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760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228화
75. 섬 밖으로 나온 죄(2)
캐스터가 처음 이 말을 꺼냈을 땐 다들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다.
“아. 지금…… 이거 정보가 들어왔는데. 다음 경기 맵의 성격이 이미 정해졌답니다?”
아직 2경기는 준비도 안 들어갔는데, 맵의 성격이 정해졌다니.
그러나, 8강전의 특성을 잘 아는 기존 유저들은 금세 눈치챘다.
-설마
-올 것이왔다
-캬……
-미친ㅋㅋㅋㅋ
-스카이토스? 오션 조선이간다!!
-물 들어올 때 노젓기 ㅋㅋㅋ
8강에 반드시 한 경기 포함되는 맵.
“바다맵이라고 합니다.”
바다맵이 바로 다음 경기라고 예고된 것이다.
그 후, 채팅창과 게임 관련 커뮤니티에서 잔뜩 흥분한 글들이 우르르 올라왔다.
[명량해전 가즈아아아] [ㅁㅊ 진짜 해상전함?ㅋㅋㅋ 대박ㅋㅋㅋ] [이건 무조건이지~ㅋㅋ] [AGAIN 1597] [정보) 남해 바다가 짠 이유는 일본인이 지린 오줌 때문이다] [이순신 예토전생 ㄷㄷ]* * *
바다맵.
맵의 대부분이 바다로 이뤄진 맵을 일컫는 말이었다.
정확한 정의는 ‘맵의 50% 이상이 바다이며, 배를 타지 않고서는 상대 진영으로 넘어갈 수 없는 맵’을 바다맵이라고한다.
맵의 70%가 바다여도, 막상 지상군이 걸어서 상대 진영으로 진격할 수 있는 루트가 있다면 그건 바다맵이 아닌 것이다.
이렇게 바다맵이라는 정의까지 해가며, 게임사에서 바다맵을 특별 취급하는 이유가 뭘까.
아무래도 바다맵에서 벌어지는 전투는 일반적인 시빌엠에서 벌어지는 전투와 현저하게 다르기 때문이다.
바로, 배로 싸우는 해상 전투와 지상에서 창과 칼로 싸우는 전투의 차이였다.
이 두 전투는 양상이 완전하게 다르다.
그러다 보니 이 바다맵에선 문명 간의 유불리도 뒤바뀌고, 밸런스도 기울어지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로 과거 바다맵은 밸런스가 엉망이라 욕을 먹은 사례가 많았다.
초대 국가 대항전에선 프랑크의 해상 전투력이 너무 높아 바다맵만 나오면 승리를 가져갔었고, 실제로 그들은 그 대회 우승자이기도 했다.
이후 계속 패치를 했으나…… 에스파냐, 잉글랜드 등 바다에서만큼은 밸런스 파괴적으로 강력한 문명들이 하나씩 튀어나왔다.
최근에 와서는 여러 실패를 경험해 바다맵도 밸런스가 어느 정도 잡히게 됐다-고 주장한다-만.
그럼에도 이런 역사가 있기에, 바다맵은 8강전부터 미리 예고를 해준 뒤에 하나씩 끼워 넣는다.
따라서 팀들은 경기 시작전 미리 바다맵이라는 걸 알고 약간이라도 대비를 해놓을 수 있는데.
“바다맵? 그래…… 반등 기회가 왔군.”
일본의 싱크탱크와 지휘관 링고는 꽤나 반가워하는 눈치.
반면 조선은 ‘올 것이 왔구나.’라는 정도의 느낌이었다.
“바다맵…….”
거북선, 판옥선, 임진왜란 등으로 만들어진 세간의 기대감.
그와는 다르게 조선 쪽은 바다맵에 있어 일본에 비해 유리한 편이 아니었다.
이는 사실 이 게임을 깊게 즐기는 커뮤니티인 엠불만 봐도 알 수 있었다.
