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767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235화
77. 리더(3)
어느 날.
국내 선수권이 얼마 남지 않았던 때로 기억한다.
교실의 낡은 나무 바닥이 오렌지빛으로 물들 시간. 대부분의 아이들은 학교를 떠난 하교 시간.
양궁장에서 여느 때처럼 시위를 당기고 있었다.
그러던 중 한 학생이 다가와 코치님께서 부르신다 하였다.
연습 중에는 거의 부르지 않는 코치님인지라, 고개를 갸웃했다.
사무실로 들어가 보니, 코치님이 하얀 천 같은 걸 들고 계셨다.
“상현아. 여 와서 이거 한번 보거라.”
“?”
촤락.
하얀 천이 펼쳐지며, 석양을 담은 윤곽이 드러났다.
코치님이 펼쳐 들고 계신 건, 하얀 천이 아니었다.
그의 선수 시절 티셔츠였다.
“여 보이냐?”
“예.”
코치님이 가리키던 그곳을 정확히 볼 수 있었다.
양궁 선수의 시력과 집중력으로는 더욱 잘 볼 수 있었다.
적과 청이 서로 얽혀드는 태극의 문양.
국가대표의 상징이다.
“국대 때 입었던 거다.”
코치님은 자랑스레 웃으셨다.
낮게 깔린 노을빛은 그의 주름 한점마저 모두 파고들어 부각시켰으나.
그 모든 세월의 흔적은 결국 지금의 미소로 귀결되고 있었다.
“국대라는 건, 평생 자랑스러운 업적이다.”
꿀꺽.
마른침을 삼켰다.
“난 내가 고등학교 양궁부 선생으로 온다 했을 때…….”
코치님이 일어나며 그것을 내밀었다.
“다음으로 이걸 짊어질 수 있는 녀석에게 주면 참 좋을 거라 생각했다.”
“……!”
어린 나이에도 알 수 있었다.
그토록 자랑스러워하던 것을, 선뜻 넘긴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리라.
“정말 저 주시는 거예요?”
“그래. 뺏기 전에 가져가라.”
타악!
순식간에 낚아채는 모습에 웃는다.
“사양이란 게 없구나. 크흠. 여튼. 이 태극 마크를 등에 달고 있으면 말이다.”
그때 코치님의 말씀은 귀에 거의 흐릿하게만 들려왔다.
이미 눈동자엔 동그란 태극 마크가 한가득 차올라 있었다.
“……지면 안 된다.”
“네?”
지면 안 된다.
이런 말을 코치님은 입에 담는 분이 아니셨다.
할 수 있는 데까지 죽어라 하고, 지든 이기든 마음대로 하라.
이게 그의 지론이었다.
그렇기에 되물었다.
“지면…… 안 돼요?”
이때의 순진한 눈망울에 마음이 흔들렸던 것일까.
그는 말을 이렇게 바꾸었다.
“흠. 지, 지면 안 되는 건 너무한가? 그럼…….”
그는 두 어깨를 짚으며 말해주었다.
“지더라도 말이야. 절대 약한 모습을 보이지 마라. 승부를 피해선 안 된다. 항상 당당하게. 이 마크를 달고 있으면…….”
* * *
기리릭.
상현이 눈을 부릅뜬 채로, 그때의 말을 중얼거렸다.
“그러면 네가 곧 우리나라다. 그게 말 그대로의 의미. ‘국가대표’다…….”
파아앙!
혼다의 발이 바닥을 박차며, 신형이 흩어졌다.
말 그대로 흩어졌다는 표현이 맞았다.
그만큼 민첩성의 발현을 극한으로 활용하는 플레이어.
그러나, 상현은 타깃을 놓치지 않고 쫓았다.
팅─
시위가 다시 한번 놓아지고, 화살이 날아든다.
──카앙!
이번엔 쳐낸다.
혼다는 거의 다 거리를 좁혔다.
이 속도라면, 활을 쏠 수 있는 횟수는 딱 한 번.
그러나, 그건 일반적인 경우다.
기리릭─
상현의 손에 이미 서너 발의 화살이 쥐어져 있다.
파아앙!
파앙!
파방!
“!”
혼다의 눈이 부릅떠진다.
카강!
검으로 튕겨내기를 한 번, 흘려내기를 한 번, 나머지 하나는?
──퍼억!
가슴팍에 정통으로 적중한다.
그러나 그는 개의치 않았다. 이건 애초에 맞기로 결심한 한 발이었다.
집중 없이 연사로 쏜 화살은 이렇다 할 큰 대미지가 없었다.
쿵.
가볍게만 치고 나가던 그의 왼발이 땅을 강하게 즈려밟는다.
