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769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237화
78. 전략 병기(2)
“아니, 최순신!? 배들을 전부 돌려서 둘러싸이는 건 피했습니다만! 금광은 포기하는 움직임인데요!?”
킹귤이 엉덩이를 반 쯤 떼고 마구 고함쳤다.
서로 포 한 번 적중하지 않은 상황이지만, 전함간의 싸움은 워낙에 한 방에 무너지는 경향이 있어 어느 때보다 긴장된 것이다.
“아. 그렇죠!? 금광은 양보하는 걸까요!?”
“일본이 금광 먹고 나오는 배 물량을 감당 되나요!?”
일본은 현재 금광이 바닥났다.
조선도 매 날리기로 이미 그걸 확인한 상황이다.
금광만 막으면 일본의 배 생산을 당분간 멈출 수 있다.
조선은 금광이 아직 남았고, 그 사이 일본 자원 속도를 따라잡을 수 있을 터다.
“무슨 묘수가 있을까요!?”
“진형을 어떻게 돌려서 다시 들어가나요? 다른 해안으로!?”
섬을 돌아서 진입한다든가, 혹은 더 큰 그림으로 뭔가 한다든가.
이런 게 있는 줄 알았다.
그러나 조선은 일본과의 해상전을 피하는 것이 급선무였던 듯, 그저 계속 도망치던 그 방향으로만 나아갈 뿐이었다.
“아. 조선의 배가…… 후퇴합니다.”
“이럴 거면 출항한 의미가 많이 사라지는데…… 여기가 섬들이 모인 해안이라 평저선이 좀 더 유리한데! 여기서도 빠지면…….”
킹귤은 뭔가 힘이 빠지는 목소리로 다시 의자에 주저앉았다.
-각이 안 보이긴함
-어떻게함??
-ㅠㅠ
-왜 안 싸우지??
-그래도 들이받아보지;
시청자들도 실망하는 듯한 채팅이 올라왔다.
“자. 조선은 목재가 많아 보이는, 나무가 빼곡한 섬으로 향합니다.”
조선의 배들은 목재섬을 먹는 것으로 위안을 삼았다.
“아…… 여기서 나무를 먹는 건 좀 아쉽죠…….”
상대는 금이 급했고, 견제는 상대가 급한 걸 막아내는 게 최고였다.
그러니 금을 막는 게 최고였다.
다만, 여기서 최고다이순신은 이렇게 생각했다.
‘목재가 급하게 만들면 돼.’
금이 급한 건 알겠지만, 견제가 어려우니.
다른 걸 급하게 만들면 된다.
그리고, 그걸 선점해 놓는다.
* * *
[일꾼 몰살]아몬드에게 명령이 떨어진다.
그는 발로 땅을 다지며 자리를 잡는다.
최대한 많은 일꾼을 겨냥할 수 있는 자리, 그곳에서 시위를 당긴다.
기리릭.
호흡을 가다듬을 새도 없이, 그는 곧장 시위를 놓았다.
날아간 화살은 그대로 일꾼의 머리를 뚫어버린다.
푹!
아몬드의 표정엔 미미한 변화조차 없었다. 그의 입꼬리 부근엔 다시 가느다란 활시위가 떨리며 안착할 뿐이다.
또 쏘아진 화살은 일꾼의 머리를 다시 뚫어낸다.
푹!
일꾼의 숫자는 너무나 많았고, 이를 전부 혼자 죽일 수나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였으나.
그런 먼 일까지 상상하지 않았다.
그는 바로 앞의 타깃이 나무에 다시 도끼를 박아 넣는 장면에 집중할 뿐이었다.
푹!
예민한 새들조차 놀라지 않을 만큼의 소리로 화살은 다시 한 번 일꾼의 숨통을 끊어냈다.
털썩……!
일꾼은 나무 위에 기대어 쓰러지며 단 한마디의 비명도 내지르지 못했다.
그렇게 숲은 고요했다.
그 침묵 속에 화살이 날았다.
또 누군가 쓰러지며, 다음은 그 뒤, 그리고 그 뒤의 뒤까지 조용히 바닥에 눕게 됐다.
파앙!
아몬드는 마지막 화살을 쏘고는 이만 활을 내렸다.
그와 동시에 그의 시야에 보이는 마지막 일꾼의 머리에 화살이 꽂혔다.
그 후, 조용히 다음 지역으로 이동했다.
* * *
시빌엠의 지휘관들은 일반적인 RTS 게이머들과 크게 다른 점이 있다.
훨씬 큰 그림을 위주로 그려 나갈 줄 안다는 것이다.
