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76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76화
27. 다이아를 향해(2)
플래 2 승급전까지 가려면 총 12판 정도를 이겨야 했다.
여기서 이긴다는 건 탑 10 안에 드는 것을 말한다. 1등으로 계산한다면 4판이면 충분했다.
12판을 하루에 다 진행하는 건 무리지만, 4판이라면 가능하다.
‘승급전까지는 순항하겠지.’
아몬드는 자신감이 있었다.
지금껏 그랬듯 한 번도 1등을 놓치지 않고, 그대로 4연승을 이어나갈 거라는.
[루비소드 님이 ‘1만 원’ 후원했습니다!] [미션 : 무리 없이 오늘 안에 플래 2 승급전까지 도착 시 10만 원]오랜 시청자인 루비소드의 후원으로 오늘 목표점도 더 명확해졌다.
“감사합니다. 루비소드 님. 10만 원.”
-ㅋㅋㅋㅋ 미리 10만 원이네
-아직 1만 원인데요?
-ㅋㅋㅋ
-아몬드 쉑…… 옛날엔 10만 원이면 머리에 화살 박고 자살했는데…….
“시작부터 후원과 미션이 풍부하네요. 감사합니다. 한번 달려──”
배틀 라지도 실행이 됐고, 이제 슬슬 달려볼까 했다.
두두둥!
10만 원 후원의 효과음과 함께, 이런 후원이 들어왔다.
[양파즙 님이 ‘10만 원’ 후원했습니다!] [형. 방송 썰 좀 풀어줘! 유하연 실물 예쁨?!]‘음?’
이런 식의 후원은 받아본 경험이 없었다.
사설을 풀어 달라는 식의 후원은 처음이다.
그간 아몬드는 철저하게 게임 위주의 스트리머였으니까.
“예쁘죠. 엄청.”
-형. 썰 좀 더 풀어줘 ㅋㅋㅋㅋ
-아몬드 : 10만 원! 진심이 느껴지는 요청이군!
-오늘 썰 좀 풀어봐!
-메디컬 체크하던 눈나아아아도 알려줘 ㅋㅋㅋ
“저는 실물을 보고 나중에서야 화면에 나온 걸 봤는데, 실물이 조금 더 예쁜 것 같아요. 거의 차이 없습니다. 의사분은 일반인이라 왈가왈부하기 뭐 하네요…….”
원래 게임만 보러 오는 시청자들이 대다수다.
그런데 지금은 분위기가 묘했다.
큰 사건이 있던 직후라 그런가, 아니면 시청자층이 바뀌어서 그런가…….
어제 있었던 일에 대해서 더 말해주길 바라는 듯했다.
[오소이 님이 ‘1만 원’ 후원했습니다!] [전자파 기록 동점 나왔을 때 어땠음?] [사면 님이 ‘1천 원’ 후원했습니다.] [마지막에 왜 실려간 거예요? 의사가 뭐라 하던가요!]이런 후원들이 갑자기 몰려들었다.
‘하긴 꽤 큰일이 있었는데, 그냥 넘어가는 것도 이상한가?’
전자파의 기록과 동점을 기록했다. 이건 이 업계에선 상당히 큰 사건이다.
배치로 플래를 받은 거야, 전자파가 최선을 다하지 않았던 것으로 치부하고 넘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살아남아라 테스트는 이야기가 다르다.
-뭐임? 뭐가 전자파랑 동점임?
-뭔 일이 있었나…….
-나만 몰라. 나만 아싸야?!
아몬드의 생방만 챙겨보는 시청자들은 이슈를 몰라서 따라가질 못하고 있다.
‘아무래도 썰 푸는 시간을 좀 갖는 게 좋겠구나.’
풍선껌의 방송도 늘 처음에는 ‘Just Chatting’ 시간이 있다.
간단히 안부나 그간 있었던 일에 대해서 시청자들과 떠들면서 이야기를 주고받는 시간이다.
아몬드도 이제 8천 명이나 보는 방송이니, 그런 시간이 필요할지도 몰랐다.