[바다맵 나온다고 좋아하는 애들은 다 유입이지?ㅋㅋㅋㅋㅋ] [바다맵 걱정되누] [거북선 나오면 다 이기는 줄 아는 유입들 진짜 ㅋㅋㅋ 열뻗친다] [선수들 ㅈㄴ 부담되겠네 조선 바다 별론데 ㅋㅋㅋ] [아 하필 한 판 깔끔하게 이기고 기세 탔는데 ㅅㅂ]다른 릴프로 등의 커뮤니티와는 다르게, 이들은 조선의 1경기 기세가 꺾인다는 말까지 나온다.
어느 한 댓글을 보면 그 이유를 쉽게 알 수 있었다.
-조선 배들이 멀리 나갈 수록 느려져서 거리 먼 맵이면 ㄹㅇ 힘들긴함.
└ㄹㅇ 겜알못들이 이순신이네 뭐네 이러고있는데 ㅋㅋㅋㅋ 이순신이 와서 대신 싸워줄 것도 아니고……
└ㄹㅇㅋㅋ 조선 해상전은 방어만 쎈데 ㅠ
일단, 평저선.
밑이 평평한 배가 조선의 주력이기 때문에, 회전은 좋지만, 해안에서 벗어나면 벗어날수록 속도가 줄어든다.
애초에 설계가 근처 해역을 지키기 위한 배이지, 어딜 쳐들어가기 위한 배가 아닌 것이다.
그리고 다음은 식량 문제다.
-사실 바다맵은 일본이 ㅈㄴ 유리하지 어획량이 15% 높은데 ㅅㅂ
└ㅇㅈ…… 상대가 대놓고 해양민족인 일본인데; 참……
└방금 전판에 호수 못먹어서 진 애들이 바다맵 나왔는데 ㅋㅋㅋㅋㅋ 우리가 유리할 리가……
일본은 바다맵에서 ‘섬나라 민족’ 팩션이 상시 발동되어 버린다.
어회량 버프로 식량 부족할 일이 전혀 없는 상황인 것이다.
마치 조선이 ‘산악 민족’ 팩션을 상시 발동시킬 수 있는 산골짜기 맵에서 매우 강력한 것과 똑같았다.
이렇듯, 이런저런 이론들과 담론이 있겠으나.
결과는 장담할 수 없었다.
조선도 산골짜기 맵에서 패할 수 있고, 일본이나 에스파냐도 바다맵에서 패할 수 있다.
수백 척의 배와 최정예 수군을 이끌고도 전부 불태워 먹어 역사에 길이 남을 오점이 될 수도 있으며, 그 바로 다음 전투에선 살아남은 단 13척의 배로 적 133척의 배를 격파하여 영원히 후손에 전해질 승리를 할 수도 있다.
이런 양 극단의 두 전투가 한 나라, 한 시대의 전쟁사에 칠천량, 명량 해전으로 나란히 기록될 수 있는 것.
이것이 전쟁이다.
그로부터 500년에 가까운 시간이 흘러, 다시 한번 그때의 전투가 재현되어도, 이 역시 결과를 장담할 수 없으리라.
[조선 vs 일본 8강 2경기 중계]“안녕하십니까! 여러분! 지금 여기는 오사카의 고세라돔! 한일전이 벌어지고 있는! 현장입니다! 저는 캐스터의 김상훈! 그리고…….”
* * *
조선이 실제로 바다맵에서 불리하든 유리하든 사실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았다.
조선과 일본의 해상전이라는 이벤트는 사람들을 불러모으는 데 있어선 최적이었으니까.
[e스포츠에서 구현되는 임진왜란] [조선 vs 일본 해상 전투 일촉즉발] [한일전서 “거북선” 등장 초읽기 일본 “벌벌 떠나”]아직 경기가 진행 중임에도 포털 뉴스 언론사 몇 곳에서 해상전 이야기를 다룰 정도로, 관심도는 어마어마했다.
조선과 일본이 바다에서 한판 승부를 한다니 기자들이 손이 근질근질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특히나 한일전에서 첫 번째 경기를 승리했다는 소식까지 겹쳐지면서 더 많은 시청자들이 유입됐다.
