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765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233화
77. 리더(1)
쾌속선으로 세키부네를 침몰시켰다.
“와아아아아아아!!”
“미친! 지, 진짜 됐어!?”
관중들뿐 아니라, 선수들도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화살로 배를 침몰시키는 경험을 이들이 몇 번이나 해봤겠는가.
촤아아아…….
쾌속선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일본을 향해 나아간다.
‘이번 경기도 빨리 끝난다면…….’
아몬드는 괜시리 오른팔을 주무르며 바다를 내다봤다.
‘3경기에서도 괜찮을 거 같아.’
그로서는 지금의 성과가 얼마나 큰 건지 정확히 알기 어려웠지만.
선수들의 반응이나 함성 소리로 봐선 분명 엄청난 성과였다.
1경기도 이런 성과 덕에 빠르게 승리를 거뒀다.
이번 경기도 그럴 수 있다면 다음 경기 역시 수월해질 것이다.
‘보인다.’
이제 선수들의 시야에도 일본 본진의 해안선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무도 없는데?”
궁수들은 눈을 찌푸리며 사방을 쳐다봤지만, 의외로 해안을 막고 선 병사들은 보이지 않았다.
“하선도 못 하게 할 줄 알았는데.”
쿵…….
배는 해안에 아무 방해도 없이 정박했고, 궁수들도 모두 안전하게 내렸다.
아까 전 세키부네의 저항에 비하면 너무나 평화로운 상황이 오히려 불길했다.
* * *
“좋습니다! 조선의 쾌속선! 결국 일본 본진에 도착했거든요!?”
“예. 예상보다 훨씬 오래 걸렸지만! 일단 도착했구요! 자, 문제는…….”
킹귤의 눈이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한다.
언급할 게 조금 많았다.
“일단 시야가 전혀 없다는 거죠?”
“맞습니다. 매 날리기 한 번 남았는데. 이걸로 본진 섬을 다 밝힌다는 건 무리죠.”
“맞습니다. 이게 바다맵. 섬맵의 특징이거든요? 처음 상륙한 지상군은 그냥 아무것도 모르는 암흑 시야로 나아가야 됩니다? 지금 일본 건물들이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채로 공격을 하러 가야 하거든요?”
일반적인 육지 싸움과 이게 차이였다.
처음 내린 병사들은 사실상 정찰용으로 쓰여야 한다는 점이다.
“릴에서도 수풀 안 안 보일 때 페이스체크 하면 거의 7~80퍼센트 죽잖아요? 이것도 상황이 마찬가집니다.”
-아니 그럼 왜왔어?ㅋㅋㅋ
-아
-ㄹㅇ페이스체크네 ㅋㅋㅋ
-아몬드는 페이스 아이디 있는데 어케 안됨?ㅋ
-저 섬이 레이나도였다면 시야를 다 줬을 텐데……ㅠ
-애초에 왜 온거?
“이러면 사실 궁수들 입장에서는 좋은 자리 잡기가 거의 불가능한데요?”
궁수들은 자리가 중요했다.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고 쏘기 시작하면 보병이 몇 배가 와도 상대가 가능한 게 궁수들인데.
만약 자리를 제대로 못 잡는다면, 단 서너 명의 검객이 궁수부대를 다 몰살시켜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그 싸움에서부터 궁수들은 불리한 셈이다.
“예. 맞습니다. 뭘 알아야 좋은 자리를 잡죠. 매 날리기 한 번으로 그런 게 가능할지는 운이 따라줘야 하는 거고!”
“아니!? 그럼 대체 왜 온 겁니까!? 힘들게 힘들게 와보니까! 뭐 막상 아무것도 없잖아요!”
“그렇죠! 지금 죽을 둥 살 둥 보물이 있다는 섬에 찾아왔는데! 보물은 너희들이 함께 힘을 합쳐 모험해 온 그 추억이다! 이렇게 말하는 거죠!?”
