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75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75화
27. 다이아를 향해(1)
펑크 사에서는 점심부터 술자리가 벌어졌다.
오늘은 한 부서가 아예 저녁 업무를 제치고 점심부터 놀아버리기로 한 것이다. 이는 이사진의 제의였다.
정말 흔치 않은 포상이었다. 그 최대 공신은 다름 아닌 오 실장이다.
지금 가장 큰 목소리로 떠들고 있는 저 배불뚝이 오 실장.
“어때요? 예? 아몬드 제가 데려온 겁니다! 으하하하!”
퉁! 퉁!
그는 더 부풀어 오른 듯한 배를 두들기며 특유의 유쾌한 웃음을 터뜨렸다.
“자~ 받아! 받아! 내가 돌린다!”
아예 축제라도 진행하듯이 혼자 일어나서 술병을 돌리고 있었다.
술을 받는 사람들마다 다 한마디씩 건넨다.
“참내. 오 실장은 복도 좋구만.”
“아니, 처음엔 왜 저런 하꼬를 데려오나 했다니까? 명색이 펑크 파트너 스트리머인데.”
“이번에 제작사들이 다 우리 쪽으로 설설 긴다며? 아몬드 광고 한번 줄 서보려고.”
“저런 스타성을 가진 놈이 우리 파트너라서 그냥 공짜로 광고를 해준다는 거잖아. 제기랄. 오 실장 이번에 승진하겠네.”
“히야. 등장하자마자 전자파랑 비비는 스트리머라면 뭐…… 말 다 했지.”
“처음엔 진짜 힘들었잖아. 그놈 섭외하는 거.”
아몬드를 섭외하는 게 쉬운 과정은 전혀 아니었다. 다들 그가 미쳤다고 생각했다. 아몬드가 오 실장의 숨겨둔 조카라는 말까지 떠돌았다.
그러나 이젠 그 평가는 180도 바뀌어버렸다.
해체 분석기에서 아몬드가 보여줬던 스타성은 분명했다. 누구의 눈에나 명확히 보일 만큼.
아몬드는 단순히 게임을 잘하는 것뿐만이 아니었다.
그는 타고난 방송인이다.
그 어렵다는 ‘살아남아라!’ 테스트를 진행하면서도, 계속 방송을 진행하듯 채팅을 읽어줬던 아몬드의 모습은 모든 사원들의 뇌리에 박혀 있다.
“그 와중에 채팅을 읽는데, 난 이 새끼 될 놈이다 했지. 으허허허!”
“이거 우리끼리 말인데, 사실상 전자파 개바른 거 아니야? 어? 아니, 우리 아몬드는 이제 막 시작했잖아? 게다가 채팅도 읽으면서 했잖아?!”
“이 양반 언제부터 ‘우리’ 아몬드냐! 푸하하!”
펑크 사의 직원들은 전자파를 은근히 견제하는 경향이 있다.
자기들 소속이 아닌 대형 스트리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에겐 아몬드가 더욱이 보물로 느껴졌다.
“전자파 비켜! 아몬드 나가신다아아!”
아몬드는 어쩌면 전자파의 아성을 뛰어넘을 수 있을 것 같으니까.
“크으!”
“이 사람들 너무 취했네. 어? 으하하.”
오 실장은 그런 그들의 모습을 보며 만족스레 웃었다.
‘보람이 있네.’
한눈에 보고 알아챈 원석이 드디어 빛을 발할 때.
그 어느 때보다 자신의 일이 보람이 있었다.
“하, 오 실장님. 수고 많으셨습니다아아……!”
부하 직원 하나가 벌써 술에 취해서는 술잔을 들이민다.
“저희도 솔직히 의심했다니까요…… 실장님이 아몬드 때문에 그 촬영장까지 가신다는 거 듣고…… 와 진짜 저건 조카다! 아님 첫사랑이랑 사고 치고 낳은 아들이다! 하고…….”
그 말에 부서 전체가 떠들썩하게 웃었다.
특히 오 실장이 왁자지껄하게 폭소했다.
“야! 내가 거기 딱! 가 있어야 판타지아 그 새끼들이 허튼짓을 못 하지. 그래서 지금 결과가 어때?”
