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775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243화
80. 판결(2)
조선군이 일본 본진으로 순식간에 입성했다.
그것도 활을 가진 자가 둘이나 된다.
링고는 당황했다.
상대가 자신을 조이는 줄 알았더니, 알고 보니 본진으로 들어가기 위한 준비였다.
그러나 그가 진짜 놀란 건, 상대가 이런 전략을 구사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조선이 방어탑에서 화살을 나르는 건 이전 경기를 분석했기에 이미 익히 알고 있다.
그에 대한 대응책도 당연히 이미 준비해 놨었다.
다만…….
‘이 진형 심리전.’
최순신의 진형 싸움에서 누군가를 느꼈기 때문이다.
‘이거 내가 쓰는 거잖아.’
다름 아닌 링고 자신이다.
상대의 시야가 좁을 때, 작은 이득을 취하는 척하지만, 사실은 더 큰 걸 노리는 방식.
이건 링고가 잘하는 방식이었다.
그의 진형 싸움을 상대해 본 자들이 늘 하나같이 하는 말이 있었다.
‘정신 차려 보면 중요한 걸 내주고 있다.’
이 말이 지금 링고의 머리에 떠올랐다.
조선이 자신을 조이는 줄 알았더니, 알고 보니 본진을 노리고 있었다니.
‘앞 경기만 하더라도 따라오지 못하고 있었는데.’
링고는 직감적으로 느꼈다.
상대가 자신을 보고 배우고 있었다.
‘실전에서 이런 게 가능하단 말이야?’
자신이 앞서는 요소마저 상대가 따라 해내고 있다.
적은 이미 강한데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 무력감이 밀려왔다.
‘대체 어디서 저런 사람이 나온 거야.’
점점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그의 머릿속엔 늘 수많은 경우의 수가 계산되고 있다.
거대한 나무의 줄기, 그리고 잔가지로 뻗어 나가는 수많은 ‘만약’의 상황.
그것들 중에 지금 이 상황을 한 번에 타개할 만한 것들이 있을까.
있을 것이다. 더 찾아야 했다.
그의 나무는 더 가지를 뻗어 나간다.
하나에서 둘, 둘에서 넷, 그다음 여덟…….
나뭇가지는 하늘 높은 줄을 모르고 마구 자라나며 스스로 뒤엉켜 버렸다.
정신의 혼란은 결국 신체로 전이된다.
쿵. 쿵.
심박수가 올라가며, 혈압이 상승하고, 호흡이 거칠어졌다.
공기는 점점 많이 들어오고, 빨라진 혈액은 산소를 미친 듯이 운반하며 뇌로 공급했다.
미미한 현기증이 일어난다.
그가 내려다보는 세계가 점차 꾸물꾸물하게 경계가 흐려졌다.
‘안 돼.’
링고는 고개를 저으며, 눈을 똑바로 뜬다.
억지로 입을 크게 벌려, 호흡을 가다듬는다.
“하아…… 후우…….”
체스 챔피언에 올랐을 때.
그 마지막 경기도 이와 비슷했다.
끝도 없이 밀리고, 적의 말이 진영 안으로 난입해 이곳저곳을 휘젓고 있었으며, 나의 말은 숱하게 쓰러지고, 갈 곳을 잃었다.
아무도 희망을 보지 못했다.
체크 무늬로 만들어진 흑과 백, 그 작은 세계에서 어린 링고가 도망갈 수 있는 곳은 없어 보였다.
그래서 그는 도망치지 않았다.
수백 수천의 경우의 수.
이 중 하나만은 반드시 존재할 거다.
그렇게 믿으며 샅샅이 체스판을 뒤졌다.
흑과 백의 땅.
이기거나, 지거나, 살거나, 죽거나.
이 단순함만 존재하는 세계.
하나 이면엔 수천 수만 가지의 만약의 세계가 존재한다.
링고는 머릿속, 뻗어 나간 나뭇가지, 그 안에서 자라난 이파리들까지 전부 계산해 내며 그는 최선의 최선을 거듭 반복했고, 결국 이겨냈다.
