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750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218화
71. 가짜 여행(5)
한편, 장 피디의 사무실.
지아는 처음에 이 사무실에 있는 사람은 전부 편집자라고 생각했었지만, 실상은 그렇지만은 않았다.
나름대로 분업이 되어 있었다. 어떤 사람은 편집에 쓰일 커뮤니티 정보만 긁어서 오는 게 일이었다.
아몬드 채널에선 주혁이 그 일을 겸사겸사 해줬지만, 이것도 사실 사람 하나를 고용해서 할 법한 일인 셈이다.
딸깍.
그는 각종 커뮤니티들을 모니터에 띄워놓고, 장 피디와 상의하며 어떤 것들을 스크랩할지를 정했다.
지아는 돌아가는 방식도 배울 겸 어깨너머로 잠시 관찰했다.
커뮤니티엔 현재 방영 중인 ‘가짜 여행’에 대한 반응들이 올라와 있었다.
[팡어 등산복 찰떡이네 ㅋㅋㅋㅋㅋ] [가짜여행 보는데 와 저기 가고 싶다] [저기 지역 광고 받은거임? 첨보는데인데. 가고싶누]대체로 반응은 좋은 편이었다.
장 피디 왈, 아직까지 일반인에 가까운 멤버들이 대부분인데. 라이브로 이 정도 반응이 나온다는 건 편집본을 짜게 되면 훨씬 좋다는 뜻이라고 한다. 지아도 일견 동의하는 바였다.
직원은 개중에서도 추천을 많이 받은 게시물 몇 개를 스크랩한다.
[아몬드 자전거 타는 씬]첫 번째는 아몬드가 찍힌 장면을 따로 스크린샷으로 찍어 올린 게시물이다.
-와
-바로 일본 로맨스 영화 뚝딱
-캬
-걍 청바지에 롱패딩인데 왜 영화가 나오는건데 ㅅㅂ
└ㄹㅇ 내가 입으면 스탭인 줄 알고 감독님이 비키라했을 듯 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ㄹㅇ
-아몬드 되게 좋아한다…… 자주 웃네
└ㅇㅇ 전에 브이로그에서 해외 여행 첨가본대
└선수하느라 못놀러다녀봤다고 나도 들은듯 ㅠㅠ
-웃는게 예술이네
└ㄹㅇ
└진짜 좋아서 나오는 표정
-그 뒤에 바로 코리안 바이서클 레이서 팡어가 있다는게 개웃긴데 ㅋㅋㅋㅋㅋ
└ㄹㅇㅋㅋㅋㅋ
└ㄹㅇ뒤에 일본 성이 있는데도 한국처럼 보이게하는 매직 ㅋㅋㅋㅋㅋ
다음으로 인기가 많은 게시물은 팡어에 대한 것이었다.
[나 길 가다가 팡어 마주침]그 게시물에는 사진 한 장이 올라와 있었는데. 북한산을 향해 올라가는 아저씨들이 찍힌 사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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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백숙 가격이 올라서 불만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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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뻘하게 터지누
-어이가 없네 ㅋㅋㅋㅋ
-K 수어사이드 스쿼드 ㄷㄷ
-한 명 한 명이 지하철 레전드 주인공 같이 생겼음 ㄷㄷ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ㄹㅇ
└전설 좀 더 쌓으면 나중에 화신될듯 ㅋㅋ
└ㅁㅊㅋㅋㅋㅋㅋ
└성소가 허락한 무기 “단소”
-고담 서울엔 9명의 용사들이 있었다……
└1호선~9호선이라 9명임?ㅋㅋㅋㅋㅋ
└ㅅㅂㅋㅋㅋㅋㅋㅋ
└앜ㅋㅋㅋ
└분당선은 안쳐주네ㅂㄷㅂㄷ
이후 이런 팡어 목격담이 수도 없이 많이 올라왔다.
고등학교의 국사 선생님부터, 강변의 자전거 타는 아저씨, 막걸릿집에 모여 있는 아저씨 등등.
죄다 팡어라고 불리기 시작했다.
-팡어가 몇 명인건데 대체
-팡어 언제 분신술을 익혔누 ㅋㅋ
-???: 나는 군단이다
이런 것 외에도 [소고기 회식 짤] 이라던가, [다 같이 자전거 타는 장면] 등…….
팀원들이 모여서 노는 장면들이 생각 외의 주목을 받고 있었다.
대체로 반응은 이랬다.