그 순간, 상현의 동공이 확장되며 번뜩이는 빛이 비추었다.
혼다의 손이 흩날리듯 검격을 날렸다.
‘닿았다……!’
스릉!
살벌한 소리가 귓가에 울려 퍼졌다.
그러나 피가 흩뿌려지진 않았다.
‘피해?’
민첩성 스탯도 없는 놈이 이 거리에서 허리를 살짝 뒤로 재끼는 것만으로 검을 피했다.
그러나 대응은 빨랐다.
잔혹한 칼날 팩션 덕에, 그는 조금 휘두르는 것만으로 제대로 된 검격을 날릴 수 있었으니, 그만큼 검로를 쉽게 바꿀 수 있었다.
철컥.
순식간에 날이 아래로 향하더니, 훙!
바닥을 내리찍는다.
피할 각은 없다.
카앙──!
그러나 막혔다.
활대에 막힌 것이다.
허리를 거의 50도가량 뒤로 젖힌 활대로 막은 것이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기리릭.
‘뭐?’
혼다의 부릅떠진 눈에 화살촉이 보였다.
활대로 막는 순간 시위를 당겨 놓은 것이다.
그는 있는 힘껏 머리를 젖혔다.
파아앙!
화살이 코끝을 스치고 지났다. 그는 머리를 젖힌 채로, 보지도 않고 되는대로 칼을 휘둘러 버렸다.
어떻게든 한 대라도 맞히기 위함이었다.
그 정성이 의미가 있었는지.
후웅!
그의 칼날이 횡으로 베어지는 것을 한 번 더 피한 상현이 결국 바닥을 굴렀다.
“!”
됐다.
내리깐 혼다의 눈이 희번덕거렸다.
이런 기회가 두 번 올 것 같지 않았다.
여러 번 상대할 수 있는 놈이 아니었다. 궁수를 상대로 검객이 이런 애를 먹는다는 것부터 제대로 된 싸움이 아니었다.
얼른 끝내야 한다.
슥!
그의 검세가 상단으로 바뀌며, 목 끝을 겨눈다.
뱀이 먹잇감을 향해 뛰어들 때처럼, 순간적으로 움츠러들었다 탄력 있게 찌르는 것.
내구도가 팍 깎여, 일본도로 거의 쓰지 않는 기술이다.
그러나 때가 때이니만큼 어쩔 수 없었다.
적이 누워 있다.
이때가 아니면 언제 승부를 건단 말인가!
슈우우욱!
쏘아진 독사의 이빨이 그의 하얀 목을 물어뜯기 직전─
“!?”
──퍼엉!
턱 밑에서부터 무언가 꿰뚫고 올라와 버린다.
화살이다.
하얀 빛으로 타오르고 있는.
“미친…… 발로?”
활대를 발로 밀어 밑에서부터 쏴버린 것이다.
등잔 밑이 어둡다.
시야의 사각지대에서 화살을 쏜 것이다.
이는 사실 검객인 혼다의 장기였다.
“하아…… 하…….”
상현은 코앞에서 멈춘 칼끝을 보며 숨을 골랐고.
“이겼다.”
털썩.
혼다는 쓰러졌다.
‘아, 다른 놈들은?’
상현은 얼른 일어나, 다시 다른 곳을 경계하며 활을 조준했지만.
남은 검객은 없었다.
당근, 스팸, 등이 시체가 된 채로 그들과 엉켜 있었다.
마지막까지 제 역할은 하고 간 것이다.
피식.
그 모습에 상현의 입꼬리가 올라갔고.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에이스 간 대결의 승리에, 관중들이 열광했다.
쿠구구구궁!
북소리가 사방을 울렸다.
* * *
“아니, 아몬드 선수?! 이거 굳이 싸워줄 필요가 없는 거 아닌가요!?”
“후에 따라잡힐까 봐 그런 거 아닐까요!?”
“아……! 아니면 지금 상황을 잘 못 보고 있습니다! 지금 검객들 뒤에 다 쓰러졌거든요!?”
중계진은 처음에 그가 혼다와 정면 대결을 펼치는 것에 기겁했다.
궁수로서, 그것도 산악 지형에서 굳이 조선의 궁수가 그럴 필요는 없었다.
민첩성이 이동 속도를 늘려주는 게 아닌지라, 충분히 도망갈 수 있었다.
이들이 바이킹도 아니고, 산악민족을 받은 궁수보다 빠르진 않았으니까.
그러나, 그런 세세한 계산은 이 본능과 승부욕이 휘몰아치는 세계에서 의미가 없었다.
파아앗!
“수, 순식간에 거리 좁혀졌어요!?”
“화, 화살 안 맞는 버그예요!?”
