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772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240화
79. 얼마 남지 않은(2)
[승리]이 두 글자를 본 순간, 그녀는 안도했다.
‘됐다.’
다행히 일본이 빠르게 판단을 내렸다.
이 게임은 흘러갈수록 결국 조선이 이길 수밖에 없는 게임이었으니, 당연한 판단이었지만.
그럼에도 절대로 항복을 안 누르는 성향의 지휘관들도 있었다.
그런 경우였다면, 사랑의 체력은 훨씬 더 많이 빠져 버렸을 것이다.
어떻게 흘러가더라도 2경기는 이겼겠지만, 3경기에서 패배할 확률이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갔을 것이다.
치이이익.
캡슐이 열리고, 관중들의 환호성이 더 선명하게 들려왔다.
“와아아아아아……!”
그녀의 눈에 관중들 한 명 한 명이 분명하게 비추었다.
입을 크게 벌리고, 두 팔을 높게 들며 핏대를 세우는 사람들.
얼핏 화난 사람들의 특성과도 비슷하지만, 분명하게 누구나 말할 수 있었다.
이들의 얼굴은 어느 때보다도 웃고 있었다.
그들이 모두 하나가 되어 외쳤다.
“최순신! 최순신! 최순신!”
그녀의 이름이다.
두근─
느릿해지던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했다.
상체를 일으킬 힘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녀는 가볍게 몸을 일으켰다.
치승의 부축을 받고 휠체어에 앉아, 손을 흔들었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
오색빛깔의 종이들이 떨어진다.
수많은 거북선 깃발이 빨간 불빛을 내뿜는다.
그녀의 머릿속엔 이런 생각이 스쳐 갔다.
이 기분을 이 대회 이후로 또 느낄 일이 있을까?
과거에는 그럴 일이 많았다.
하지만 미래에는…….
‘없을 거야.’
그녀의 다리가 나을 이론이 나왔다고 해도, 대체 몇 년이 걸릴지 모른다.
그때 가서 복귀를 할 수 있을까?
전자파.
이 이름을 다시 쓸 수 있을까? 아마 아닐 것이다.
전자파도 사람이다.
나이를 먹으면 예전 같은 힘은 발휘할 수 없을 확률이 높았다.
‘그렇다면…….’
그녀는 어쩌면 이 대회가 자신에게 찾아온 두 번째 기회이자,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 여겼다.
* * *
대기실에 들어오자마자, 치승이 물었다.
“체력, 컨디션, 괜찮아요?”
으레 묻는 말이었다.
아무래도 쿠키를 관리하던 사람인지라, 이런 것을 늘 체크하는 것이다.
사랑은 그냥 떨떠름하게 고개만 끄덕였다.
이에 바로 피드백으로 이어졌다.
“사실 마지막에 조금 쳐지는 감이 있었어요.”
마지막 즈음, 사랑의 지휘가 어딘가 큰 공백이 있었다는 걸 느낀 것이다.
물론 그게 게임에 큰 영향을 끼치진 않았다. 그전에 일본이 항복했으니까.
그러나 다음 경기는 달랐다.
“이다음 경기는 링고가 항복하지 않을 겁니다.”
일본의 스타일은 확실했다.
극강의 실리주의다.
혹시 모를 만약을 위해서 절대 경기를 질질 끌지 않고, 완벽하게 변수가 없어 보이면 그 순간 그만둔다.
그렇게 체력을 안배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마지막까지 버티는 한순간이 있다.
“여태 링고가 국가대항전에서 이겨온 경기들을 보면…….”
바로 마지막 경기.
“역스윕(*세트 승패에서 일방적으로 밀리다가 역전하는 것)의 비율이 70%가 넘어요.”
일본은 그간 아껴둔 힘을 마지막이 될 수 있는 경기부터 터트린다.
한 발도 물러서지 않은 채로, 그간 안배해 놓은 체력을 쏟아내는 것이다.
상대는 거의 다 잡은 경기라 생각해 시야가 좁아지고, 체력 안배도 거의 생각 안 하며 달려드는데.
이들은 이때 모든 것을 쏟아내면서 역전해 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그다음부터 기세를 탄 일본은 단숨에 2연승, 3연승을 기록하며 역스윕을 이뤄낸다.
반대로 상대는 거의 다 잡은 경기를 지기 시작했다는 조급함, 당황스러움에 경기를 놓치고 만다.
“더 무서운 점은 일본은 2선 3선 플레이어들이 1선 플레이어들과 거의 차이가 없습니다.”
이는 쉽게 말해 선수층이 두터운 것이다.
1선 위주로 굴러가는 조선은 경기가 길어질수록 많이 지치게 된다.
이는 태생적으로 어쩔 수 없는 격차였다. 조선은 전원이 아마추어이고, 2선 3선 선수들은 대부분 자신의 생업에 소비하는 시간이 경기 연습량보다 훨씬 컸다.
“3경기는 2경기처럼 쉽지 않을 거예요. 우리 1선은 슬슬 지쳐가고, 저쪽은 비교적 쌩쌩한 2선들이 먼저 치고 나올 거예요.”
