ
-팡어 그는 훌륭한 발판이었습니다 ㅠㅠㅠ
팡어는 풀이 죽어 중얼거린다.
“아…… 난 커브샷 명령이 내려올 때 솔직히 뭔가 통하는 게 있는 줄 알았는데.”
“……있었겠냐구요.”
당근이 헛웃음을 치며 나무란다.
-컨셉이야 뭐얔ㅋㅋㅋㅋ
-커브샷 명령으로 결혼까지 생각한 팡어 ㄷㄷ
-앜ㅋㅋㅋㅋ
-그나저나 아몬드 착하다 ㅠㅠ
-아직도 커브가 아니라 직구만 쏘는 팡어 ㅠ
상현은 사랑을 부축해 자전거 뒤에 안전하게 태웠다.
속도보다는 철저히 생활용 자전거인지라 아주 쉽게 태울 수 있었다.
‘1…… 2…….’
사랑은 자신이 얼마나 오랜만에 자전거를 타는 건지 계산해 봤다.
‘10년.’
무려 10년 만이었다.
아주 어렸을 적 말고는 타본 적이 없었으니까.
더군다나 누군가의 뒤에 탄다는 건, 그녀의 아버지가 태워주던 기억뿐이었다.
“출발합니다.”
후웅─
아까만 해도 시리던 바람이 시원하게 머리칼을 빗어준다.
혼자서 바라보던 성 끝자락 처마 밑엔 생각보다 많은 것들이 있었다.
수많은 나무들, 티 없이 웃는 학생들, 청량한 소리로 흘러가는 냇물.
그 안에 보이는 비단 잉어와 오리, 정체를 알 수 없는 커다란 새들. 늦겨울에도 피어나는 생명들.
크게 뜬 눈으로 찬바람이 너무나 많이 들어간 모양이다.
풍경이 점차 호수에 잠긴 것처럼 일렁거렸다.
“이런 데서 학교 다녔으면 좋았겠죠?”
상현이 아무 말 없이 가긴 무안했는지 질문을 던진다.
그녀는 눈을 감아 털어버리며 대답했다.
“네. 좋았겠네요. 그랬으면.”
***
자전거 타기 등의 일정을 마치고, 일행들은 다시 고베시로 돌아와 예약된 소고깃집에 들어갔다.
팡어는 처음엔 ‘백숙 묵자니까! 뭔 소고기야!’ 등의 말을 농담으로라도 내뱉었지만, 고베의 소고기 맛을 본 뒤로는 입을 다물고 그저 먹는 것에만 집중했다.
가짜 국대 촬영진이 한마디라도 해달라고 부탁할 정도였다.
그건 상현도 마찬가지였다. 은근히 기름진 걸 좋아하는 식성 때문인지 몇 조각씩 기름진 소고기를 내주는 이 방식이 그에겐 딱 맞았다.
의외로 식빵은 너무 기름지다며 자신은 입에 안 맞는다고 말했다. 그래도 커피가 뺏어가려 할 때만큼은 자기 입안으로 다 넣어버리는 훈훈한 모습을 보여줬다.
“자. 이제…….”
음식점에서 나온 후.
멤버들은 꽤나 긴장된 눈초리였다.
“본 게임이죠?”
주혁이 시간을 확인하며 말했다.
한국에 있는 선수들과 약속된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갑시다.”
그들은 어느 때보다 철저히 관광객인 듯한 몸짓과 표정으로 근처의 캡슐방으로 향했다.
* * *
“그래? 다 그냥 관광을 갔다고?”
텅 빈 캡슐방에 입성하며 한 남자가 되묻는다.
“예. 고베로 놀러 갔다는데요? 아무래도 한국은 프로 활동이 없으니까…… 직업 때문에 한국으로 돌아간 선수들도 상당한 비율입니다.”
“뭐? 놀러 가? 이 자식들…… 도발인가?”
일본의 총지휘관 링고.
그는 조선이 심리전을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어떤 면에선 맞는 말이지만, 그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받아들이는 듯했다.
“아무래도…… 도발일 수도 있겠지만, 그냥 놀러 간 게 아닐까요?”
“……그냥? 국가 대항전 8강을 앞두고 그냥은 없다. 이건 명백한 의도가 있어.”
“…….”
누가 도발을 하려고 연습을 포기한단 말이야. 그냥 연습을 못 하게 돼서 관광이라도 하는 거겠지…… 라고 옆의 남자는 생각했으나, 굳이 내뱉지 않았다.
링고의 생각을 방해해선 안 됐다.
링고는 조금 이상한 사람이지만, 분명 날카로운 면이 공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괜히 그가 일본의 총지휘관인 게 아니다.
“혹시 말이야. 관광에 쿠키도 참여했나?”
“아뇨. 쿠키는 보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왜요?”
“역시…… 난 쿠키가 페르시아전에서 3경기까지 나오지 않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어.”
링고의 사고에서 16강에서 쿠키의 판단은 미친 사람에 가까웠다.
좋은 의미에서가 아니라, 정말 정신이 나간 판단이었던 것이다.
아무리 후보 지휘관이 뛰어나다 해도 1경기를 이기고 그렇게 2, 3경기를 다 맡기는 경우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특히나 조선 같은 팀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들에게 분명 본선의 의미가 클 테니까.
“또 그 소리십니까?”
“그럴 수밖에 없잖아. 이상하다니까. 무슨 사정이 있었던 거야.”
“……있었다고 해도 저희가 알 방도가 없죠.”
“알아내야지. 8강에 다시 쿠키가 나오는 건지, 최고다…… 그 어쩌고가 나오는 건지. 어느 정도는 알아야지.”
링고는 자신만의 추측으로 조선에서 다음 지휘관이 누가 나올지 추려내려 했으나.
그의 머릿속은 이미 대혼돈이었다.
‘대체 어떻게 지휘관이 둘이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