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766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234화
77. 리더(2)
무작정 아몬드 명령에 따라 뛰기 시작한 조선의 궁수들.
그들의 귀로 갑자기 들려오기 시작했다.
사사사삭!
숲 주변에서 뛰는 소리들.
본래라면 숨죽이고 차례를 기다렸을 검객들이 급하게 움직이며 울려 퍼지는 청각의 발자국들이다.
“!”
감각이 뛰어난 편인 팡어가 먼저 그 사실을 눈치챘다.
“우측이다!”
치이익!
그가 급하게 발을 멈추며 활을 쏘았다.
카앙!
불꽃이 튀어오르며, 한 검객이 등장한다.
그는 팡어의 화살은 막아냈다.
그러나─
파바바방!
다른 궁수들이 이미 팡어 덕에 그를 눈치챘으니, 쏘아지는 화살은 하나가 아니었다.
순식간에 고슴도치가 되어버려 쓰러지는 검객.
그 이후, 일본 쪽은 이판사판이었다.
“와아아아아아!”
거의 전원으로 보이는 숫자가 달려든다.
“제, 젠장!”
“이렇게 많아!?”
절대 상대할 수 없는 숫자였다.
그도 당연한 게, 조선은 배로 10명을 여기로 보내는 시간 안에 일본이 검을 천천히 하나씩 생산하더라도 20명은 검객을 뽑아낼 수 있었으니까.
당연히 숫자에서 말도 안 되게 불리한 것이다.
그때 아몬드가 외친다.
“한점 돌파아!!”
“!?”
“여기로!!”
그가 손짓하며 한 방향으로 달린다.
궁수들은 그것이 지휘관의 명령이라 여기고 군말 없이 뛰기 시작했다.
“으억!”
“악!”
촤아아악!
따라잡힌 궁수 몇이 칼질에 바닥을 굴렀으나, 어쩔 수 없었다.
“뚫을 수 있어!”
아몬드는 뚫을 수 있다고 하며 한 지점을 향해 내달렸고.
궁수들은 그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
리더에게 세부 명령이 내려지니까.
그가 뭔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한 검객이 아몬드를 향해 달려든다.
카앙!
아몬드는 활대로 막은 뒤, 곧바로 시위를 잡았다 놓아버린다.
퍼엉!
화살아 곧장 그의 턱을 꿰어버린다.
“윽!”
그는 시체가 된 채로, 아몬드의 어깨로 쓰러졌다.
“!?”
검객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분명 궁수인데, 근접전에서 너무나 쉽게 검객 하나를 처리하는 모습.
“내가 가지!”
또 다른 용감한 검객이 그를 향해 검을 들이밀었으나.
아몬드는 아까의 시체를 발로 차며 검을 막아냈다.
촤아악!
시체가 다시 베어지며 쓰러지고, 그 너머엔 아몬드가 활을 조준하고 있었다.
퍼벙!
이마에 순식간에 두 발이 박히며, 검객은 또 다른 시체가 되어버렸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
관중석은 물론, 궁수들 진영에서도 함성이 터져 나왔다.
근접전에서 궁수가 검객을 순식간에 두 명 처리하는 모습은 엄청난 사기 진작이었다.
“된다니까!”
“아몬드 햄 말이 맞다아! 하면 된다아!”
이게 아몬드가 말했던 근접 궁술이구나.
궁수들은 깨달았다.
활을 꼭 멀리서만 쏘라는 법이 없었다.
활은 근접에서도 칼 못지않게 위협적인 무기였다.
다만─
“억!?”
──촤아악!
아몬드처럼 근접 궁술을 시도하던 궁수 하나가 바닥에 눕는다.
“거…… 거짓말…….”
그가 남긴 유언은 애석히도 다른 궁수들의 귀에 들어가지 못한다.
“와아아아아아! 죽여어어어!”
우르르르!
그들은 앞으로 달리느라 정신이 없었고, 힘없는 목소리는 적의 함성과 발소리에 금세 묻혀 버렸다.
“와아아아아! 가자아아아!”
“할 수 있다아아아!”
조선 궁수들은 할 수 있다며 계속 앞으로 달리며 검객들과 전면승부를 벌였다.
사실 이는 최고다이순신이 봤다면 기겁할 만한 판단이었다.
퍼어억!
퍼억!
그럼에도 최전방에 자리한 아몬드는 신묘한 활치기와 발차기 등이 섞이면서 검객들을 처리하고 앞으로 가고 있었다.
“뭔데!?”
“젠장……?”
“왜 달려오는 건데!?”
달려드는 검객들 입장에선 기가 찰 노릇이었다.
* * *
중계진도 이 장면에서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니, 조선!!! 그냥 뚫어버려요!? 또?!”
하나씩 처리하면서 나아갈 줄 알았던 궁수들이 갑자기 우르르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저 앞밖에 모르는 선수들! 불도저가 따로 없습니다아!?”
