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764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232화
76. 바다(3)
‘뭐야. 이게?’
링고의 눈이 떠졌다.
방금 조선이 두 번이나 충파 시도를 피한 건가?
아무리 선회가 쉽다지만, 이렇게 교묘하게 전혀 피해 없이 피할 수 있단 말인가?
‘다시……!’
콰아아아아아아!
세키부네가 다시 물살을 가르며 쾌속선을 쫓는다.
아니, 쫓는다는 말도 어색했다.
애초에 쾌속선은 더 이상 도망칠 의지조차 없었다.
놈들은 이쪽을 기다리고 있다.
‘기다려?!’
링고는 충격적인 기만행위에 잠시 눈이 뒤집혔다.
이쪽이 완벽하게 전략을 간파해서 꽁무니 빠져라 도망가야 정상이거늘.
오히려 적이 공격을 기다리고 있다는 게 화가 날 만도 했다.
아무리 두 번 피했다지만, 여전히 일본의 상황이 훨씬 유리했다.
콰아아아아!
세키부네가 다시 한번 쾌속선에 충각을 내밀었다.
그러나─
휙!
손바닥 뒤집듯 다시 피해버리는 상대.
퍼버버벙!
거기에 화살 세례는 덤이었다.
“또! 또 피했어요!? 이게 뭡니까!? 최고다이순신! 링고를 무슨 조련하듯이!? 이게 컨 차이인가요!?”
그러나, 링고도 이번엔 판단을 달리했다.
이번엔 세키부네 안쪽에서도 사람이 튀어나왔다.
“어어!? 두 번은 안 당한다! 그러고 보니 폭탄을 던질 수 있거든요?!”
[투척]쾌속선을 스쳐 갈 때, 안에 있던 인원 하나가 폭탄을 내던진다.
개수 제한이 있어서 잘 쓰지 않지만, 링고도 더 시간이 끌리는 건 별로라 판단한 것.
훙!
폭탄은 정확히 쾌속선을 향해 날아갔다.
링고는 그 궤적을 확인하고, 이제야 끝나겠구나 생각하며 다시 세키부네의 세부 루트를 조정한다.
폭탄이 터지면 배가 제대로 작동을 못 할 테니, 그땐 제대로 충파할 수 있으리라.
그런데─
퍼엉!
폭탄이 터졌다.
공중에서.
“!?”
비산하는 화약 연기 뒤로, 한 남자가 보인다.
아몬드다.
그리고, 그의 시야에 뜬 하나의 명령.
[요격]이에 링고뿐 아니라, 킹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몬드! 폭탄을 요격해 버립니다!!”
-ㄷㄷ
-ㅁㅊ
-캬
-도랐네 ㄹㅇ
-ㅅㅂ
-저거 갯수제한 ㅈㄴ 빡센데 ㅋㅋㅋㅋ
-와 ㅋㅋㅋ
“이, 이거 잘하면 진짜 하겠는데요!? 진짜 되나요!?”
킹귤은 이 장면 전까지만 해도, 사실 쾌속선이 시간만 끌어도 다행이라 생각했다.
워낙 전략적으로 잡아먹히고 들어갔다. 링고는 초반 구도에서 완전히 최고다이순신의 머리 위 있었다.
문제는 상대의 컨트롤 능력이 머리 위 수준이 아니라, 구름 위였다.
“아아아! 세키부네 다시 달려듭니다!? 억울하다! 아 분하다아아악!”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본인이 달려감?ㅋㅋ
-분하긴할듯ㅋㅋㅋ
쏴아아아아아!
세키부네는 분노의 질주로 다시 한번 충파를 시도한다.
물론(?) 이번에도 실패다.
휘릭!
살랑살랑 꼬리를 흔들듯, 슥 피해 버린다.
머리를 노리면 머리를, 꼬리를 노리면 꼬리를.
가운데를 노리려 해도, 계속 앞뒤로 이동하고 있어 쉽지 않다.
조금이라도 가운데에서 벗어나면, 휙 틀어버린다.
그러면 충각이 배의 면을 스치고 지나갈 뿐, 제대로 충파되지 않는다.
이럴 때마다 화살은 계속 꽂힌다.
퍼버버벙!
분명 쾌속선이 한참 불리해야 할 상황인데, 일방적으로 맞고 있는 건 세키부네였다.
“이게 지휘관 차이죠! 이게 컨 차이입니다! 이런 엄청난 컨이 되는데! 여태 공성 병기를 안 썼다는 게 소름이 돋습니다아!”
“아니! 컨 차이가 무슨! 무슨 강형욱이랑 시바견만큼 차이 나나요!? 제가 링고였으면 지금 때려치웠어요!!”
-ㅁㅊㅋㅋㅋㅋㅋㅋ
-최고다강형욱 ㄷㄷ
-앜ㅋㅋㅋ
-그러니까…… 개라는거죠?
-시바견 ㅋㅋㅋㅋ
“아니, 정말 때려치우는 게 나을 거 같은데요!? 그냥 이 배로 조선 본진 가는 게 좋은 거 아닌가요!?”