“오집니다! 마…… 맞쑵니다아!”
부하 직원이 소주잔을 높이 치켜들며 외쳤다.
“우아이씨……. 아! 아! 아몬드를 위해애애!”
“위해애애!”
짠!
가득 따른 술이 넘칠 정도로 잔을 세게 부딪히며, 한낮의 축제 분위기는 이어졌다.
그 후, 곧 오후 3시가 되었다.
“오늘 그냥 하루 종~일 달리자고! 이사님이 내일도 다 오프라고 하셨다며!”
“어……? 자, 잠깐.”
해롱거리던 오 실장은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
[아몬드의 스트리밍이 시작됐습니다.]때 아닌 이른 시간의 방송 알림.
아몬드였다.
“야, 야. 나 잠깐 담배 좀 피고 온다?”
“에? 아니 2차 어디 갈지 정해! 아니 근데 담배를 왜 혼자 가?!”
“화장실! 큰 거!”
“에라이! 밥 먹는데!”
오 실장은 동료에게 그렇게만 말하고 얼른 밖으로 나와서 방송에 입장했다.
‘이거 괜히 다 같이 봤다간…….’
사실 아몬드 덕에 만들어진 술자리인지라, 다 같이 방송을 보는 게 맞았다. 하지만 한참 분위기 좋을 때인데, 찬물을 끼얹고 싶지 않았다.
혹시라도 시청자가 크게 늘지 않았거나, 오히려 줄었을 수도 있다.
아주 적은 확률이지만, 변수가 워낙 많아서 아예 없는 일도 아니다.
요즘 같은 시대일수록 유명세라는 게 진짜 한 순간이었다.
한 번의 촬영이 흥했다고 바로 시청자 수로 결과가 나오리란 보장은 없었다.
오 실장은 담배를 한 모금 길게 빨았다.
“후우. 어디 보자. 우리가 본 그 스타성이 맞는지.”
하얀 연기를 뱉어낸 후, 긴장되는 마음으로 아몬드의 인트로 송이 끝나길 기다린다.
제대로 방송이 시작돼야 시청자 수를 볼 수가 있다.
‘얼마냐. 얼마야…….’
일전에 아몬드 방송이 한번 펌핑돼서 약 4-5천의 시청자를 확보했었다.
사실 그것도 얼마 되지 않은 상황이라 언제 거품이 꺼질지 모른다. 실제 평균 시청자는 2-3천으로 잡는 게 현실적이다.
‘6천만 넘자. 6천.’
딱 2배 상승.
생방송 시작하는 순간 6천을 넘긴다면, 펑크 파트너로서 전혀 손색이 없는 숫자다.
이제 겨우 한 달도 안 된 스트리머라는 걸 감안하면, 손색이 없는 걸 넘어서 굉장한 수치.
‘아니다. 7천 넘자. 7천…….’
오 실장은 욕심을 더 부려본다.
‘나 이번에 진짜 승진하고 싶다. 상현아! 제발!’
오 실장의 눈을 질끈 감는 그 순간.
팅!
인트로 송이 끝나고, 상현의 얼굴이 등장했다.
-트하!
밝은 목소리와 함께 화면에 표시되는 채팅창.
그리고 시청자 수.
[현재 시청자 : 8.3천]“……!”
쿵!
그는 담배를 내다 버리고 얼른 다시 문을 박차고 들어갔다.
“야아아! 지금 생방 봐! 생방!”
갑작스런 고함에 멍하니 쳐다보는 사원들에게 그가 한 번 더 외친다.
“아몬드 생방! 지금 켰어!”
* * *
꿀꺽.
화면을 보고 있던 주혁은 마른 침을 삼켰다.
“와…… 씨. 이거 엄청 빠른데?”
점점 올라가는 시청자 수가 예사롭지 않았다. 처음 볼 때부터.
그리고 결국 8천 선이 돌파되는 순간.
“!”
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러고는 마치 야수처럼 포효했다.
“크아아아아아아오!”
별 희한한 소리가 튀어나왔지만, 뭐 어떤가. 여기엔 상현과 주혁뿐이고.