“음…… 오소이 님 후원 감사합니다. 동점 나왔을 때 어땠냐면, 주작인 줄 알고 매니저 멱살 잡았습니다.”
-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친ㅋㅋㅋㅋㅋ
-아, TMI 뭔데 ㅋㅋㅋㅋ
-개솔직하네 ㅋㅋㅋㅋ
-ㄹㅇ 주작 같긴 했지.
-멱살 ㅋㅋㅋㅋㅋ 미친ㅋㅋ
-안녕하세요. 매니저 김주혁입니다. 저 새끼 진짜 멱살 잡았습니다.
“아. 주혁아. 주혁이 좀 밴해라.”
-주혁이 주혁을 밴 ㅋㅋㅋㅋㅋㅋ
-ㅁㅊㅋㅋㅋㅋ
-미친 ㅋㅋㅋㅋ 진짜인가 봐.
-찐 등장.
쿵!
그때 캡슐이 흔들렸다.
“오우…… 주혁이가 사실 저랑 같이 살거든요. 방금 캡슐 치고 갔네요.”
-엌ㅋㅋㅋㅋㅋ미치겠다
-진짜 매니저였어? 그리고 진짜 캡슐을 치고 갔어?
-진짜 멱살을 잡았다니 ㅋㅋㅋㅋㅋㅋ
-씹ㅋㅋㅋ
-무서워서 주작 하겠습니까!? 너무하네요, 아몬드 님!!
“근데 주작 아니에요. 거기 엔지니어분이 설명해 주셨습니다. 자기도 이상한데 이렇게 결과가 나온 건 절대 무슨 개입이 있었던 게 아니라고.”
-오, 글쿠나.
-하긴 판타지아가 어디 구멍가게도 아니고 ㅋㅋ
-이 시대에 무슨 주작이여. 옛날 공중파 3사도 아니고 ㅋㅋㅋ
-ㄹㅇㅋㅋ
“그렇죠. 판타지아에서 자기들 제품 광고하는데, 그런 일을 할 리가 없잖아요? 그리고 기왕 주작할 거면 제가 전자파보다 0.00001초라도 더 살게 했겠죠.”
-ㄹㅇㅋㅋ
-ㅇㅈ
-ㅋㅋㅋㅋ맞네
-아몬드 속마음 : 주작해라
아몬드가 하는 말에 따라 다양한 사람들의 반응이 튀어나온다.
그것도 실시간으로.
“주작해 달라고 한 적은 없죠. 무슨 소리예요.”
-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엌ㅋㅋㅋㅋ
-죄, 죄송……ㅋㅋㅋㅋ
연예인들이 처음 유명해지면 자신에 관한 댓글을 보는 재미에 산다고 하는데.
스트리머들은 그걸 실시간으로 경험하는 것이다.
특히 이렇게 8천이나 되는 시청자들과 함께이니, 그 개수도 엄청나다.
‘은근히 재밌네.’
시청자가 늘어나서 생긴 재미 중에 하나다.
당연히 부작용도 있겠지만, 그만큼 이점도 어마어마한 셈이다.
-님. 메디컬 체크! 얘기해 줘요!
-뒤에 후원도 답 좀 ㅋㅋㅋ
-??? : 아, 천 원은 진심이 아니잖아~ 어?
-천 원? 컽!
아몬드는 뒤에 후원이 있었다는 걸 기억해 냈다.
“아. 사면 님 후원 감사합니다. 너무 늦게 봤네요. 마지막에 실려간 건, 제가 캡슐에서 잘 못 버티는 체질이라서 그래요.”
-그런 체질도 있음?
-태양인. 소음인 이런거냐?!
-ㄹㅇ? ㅋㅋㅋㅋ
-헐 ㅠㅠㅠㅠ
-걱정되네요
“그리 걱정할 건 아니고. 그냥 오래 게임을 안 하면 됩니다.”
-헉
-방종 리액션이 필수구나.
-스트리머한텐 쥐약 아님?
“운동을 꾸준히 하면 나아질 거라고 하네요.”