“하아…….”
그랬다.
승부라는 건 늘 쉬웠던 적이 없다.
‘원래 이랬지.’
그의 손이 더 이상 떨리지 않았다.
그의 눈이 상단에 뜬 업그레이드 진행을 확인한다.
[2시대 업그레이드 – 97%]2시대에 거의 닿았다.
지금 조선은 이보단 느릴 것이다. 방어탑에 많은 돈을 썼기 때문이다.
이에 맞춰 판을 짜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아니, 오히려 지금이 역공의 기회다.
‘조선이 화살 운반 전략을 다시 써줬잖아.’
마침 대비책을 준비한 전략이었다.
그의 손이 천천히, 그러나 명확하게 움직이며 한 무리의 병사들을 선택했다.
[돌격]이들은 돌격진을 형성하며 달려간다.
화살이 운반되고 있는 허리를 잘라낼 것이다. 보급로를 끊는 것이다.
와아아아……!
준비하고 있던 돌격대가 보급로를 끊으러 향했다.
링고는 그 전장에선 곧바로 눈을 떼었다.
그는 전투를 일일이 지휘하는 스타일은 아니었기에.
다음 수를 준비했다.
‘수비를 해야 되는데.’
이다음은 바로 수비.
지금 일본 본진은 병사 하나 없이 텅 비어 있다. 여기로 병사를 보내야 한다.
그러나 길이 막혀 있다.
‘조선군이 저지할 거야.’
현재 오아시스 쪽에 갇힌 꼴이 되어서 도달하려면 조선군 진영을 뚫어야 한다.
방금 돌격대가 허리를 끊겠으나, 머리의 병력만으로도 일본군의 복귀는 저지당할 것이다. 시간이 끌릴 것이다.
그사이 본진에서 일꾼이 막대한 피해를 입는다면, 감당할 수 없다.
최대한 빨리 본진에 지원군을 보내야 했다.
‘그렇다면…….’
그의 손이 또 다른 무리를 선택했다.
약 40명 정도 되는 병사들.
링고는 잠시 상단에 위치한 자원 현황을 살핀다.
‘식량 충분해.’
오아시스에서 어획이 시작되고 조금 시간이 흘렀기에, 식량은 부족하지 않았다.
‘조선군은 위치는?’
조선군 20여 명은 일본 본진 안으로 충분히 들어와 있다.
활을 든 자들은 두 명 정도.
‘될 것 같다.’
링고의 머릿속에서 상대할 수 있다는 계산이 끝나고, 결단이 내려졌다.
[할복]할복.
그것이 40명의 병사들에게 떨어진 명령이다.
* * *
“자, 일본이 가운데 허리를 끊으러 들어옵니다!”
“조선 진형이 넓고 길게 펼쳐져서! 이거 끊기긴 할 겁니다!?”
“하지만 이미 화살은 많이 배달됐고! 아몬드와 팡어! 그리고 야만병사들이 엄호해 주면서! 일꾼에 막대한 피해! 가능하거든요!?”
“예! 그렇습니다! 일본은 지금 본진으로 다시 돌아와서 막아야 하는데! 그러기엔 관문이 많아요! 시간이 끌려요! 그사이에 일꾼 많이 죽을 겁니다!”
그때였다.
두둥.
[일본 – 2시대]그때, 일본이 2시대로 넘어갔다.
그리고, 검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일본. 먼저 2시대에 올랐고. 검도 생산됩니다. 그런데 받으러 올 사람이…… 어어!?”
킹귤이 깜짝 놀랐다.
2시대 진입 때문이 아니었다.
털썩……!
오아시스 근처에 있던 일본군들이 갑자기 무더기로 쓰러졌기 때문이다.
-??
-헐 할복? ㅋㅋㅋ
-ㄷㄷㄷ
-뭔데
-아니, 저게 진짜 쓰인다고??
-할복절 탄생 ㄷㄷ
“이거 할복?! 이거 어디 끼어서 갇혔을 때나 쓰는 거 아니에요?!”
“게임을 포기한 건가요!?”