-ㅁㅊㅋㅋㅋㅋ
-이럴거면 칼을 들고오라곸ㅋㅋ
-도랏네
“이게 최고다이순신입니까!? 판단력이 정상인의 범주가 아니에요!?”
킹귤은 설마하니 이게 아몬드의 독단이라는 건 생각지도 못했다.
-ㄹㅇㅋㅋ
-이거 되냐?
-다 죽는데???
“피, 피해가 너무 큰데요!? 어떻게 도착한 10명인데……!”
이런 엄청난 피해를 감수하는 작전은 리더가 결정하기엔 너무 큰 결정이었다.
더군다나 고민하는 시간조차 얼마 없이 바로 반응하듯 나온 움직임.
이건 분명 지휘관의 명령이 있었다.
이렇게 생각했다.
그것이 상식적인 생각이었다.
“아니, 뒤쪽 다 짤리는데요!?”
10명 중 순식간에 다섯만 남아버렸다.
“그래도 아몬드! 아몬드가 계속 앞으로 가고 있어요!?”
“아니, 이게 진짜 되긴 하는데! 아몬드만 되는 거 같은데요!?”
아몬드 뒤로 스팸, 롸떼, 당근이 겨우겨우 템포를 맞추고 있었다만.
“아아! 롸떼 사망!”
롸떼가 쓰러지고, 팡어도 결국 뒤처져 처참히 도륙당했다.
“앞으로 가고 있긴 하거든요!?”
그런 와중에 아몬드는 선두에서 계속 앞으로 내달렸다.
“심지어 검객도 많이 죽였어요!! 이게 맞는 거겠죠!?”
“어떻게든 본진 위치라도 정확히 확인하고 나가겠다는 생각일까요!?”
퍼억!
“아몬드! 코앞에서 활로! 또 쏴 죽이고! 밀고! 시체 방패로 막고! 다시 활로!”
퍼벅!
또 다른 검객이 이마에 화살 두어 개가 박힌 채로 대자로 뻗었다.
아몬드가 지나간 길에 검객들 시체가 널브러져 있다.
“아몬드 뒤로 지금 레드카펫이 깔렸거든요!? 시뻘겋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크 역시 배우상
-ㄹㅇ 미쳤네 전투력
-아몬드 이 악물었다~
“아몬드 선수! 평소에도 대단했는데! 지금 집중력이!! 진짜 눈에서 살기가 느껴집니다!?”
그랬다. 전투가 지속되며, 그의 눈빛이 점차 달라지고 있었다.
훙!
칼을 피하며, 그 뒤쪽에 화살을 날리고, 다음 검격을 활대로 막음과 동시에 화살을 쏜다.
이 모든 동작이 찰나에 연이어 반복된다.
그는 눈 한 번 깜박이지 않고, 기계처럼 완벽한 판단을, 그 구현을 반복해 냈다.
“이거 결국 아몬드가 여기서 빠져나가면! 하나라도 빠져나가면! 정찰이라도 할 수 있는 거거든요!?”
그랬다.
비록 궁수들이 많이 죽었어도, 그건 이미 이 산에 들어왔을 때부터 정해진 운명이었을 수 있었다.
이렇게 된 거 아몬드 하나라도 빠져나간다면, 정찰이라도 가능해질 것이다.
그러던 중─
“아아! 이거 안 되겠다! 내가 나선다! 혼다가 달려갑니다!”
아몬드 쪽 방향이 아니었던 혼다.
그가 열심히 뛰어 아몬드를 노린다.
“에이스 대전!?”
* * *
‘좀만 더.’
퍼엉!
또 다른 검객 하나의 머리가 하얗게 비산하여 터져 나간다.
아몬드는 다시 그의 시체를 뛰어넘으며 달려 나간다.
‘뭐가 보이는 거 같은데.’
그리고 다시 경로로 끼어드는 검객.
그가 검을 휘두른다.
그의 검을 활대로 막는다.
카앙!
그와 동시에 흔들리는 활시위.
이미 화살이 쏘아진 것이다.
퍼벅!
턱 밑에 두 발이나 꽂히면서 검객이 쓰러진다.
아몬드는 다시 그 시체를 뛰어넘는다.
‘뭐라도 봐야 되는데.’
그의 눈이 사방을 훑는다.
그때─
“아악!”
“?”
뒤쪽에서 스팸의 비명이 들렸다.
돌아보니 스팸이 비탈길로 굴러떨어지고 있었다.
사실 이미 스팸이 아닌, 시체였다.
“!”
그제야 알게 됐다.
지금 남은 건 당근, 그리고 아몬드.
이렇게 둘뿐이었다.
“하…… 하…… 이거 진짜 지휘관 명령 맞아?”
당근은 이미 체력이 많이 닳아 있었다.
피가 군데군데 묻어 있다.
“아니.”
“하. 그럴 줄 알았어.”