이는 거짓말이었다.
의사는 나아질 거라고 한 적은 없었다. 그냥 운동을 꾸준히 하고 식습관을 좋게 가지는 게 ‘최선’이라고 했을 뿐이다.
‘나아질 거야.’
이건 그냥 아몬드의 바람이었다.
그는 이 직업이 마음에 들었다. 이렇게 자신을 좋아해 주는 사람들과 소통하고, 게임 안에서는 즐겁게 활도 쏜다.
현재 유상현이라는 인간에게 이보다 더 좋은 직업은 없다.
별문제 없이 오래오래 하고 싶어졌다.
[오뎅 님이 ‘2천 원’ 후원했습니다.] [솔직히 내가 전자파보다 재능충이다. Yes or No]“음. 재능이라는 게 모호한 개념이라, 그냥 No 할게요. 모든 건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크.
-겸! 손!
-이건 예스 고르면 함정 카드지. 십ㅋㅋㅋㅋ
-ㄹㅇ 실제로 예스여도 어케 고름ㅋㅋㅋ
-함정 수사예요!
[파파파 님이 ‘2천 원’ 후원했습니다.] [솔직히 전자파에 대해서 잘 모르죠!]정곡을 찌르는 질문이었다.
사실 그는 전자파를 잘 모른다.
다만 최근에 ‘살아남아라!’ 테스트를 진행하기 위해서 영상 몇 개를 본 적이 있다.
확실히 굉장한 사람이었다.
“이름은 들어봤지만, 사실 제가 가상현실 게임에 큰 관심을 가진 게 얼마 안 돼서 자세히는 모릅니다. 최근 들어 공부 삼아서 보려고 합니다. 근데 그분 방송 중에 말을 거의 안 하시더라구요?”
-ㅇㅇ 전자파 님 목소리가 컴플렉스래여
-그게 캐릭터임 ㅋㅋㅋ
-그래도 인터뷰 방송 나오면 말함
-난 그 목소리 좋던데
-ㅋㅋㅋ여자들이 좋아할 남자 목소리는 아니지.
-자기가 컴플렉스라는데 뭐;;
그렇구나. 그런 사정이 있는 줄은 몰랐다.
[침착한 북벌 님이 ‘1천 원’ 후원했습니다.] [난 솔직히 전자파가 X밥으로 보인다 Yes or No]-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친ㅋㅋㅋㅋㅋㅋ
-개웃기네
-급발진 뭐야 ㅋㅋㅋㅋ
갑자기 치고 들어온 후원. 이런 후원은 선을 아슬아슬하게 타는 식인데, 솔직히 재밌긴 하다.
그런데 그대로 두면 훗날 반드시 화가 된다. 선은 한 번 넘기기 시작하면 무한정 후퇴하니까.
아몬드는 아무 망설임 없이 배운 대로 대처했다.
“주혁아. 얘 밴.”
-미친ㅋㅋㅋㅋ 유료밴
-ㅋㅋㅋㅋㅋ
-2천 원 내고 밴
-가차 없구열!
아몬드는 사실 게임 공부보다도, 평소에 풍선껌을 보면서 방송을 이끄는 공부를 더 많이 한다.
본질은 게임이 아니라 방송임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게임은 애초에 잘하니까.
[깨어있는 시민 님이 ‘1천 원’ 후원했습니다.] [우파 or 좌파]“얘도 밴!”
* * *
어두운 방.
차가운 음성이 읊조렸다.
“언제까지 떠들기만 할 건지.”
얼음장 같은 여자의 목소리다. 그 말을 듣기라도 한 걸까?
[자, 이제 게임 시작할게요.]한참 떠들던 아몬드가 드디어 게임을 시작한다.
그리고 그는 파죽지세로 플래 2승급전까지 완파해 버렸다.
한 번은 1등을 놓치긴 했지만, 그건 재수가 옴 붙어서 활을 하나도 발견하지 못한 판이었다.
나머지는 당연하다는 듯이 전부 1등을 해내서, 결국 하루 안에 승급전에 도달하는 데 성공했다.