캐스터의 말처럼 세키부네는 진작에 조선 본진으로 향했다면 어획선 견제라도 제대로 했을 것이다.
쾌속선에서 궁수들이 내리더라도 육지에서 막고, 세키부네는 기동력을 활용해 바다를 먹었어야 했다.
그러나, 모든 전쟁이라는 게 논리와 이성으로 굴러가는 것은 아니었다.
그게 설사 게임이라도 그러했다.
이건 자존심의 싸움이 되었다.
“또……! 또 들이박아요!?”
콰아아아아아!
세키부네가 다시 선회하며 쾌속선을 향해 달려들었다.
“으아아! 나 못 참아! 나 시바광견! 물 거야! 공격할 거야아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앜ㅋㅋㅋㅋㅋ
-시바광견ㅋㅋㅋㅋ
-시바세키부네 ㄷㄷ
-ㅅㅂㅋㅋㅋ
또 공격을 피해내는 조선.
“그러니까!? 조선이 조련 들어가죠!?”
퍼버버벙!
화살 세례를 되돌려주는 조선.
“시바견 다시 얌전해지다가…… 아아아악! 사실 물어! 나 물어어어어! 문다아아악!?”
콰아아아아아!
또다시 돌아와 박으려는 일본.
“다시 조련?!”
또 조선은 피해내며 화살 세례를 퍼붓는다.
대체 몇 번의 시도와 몇 번의 반격이 있었는지 모를 만큼, 공방이 이어지고.
퍼버벙!
그러는 중에도 화살은 계속해 명중했다.
“아니!? 링고 이제 포기하고 그냥 돌아갈 때도 됐거든요!?”
“설마 설마 하는 거죠!? 화살로 배를 잡겠어?! 아무리 그래도! 이거 배인데!?”
“근데 정말 잡힐 수도 있어 보입니다!? 이게 지금 제가 제대로 보고 있는 겁니까?!”
세키부네의 체력은 현저히 떨어져 있었다.
게다가 궁수들의 집중력이 지휘관 못지않았다.
미친 듯이 돌아가는 배 안에서도 계속해서 타깃을 기어코 맞히고 말았던 것이다.
“또! 또 전부 명중!!”
퍼버버벙!
“또 맞아요!?”
퍼버벙!
“지금 우리 선수들이 너무 당연하다는 듯 다 맞히고 있어서 언급을 못 드렸는데! 이거 디스코 팡팡에서 활 쏘는데 맞히는 상황이거든요!?”
“예!? 그 정도예요!? 말이 안 되는데요!?”
“그 말이 안 되는 걸 계속합니다! 조선!!!”
-디스코팡팡은 오버짘ㅋㅋㅋ
-캬
-와 ㅋㅋㅋ
-진짜 잡겠는데??
세키부네는 이제 체력이 정말 다 떨어졌다.
안에 있던 병사는 이미 화살 세례에 죽은 지 오래여서 남은 폭탄을 던질 자도 없다.
그리고─
“아니, 또 달려들어요!? 이거 진짜 너덜너덜해졌─”
마지막 10발의 화살이 꽂혔다.
──퍼어어엉!
“?!”
세키부네가 천천히 침몰한다.
모두가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그 장면을 보고 있었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한국 관중석에서 우레 같은 함성이 터져 나오고서야 현실감이 들었다.
-와
-ㅅㅂ
-진짜했다고?
-에반데
-링고 이건 평생 PTSD겠누
-ㅋㅋㅋㅋㅋㅋㅋㅋ
-헠ㅋㅋㅋㅋ
“아아아아아아악!”
쾅!
킹귤이 벌떡 일어나며 고래고래 외쳤다.
“화살은! 배를 찢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리것이 최고여~
-왘ㅋㅋㅋㅋㅋ
-ㅈ된다
* * *
이 전투는 실시간으로 큰 화제가 되었다.
지휘관 vs 지휘관의 컨트롤 실력이 직접적으로 붙는 경우가 드물기도 했고.
결과 자체가 두 눈이 의심스러울 정도였기 때문이다.
특히나 이 전투는 역사 관련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되었는데.
[실시간 이순신 장군 무빙 ㄷㄷ]등의 제목으로 올라와 많은 호응을 얻었다.
-ㅅㅂㅋㅋㅋㅋㅋ
-와
-미쳤네
-평저선 까던 새끼들 다 어디감?ㅋㅋ
-이게 요즘 인기라는 그 시발엠인가 뭔가 하는거냐?
└ㅅㅂ엠ㅋㅋㅋ
└시빌엠이요 아재요……
-참고) 수송선으로 전함을 잡는 장면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ㄹㅇ
└미쳤네
└드랍쉽으로 캐리어잡기 ㄷㄷ
└ㅁㅊㅋㅋㅋㅋㅋ
-쟤넨 배로도 자폭을 하누
└ㅋㅋㅋㅋㅋㅋㄹㅇ
사실 한국보단 외국 커뮤니티에서의 반응이 더 뜨거웠다.
