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763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231화
76. 바다(2)
링고는 그간 최고다이순신의 스타일을 계속해서 분석해왔다.
쿠키가 나올 확률이 높았으나, 조선이 궁지에 몰리면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서라도 그녀가 다시 등장할 거라 확신했기 때문이다.
뭣보다 그녀의 불길한 닉네임이 거슬렸다. 뭔가 일을 저질러도 저지를 것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선발로 나올 줄이야.’
그녀는 선발로 나왔고, 첫 경기를 승리했다.
그러나 링고는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최대 다섯 경기를 치러야 하는 게 국가 대항전의 8강이다.
경기 하나하나에 집중하는 게 아니라, 전체의 흐름을 봐야 했다.
그리고, 그는 오히려 최고다이순신이 나와준 것에 감사했다.
‘분석해 놓은 게 허탕은 아니었군.’
그는 쿠키보다 최고다이순신에 대해 더 많은 분석을 해뒀던 것이다.
그야 쿠키에 대한 분석은 그간 쌓인 데이터가 있으나, 최고다이순신은 전혀 없었으니.
짧은 기간에 더 열을 올릴 수밖에 없었고, 다행히 수확이 있었다.
각 지휘관은 자신만이 갖고 있는 문명에 대한 세계관이 있다.
그에 대한 해석이 모이고 모여 그 점들이 연결되어 하나의 세계를 이룬다.
링고는 그녀가 갖고 있는 세계관이 어떤 건지 얼추 밑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일단 초반 찌르기에 대한 강박.’
우선 그녀는 2시대에 반드시 움직인다.
그녀가 해석하는 조선은 초반에 반드시 전투로 이득을 취해내야 하는 문명이었다.
사실 조선을 이렇게 운영해야 한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으나, 확실히 당해보니 일리가 있었다.
‘공성 병기는 최대한 지양한다.’
두 번째로 그녀는 절대 공성 병기를 쓰지 않았다.
보병들을 위주로 효율 좋은 싸움을 중시했다.
근데 왜일까?
링고는 여기서 의문을 해결하지 못했다.
오로지 가설들만 있을 뿐이었다.
그녀가 직접 컨트롤에 자신이 없다거나, 아니면 정말 극단적으로 자원 효율을 위한다거나.
어쩌면 둘 다일 수도 있었다.
비록 가설이지만, 이 가설들은 늘 그녀의 경기에 발현되었고.
링고는 그에 대비를 생각해 내야 했다.
특히나 이번 바다맵 말이다.
‘두 가설 다 말해주고 있다. 화선이 오지 않을 수도 있다고.’
두 가설 중 어떤 쪽을 신뢰하더라도, 조선이 무조건 화선을 선택할 거라는 보장이 없었다.
다른 지휘관이었다면 정말 말도 안 되지만, 최고다이순신의 조선은 ‘쾌속선’을 노릴 수도 있었다.
이 말도 안 되는 걸 대비해야 했다.
이 또한 비용이었다.
하지만 1경기를 진 링고는 그의 가설이 어느 정도 맞다는 걸 이미 확인한바.
그 비용을 기꺼이 지불했다.
‘만약 온다면…….’
그녀가 2시대 쾌속선에 궁수들을 실어 보낼 수도 있다.
그는 이 말도 안 되는 행위에 대해 대비해야만 했다.
‘이런 사이드로 빠져서 몰래 오겠지.’
정찰용 어획선 둘을 각 사이드에 배치한다.
생선을 실어나르는 데 거리상 손해를 보겠으나, 어쩔 수 없었다.
이 만약을 대비해야만 저자를 이길 수 있었다.
그리고─
“……!”
이번 경기 승리의 여신은 링고의 손을 들어주었다.
정찰용으로 배치한 어획선에 적의 쾌속선이 보인 것이다.
링고의 입꼬리가 올라간다.
“가자. 세키부네.”
촤아아아아……!
방금 생산된 세키부네(*일본의 소형 고속 함선)가 물살을 가르며 해안을 벗어났다.
* * *
“잠시만요! 지, 지금 들켰거든요!?”