[오늘 방송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내일 승급전 이어서 할게요.]“…….”
여자는 아무 말 없이 티비를 껐다.
휠체어 바퀴를 돌리며 방에서 나갔다.
텅 빈 방에 다시 불이 켜진 건 다음 날 오후 3시다.
티비에선 다시 아몬드의 방송이 흘러나온다.
[오늘은 플래 2승급전입니다. 1등하면 승급이 바로 되죠? 최대한 빠르게 가 볼게요.]터벅터벅.
누군가 걸어온다. 나이 지긋해 보이는 중년의 남성이다.
“아가씨. 오늘도 보십니까?”
“……어.”
뒤돌아선 휠체어의 대답은 간단했다.
시선은 티비에 고정된 채다.
중년의 시선도 화면을 향한다.
[미션 또 감사합니다. 루비소드 님!]흘러나오는 건 개인 방송이다.
중년 역시 이게 익숙한지, 별로 개의치 않는 기색이다.
“저 사람이 요즘 신경 쓰이시는 겁니까?”
“그래.”
“누군지 알겠습니다. 아몬드군요.”
찌릿.
여자의 눈길이 매섭게 중년을 노려본다.
여자는 중년이 저 사람이 누군지 안다는 것에 불편한 듯한 표정이다.
심지어 뒤이어 나온 질문엔 날이 조금 서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집사도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생각하나?”
“사람들이요? 전자파를 따라잡는다는 말 말입니까?”
허허.
집사라 불린 중년이 웃었다.
“그런 수준의 명성이 한순간에 쉽게 따라잡히는 건 아닙니다, 아가씨. 설사, 기록이 역전됐다고 해도요.”
“기록은 실제로 역전됐어.”
여자는 여전히 화면에 시선을 고정해둔 채로 말했다.
화면 속의 아몬드는 오늘도 다이아를 향한 여정을 밟겠다면서 배틀 라지를 실행했다.
“비긴 것이지 않습니까?”
“비긴 거 아냐. VNS 수치는 격파 당했고, 배틀 라지는 배치 이후 플래를 받았잖아. 2개나 깨졌어.”
“본인이 비긴 것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VNS 수치를 위안거리 삼기엔 아무런 의미도 없다고.”
여자는 대답이 없이 조용했다.
언뜻 차분해 보이는 표정이었다. 그러나 집사는 느껴졌다.
물끄러미 바라보는 눈에서 활활 타오르는 무언가를.
“……그렇게 말한 게 더 마음에 안 드시는군요?”
“어.”
여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여유가 있어 보여. 언제든 ‘진짜 기록’을 돌파할 수 있을 거라는.”
“패기 넘치는 신인은 언제나 많았답니다. 아가씨. 그런데 그 사람들 중에 지금 이름이라도 기억이 나는 사람이 있습니까?”
“…….”
여자는 고개를 저었다.
그래. 그중 이름이라도 기억나는 자가 한 명도 없다.
신인들이 1년을 채 못 버티고 나가떨어지는 게 이 바닥이다.
“걱정은 안 해.”
“그럼 됐군요.”
허허.
집사는 웃으면서 이만 자신의 일을 보러 돌아갔다.
거대한 방에는 여자 하나와, 화면 속의 남자뿐이었다.
한참 잡담을 하던 남자는, 이제 서바이벌의 섬으로 뛰어내리고 있다
휘이이이잉──
향하는 곳은 무기고다.
배치고사 때부터, 오늘 승급전이 있기 전까지 늘 쓰던 전략이었다. 그리고 늘 잘 먹혔던 전략.
전략 자체는 무식하기 그지없지만, 아몬드 특유의 피지컬로 돌파하는 식이었다.
흐름대로라면 이번에도 1등일 터다.
늘 그래왔듯이.
‘이번에도 될까?’
그러나 여자의 눈에 의심이 스친다.
‘이제는 많이 다를 텐데.’
승급전은 일반 게임과는 다르니까.
특히나 스트리머에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