다음 스탭이 아니라, 다음의 다음을 그리는 자들이다.
그렇다고 그들이 다른 RTS 게이머들보다 뛰어난 인재라는 것은 아니다.
그저 이런 성향을 띌 뿐인 것이다.
그들이 이런 성향을 띄게 된 이유는 간단했다.
시빌엠은 병사들이 알아서 싸워주니까, 지휘관이 크게 전장을 살필 여유가 있었다.
그렇기에 시빌엠에서 보기 힘든 장면이 ‘양동작전’이다.
실력 있는 지휘관의 주의를 빼앗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전투가 일어나고 있는 중에, 다른 곳에서 또 전투를 일으켜 지휘관을 혼동시키는 게 양동 작전의 기본인데.
시빌엠은 그저 필요한 지역에 병사를 일정량 배치하면 알아서 싸울 수 있으니 주의를 크게 빼앗기지 않는다.
그런데─
“아니, 아몬드!? 숲에서 지금까지 있었어요! 저도 까먹었었습니다!? 근데 지금 일본 목재가?!”
해상전은 달랐다.
지휘관으로서 섬맵의 가장 큰 차이점은 식량이 풍부한 바다가 있다던가, 경기 템포가 느리다 따위가 아니었다.
“아니, 링고 이걸 지금까지 못보고 있는데요!?”
바로, 배를 직접 조종해야 한다는 것.
자신의 손으로 전투를 직접 치르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는 게임의 성질 자체가 바뀌는 것이다.
여기서 지휘관의 성향에 따라 주의력의 농도가 확연하게 차이날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한 방에 죽으면 경고가 안 간다지만! 이거 목재 자원 들어오는 속도가 바뀌었을 텐데요!? 와……! 더! 더 죽이러갑니다아!”
링고는 목재를 캐는 일꾼 중 거의 절반이 한순간에 사살당했음에도 전혀 모르고 있었다.
-ㄷㄷ
-왜 목재섬으로 갔나했더니 ㅅㅂ 미쳤네
-헐
-???:신에게는 아직 아몬드 한 발이……
-링고 아직 실눈중~ (-_-)ㅋㅋㅋㅋ
아몬드는 자리를 옮겨가며 또 다른 숲에서 일꾼들을 하나씩 정리해 갔다.
그것이 단궁 하나를 든 궁수의 정리 속도라기엔, 너무나 정확하고 빨랐다.
단 한 번의 경고음조차 울리지 않았다.
“대체 몇 명을 죽입니까!? 아펜하이머!!!”
-십ㅋㅋㅋㅋㅋ
-아펜하이멐ㅋㅋㅋㅋ
-죽음의 신 ㄷㄷ
-ㅁㅊㅋㅋㅋ
-정보) 아몬드는 견과류가 아닌 “핵”과류다
-아펜ㅋㅋㅋㅋ
링고는 지금 금광 섬을 지키기 위해 배들을 세심히 배치하고, 그 안에 일꾼을 투입시켜 금광을 캐는 것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링고 지금 정신없습니다!”
“이래서! 이래서 처음에 금광섬을 가는 척을 한 겁니까! 조선이!?”
조선이 금광섬을 차지하려는 듯 전군을 출항시켰기 때문에, 링고도 이쪽에 관해 바짝 긴장한 것이다.
그렇기에 더 많은 주의력과 시간을 들이고 있었다.
그의 머릿속에서 본진의 위험이 있을 거라는 생각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였던 것이다.
-이런 걸 노린거야?? ㄷㄷ
-이제야 깨달아요 최버지 ㅠㅠ
-최순신을 국회로……!
“링고 이제 조선소에서 배 찍으려고 하면 알겠죠?!”
새로운 금광 섬에서 금을 캐고, 조선소에 배를 새로 주문할 때.
목재가 생각보다 모이지 않았다는 걸 알아챌 것이다.
“자, 표정 보면 지금 안 거 같은데요!?”
팅! 티잉!
급하게 핑을 찍는 링고.
-화들짝 ㅋㅋㅋ
-실눈은 컨셉이었누 ㅋㅋㅋㅋ
-얘는 왜 진짜 눈 뜨면 약해지는거임ㅋㅋㅋㅋ
-앜ㅋㅋㅋㅋ
링고는 놀라서 대처를 하긴 했지만, 이는 척수반응에 가까운 것이었다.
“아 링고 뭔가 아직 뭐 때문에 일꾼이 죽었는지 모르는 거 같은데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일꾼이 죽었는지, 링고는 알지 못했다.