-ㅅㅂ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생각만해도 넘 열받넼ㅋㅋ
-그래서 뭔데
“그럼에도 지금 조선이 2시대에 궁수들을 보낸 이유! 사실 지금에 와서는 많이 퇴색됐습니다!”
“예!?”
그랬다.
이미 조선이 의도한 시간보다 너무 늦게 도착했다.
-아 늦어서 ㅠ
-아까 들어갔음 얘기가 달랐지
-그래도 세키부네 하나 먹었으니 ㄱㅊ
“늦었어요. 아까 전에 스트레이트로 바로 왔다면! 일본이 방어 시설도 별로 없었을 때고! 눈치도 못 채게 살금살금 정찰하면서 활동할 수 있었을 텐데! 지금은 일본! 근처에 정찰 인력들 다 깔아놨거든요?!”
“아아아! 지금 보조 지휘관이 하나 멀리서 붙어서! 시야 다 보여주고 있어요!”
일본은 시야가 있고, 조선만 없는 상황이 나오고 있었다.
“이러면 아까 전 링고가 예측해서 막으려 시도했던 거 자체가! 굉장히 좋은 판단이 되었는데요?”
“예. 사실 맞습니다. 그래서 제가 엄청 불리해졌다고 했었잖아요? 근데 세키부네를 잡는 바람에 지금 상황이 조금 달라진 건데…… 아, 더 중요한 건 지금 조선 본진입니다!”
“예!? 조선 본진이요!?”
킹귤은 아까부터 이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세키부네와 전투를 할 때! 조선에서 일꾼이나 어획선이 거의 생산되지 않았거든요!?”
“아…… 그 전투에 너무 집중하느라?!”
“아무래도 그런 것 같습니다.”
사실 어찌 보면 당연한 현상이다.
대개의 RTS 장르 프로게이머들이 결국 세부 컨트롤보다 운영에 집중하게 되는 이유이기도 한데.
작은 전투의 승리를 거머쥘 때 들어가는 집중력 때문에 운영에서 밀리면 결국 게임 전체에 손해가 누적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고다이순신은 그러지 않았잖아.’
다만 킹귤이 의아한 건, 그간 최고다이순신이 나온 조선은 전혀 이런 핸디캡 없이 전투를 치렀다는 거다.
그렇기에 그녀의 손해 안 보고 싸우기 전략이 늘 먹혔던 것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녀의 ‘전략’이라기보단…….
‘그냥 체급이 달랐던 거지.’
그녀의 지휘관으로서의 체급이 애초에 비교 불가였다.
이런 말을 파워 랭킹 꼴지인 조선의 해설자로서 쉽게 내뱉을 수 없었기에 안 했던 거지.
그가 돌려 말한 것을 해석해 보면 결국 최고다이순신의 체급이 높고, 아몬드를 위시로 한 초반 소규모 교전 전투력도 조선이 높았던 거다.
별달리 전략이라고 할 수 있는 건, 돈 얼마를 투자해야 승리를 따낼 수 있는지에 대한 정확한 계산 정도.
그 외엔 결국 ‘실력 차이’였다.
“아니. 최고다이순신이 일꾼이 밀려요!? 심지어 어획선도!?”
캐스터가 놀라는 것도 그러니 이상한 일은 아니다.
특히나 어획선은 바다맵에서 식량 조달의 핵심이고, 조선이 무조건 일본보다 20%, 아니, 최대 50% 이상 수량이 앞서야만 하는 유닛인데.
거기서 밀리기 시작했다면 식량 차이가 실질적으로 많이 벌어질 것이다.
육지 동물 사냥은 플레이어들이 하는 거라 따로 멈춰 있진 않았지만 중반을 넘어서면서 많이 차이 나게 된다.
일단 상대가 섬나라 민족 팩션의 일본이니까.
“아. 지휘관들 중에 직접 컨트롤이 익숙하지 않은 지휘관들도 있거든요? 최고다이순신은 오더 내리는 건 빨라도, 직접 컨은 계속 피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아마 그런 이유가 아닌가 싶습니다.”