그리고 그들은 쉽게 항복해 주지도 않을 것이다. 여기서 항복하면 끝이니까.
이에 대해 사랑이 반론했다.
“2경기가 해상전이어서, 선수들 체력 안배는 어느 정도 됐을 거예요. 3경기에 승부 보는 데 지장은 없을 정도로.”
그러나 치승은 고개를 저었다.
“아몬드는 조금 얘기가 다를 거예요.”
그렇지.
사랑도 알고 있었다.
그녀와 같은 문제가 있다면, 당연히 그도 지금 완전한 상태가 아닐 것이다.
더군다나 2경기에 아몬드는 해상전치고 활동량이 너무 높았다.
“그럼 어떡하라구요?”
그녀는 치승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직감하면서도 되물었다.
“2선을 위주로 써주세요.”
“…….”
“3경기에 반드시 이겨야겠다는 생각. 말했잖아요? 그 집착을 미끼로 상대를 잡아먹는 게 링고의 방식이에요.”
치승의 제안은 2선 선수들부터 무기를 주고 쓰라는 것이다.
사랑은 입술을 깨물었다.
사실상 다음 경기를 기약하라는 말이었다. 이런 건 그녀의 방식과 맞지 않았다.
무엇보다, 현 상황에 맞지도 않았다.
선수들이 문제가 아니었다.
“…….”
사랑은 말없이 잠시 바닥을 내려본다.
말하지 않는 게 나을 거라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선수들이 알게 되면 자신의 명령을 다시 신뢰하지 못하게 될 거라 여겼다.
‘하.’
그녀는 잠시 고민하다가 입을 뗀다.
“3경기 지나면 이기지 못할 거 같아요.”
“예……?”
자료 분석을 마구 얘기할 준비하던 치승이 눈을 동그랗게 뜬다.
“그런 생각이 일본을 상대할 때 제일 위험한…….”
반박하던 치승이 뭔가 이상한 기운을 감지한다.
그녀의 어조가 뭔가 평소와 달랐다.
그는 앞에 으레 물었던 질문에 그녀가 대답하지 않았던 것을 기억해냈다.
「체력, 컨디션, 괜찮아요?」
‘설마.’
설마는 늘 그렇듯, 현실이 되었다.
“3경기에 1선을 안 쓰고 2선을 쓰면 4경기에 1선 컨디션이 좋아지겠죠. 근데 저는 어떤가요.”
“…….”
“저는 누가 대체하나요? 저는 4경기에도 그대로인데. 누가 4경기 지휘하는데요.”
그렇구나.
치승은 이 문제를 간과했다.
3경기에 조심하자, 이 전략은 선수들을 위한 것이었지.
지휘관은 생각하지 않은 전략이다.
“체력…… 해상전이 아니어도 문제가 돼요?”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그는 사랑의 문제가 해상전만 아니면 상관없는 줄 알았다.
공성병기만 아니면 되는 줄 알았다.
물론, 그건 사랑도 마찬가지였다.
“생각보다…… 영향이 있어요.”
그녀는 시선을 피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링고가 만만치 않아요. 굳이 제 몸의 문제가 아니더라도. 오래 상대할수록 힘들어요.”
이건 어쩌면 순수하게 그녀의 능력상 한계였다.
오랜 기간 프로의 패턴에서 벗어나 있던 그녀의 몸과 정신은 3경기 연속을 끝까지 집중할 정도가 못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럼…… 하…….”
치승은 이마를 탁 짚으며 한탄했다.
‘이걸 어쩐다?’
3경기는 적의 힘을 최대한 빼고 버틴다가 전략이었는데.
이렇게 했다간 우리 지휘관이 오히려 먼저 번아웃된다.
그렇다고 적당히 져주라는 것도 말이 안 된다.
힘도 빼지 못하고 져주면 적의 기세는 말도 안 되게 살아나고, 체력은 여전히 그대로인 상태일 것이다.
“3경기 이겨야 돼요.”
사랑은 단정적으로 말했다.
“모든 걸 다해서 이겨야…… 그래야 되는 거예요.”
“…….”
치승은 그녀를 바라봤다.
휠체어 위 작은 손이 주먹을 쥔 채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이마엔 땀방울이 흘러내린다.
지금은 봄 초입 쌀쌀한 날씨인데도 말이다.
‘방법이 없구나.’
치승은 고개를 끄덕여주는 수밖에 없었다.
쿠키는 아직도 입원 중이고, 아직 의사의 허락이 떨어지지 않았다.
여기서 또 지휘관을 다른 사람으로 바꾼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이 사람조차도 처음 바뀌었을 때 팀이 혼란스러웠다.
다른 사람으로 바뀌면 그대로 무너져 내릴 것이다.
“그럼 수정하죠. 1선을 쓰고. 3경기에 끝냅니다.”
치승은 계획을 수정했다.
* * *
“와아아아아아아아아!”
경기장에 다시 나가는 선수들.
그들을 향해 우레와 같은 함성이 쏟아진다.
붉은 응원의 물결이 어느 때보다 거셌다.
마지막 쐐기를 박아주고 오라는 듯, 그들 역시 마지막 힘을 다해 외쳐주고 있었다.