중계진도 조선의 쾌속선 위치가 들킨 걸 알아챘다.
그들은 양쪽 시야가 다 보이니, 확신할 순 없었지만.
“이 거리면 보였죠!? 게다가 아…… 조선은 애초에 멈추지 않고 그냥 나아갑니다!”
조선이 멈추긴 커녕 더 앞으로 들이밀면서 누가 봐도 확실히 서로를 인지할 수밖에 없는 상태였다.
-ㄷㄷ
-뭐야
-헐
-저 배가 왜 여기에???
-엥?
“아니, 어획선이 왜 여기에 있죠!?”
시청자도 중계진도 심지어 최고다이순신조차 왜 일본의 어획선이 이런 외딴곳에 배치되어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설마 이걸 예상했어요? 대비한 거라구요?”
“일단 조선! 그냥 앞으로! 이거 들켰지만 최대한 빠르게 육지로 상륙하겠다는 거죠!?”
촤아아아아……!
쾌속선은 한 번의 방향전환도 없이 앞으로 물살을 갈랐다.
그러나─
“아…… 근데 평저선 팩션 때문에! 이게!”
평저선.
해안에서 멀어질수록 느려진다. 최대 20%까지 느려진다.
“지금 제일 느린 상태거든요!?”
차라리 일본 해안이라도 조금 보인다면 다시 빨라지겠으나, 여긴 완연한 바다였다.
밑이 평평한 평저선이 활약할 수 있는 무대가 아니었다. 그런 와중에 일본의 배는 첨저선이다.
밑이 뾰족하여 물살을 가르기에 좋다. 해안에서 쓰기엔 불편하나, 수심이 깊은 곳일수록 굉장히 빠르다.
촤아아아아아……!
[세키부네]지금 물살을 가르며 다가오는 세키부네가 그러하다.
“아. 세, 세키부네 완성돼서 달려오고 있죠?! 조선! 모를 거 같은데요!?”
일본의 세키부네가 한 타이밍 빨리 뽑혀 있었다.
“이거 무슨 이거 하려고 작정하고 온 사람 같아요! 링고!!”
-헐
-옆에서 처박겠는데??
-각 미쳤네
-아 ㅅㅂ 전멸이다;
-ㅈ됐다
조선의 쾌속선은 맵의 서쪽 끄트머리에서 나아가고 있는데.
그 앞엔 어획선이 가로막고, 세키부네는 동쪽에서부터 따라붙고 있다.
속도 차이가 가장 극명하게 벌어지는 구간인 터라, 세키부네와 쾌속선 거리가 순식간에 좁혀지고 있었다.
물론 이마저도 위에서 다 내려보는 자들의 시야이다.
막상 조선은 아직 모를 것이다.
“세키부네가 오기 전에! 해안에 도착할 수 있습니까!?”
“항상 2시대 찌르기를 성공해왔거든요!? 이번에도! 우원아! 우리 원딜 아몬드인데! 어떻게 안 되나요!? 화살로 배 부숴 버리는 거 안 되나요!?”
-ㅁㅊㅋㅋ
-되겠냐 ㅋㅋㅋ
-ㅅㅂ초능력자냐
킹귤이 이런 농담 같은 희망을 던져야 할 정도로, 지금 쾌속선의 상황은 위태로웠다.
그럼에도 조선이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앞으로 전진하는 것뿐이었다.
세키부네가 오기 전에 해안에 닿겠다.
이런 마음으로 직진해야 했다.
문제는 조선은 세키부네가 온다는 사실조차 모른다는 것이다.
“아아! 지금! 지금 봤어요!!!”
그리고, 지금─
“세키부네 속력 엄청나게 올립니다아!”
세키부네가 동쪽 끄트머리 시야에 모습을 드러냈다.
* * *
“아. 배였어? 들켰네.”
아몬드는 태연히 머리를 긁적였다.
앞에 보이던 게 섬이 아니라, 배였구나.
그냥 그뿐이었다.
“음…… 일단 내릴 때 조심해야겠다. 물에 빠질 수도 있잖아.”
“형님. 그냥 오더하실 거 없으면 아무 말 안 하셔도 됩니다.”