-ㅠㅠ
-뭐여???? 커디션 안좋은가
-마린 하나로 럴커잡지 말고 그냥 마린이 존나 많아야되는 이유 ㅋㅋㅋ
-슈퍼플레이 한 번에 희생된게 많누
-엥? 최순신 오늘 폼 별론가
사실 킹귤의 이런 설명에도 기존에 시빌 엠파이어를 하던 유저들은 납득하기가 어려웠다.
오더를 내리는 것이나 직접 컨이나 집중력의 소모에서 급격하게 차이 나는 게 아닌데.
그간 최고다이순신이 보여줬던 말도 안 되는 퍼포먼스를 기억하고 있기에, 지금의 뒤처짐이 이해가 안 가는 것이다.
게임을 알면 알수록 모호한 지점이다.
“아! 그런데 지금 말씀드리는 중에!? 궁수들이!? 아아아아……!”
* * *
알려졌다시피 시빌 엠파이어의 맵은 랜덤성이 강하다.
어떤 컨셉만 유지될 뿐, 자원의 위치, 그로 향하는 길 혹은 산의 위치도 전부 달랐다.
항해의 서막은 강렬한 컨셉이랄 게 섬맵이라는 것 외엔 정해진 게 없는 맵이니.
당연히 랜덤성은 가장 높은 맵이었다.
휘이이이이이이!
하늘 위로 날아다니는 매를 쳐다보는 아몬드. 그는 생각했다.
‘못 찾았나.’
만약 찾았다면 명령이 달랐을 것이다.
[탐색]명령은 여전히 탐색이며, 매가 날아다니는 곳이 아닌 곳으로 핑이 찍혔다.
아직 위치를 정확히 모른다는 것이다.
본래라면 보조 지휘관이 말을 타고 돌아다녀야 하는 정찰을 지금 궁수들이 발로 걸어 다니며 하고 있으니, 시간은 점점 지체됐다.
“산길이네.”
계속 평지를 걷던 그들은 결국 산길에도 올랐다.
[탐색]여기도 빠짐없이 탐색하라는 명령이었다.
“가자.”
“예이.”
짧은 대답과 함께 궁수들이 따라온다.
처음 세키부네를 폭파시키고 하선했을 때만 해도 활기차고 기세가 등등했는데, 이들도 점차 말이 없어진다.
아마 계속된 탐색에 피로가 누적된 것이다.
실제로 걷는 건 아니지만, 언제 어디에 적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주변을 계속 경계하는 건 굉장히 피곤한 일이다.
특히나 이런 산길은 숨소리마저 들릴 정도로 조용히 걷게 되는데.
사부작.
나뭇잎 밟는 소리 하나에도 놀랄 수밖에 없었다.
“하 씨…… 뭐야.”
팡어는 괜히 우측에 활을 겨누다가 고개를 젓는다.
“팡어 형님 긴장하셨─”
롸떼가 웃으며 살짝 긴장을 풀려는 순간.
사부작!
“!”
아몬드가 뒤로 휙 돌았다.
그러나 한발 늦었다.
──촤아아악!
궁수 하나의 머리가 휙 치솟더니, 산바닥을 뒹굴었다.
나무였다.
나무 뒤에 검객 하나가 숨어 있던 것이다.
“쏴아아아아!!”
아몬드가 외치며 화살을 쏘자, 모든 궁수들이 일제히 순식간에 스쳐간 검은 인영을 향해 화살을 쐈다.
퍼버버버벅!
검객은 순식간에 고슴도치가 되어 쓰러진다.
그러나, 당근이 외친다.
“안 돼! 다른 곳 경계 풀지 마!”
한 명의 등장에 모두의 시선이 집중됐던 게 문제였다.
촤아아악!
또 다른 검객이 들이닥쳐 검을 휘둘렀다.
물 반 고기 반이니, 역시나 누군가 또 쓰러진다.
한 명이 아니다.
이번엔 두 명이 쓰러졌다.
퍼엉!