설마하니 이게 아까 상륙한 궁수들 중 하나 ‘흘린’ 한 명이 일으킨 일이라는 건 생각지도 못했다.
아예 그 존재에 대해 망각하고 다음 있을 거대한 전투만을 고려하고 있던 링고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미세한 틈이었다.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
-ㅁㅊ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엌ㅋㅋㅋㅋ
-역시 우물 ㄷㄷ
-우물 안 개구리가 이래서 무섭습니다……
-조물주 위에 우물주 ㄷㄷ
-???: 스파르타!
-페르시아에 이어 또 우물이 ㅋㅋㅋㅋ
-십ㅋㅋㅋㅋ
-우물주님! 또 한 놈 내려갑니다!
“아아…… 아주 독한 걸 풀어놓긴 했습니다?”
“자, 눈치챈 것 같습니다! 링고!”
급하게 소집된 일본의 검객들이 숲 쪽을 탐색하기 시작한다.
아몬드의 시야에 검객들이 들어오진 않았으나, 사방에서 급하게 울려 퍼지는 발자국 소리는 확연하게 일꾼들의 것과는 달랐다.
이에 아몬드의 움직임이 조금 달라졌고, 사랑은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봤구나?’
그녀는 모든 배들을 다시 금광섬으로 출발시켰다.
쏴아아아아……!
링고의 주의력이 다시 본진으로 향하고 있을 지금.
작은 섬들이 만들어낸 해안이 평저선의 속력을 올려줘, 일본 배들과 거의 동일한 속도로 나아갈 수 있는 지금.
“어어어!? 그런데 이때! 해역 쪽!! 조선! 다시 접근합니다!?”
“아니, 지금 링고가 잠시 본진 신경 쓴다는 걸 귀신같이 눈치 채고 이러는 거죠!?!”
일본의 배들은 움직이지 않고, 조선의 배들만 움직이고 있었다.
일본의 배 위에 있는 병사들은 아마 알고 있었을 것이다.
조선의 배들이 수평선에 모습을 드러냈다는 걸.
두 눈으로 뻔히 봤을 것이다.
그러나, 병사들은 지휘관에게 전할 방도가 없었다.
“거의! 사거리 안으로 들어가고 있어요!!”
“지금 일본 배 급하게 움직이려 하는데요!”
링고의 눈이 핑그르르 돌아버림과 동시에 일본의 배들이 뒤늦게 움직였다.
[이동]촤아아아아!
속력이 빠른 세키부네가 앞질러 나아갔다.
“일본! 세키부네로 먼저……!”
“아 역시 빠릅니다!”
조선이 함포 사거리를 잡고, 먼저 사격하기 시작하면 일본은 승산이 없다.
그들이 함포를 꺼내기 전에 뭐라도 먼저 달려들어야 했고.
그래서 급한 것이다.
“조금 급하게 움직여서 그런지 세키부네랑 아타케부네랑 같이 못 움직이고 있거든요!?”
어쩔 수 없었다.
세키부네가 달려들어 혼란을 주는 동안, 아타케부네가 더 접근하여 포거리를 확보해야만 했다.
“세키부네로 일단 어그로 끌고! 그 사이에 아타케부네가 달려들면서 전면포로 쏜다! 뭐 이런 전략 같아요!”
아타케부네는 측면 뿐 아니라 전면에서 쏘는 포도 있기에, 앞으로 접근하며 쏘기에 유리했다.
“아! 그렇죠!? 아타케부네는 전면에도 포가 있어서! 막 달려가면서! 쫓아가면서 쏘면 조선이 불리합니다!”
조선은 포를 쏘려면 측면으로 돌아야만 했다.
포의 사거리가 길고, 더 강력한 대신 전면에는 포를 배치하지 않았다.
그런데, 조선의 진형은 측면 포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듯했다.
“어!? 조선은 삼각 편대를 이루면서 나아갑니다!? 돌파하겠다는 거죠!?”
삼각 편대를 만들며 전면으로 일본 함선들에게 다가가는 조선.
“판옥선으로 돌파요!? 이게 될─”
──촤악!
그러다 갑자기 가장 선두에 선 판옥선이 급브레이크를 잡듯 옆으로 돈다.
“말씀드리는 순간! 삼각형 가장 앞에 있는 판옥선!! 머리를 돌립니다!?”
배의 전면이 아닌, 측면이 드러났다.
함포가 있는 곳이다.
“너무 급하게 돌아서 거의 뭐 넘어지기 직전?! 다행히 넘어지진 않았습니다! 이러면 포 사격……! 되나요!?”