상현은 노이즈 캔슬링이 너무나 완벽한 캡슐 안에 들어가 있었다.
게다가 주혁은 자신이 뭔 소리를 냈는지 인지할 겨를도 없었다.
“오, 오후 3시에 8천이라니. 미친.”
어제의 이슈 때문에 초반에만 몰리는 ‘기자형’ 시청자들일 수도 있긴 했다.
그러나 그 또한 관심이라면 관심.
게임을 보러왔든, 기록 갈아치운 놈 얼굴이나 보러왔든.
어떻게든 이 숫자를 유지하기만 한다면, 아몬드는 중견 스트리머로 나아갈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다.
‘좋아. 아주 좋아…….’
주혁은 기분이 좋았다.
스트리머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이 꿈에나 그릴 그런 자리에 지금 도달하기 직전인 셈이다.
매니저로 시작한 그로서도, 당연히 좋은 순간이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최고의 순간엔 그 틈을 비집고 들어오는 걱정이 있다.
「흑염룡은 아니고. 트라우마.」
양궁과 관련된 과거, 그리고 오른손.
이 두 가지에 대한 상현의 거부 반응이 예사롭지가 않다. 일전에 잠시 다퉜을 때도 그렇고…….
저번에 의사와 상담하고 나왔을 때의 그 어색한 분노 연기도…….
적어도 저 이슈에 대해서만큼은 너무나 불안정해 보였다.
‘생각보다 깊이 각인된 것 같아.’
주혁이 예상했던 것보다도 훨씬 그 상처는 깊었던 것 같다.
대체 어떤 느낌일지 그는 감히 상상도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빗대어 보자면 평생을 함께한 연인을 잃어버린 기분이었을 터다.
‘진짜로 알려지는 게 싫을까?’
예전의 주혁이었다면, 상현의 과거 이력이 ‘셀링 포인트’라고 생각해서 언젠간 널리 알려야 된다고 생각했을 테지만.
지금은 아니다.
상현은 진심으로 그때의 기억을 거부하고 있었고, 주혁도 그 진심을 느꼈다.
‘네가 아직 준비가 안됐다면…….’
만약 상현이 아직 준비가 된 게 아니라면, 굳이 그 사실을 알릴 필요는 없어 보였다.
이미 너무나 잘되어가고 있으니, 셀링 포인트라는 게 굳이 필요한 상황도 아니었다.
오히려 독이 될 확률이 높아 보인다.
‘그래. 누구에게나 팔 수 없는 기억이라는 게 있지.’
그는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판타지아 채널의 제작진 중 연락 담당이다.
“아. 네. 저 아몬드 매니저 김주혁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편집본 제작 때문에요.”
“예? 편집본은 왜요?”
“앞에 양궁 쏘는 부분은 빼주세요.”
“……예?”
“그거 없어도 재밌잖아요.”
“아…… 아, 아몬드 님 의견인가요?”
“당연하죠. 괜히 프로 선수들 심기 건드리기 싫다고 빼고 싶다네요.”
“그…… 출연자분 의견이 제일 중요하긴 한데요…… 계약 사항이란 게 있고…… 저희는 이미 촬영분을…….”
“계약이요? 아! 말 잘하셨네! 그때 협의했잖습니까? 저희가 빼고 싶은 부분은 뺀다고. 그게 중요한 장면도 아니고.”
“아, 알겠습니다. 전달하겠습니다.”
탁.
전화가 끊겼다.
“하여간 방송국 새끼들…….”
라이브 때 나간 건 별수 없지만, 편집본의 시청자 수가 20배 이상으로 많기 때문에 이거라도 막는다면 훨씬 나을 터다.
지이이이잉.
곧바로 다시 전화로 연락이 왔다.
[풍선껌 매니저 – 박성태]이건 조금 다른 전화였다.
* * *
시청자 8천.
이 숫자 앞에서 상현은 그저 멍하니 채팅창을 보고만 있었다.