달려든 검객은 아몬드의 화살에 머리를 맞고 역시나 쓰러졌다만.
이제 궁수는 일곱.
[경계 진형]이때 명령이 떨어진다.
“경계 진형으로!!”
터억.
궁수들이 일제히 시위를 당기며, 서로 등을 맞댄다.
그러자, 다시 검객이 등장하진 않았다.
[경계 이동]궁수들은 경계 상태로 조금씩 이동했다.
안 그래도 느린데, 더 느려졌다.
산악 민족 특성을 받아 조금이나마 빠르지만, 애초에 경계를 하며 계속 이동한다는 건 불가능했다.
띠링.
이때 아몬드에게 따로 메시지가 온다.
[안 보임]지휘관은 산악 지형에서 시야에 방해를 받는다.
지휘관은 보통 위에서 내려다보는데, 나무가 아래를 가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리 검객이 어디 있다 타겟팅을 해줄 수가 없는 것이다.
꿀꺽.
아몬드는 마른침을 삼켰다.
그새 최고다이순신의 오더에 익숙해진 것이다. 그녀의 도움 없이 여기서 알아서 헤쳐나가야 하는 상황이 무겁게 다가왔다.
‘안 보인다고 굳이 보냈다는 건…….’
지휘관은 현장의 판단으로 일단 움직이라고 하는 것이다.
그 판단을 지금 리더인 아몬드에게 맡긴다는 말이었다.
“자, 우리 목표는…….”
일단 아몬드는 이 상황에서 최우선으로 수행해야 하는 목표를 설정하기로 했다.
“일단 최대한 살아서 본진 위치를 탐색하는 걸로.”
본진 자원 견제 같은 목표는 일단 후순위로 밀렸다.
지금 일본은 이쪽 위치를 알고, 이쪽은 일본 위치를 모르는 상황이니.
큰 목표를 뒤로 미룰 수밖에 없었다.
그는 슬쩍 당근 쪽의 눈치를 봤다.
“오케이.”
모두는 그의 말에 끄덕여줬다.
‘오.’
그들은 사실 아몬드를 믿는다기보다, 아마 리더에게 지휘관의 오더가 내려온 걸로 알고 있는 것이다.
아몬드는 굳이 그 오해를 풀어주진 않았다.
“크흠. 그럼 빨리 가야 되니까. 경계 풀고 이동.”
그는 괜시리 헛기침을 하며 당근 눈치를 본다.
“경계 풀고 이동~”
그녀는 별다른 내색 없이 복창하며 활을 이만 내렸다.
‘오.’
궁수들이 훨씬 빠르게 한 발씩 앞으로 나아갔다.
리더가 지휘관에게 받은 명령을 전한다고 생각하니, 자신감이 생겼다.
주변에 위험한 게 없다고 판단되니까 경계를 풀라 했겠지. 그런 생각이었다.
아몬드도 자신감이 붙었다.
“뛰자. 뛰어.”
여길 뛰어 탐색하자는 것이다.
“오케이.”
타다다다닥.
산악 지형의 속도를 이용해 최대한 빨리 가고자 했다.
아몬드는 전체적인 상황을 이해하고 내린 판단은 아니었다.
스스로도 확신은 없었다.
단, 3시대에 도달하기 전에 본진을 찾아 뭔가 피해를 줘야 한다는 개념은 있었다.
‘망하면 나라도 살아서 찾으면 되지.’
그저 이 상황에 어떻게든 책임질 수 있으리라는 생각으로 일단 움직이는 것이다.
* * *
한편, 나무 뒤에 숨어 있던 검객들.
“……뭐야. 쟤네 갑자기 졸라 뛰는데요?”
“뭐?”
그들은 황당한 목소리로 서로에게 속삭였다.
“뛴다구요! 갑자기!”
“이런……! 미친놈들 무슨 생각이지!?”
경계 태세로 천천히 다가오는 적을 하나씩 무너뜨린다는 계획이, 예기치 않게 변경됐다.
“오더 바꾼다. 우리도 뛰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