“……크흠.”
롸떼는 아몬드가 자신이 리더라는 생각에 아무 말이라도 일단 해댄다고 여겼는데.
그건 사실 정확한 진단이었다.
“진정한 리더는 유능한 부하들을 굴려야죠.”
롸떼는 당근을 슥 가리키며 말한다.
“아. 그렇지. 맞아.”
아몬드는 고개를 끄덕인 뒤, 당근에게 물었다.
“자. 당근. 이제 어떻게 할지. 말해.”
푸핫.
멤버들은 모두 웃음이 터져 버렸다.
‘무슨 시리냐고.’
‘인공지능이냐.’
그러나 당근은 웃지 못했다.
이때 그녀만 동쪽을 주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어떻게 하냐면. 곧 오른쪽에서 배가 처박을 건데. 어떻게 적 배로 잘 뛰어올라서 싸울지 고민해.”
“……?”
갑자기 너무 많은 정보들이 쏟아진 터라 아몬드는 고개를 갸웃했는데.
‘어?’
동쪽에 정말 뭔가 오고 있다.
그것도 엄청나게 빠르게.
후미에 가만히 앉아 있던 팡어도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났다.
“오, 온다! 뭐야 저거!?”
“세키부네.”
당근은 동쪽 끄트머리로 위로 올라타며 그렇게만 중얼거렸다.
아몬드도 동쪽 전방에 자리를 잡고 싸울 준비를 했다.
그런데 척 보기에도 배의 사이즈부터가 이쪽이 한참 불리했다.
‘명령은 왜…….’
위쪽에선 이렇다 할 명령이 오고 있지 않았다.
지금 이 배가 침몰하면 무려 궁수 10명이 개죽음을 당하는 상황인데 말이다.
* * *
“!”
사랑의 눈이 부릅떠졌다.
‘뭐야.’
일본의 배가 있어선 안 될 곳에 있다.
어획선이 보인 그 순간부터 그녀는 모든 감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그리고 역시나 동쪽에서 접근하는 세키부네.
‘이건…… 큰데.’
완전 간파당했다.
그렇게밖에 볼 순 없다.
이렇게까지 간파당했다면, 이 궁수 10명은 그냥 주는 게 맞을 정도다.
그러나, 줘도 쉽게 줘선 안 된다.
‘컨트롤 해야 돼.’
어떻게든 물고 늘어져야 했다.
‘일단 전진.’
단순 전진 명령만 입력해 놓은 배는 아직도 일본 해안을 향해 전진 중이다.
그런데 척 봐도 세키부네가 먼저 들이받을 것이다.
충각을 보유하고, 배의 크기도 더 크고 빠르기 때문에, 부딪히면 무조건 쾌속선이 부서진다.
그런데 이대로 해안에 간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하지만 그녀는 일단 쾌속선이 전진하게 두었다.
적이 의심하지 않아야 한다.
조선은 해안으로 직진한다는 걸.
‘들어오는 순간에 정확히.’
그녀는 눈을 부릅뜨고, 세키부네가 오는 것만을 기다렸다.
쏴아아아아아!
엄청난 속도로 다가오기 시작한다.
‘충파를 노린다.’
역시나 앞에 단단한 충각을 이용해 부딪쳐 부수는 전략 ‘충파’를 노리고 있다.
그게 일본 초기 배들의 기본 전술이다.
‘온다. 좀만 더.’
배의 거리가 100미터 정도 차이 난다.
‘더.’
80미터.
촤아아아아……!
배에 타고 있는 이들에게 상대 배가 일으킨 파도가 들이닥칠 정도의 거리다.
그리고, 궁수들이 활을 쏘기 시작했다.
물론 배를 활로 터뜨리려면 정말 미친듯이 많이 쏴야 하기에, 현재로선 의미 없는 짓이었다.
그럼에도 사랑은 그들에게 따로 오더를 주지 않았다.
그럴 여력이 없었다.
이런 직접 컨트롤은 그녀가 주의력을 전부 기울여야만 가능했기에.
‘지금!’
그리고, 세키부네가 쾌속선의 머리를 들이박는 그 순간.