[방금 말도 안 되는 전투] [본선 최약체의 전투] [난생처음 보는 사람이 너무 잘함]등등.
아직 2경기가 끝나지도 않았는데도, 수많은 게시글이 올라왔다.
-아니 저게 뭐야?
-저걸 당하는 일본이 이상한 거 아닐까?
-한국의 RTS가 부활한다!
└정말 그럴듯
└동의
-정보: 일본이 전략적으로 완전 간파해냈음에도 단순 컨트롤 싸움에서 전황이 확 바뀌어버림
-계속 활을 맞히는 궁수들은 뭐야? 미쳤는데?
└이것이 넛츠
-저 난장판에서 아몬드의 폭탄 저격이 제일 놀랍다
심지어는 최고다이순신의 아이디를 알아보는 외국의 밀리터리 마니아도 있었다.
[조선의 이순신이라는 닉에 대해 알아보자]그는 이순신 장군이 해전에서 세운 업적에 대해 신나서 나열해 놨는데, 이게 꽤 많은 주목을 받았다.
-아니 이순신은 대충 들어봤는데 일본이랑 싸운 거였어?
-이순신 뭔 투표에서 2위 했던 그 사람이네
-하필 닉네임이? XD
-이제야 왜 응원단이 다 미쳐 있는지 이해가 되는군.
그야, 이순신 장군의 업적을 만들어준 상대가 또 일본이었으니.
그들 입장에선 이제야 이 게임의 무게감을 체감한 것이다.
-이 이름을 달고 일본 상대로 캐리하는 기분은 뭘까?
-와 이름에 걸맞는 컨트롤이네
-일본이 바보짓을 하긴 했지만 놀랍다
그랬다.
모든 이들의 반응은 한 단어로 함축할 수 있었다.
놀라움.
그러나, 지구상 오직 한 곳만이 다른 감정을 느꼈다.
절망.
“……나, 나니!?”
“세키부네에에에에!”
“우소…….”
전략적으로 완승했다 생각하여 한창 응원하던 일본의 응원단이다.
그리고, 이들보다 더 큰 절망을 느낀 이가 있으니.
‘…….’
그건 바로 당사자인 링고.
‘방금 뭘 한 거지.’
그는 당장에라도 항복을 치고 싶은 욕망을 겨우겨우 억누르며 반쯤 혼이 나간 채로 게임을 진행해야 했다.
어이없는 무빙의 연속, 이걸 못 잡는 건 말도 안 된다는 생각에 뭐에 씐 듯 무의미한 싸움을 이어나갔다.
모든 슈퍼플레이가 그렇듯, 늘 상대의 실수도 함께 따라온다.
방금의 플레이에선 링고의 탓도 있었다.
그래, 적의 현란한 컨트롤?
몇 번 당할 수는 있었겠지.
그런데 적어도 세키부네를 침몰하지 않게는 할 수 있었다.
세키부네를 침몰시키기까지 대체 얼마나 많은 기회가 있었는가.
‘기회비용을 구분 못 하고…… 젠장.’
그는 자신이 매몰해 버린 비용을 돌려받기 위해 계속 달려들었던 것이다.
시간을 낭비하면 낭비할수록, 무조건 이득을 만들어야만 하기에.
마치 움직일 때마다 더 깊이 빠져드는 늪처럼, 그는 계속 달려든 것이다.
결과는 이미 나와 있듯, 최악이었다.
콰득…….
이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는다.
일본의 중계진도 이를 눈치챘는지, 언급하고 있었다.
“링고 잊어야 합니다. 누구나 실수를 하거든요?”
“맞습니다. 이런 걸 계속 머리에 달고 가면, 이번 경기도 내주게 되어 있습니다.”
“전략적으로는 분명 계속 우위에 서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바다맵입니다! 섬나라 민족 팩션이…….”
그는 입술을 깨물며 어떻게든 의식을 부여잡고, 게임을 이어나갔다.
배 한 대쯤은 별거 아니다.
일본이 유리한 맵인 건 변함이 없다.
지금부터 실수가 없다면, 다시 자연스레 유리해질 것이다.
‘대비해야 한다.’
아까의 쾌속선이 곧 올 것이다.
그러면 그 궁수 10인이 육지에 내리게 될 거다.
‘적어도 오는 루트는 알고 있지.’
세키부네를 한 척 잃는 사고가 나버렸지만, 적이 기습해 오는 루트를 발견했다.
‘여기서부터 다시 역전이다.’
링고는 이 지점에서 뭔가 해볼 수 있다고 느꼈다.
적어도 이 기습만큼은 깔끔하게 막아야 했다.
쿵! 쿵!
“역! 전!”
일본 응원단의 반전을 바라는 응원 소리가 점점 구장을 채워 나갔다.
쿵! 쿵!
“역! 전!”
쏴아아아아……!
그러는 새, 일본의 해안에 드디어 조선의 쾌속선이 보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