“혹시 이게 대국민 사과인가요!?”
“이거…….”
킹귤이 전장을 살피다가 눈치챈다.
“이거 본진에서 부활시키려고 죽인 겁니다!?”
“예!?”
“오히려 이게 더 빠르다는 판단이 선 거예요!”
“아아! 저 조선 병사들 다 뚫고 가는 것보다! 죽어서 부활이 더 빠르다!?”
“예! 거기에 장점이 하나 더 있는 게! 조선은 지금 일본이 이런 선택을 했다는 걸 전혀 몰라요!”
단순히 더 빠를 뿐 아니라, 적이 지원군이 온다는 사실을 알 수 없는 방식이다.
“근데 식량이 너무 손해 아닌가요!?”
유일한 문제는 식량.
그러나, 그는 호수의 자원으로 해결이 되었다.
“일본은 지금 호수 일찍 먹어서! 식량이 많거든요! 이거 다 부활시켜도! 다시 금세 따라잡을 수 있어요!”
호수에서 어획 자원을 먹은 일본의 힘이었다.
이런 과감한 결단 이후에도 식량 자원 손해는 별로 없었다. 있다고 해도 금세 복구된다.
뭣보다, RTS에선 자원을 많이 쌓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얼마나 빨리 벌고 빨리 쓰느냐가 중요했다.
자산을 만드는 게 목적이 아니라, 돈으로 적을 부수는 게 목적이기 때문.
“벌써 한 명씩 재모집되고요!? 병영을 2개, 3개 늘렸기 때문에! 한 번에 막 나옵니다!?”
일본의 죽은 병사들이 본진에서 부활하기 시작했다.
“자! 조선! 그래도 시간이 있습니다!? 아몬드 팡어! 활 쏴요!”
“이제부터 시간 싸움이죠! 최대한 많은 피해를 입혀야 합니다!”
아몬드와 팡어는 집중이 없는 관계로, 둘이 동시에 똑같은 타깃을 쏘면서 일꾼을 처리하고 있었다.
[공격]공격 핑이 찍히면, 그 타깃에 어김없이 두 개의 화살이 꽂혔다.
퍼벅!
[공격]퍼벅!
“일꾼 줄어들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일꾼들 사실! 그냥 잠시 마을회관으로 도망가면 되거든요!?”
“그전에 다 쏴야 하는데!”
일꾼들은 마을회관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아…….”
마을회관 근처로 따라가려던 조선 병사 하나는 고슴도치가 되어버린다.
퍼버버벅!
마을회관에서 쏘는 화살 숫자가 점점 늘어난다.
조선은 더 이상 다가가지 못한다.
그리고 일본의 일꾼들도 일을 하지 못한다.
“물론 이 상태로 오래 시간을 끌면! 사실상 일꾼을 다 죽이고 있는 거랑 비슷한데!”
본래 조선은 여기서 시간만 끌면 큰 피해를 주는 셈이었다.
“원래는 여기서 그냥 야만 병사들이 본진에 집도 태우고! 밭도 태우면서 피해 주면 되거든요!?”
이제 조선은 천천히 포위하면서 시간을 끌고, 마을회관 범위 밖에 있는 건물들을 불태우면 되었다.
그러나, 어느새 10명, 15명, 20명의 병사들이 본진에서 부활한 일본.
“근데 일본…… 이제 병사들이 꽤 많이 본진에 부활했어요!”
이때쯤 조선은 2시대로 넘어갔다.
두둥.
[조선 – 2시대]“그래도 조선 2시대! 집중 있어요!?”
“아. 근데 일본 지금 일본도 7개 넘게 생산됐든요!?”
일본은 2시대 무장을 한 검객들이 슬슬 진형을 만들며 다가가기 시작한다.
“조선은 아직도 몰라요! 지금 정보가 없어요!”
반면 아몬드와 팡어가 이끄는 부대는 전혀 그들이 온다는 걸 모르고 있었다.
“조선 더 이상 화살 공급이 끊겼습니다!”
한편 조선 진형의 허리도 끊겨, 더 이상 화살이 날아와 주지 않았다.