당근은 어이없다는 웃음을 흘리며 자신 쪽으로 달려드는 검객을 흘끔거린다.
“하나라도 데려갈게.”
그녀는 그 검객 쪽으로 몸을 던지며, 화살을 연이어 쏴댔다.
퍼벅!
몇몇 검객이 그녀에게 쏠려 달려가고.
아몬드는 이제 혼자였다.
‘어?’
그리고, 그의 시야에 뭔가 번뜩였다.
후욱─
아몬드의 눈이 순간 3배 이상 확장되며, 그것을 관찰해 냈다.
칼끝이었다.
모든 것이 천천히 흘러가는 가운데.
이런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왜 못 봤지?’
그의 눈동자가 힘겹게 아래로 향한다.
그제야 보인다.
자세를 낮춰 시각의 사각에서 찔러 올라오는 검의 경로.
검을 쥔 자는 적의 에이스. 혼다였다.
「이 사람의 움직임. 조심해야 돼요. 일본이 진형을 파고들 때마다 늘 이 사람이 주요한 역할이었어요.」
치승이 경고해 줬던 말이 생각났다.
일본전은 준비할 시간이 많았기에, 아몬드 역시 일본의 경기를 몇 번이나 반복해서 봐왔다.
그는 있는 힘껏 발로 브레이크를 밟으며 활대를 움직였다.
의식과 다르게 그의 몸은 너무나 느리게 멈추었고, 활대도 영겁의 세월에 걸쳐 검을 향했다.
‘좀만 더…….’
결국, 활대 끝이 검에 닿았다.
그러나─
“!”
촤아아아악!
그 검은 아몬드의 왼쪽 광대를 베어냈다.
이 또한 베어진 판정일 것이다.
[체력 32%]“후아!”
그가 숨을 한 번 내쉬면서, 눈의 동공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갔다.
그제야 다시 세상이 원래 속도로 돌아갔다.
우당탕!
아몬드, 혼다가 서로 엇갈리며 넘어져 위치가 바뀌어 있었다.
‘아. 발이 꼬였나.’
아마 무리해서 피하려다 엎어진 것 같다.
혼다 쪽은 무리해서 사각에 찌르려다 그게 반격당하니까 다시 경로를 무리해서 틀어 결국 꼬인 것이고.
‘이대로 도망치나.’
아몬드는 사방을 관찰했다.
검객이 의외로 없다.
어쩌면 혼다 하나다.
그렇다면 따돌리는 게 어렵지 않다.
산악민족 팩션으로 검객만큼 빨리 움직일 수 있었다.
‘이제…….’
게다가 체력을 안배해야 했다.
한 판 더 싸워야 한다.
아몬드는 저도 모르게 자신의 오른팔로 시선을 옮겼다.
아직 멀쩡했으나.
느낌이 좋지 않았다.
CPU에 비유하자면 방금의 돌파에서 할당량을 넘은 능력을 가동시켰다.
그랬음에도 게임이 끝나려면 멀었다는 게 느껴졌다.
이번 돌파로 얻을 수 있는 건 고작해야 상대 본진의 위치 파악, 잘해야 일꾼 몇 타격 정도.
이걸로는 게임이 안 끝난다.
아몬드는 여기서 최대한 몸의 효율을 선택해야 했다. 에너지를 아껴놔야 했다.
그러나─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귓가에 들려온다.
“대── 한민국!”
관중들의 응원 소리.
흥분한 북소리.
쿵! 쿵궁! 쿵! 쿠웅!!
무언가를 기대하는 듯한, 심장을 들끓게 하는 공기.
혼다가 저 앞에서 천천히 일어선다.
그는 아까처럼 기습적으로 사각에서 달려들지 않았다.
신중히 검세를 가다듬으며 탐색하듯 발을 옮긴다. 제대로 된 승부를 해보자는 듯이.
그제야 아몬드는 다시 기억해 냈다.
그는 단순히 게임의 승리를 위해 뛰고 있는 게 아니었다.
그는 단순히 스트리머도 아니었다.
‘그랬지.’
아몬드는 곧장 몸을 일으켰다.
기리릭─
시위가 당겨진다.
“후우.”
천천히 심호흡을 하며 되새겼다.
그는 국가대표였다.
그런 채로 상대가 걸어오는 승부를 피하고 싶지 않았다.
체력적 문제로, 궁수가 불리해서, 피하는 게 이득이라서.
어떤 핑계로도, 피하고 싶지 않았다.
그의 뒤엔 태극 마크가 달려 있다.
그는 조선 궁수 부대의 리더였다.
화르륵.
그의 눈에 불길이 일었다.
‘와봐.’
파앙!
화살이 혼다를 향해 쏘아졌다.
그 순간 혼다도 바닥을 박차며 쇄도했다.
“와아아아아아아아!”
양측 관중들의 함성이 최고조에 이르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