순식간에 격돌하고, 중계진 눈엔 아몬드가 넘어졌다는 사실만이 들어왔다.
“아아아아악!? 너, 넘어졌는, 어?”
그런데 쓰러지는 건 혼다였다.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해설에 딜레이가 생겼는데.
“……?”
“!?”
킹귤의 머릿속으로 방금의 상황이 겨우 다시 입력되어, 그의 고함으로 쏘아졌다.
“발, 발로 활을 쐈어요?!”
-?
-엥?
-뭐야
-헐
-어케 쏨 각이 있나?
-발로???
“밑에서 발로 활대를 밀어서 쐈어요! 이거 유서 깊은 활쏘기 방식 중 하나죠!?”
“아아! 아니, 다시 봐도 못 보겠어요! 정말 사각에서 쏴버립니다! 넘어지면서 발로 활대를 밀어버렸고!”
“그걸 다가올 때 쏴버린 겁니다! 집중이 1.2초 정도 모였는데! 아까 한 발 맞혀놔서! 이 정도로 헤드 쏘면 죽죠!?”
-ㅅㅂ 발로 했다고?
-허
-넌 발로 해도 이기겠다(찐)
-와 ㄷㄷ
-이건 또 뭐여
-중세 오스만 특수부대급이네 ㄹㅇ
-총이 개발되지 않았다면 아몬드가 세상을 재패했다……
-미쳤네
채팅창이 우르르 올라가며 버벅거리고.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
관중들의 함성이 거세게 터져 나왔다.
이에 킹귤도 질세라 외쳤다.
그간 상륙해서 별다른 소득이 없었는데.
이는 작지만 분명한 소득이었고.
뭣보다 사기 진작에 이만한 게 없었다.
“으아아아아! 이게 아몬드다! 적장을 물리쳤다아아아아아!”
에이스 간의 대결에서 궁수인 아몬드가 이겼다는 것.
이 장면을 아직 부활하지 못한 죽은 병사들이 하늘에서 보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퍼져 나갈 것이다.
“이제 아몬드 갈 수 있죠!? 적진까지 지금 준비된 검객이 따로 있지 않습니다!?”
“예! 일본은 혼다를 믿었던 건지! 추가 파견이 없고! 지금 아몬드는 최소! 본진 위치를 찾아내기 직전입니다! 이 산 내려가면 바로거든요!? 여기서 또 어떤 피해를 입힐 수 있을지는 모르고!”
“아몬드 움직입니다!”
아몬드가 자리를 털고 일어나 다시 뛰기 시작했다.
“가즈아아아아! 발활라로!!”
-발활랔ㅋㅋㅋㅋㅋ
-아몬드의 제시 샤라웃 ㄷㄷ
-발활라랰ㅋㅋㅋ
-ㄹㅇ 혼다는 가버렸네
-크~
-가즈아아아아
그 순간.
두둥─
[조선 – 3시대]조선이 3시대로 올라섰다.
이번에는 일본도 속도가 만만찮았다.
[일본 – 3시대]양진영이 3시대로 올라섰다.
옵저버는 이에 줌아웃을 시키며 카메라를 아래로 쭈욱 내렸다.
위대한 전투를 치렀던 아몬드는 어느새 콩알만 해지고.
하얀 구름 사이로 보이는 일본의 배들.
수많은 어획선과 추가로 뽑혀 나온 세키부네, 그리고 생산이 시작된 아타케부네.
식량 펌핑으로 만들어진 수많은 일꾼들이 투입되며 수많은 목재가 잘려 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바다를 가로질러 아래로 주욱 내려가면, 바다 한가운데의 푸른빛은 텅텅 비어 있다가.
조선 해안이 다가오면 다수의 어획선이 보인다. 확연히 일본의 것보다 수가 적다.
그럼에도 조선의 조선소에서 거대한 무언가가 건축되기 시작한다.
[판옥선 – 7%]3시대의 대표적인 함선.
판옥선이다.
그리고, 조선의 해안에 거의 모든 병사들이 도열해 있다.
배가 만들어지면 곧바로 출항하려는 것이다.
그보다 더 밑으로 내려오면 본진에선 일본만큼은 아니어도 꽤나 많은 일꾼들이 수많은 나무를 베어넘기며 다음 배를 위한 자원을 준비해 나가고 있었다.
이윽고 더욱더 줌아웃되어 양측 모두의 진영이 보였다.
양측의 해안에 모두 병사들이 모여들었다.
즉, 본격적인 해전의 준비가 시작된 것이다.
이 거대한 흐름 안에, 아몬드는 보이지도 않을 크기다.
그럼에도 그는 적진을 향해 조금씩 나아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