-간만에 평화롭고 보기좋네
-이게 라이브에서 나온 장면이라니 ㄷㄷ
-이거 가짜국대로 보면 쩔겠다
-자전거 줄지어가는게 진짜 이쁘다 풍경
이번 여행은 선수들에게도 힐링이었지만, 보는 이들에게도 그랬던 것 같았다.
‘주혁이가…… 또 해냈구나.’
지아는 보면서 주혁의 기획력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장면을 직접 찍은 건 현장에 투입된 프리랜서 카메라맨들과 작가들이었지만.
사실 시작은 주혁이 스폰서에 부탁해 선수들 분위기 환기를 위한 여행을 기획한 것이다.
거기에 더해 캡슐방 빈자리를 찾아 떠난다는 목적이 추가되면서 이번 여행 컨텐츠가 완성됐다.
결과는 최상이었다.
괴수 음료의 광고가 들어갈 만한 장면이 시도 때도 없이 나오는 건 물론이고, 주목도 역시 높았으며, 캡슐방 역시 해결된 듯했다.
“이야. 때깔 잘 나왔네. 좋아.”
장 피디 역시 이번 결과물에 만족하는 거 같았다.
그는 편집팀 쪽으로 향해서 광고 배치를 먼저 정하기 시작했다.
“이쯤에 괴수. 어. 그래. 크아아아. 하는 거…… 그건 여기?”
* * *
시내의 평범한 한 캡슐방.
그곳의 사장인 사토우 씨는 오늘 희한한 예약이 되어 있다는 걸 발견한다.
“어? 이건 뭐야?”
“아. 오늘 한국인 관광객들이 온다고 해서요. 미리 예약됐어요.”
“……캡슐방을 무슨 2~30명이 온다고. 한국이 캡슐방은 더 좋지 않나?”
“그러게요? 일본이 먹을 게 더 잘되어 있는 걸까요?”
관광 중에 캡슐방을 한 번씩 재미 삼아 들르는 사람들은 있었다만, 이렇게 예약을 하고 본격적으로 오는 사람들은 처음이었다.
“노쇼 걱정하시는 거죠?”
“아무래도.”
사람이 많이 예약되면 사장으로선 좋지만, 사토우 씨는 관광객들의 노쇼가 잦다는 걸 알고 있었다.
이런 규모가 노쇼를 한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
“하지만 원래 좀 한가한 타이밍이라, 일단 받아뒀어요.”
“그래…… 뭐, 잘했네.”
사토우 씨는 뭔가 찜찜한 듯 끄덕였다.
당장 매니저에게 뭐라 하기도 애매했다. 이들이 정말 노쇼한 것도 아니니까.
다행히 관광객들은 제대로 모습을 드러냈다.
띠링.
방울 소리가 울리며 등장한 무리는 척 봐도 예약했던 그자들이다.
‘왔다.’
그가 알던 한국인 관광객들의 모습이었다.
캡슐방에 오는데도 모델처럼 차려입고 메이크업을 다 마친 채라거나, 덩치 좋은 남자들이 요상한 서류봉투처럼 생긴 가방을 들고 다닌다 거나.
에베레스트에 갈 정도의 등산복을 차려입고 형형색색 스카프를 두르고 있다거나.
아니면 그냥 무채색의 꽁꽁 싸맨 패딩을 입는다거나.
‘응?’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왜 다 섞여 있지?’
보통 한 부류는 통일된 특성을 띠는데. 이쪽은 무슨 종합 선물 세트마냥 전부 섞여 있었다.
하나하나 보면 분명한 관광객들인데, 모아놓고 보면 이상한 것이다.
패션마다 ~~계라고 칭하며 구분 짓는 일본의 문화에선 더욱 그 이질감이 쉽게 눈에 들어왔다.
그렇다고 서로 지인들이 아닌가 하면, 그런 거치고는 너무 다 가까이 붙어 있었다.
“아. 예약했습니다.”
관광 안내자로 보이는 사람이 예약했다면서 말을 건네오는 터라, 사토우는 더 신경 쓰지 못했다.
“아. 예. 성함이…… 키무 상?”
“예. 맞습니다.”
주혁은 영어만큼은 아니어도 일어도 꽤 통하는 편이었다.
“자리는 마련된 거죠?”
“그렇습니다만 특별히 개인석을 지정하시진 않아서…….”
“지정석은 괜찮습니다.”
“아, 예예.”