“아니, 여기 또 조선 본진 쪽으로 밀어요!?”
놀라운 건, 허리를 끊은 일본군이 자신들의 본진이 아닌 조선 본진으로 진형을 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어어! 조선 당황하죠!? 예상 못 했어요!”
“그렇습니다. 조선은 원래 허리 끊기는 거 정도는 예상했겠지만! 여기서 일본이 다시 자기들 본진으로 갈 줄 알았죠! 그때 따라붙으면서 추격해서 죽이고! 화살도 배달하려 했을 겁니다! 근데!!”
“아! 조선! 배달해야 될 화살! 그냥 전투에 쓰게 됩니다!”
조선은 배달할 화살을 그들을 막는 데 써야만 했다.
화살을 일본 본진 쪽으로 쏴주던 롸떼와 스팸이 이젠 눈앞의 일본군에게 쏴야 했다.
집중 팩션 덕에 조선이 밀리진 않았다.
“자, 더 이상 조선 쪽으로 밀리진 않습니다! 중간에 설치된 방어탑도 많고!”
“그냥 화살만 못 가요!”
오아시스의 절반.
그 이상으로 전선이 밀리진 않았다.
그럴 수가 없었다. 그 너머는 방어탑 3개가 지키고 있었다.
다만, 일본 본진과 조선 본대는 너무 떨어져 버렸고.
아몬드와 팡어가 속한 부대는 별동대가 되어버렸다.
애초에 링고는 이걸 노린 것이다.
이때 기다렸다는 듯이 본진에서 부활한 병력이 들어간다.
“검객들이 들어갑니다! 아아……!”
일본 본진 안쪽.
검객 10명을 앞세우며 일본군이 조선 별동대를 향해 달려간다.
퍼엉!
아몬드가 집중을 활용해 마주치자마자 검객 하나를 보낸다.
그리고, 팡어 역시 옆에서 분전했다.
퍼엉!
야만병사가 쓰러진다.
일본의 야만병사들이 검객을 보호하고자 앞으로 나선다.
명령이 떨어진다.
[진형 유지, 5보 후퇴]조선은 진형을 뒤로 물리며, 야만병사들이 끝까지 궁수들을 보호한다.
[보호]야만병사들에겐 누굴 보호할지.
[공격]궁수들에겐 검객이 누군지, 누굴 먼저 죽여야 하는지 알려준다.
타겟팅, 그리고 올바른 디펜딩이 이어지면서 조선이 버티기 시작한다.
“어떻게든 버티는 조선!”
버틴다.
그 표현이 옳다.
그야 이 별동대의 끝은 정해져 있었기 때문이다.
아몬드가 다섯 명째 쏴 죽인 순간, 화살통으로 향한 손이 허공을 젓는다.
‘없어?’
옆에 팡어를 보니 팡어도 화살통에 화살이 한 개뿐이었다.
그들은 주변에 떨어진 화살을 찾았으나, 없었다.
스릉……!
검객들이 그것을 놓칠 리가 없었다. 순식간에 일제히 검이 뽑혀나온며 그들이 달려들었다.
“아아아아……!”
“더, 더 이상! 화살이 없어요! 화살이!!”
한국 중계진, 관중들의 탄식.
일본 관중들의 함성과 흥분.
척……!
그 모든 것을 담은 선두에 선 혼다의 검이 치켜 올라간다.
사막의 햇빛이 번뜩이며 사선으로 그어진다.
촤악!
* * *
잠시 후.
치이이이익……!
캡슐이 열렸다.
상현이 상체를 일으킨다.
시선은 땅에 고정되었고, 등엔 축축한 땀의 흔적이 역력했다.
아래로 흩어져 시야에 아른거리는 머리칼 끝에서 땀방울이 떨어졌다.
그 흐릿하고 불분명한 시야로, 상현은 보았다.
경기장 한가운데 우뚝 솟은 거대한 전광판을.
[조선: 2] [일본: 1]그제야 실감할 수 있었다.
국가 대항전 8강.
조선 vs 일본.
3경기.
조선이 패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