“대──한민국!”
분명 기세는 압도적이다.
그러나 일본의 응원단이 절망에 빠져 있는 건 아니었다.
“역! 전!”
쿵! 쿠구궁!
“역! 전!”
쿵! 쿠구궁!
구호에 맞춰 역전을 외치고 있다.
그들은 봐왔던 것이다.
일본이라는 팀이 어떤 걸 해낼 수 있는지.
“아. 일본도! 아직 기죽지 않고! 응원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그렇죠! 이게 스포츠입니다!”
“맞습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거든요. 한국 선수들도 꼭 명심을 해야 됩니다!”
“방심하는 순간 순식간에 역전되거든요? 일본이 특히 그런 걸 잘한다고, 제가 들었습니다. 맞습니까?”
“예. 맞습니다. 지금이 말씀드리기에 적절한 때 같은데. 일본이 역스윕 비율이 무려 70%예요!”
중계진 역시 일본이 쉽게 무너지는 팀이 아니라는 데이터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ㄷㄷ
-70%??
-변태새끼들 일부러 저러는 거 아님?ㅋㅋㅋ
-저쯤 되면 킹부러다
-역스윕 ㅈㄴ 힘든데
-미쳤네
“예, 뭐 고의로 그렇게 한다 이런 말이 나오고 있는데. 그건 알 수 없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죠.”
“예? 한 가지 뭐요!”
“일본은 뒤에 살아나는 팀이라는 겁니다.”
“아아아! 동의합니다! 데이터가 그렇구요!”
“예! 일본이 지금까진 어느 정도 쉽게 항복하는 것처럼 보였는데! 이제부턴 항복하느니 할복할 거예요!”
-ㅋㅋㅋㅋㅋㅋㅋㅋ
-ㄹㅇㅋㅋ
-정보) 실제 할복 팩션이 있다
-그럼 그날은 할복절인가요?ㅎ
-“옥쇄” on
할복까진 안 하겠지만, 일본이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음은 분명했다.
“물러날 곳이 없는 일본 상대로 방심해선 안 됩니다! 그렇게 당한 팀이 한두 팀이 아니에요!”
“예! 2경기 링고의 집중력이 아쉬운 부분이 있었지만, 3경기부터 살아날 수도 있겠습니다!”
“예. 끝까지 집중해야 합니다. 조선!”
“아~! 또 언급 안 할 수가 없는 게! 조선의 최고다이순신! 닉네임답게 엄청난 해상전 전술을 보여줬거든요? 게다가 아몬드의 활약도 굉장했어요! 오죽하면 킹귤님이 아펜하이머라 했겠습니까?!”
“맞습니다! 아펜하이머와 이순신! 하나하나가 일본이 치명적이거든요? 에이스 간 대결에선 우리가 안 밀려요!”
에이스 대결에선 조선은 굉장히 평가가 좋은 편이었다.
그건 바이킹 전 때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늘 지적받는 한 가지.
“하지만 조선 선수들도 사람이라 체력이 있어서! 그게 문제죠!”
“맞습니다. 5전 3선에선 1선이 계속 먼저 나가기 어려울 수도 있어요!”
에이스에 치중된 편향된 전력의 고질병.
체력 문제다.
3경기가 최대인 16강까지는 버틸 수 있겠지만.
8강부터는 이런 구성으로는 어려웠다.
경기 수가 많아지면서 선수들 체력 문제가 생긴다.
200명 중 최소 100명이 비슷하게 잘해야만 그 이상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
“자 말씀 중에! 우리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선수들! 캡슐로 입장합니다!”
* * *
치이이이익─
캡슐이 열리고, 사랑이 부축을 받으며 안으로 향했다.
그녀는 잠시 고개를 돌려, 아몬드가 들어가는 캡슐을 쳐다봤다.
그 역시 사랑 쪽을 쳐다보고 있었는지 바로 눈이 마주쳤다.
아마 같은 생각이다.
“…….”
둘 다 별말은 없었다.
그저 고개만 살짝 끄덕여줬을 뿐이다.
“고마워요.”
사랑은 치승에게 짧은 감사를 전한 후, 캡슐 뚜껑을 닫았다.
치이이이익!
[Loading……]잠시 후, 모든 선수들의 캡슐이 닫히고.
슝.
필드에 소환되었다.
“자! 선수들 입장했습니다! 조선 vs 일본! 일본 vs 조선! 대망의 3경기!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3경기! 조선이 2 대 0으로 앞서고 있습니다! 3경기 시작합니다아아아아!”
관중들의 함성이 거세게 울려 퍼졌다.
-크
-가즈아
-박살 냅시다!!
-아몬드 화이팅!
-아까 리틀보이 나왔으니 팻맨 드가자~
-ㅎㅇㅌ~
필드의 증강 현실이 출렁이면서,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경기의 무대가 구현되었다.
흩날리는 모래바람, 그에 따라 쌓이는 모래산, 확연히 적은 동물들 그리고 작은 강줄기를 따라 형성된 중앙의 호수.
[붉은 모래의 오아시스]이것이 이번 무대의 이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