주혁이 뒤쪽으로 돌며 되었다면서 오케이 사인을 보낸다.
그러자 관광객들은 말도 없이 그냥 우르르 들어갔다.
‘긴장했나……?’
보통 소곤소곤이라도 떠들면서 여기저기 구경하는 게 보통인데.
이들은 오케이 사인만을 침 꿀꺽 삼키면서 기다리다가 우르르 들어가 버린다.
분명 돈을 받고 내주는 거지만, 사토우 씨는 뭔가 침략당하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예. 그럼 잘 부탁합니다.”
“어? 가시나요?”
“예. 저는 안 합니다. 이분들은 ‘원하시는 만큼’ 하다가 나올 겁니다.”
“아, 예.”
그야 당연히 원하는 만큼 하겠지.
사토우는 이때만 해도 왜 저 말을 강조해서 하는지 알지 못했다.
주혁은 2조를 투입시키기 위해 다른 캡슐방으로 사라지고, 사토우는 다시 평소처럼 카운터를 지켰다.
그렇게 약 5시간이 흘렀다.
“……”
사토우는 이쯤 되니, 걱정이 되었다.
“저 사람들 죽은 건 아니겠지.”
저 많은 인원이 다섯 시간을 내리 캡슐 게임을 진행하고 있다니.
그렇다고 저 많은 사람들이 전부 무슨 사고를 당했다고 하기엔, 확률적으로 말이 되지 않았다.
“한국인들이잖아요. 사장님. 게임 하난 지독하게 한다구요.”
“……아니, 아무리 그래도 보통 해외여행을 와서까지 저러나?”
“간만에 몸 좀 푸나 보죠. 하하.”
매니저 녀석은 지나치게 긍정적인 면이 있다. 그래서 뽑은 거지만.
그래서인지 이들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저들이 일본 국대 팀을 처단하기 위한 연습 공간으로 이곳을 선택했다는 걸.
* * *
“휴.”
1, 2팀이 모두 들어간 후.
“자, 모두 다 잘 들어갔습니다!”
주혁은 카메라 앞에서 혼자 짝짝 박수를 쳤다.
-캬
-ㅋㅋㅋㅋㅋㅋ침략 성공
-체탐인 폼 미쳤다!
-캡슐방 사장 동공지진나는거 개웃김ㅋㅋㅋㅋㅋㅋ
-척봐도 너무 수상할 정도로 수상하긴한데 어쨌든 성공이라니 축하합니다~
-ㅋㅋㅋㅋㅈㄴ 이상하긴 했을듯
-ㅊㅊㅊㅊ
이로써 가짜 여행이 마무리되었다.
“이제 원하는 만큼 연습하고 나오면, 저희가 버스로 다시 숙소로 데려다 주기만 하면 됩니다. 아, 그리고…….”
이쯤 끝나는 게 맞았지만, 주혁은 작가에게 아직 방송을 끄지 말아달라 부탁했다.
그는 사실 이때만을 기다려왔던 것이다.
이제 그가 본색을 드러냈다.
서류 가방에서 고이 접힌 뭔가를 꺼내 들었다.
-??
-마술쇼?
-뭐임
그는 입으로 힘차게 그것을 불어대기 시작했다.
그러자 점차 아몬드 모양의 박수 풍선이 되어갔다.
팡! 팡! 팡!
-아니 광고였어 ㅋㅋㅋㅋㅋㅋ
-그 매니저의 그 스트리머 ㄷㄷ
-ㅁㅊ 뭔가했넼ㅋㅋㅋㅋ
-다짜고짜 ㅋㅋㅋ
“자. 8강 직관 오시는 여러분. 경기장 입구에서 제가 응원 도구를 팔고 있을 겁니다. 오시면 아몬드의 친필 사인이 들어간 굿즈도 한정판으로 팔고 있습니다.”
그렇다. 주혁은 8강 경기장에서 팔게 될 굿즈를 미리 소개하는 것이다.
-오 친필??
-이건 좀 탐나네
-박수 풍선은 저번에도 봤는데
-호두가 직접 파는 아몬드!? ㄷㄷ 이건 사야지!
-ㅋㅋㅋㅋㅋ갑자기 홈쇼핑ㅋㅋ
그는 버스 트렁크 칸에 놓아둔 캐리어까지 급하게 끌고 나왔다.
시청자들이 빠져나가기 전에 빨리 소개해야 했다.