-와, 아몬드 월클이네 ㅋㅋ
-이제 나작스 아몬드는 없어지는 거야? ㅠㅠ
-헐. 사람 숫자 미쳤다 ㅋㅋㅋ
-와 ㅋㅋㅋㅋ 어제 방송 효과가 확실한가 봄
-ㄹㅇㅋㅋ
-아하아하!
굳이 그가 8천이라는 숫자를 언급하지 않아도, 이미 시청자들이 알아서 말하고 있는 상황.
아무리 애써서 시청자 숫자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으려고 해도, 이걸 무시한다는 게 되레 더 부자연스러웠다.
마치 바로 옆길에서 연쇄 30중 추돌사고가 일어났는데, 그냥 휘파람이나 불며 지나가는 것처럼.
이건 무시하는 게 오히려 더 불편해 보일 상황이었다.
“간만입니다. 여러분. 근데……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오셨군요!”
아몬드가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캬, 월클!
-Hi from indonesia!
-진짜 외국인들도 있음ㅋㅋㅋ
-말 그대로 월클ㅋㅋㅋ
-전자파 이겼으니 뭐
-ㅎㅇㅎㅇ
-해분기 보고 팬 됐어요! 꺄!
-뉴비들 대거 입성;;
상현의 언급에 수많은 유입 시청자들이 인사를 건넸다. 한눈에 보기에도 정말 낯선 닉네임들이 많았다.
오늘은 정말이지 아예 다른 방송에 온 느낌이었다.
‘이거 은근히 긴장되네.’
분명 자기 방송이고, 익숙한 환경이다.
그런데 완전히 다른 곳에서 방송하는 듯했다. 채팅창 채팅이 이렇게나 중요했구나.
‘뭐라고 말해야 하나?’
아몬드는 말문이 막혔다.
[루비소드 님이 ‘5천 원’ 후원했습니다.] [가, 갑자기 너무 월클이라고…….]그때, 낯익은 닉네임의 후원이 들어온다.
아몬드의 입이 절로 움직였다.
“아. 루비소드 님. 늘 감사합니다. 월클이라뇨. 아직 이코노미입니다.”
-이코노미 ㅋㅋㅋㅋ
-엌ㅋㅋㅋ
-그 클래스 아닌뎈ㅋㅋㅋ
[가지볶음 님이 ‘5천 원’ 후원했습니다.] [시청자가 복사가 된다고……! 어?!]또 낯익은 이름이 하나 더 나온다.
“가지볶음 님. 시작부터 후원 감사합니다. 시청자가 진짜 복사가 돼버렸네요. 하하.”
자연스런 웃음이 흘러나왔다.
뭔가 막혔던 맥이 탁 풀리는 느낌이었다. 다시 집에 돌아온 느낌이다.
올드 유저들 덕분이었다. 아몬드의 방송 첫날부터 함께 해준 그들.
그들이 있다고 생각하니, 얼어붙었던 모든 것들이 사르르 녹아 없어진다.
“시작부터 흐름이 좋네요.”
멘트도 잘 흘러나온다.
방송을 할 때면 어떤 흐름, 기류 같은 게 있는데.
지금 딱 기류가 안정적이었다.
“이제 게임해야죠?”
마치 1천 명을 상대할 때처럼, 아몬드는 편안한 기분이었다.
-오늘은 뭐 함?
-게임 ㄱㄱㄱ!
-배틀 라지지!
“아, 오늘 할 게임은??”
[킹치만 협회장 님이 ‘1천 원’ 후원했습니다] [킹덤 에이지입니다! 제바류ㅠㅠ]“배틀 라지!”
-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킹치만 협횤ㅋㅋㅋㅋ
-킹덤 무새들 진짜 끈질기닼ㅋㅋㅋ
-시밬ㅋㅋㅋ 눈물이 앞을 가리네
-언젠가 해줘요, 형!
“배틀 라지 다이아 가기로 했잖아요? 당연히 배틀 라지 갑니다.”
-오, 그 약속 지키는 거구나 ㅋㅋㅋㅋ
-와우! 대단!
-진짜 하는 거야?
-홀리 쒯.
그렇게 다이아를 향한 여정이 다시 시작됐다.
8천여 명의 시청자들과, 그리고 그와 처음부터 함께해 준 그들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