[현재 시청자 92.8만]-사람 모인거보소 ㅋㅋㅋ
-와
-이게 한일전?! 이게 한일전?! 이게 한일전?!
-엄마! 나 커서 한일전이 될래요! 엄마! 나 커서 한일전이 될래요! 엄마! 나 커서 한일전이 될래요!
-100만 찍게생겼넼ㅋㅋㅋ
-100만명이 국뽕 대기중ㅋㅋㅋ
-한 판 개발랐길래 보러옴ㅋㅋㅋ
-내상 걱정없어진 거 같아서 보러왔습니다 ㅎㅎ
한일전이 많은 주목을 받고, 과몰입을 유발하는 경기인 만큼.
지는 경기를 보고 싶지 않아서 보지 않는다는 선택을 하는 사람들도 꽤 존재했는데.
“8강 1경기는 조선의 승리로 마무리되었고! 이제 2경기 준비가 다 되어갑니다. 지금 아주 분위기가 후끈합니다!”
1경기를 깔끔하게 이기는 바람에 상당히 많은 시청자들은 마음 놓고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때의 화력은 시빌엠 역사뿐 아니라, 국내 게임 중계 역사에서도 거의 겪어보지 못한 수준이었다.
“아. 예! 시청자 수가 너무 많아서! 서버 바꿔야 한다! 뭐 이런 말이 나올 정도예요?!”
“맞습니다! 지금 온갖 커뮤니티! 심지어는 국내 길거리 응원까지! 이게 그 시빌엠이 맞나!? 싶을 정도로! 아주 열기가 엄청나요!”
“아 갑자기 막 더 몰려오는데! 왜인 것 같습니까!?”
“축구도 전반에 골 넣으면 시청률 올라가거든요!? 이것도 마찬가지겠죠!”
현장의 응원 소리도 워낙에 시끄러워 중계진은 시종일관 소리를 질러야 했는데.
이것이 오히려 더욱 큰 축제의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그렇습니다! 그렇게 되면 안심하고 보는 거죠!?”
“맞습니다! 당연히 아직 방심해선 안 되겠지만! 1경기 경기력만 본다면! 조선! 정말 잘했거든요? 어디 하나 밀리는 구석이 별로 없었어요?!”
“예! 일본이 국가 대항전에서 나름대로 전통적인 강호 중 하나인데! 조선이 전혀 안 밀리고 있습니다! 3 대 0 승리도 한번 기대해 봅니다!”
“아 그렇죠. 시빌엠의 팬으로서는 5경기 꽉꽉 채우는게 재밌겠지만! 솔직히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그냥 3대 빵! 속 시원하게 해버리고 싶거든요!?”
-ㅋㅋㅋㅋㅋㅋㄹㅇ
-대빵은 불가능할텐데
-3 대 0 제발 ㅠ
-1경기만 보면 가능
-바다맵이라 또 모른다 ㅠ
“아. 지금 관중석에 열심히 응원해 주시는 우리 붉은 괴수들! 비춰주고 있습니다!”
-붉은 괴수 ㅋㅋ
-광고 효과 확실하누
-거긴 진짜 땡잡았닼ㅋㅋ
중계진의 간략한 상황 소개와 함께 전광판엔 수많은 관객들이 비춰진다.
특히나 셀럽이나, 얼굴이 알려진 사람들 위주로 포커싱이 되는데.
-미호 아냐?
-헐 미호
-이게 나라다
-이 정도면 한국의 판정승!
벌룬스타즈 멤버들도 비춰졌다.
특히나 미호는 응원석에 올라가 치어리딩을 하고 있었기에, 카메라가 오래 머물렀는데.
관중석에서 엄청난 함성이 터져 나왔다.
주로 남자들의 목소리였다.