“자. 박수 풍선. 식상하시죠? 있으면 당연히 좋지만. 특별한 거 원하시잖아요? 이번에 업그레이드된 제품이 있어서 가져와 봤습니다.”
촤락.
그가 트렁크에서 꺼내 든 건 ‘엄나커아 슈트’였다.
“엄마 나 커서 아몬드가 될 거야! 슈트! 버전 3!”
-ㄷㄷ
-ㅁㅊㅋㅋㅋ이게 뭐라고 버전 3까지 나왘ㅋㅋㅋㅋ
-아이언맨도 아니고 계속 발전하네 ㅋㅋㅋ
-퀄리티가 점점 올라가누
그는 슈트를 이리저리 한번 보여주며 바뀐 점을 설명한 뒤.
부탁해 둔 스태프 한 명을 향해 손짓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앜ㅋㅋㅋㅋㅋ
-시내 한복판에서 ㅋㅋ
-커엽다 ㅋㅋㅋ
-엌ㅋㅋ
그야말로 한 마리(?)의 아몬드가 되어있는 스태프.
“자. 보시죠? 이 엄청난 존재감. 귀여운 관심을 듬뿍 받으면서 아몬드를 응원할 수도 있는 최고의 슈트. 원래 거의 8,000엔인데! 8강 기념! 사장님이 미쳤다! 보스 이즈 넛츠! 사쇼! 야바이~ 엔화로 단돈 5,980엔! 5,980엔입니다.”
-보스이즈넛츸ㅋㅋㅋㅋ
-넛츠가 보스인건 맞잖아 ㅋㅋㅋ
-ㅅㅂㅋㅋㅋㅋㅋ 이제 걍 팔아버리네
-결국 홈쇼핑이었냐 ㄷㄷ
-ㅅㅂㅋㅋㅋㅋ
-전신 슈트가 6만원이면 지리긴하네
-점점 라이브 커머스로 가는데 ㅋㅋㅋ
주혁은 가방에서 이번엔 아몬드 모자를 뒤집어썼다.
보송보송한 재질로 되어 있는 인형 느낌의 모자이다.
모자라기보단 사실 머리에만 쓰는 탈에 가까웠다.
“자. 이건 아몬드 모자이고. 스테디셀러거든요? 가장 잘 팔렸어요. 원래 4,000엔인데. 솔직히 워낙 잘나와서 4천에도 걍 막 팔려! 막! 그런데! 8강 갔잖습니까!? 2,880엔. 8강 기념으로! 2,880엔!!”
-런가이즈냨ㅋㅋ
-캬
-오
-ㅋㅋㅋㅋㅋㅋ
-아 저거 탐나긴함
“자. 놀라운 사실! 여러분 이 아몬드 모자. 귀엽긴 한데. 친구 만나러 갈 때! 소개팅할 때! 쓰고 갈 수 있겠어요?”
-ㅁㅊㅋㅋㅋ
-가능
-전 상견례 때도 썼습니다만? 상“견”례이기 때문이죠.
-그걸 애초에 현실에서 왜쓰냐곸ㅋㅋ
“물론 자존감이 높으신 분들은 가능하시겠습니다만! 좀 더 라이트하게! 아몬드를 응원하고 싶다? 그럼 이거 어때요! 아몬드 볼캡!”
-뭐가 막나와 ㅋㅋㅋ
-infp용 제품임?ㅋㅋㅋ
-볼캡 오……
비교적 평범한 검은색 야구 모자였고, 가운데 작게 아몬드 모양만 박혀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 봐도! 어? 이거 그냥 아몬드 모양 로고 쓰는 브랜드 제품인 줄 알지. 넛츠! 미친 사람 혹은 넛틸리언으로 보지 않겠죠? 이건 신제품인데! 솔직히 세일하면 안 되는데! 8강 기념으로! 똑같이 2,880엔!”
-오오……
-ㅋㅋㅋㅋㅋㅋㅋㅋㅋ넛틸리언ㅋㅋㅋ
-넛틸리언 하고픈데……
-점점 빠져든다
-이건 ㄹㅇ 예쁜데?
-미호가 쓰면 완판각
주혁의 완판을 위한 발버둥은 나름대로 빠져나가는 시청자들을 붙잡아두고, 설득시키는 데 성공하는 듯 보였다.
물론 판매량이 실제로는 어떤지 아직 모른다.
알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였다.
바로 경기 당일이 되는 것.
며칠 후.
조선 대 일본, 경기 날이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