“일본 세키부네가 일렬로 다가옵니다! 포를 맞더라도! 하나만 내주겠다는 거죠?!”
세키부네들은 일렬종대로 모이면서 포가 타격할 수 있는 배의 숫자를 단 하나로 줄였다.
판옥선의 입장에선 세키부네는 단 한척으로 보일 만큼 철저한 한 줄이었다.
“아, 여기서 쏘면 좀 포가 효율이…….”
철컹!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선은 포격을 준비한다. 살벌하고 시커먼 포신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자, 실질적으로 첫 번째 포사격이 될 텐데!!”
게임 시작 후, 처음이었다.
진심으로 적을 부수길 노리는 조선의 함포가 발사됐다.
콰아아아아아앙──!
시커먼 포신이 굉음과 함께 불을 뿜어내었다.
반동으로 배가 몇 미터는 더 뒤로 갈 정도의 엄청난 화력.
그것이 가장 선두에 선 세키부네의 시야를 덮어버렸다.
──퍼어어엉!
순식간에 그것은 나뭇조각이 되어 바다 위에 흩어졌다.
“첫 발 명중!!!”
그러나─
쏴아아아!
그 뒤에 있던 세키부네는 멀쩡했다.
그것은 여전한 속도로 판옥선을 향해 물살을 갈랐다.
“아 그런데! 이렇게 한 줄로 다가오면! 포가 양 옆으로는 스플래쉬 대미지가 있지만! 관통이 되는 건 아니거든요!? 진형의 마술사! 링고! 이걸 단 한 대만 내줍니다!”
세키부네는 가격이 별로 비싸지 않다.
판옥선의 포격을 하나로 퉁친다는 건, 남는 장사였다.
“이렇게 다가가면 세키부네가 결국 충파에 성공하는 그림인데요!? 선두에 있는 판옥선! 위험합니다!?”
“그렇죠. 위…… 어, 어어어어!?”
킹귤이 말하다말고 비명을 질렀다.
세키부네가 판옥선 선두에 접근하는 속도가 너무 빨라서?
아니었다.
“선두가 바뀌었어요!?”
어느새 삼각 편대의 선두였던 판옥선은 더 이상 선두가 아니었다.
그 좌우 양 옆의 판옥선이 선두로 나선 것이다.
“처음 선두였던 판옥선은 멈추면서! 포를 쏴서 뒤로 이동됐고! 그 양 옆에 날개가 앞으로 계속 나오면서!”
촤악─
처음 선두가 멈췄던 것처럼, 양 옆의 판옥선들이 브레이크를 잡듯 측면으로 돌며 멈췄다. 그리고, 포를 꺼낸다.
“이러면 각도가 나오잖아요!?”
일렬로 다가오던 세키부네의 선두만 쏠 수 있었던 처음 판옥선과는 다르게, 이 판옥선 두 척은 그 뒤도 쏠 각도가 나왔다.
콰아아아앙!
포가 불을 뿜으며, 배들이 뒤로 밀렸다.
세키부네 3척이 동시에 부서졌다.
이번엔 선두만 부서진 게 아니었다.
-ㄷㄷ
-캬
-오……!?
-어라?
-크
-ㅁㅊ 이거 그거아님?
포를 쏜 배는 선두가 아니게 되고, 그 옆의 배들이 또 가장 선두가 되며 앞으로 나왔다.
콰아앙!
그들이 포를 쏘고, 또 다시 옆의 배들이 선두가 되어 쏜다.
콰앙!
쾅!
이런 방식이 몇 번 반복되자, 가장 선두였던 판옥선이 가장 후미가 됐고, 세키부네 일렬종대는 졸지에 가장 후미로 빨려 들어간 꼴이 됐다.
그렇다.
어느새 삼각편대는 역삼각을 그렸다.
링고의 손이 떨렸다.
‘이건……!’
손이 조금 떨리는 정도인 건 위에서 내려다보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직접 마주한 배 위 선원들의 표정은 경악으로 물든다.
“……!?”
충파를 위해 따라가던 배는 어느새 저 수평선 끝으로 물러나 있고, 양 옆으로 거대한 배들이 절벽처럼 막아서고 있었다.
그 절벽의 곳곳에서 포신이 튀어나와, 불을 뿜었다.
콰아아아앙──!
반동으로 파도가 요동치고, 온 세상이 하얗게 뒤덮인다.
링고의 눈엔 확실하게 보였다.
격한 파도를 타고, 학이 날갯짓을 하는 모습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