-ㅁㅊ 군대냐고 ㅋㅋㅋ
-어우 ㅋㅋㅋ 울렁거려 ㅋㅋㅋ
-목소리 ㅁㅊㅋㅋㅋ
-앜ㅋㅋㅋㅋㅋ
“아. 모델로 활동하시면서 스트리머도 하시는 미호 님! 아 오늘 아주 아름답습니다! 붉은 괴수! 붉은 악마가 되어서! 응원을 해주고 계시네요!”
“예! 저런 악마라면! 일본인들도 영혼을 팔 거 같은데요!?”
“아. 그러면 팩션 몇 개 그냥 넘겨주나요?”
“그럴 확률이 있어 보입니다! 아마 키도 달라고 하면 좀 나눠 줄 거 같은데요!?”
-뭐래는거임ㅋㅋㅋ
-엌ㅋㅋㅋ
-팩션을 왜주냐고
-키도 준다닠ㅋㅋㅋㅋㅋ
-앜ㅋㅋㅋ
-진짜 악마가 여깄네
“키요!? 설마 지금…….”
“아니요. 저는 열쇠요. 열쇠. 그 팩션 연구실 열쇠 말한 겁니다.”
“아~ 열쇠! 여러분 열쇠! 차 키 할 때 키랍니다! 참고해 주시고요!”
캐스터는 이 상황을 최대한 자연스럽게 넘어간 후, 본격적인 2경기 얘기로 운을 떼었다.
“자, 킹귤 님. 2경기는 바다맵으로 선정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진짜 말도 많고! 기대도 많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예. 사실 많은 분들이 기대하시는 것과 다르게, 바다맵에서 조선이 그렇~~게! 강하진 않거든요? 수비는 유리한데…….”
-엥?
-ㄹㅇ?ㅠㅠ
-제작사 억까 시발
-아오! 제작시치!
-ㅠㅠㅠㅠ 뭔데 ㅠ
-갑자기 불안해지네
킹귤은 바다맵에 대한 이런저런 유불리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게…….”
그사이 모든 준비는 다 마쳐졌다.
* * *
선수 대기실.
상현은 찬 수건을 머리에 덮은 채 심호흡을 하며 바닥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의 뒤엔 몇 명의 궁수, 검수들 중 정예들이 포진해 있고.
가장 앞엔 사랑과 치승이 특정 작전에 대한 마지막 복기를 해주는 중이다.
“여기서…….”
치승이 지도를 짚는 순간, 모두가 그쪽을 바라봤다.
상현 역시 고개를 들며 쳐다봤다.
저기구나.
그는 속으로 되뇌며, 어차피 병사로 들어가면 보지도 못할 지도를 머릿속으로 넣어둔다.
일단 만전을 기하는 것이다.
“바다맵은 우리가 기본적으로 불리합니다. 이 작전이 성공하지 못하면…….”
치승은 다음 말은 굳이 꺼내지 않아도 되었다.
“자! 선수 입장입니다!”
선수들이 들어갈 시간이 된 것이다.
선수들은 모여서 화이팅을 외친 뒤, 걸어 나갔다.
상현도 하얀 수건을 바구니에 던져 넣으며, 경기장으로 향했다.
쿵! 쿵……!
북의 진동 소리가 대지를 타고 느껴지더니.
“와아아아아아아아!”
쨍쨍한 조명과 함성 소리가 선수들을 맞이했다.
그 빛을 맞이하며 상현이 걸어 나가고, 그 뒤를 따라 사랑의 휠체어가 등장했다.
환호성이 더욱 커진다.
“아몬드! 아몬드!”
“최순신! 최순신!”
관중들 모두가 자신을 봐달라는 듯 손을 흔들어댄다.
그러나 둘의 시선은 정면에 고정되어 있었다.
그들답지 않게 다소 긴장된 표정이다.
그들을 긴장하게 하는 유일한 포인트는 하나였다.
특수한 신체조건에 대한 것.
‘3경기로 끝낸다.’
‘3경기로 잡아야 돼.’
그들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차마 다른 플레이어들에겐 말하지 못한 생각.
3경기 안에 잡지 못하면, 결국 한일전은 지게 될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