조선의 배가 머리를 휙 틀어버린다.
* * *
세키부네가 거대한 충각을 이빨처럼 드리우며 달려들었다.
“오…… 온다아아아!”
궁수들은 상대 배로 뛰어들 준비를 하기 위해 모두 끄트머리로 붙어 있었는데.
“어!?”
콰아아아아……!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으어어어!?”
갑자기 배가 급격하게 회전한다.
궁수들은 미처 몰랐기에, 흔들림에 휩쓸려 넘어졌고, 배도 거의 반쯤 기울어졌다 다시 일어섰다.
그야말로 잠시 난리가 났다.
아몬드는 와중에 가장 먼저 몸을 일으키며 다시 활시위를 당겼는데.
“지나갔어……?”
들이받으려던 세키부네가 저 멀리 지나쳐 버렸다.
“!?”
세키부네 안에 있던 플레이어도 황당한 표정으로 아몬드와 눈을 마주쳤다.
“어…… 어? 이게 왜…….”
그는 다급히 키를 잡고 어떻게 해보려 하지만, 지휘관이 배의 주도권을 양도하지 않는 한 플레이어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애초에 세키부네는 뱃머리를 이렇게 쉽게 돌릴 수가 없었다.
바닥이 뾰족한 첨저선이라, 회선 저항을 크게 받기 때문이다. 대신 앞으로 가는 게 빠르다.
그리하여 세키부네는 크게 돈다.
마치 먹이를 탐색하는 상어마냥 주변을 크게 한 바퀴.
아무리 빨라도, 쾌속선을 다시 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 * *
쾅!
중계진이 흥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게 평저선입니다! 이게!!”
평저선의 장점을 극강으로 활용한 무빙이었다.
“뭔 놈의 배가 해안 밖으로 나가면 속력이 느려지니~ 뭐니~ 어쩌구~ 저쩌구~ 이때다 싶어 신나서 까던 명예 일본인들 다 나와아아아아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엌ㅋㅋㅋㅋㅋ
-ㄹㅇ
-평저선 찬양콘
-이, 이게 평저선!?
평저선 구조는 평소 답답한 면이 있어 쉽게 구설수에 오르나, 장점 또한 확실한 배다.
회선이 유리하여 포 위주로 싸우는 조선에겐 딱 맞는 형태였다.
지금 그 장점이 포가 없이도 정확히 드러났다.
“있다만! 지금 다시 세키부네가 올 거거든요!? 그 안에 뭔가 할 수 나요!?”
물론, 지금 최고다이순신의 컨트롤은 위기를 한 번 미룬 것에 불과했다.
여긴 여전히 바다였고, 적의 배는 방향을 한참 돌려도 다시 덤벼들 것이다.
“이제 어떻게 합니까!? 어디 어획선이라도 하나 물귀신으로!?”
이건 킹귤의 판단이었다.
어차피 이 궁수들이 죽는 건 정해진 일.
그러니 근처에 있던 어획선이라도 박아서 같이 데려가자는 식의 물귀신 전략이다.
나쁘지 않은 차선책이었다.
그러나, 조선은 그 이상을 바라봤다.
“아…… 아니?!”
촤아아아아아!
세키부네가 다시 달려들 때, 쾌속선은 다시 한번 회선하여 피했다.
“투우삽니까!? 또 피했어요!?”
“에스파냐를 삼킨 조선!! 투우까지 합니다아!?”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배 안에 있던 궁수들.
[공격]그들이 이번엔 넘어지지 않고, 대기하다 일어서 일제히 활을 쏴댔다.
“배를 쏴요!?”
각자 집중 3초를 모은 화살을 전부 배에 때려 박았다.
퍼버벙!
퍼벙!
미약하게나마 세키부네의 체력이 깎이기 시작했다.
-?
-이걸?
-엥?
-배를??
화살로 배를 부순다.
“아…… 아니, 제가 아까 농담으로 말한 건데!? 이걸 진짜 한다는 겁니까!?”
어쩌면 한세월 걸리는 짓이다.
그런데, 조선은 해보려는 것이다.
한세월 여기서 버티겠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