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777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245화
81. Legends Never Die(1)
“안 돼.”
사랑은 그 말에 고개를 저으며 반항했다.
“안 되긴 뭐가 안 돼요? 그 말은 의사인 제가 할 수 있는 말이죠.”
“다음 지휘관 없단 말이야.”
“그게 제가 알 바예요? 언제부터 이 게임에 목숨 걸었어요? 아~ 그러려고 대답 안 하고 가만히 그냥 넘어가려 했구나? 목숨이고 뭐고 그냥 다아! 내다 버리려고!?”
모, 목숨?
순간 시끌벅적하던 대기실 분위기가 싸하게 가라앉았다.
‘아니. 그 정도였어?’
‘몰라…….’
의사 선생이 목숨이 걸렸다고 하니, 그게 그냥 하는 말로 들리지 않는 것이다.
“아하하하! 여러분? 목숨이 걸린 건 아니고…… 하하하. 그냥 말이 그렇다는 거지. 말이.”
송하나는 분위기를 감지했는지, 말을 정정했다.
‘아니, 의사 맞아?’
‘의사가 목숨이 걸렸다는 말을 그냥 쓰나?’
‘뭐야.’
휴.
어쨌거나 선수들은 목숨이 걸린 건 아니라는 말에 안도했다.
그러나 침묵은 이어졌다.
‘못 나온다는 건 같은 거 아닌가.’
목숨이 걸린 문제가 아니라도, 의사가 출전 금지를 선언한 건 여전했고.
당장 최순신의 대타로 나갈 수 있는 지휘관도 없었다.
애초에 로스터에 지휘관으로 등록된 선수만 나갈 수 있는 게 기본 룰이었다.
“치승아…….”
바름이 치승을 바라보며 의미심장한 눈빛을 보냈다.
“상대편이 양해해 주면, 유사시에 로스터 밖에서도 지휘관을 할 수 있잖아.”
치승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문제는 상대가 양해를 해주면이라는 조건이다.
“아마 양해해 줄 거야. 링고는 매너가 좋은 편이거든. 근데…….”
링고가 양해를 안 해줄 것 같아서 망설이는 게 아니었다.
“우리가 아픈 걸 알게 될 거야.”
쿠키는 자신이 아픈 걸 숨기기 위해 병문안마저 다 거절해, 아무도 모르는 구석진 곳에 입원했다.
“안 돼요.”
최사랑 역시 같은 생각이었다.
그녀는 ‘절대’라고 덧붙이며 의사를 밀어내고 그들에게 다가왔다.
“그렇게 해서 이겨도 다음 경기는 반드시 질 거예요.”
치승이 나가서 혹여 조선이 이길 수 있다고 해도, 4강에선 승산이 없어질 거다.
그야 적들은 지휘관의 몸이 약하다는 걸 알게 되면, 체력전으로 집요하게 물고 늘어질 것이고 그럼 조선이 버틸 여력이 없다.
심지어 조선이 항상 초반 승부수를 던질 수밖에 없다는걸 파악당할 것이다.
전략 전술적으로 너무 많은 약점이 노출되는 셈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되죠.”
다만 조선은 선택권이 없었다.
4강을 걱정할 때가 아니었다. 8강에서 살아남을 수 있느냐가 문제다.
이에 사랑은 간단히 대답했다.
“제가 나가야죠.”
“…….”
모두가 의사를 쳐다봤다.
당연히 안 된다며 고개를 젓는다.
“안 돼요.”
“네. 의견은 잘 알았어요.”
“……네?”
“의료팀의 의견은 잘 알았다구요. 근데 저는 나갈게요.”
“……?!”
송하나는 벙찐 표정이 되어버렸다.
본인이 나가겠다 하면 강제로 못 나가게 할 권한은 그녀에게 없었다.
그런데, 이해할 수 없었다.
“이,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뭐예요?”
이게 릴도 아니고……라는 말은 겨우 내뱉지 않았지만, 그녀의 목 끝에 아른거렸다.
“이기고 싶으니까.”
“재활에 문제가 생길 수—”
“재활을 하려는 이유가 뭔데요.”
“…….”
송하나의 입이 아무런 말을 내뱉지 못했다.
그 대답은 사랑이 대신 완성해 줬다.
“이기고 싶으니까.”
* * *
쉬는 시간이 끝나고, 4경기가 시작됐다.
관중들은 모두 자리에 착석했으며, 중계진이 마이크를 집어 들었다.
“아…… 이전 경기! 아쉽게 한 판 내주게 됐습니다만. 이번에 쇄신해야겠죠?”
“예.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전력이구요. 3경기에선 계속 전략적으로 앞서나가던 일본이 한 번 꼬리를 문 것이다. 이렇게 보면 될 것 같습니다. 물론…….”
킹귤은 걱정되는 점이 있었다.
“예. 물론?!”
“뭐 당연한 거지만! 일본에게 3경기는 의미가 좀 컸거든요? 단순히 게임을 이어나갈 수 있게 됐다의 의미 이상이라고 저는 봅니다. 역전의 실마리를 잡았다……! 이렇게 말할 수도 있어요.”
혹시나 링고가 이제 완전히 조선을 간파한 걸까.
이런 불안이 사라지지 않았다.
“아. 그쵸? 1경기는 되게 빠르게 지고, 2경기는 좀 오래 끌다 지고! 3경기는 이겼단 말이죠? 뭔가 극복해 나가는 거다! 이렇게 보는 시선도 있습니다! 예!”
분명 일본은 계속 조선을 상대하는 방식에서 발전하고 있었다.
“하지만! 조선의 오늘 경기력! 1, 2경기에서 진짜 압도적이었거든요!? 날아다녔단 말이에요! 말 그대로!”
“맞습니다!”
“그리고 최고다이순신의 3경기! 초반에 진형 싸움에서 링고를 이겼어요! 나 이런 것도 된다! 한번 보여줬단 말이에요!”
희망적인 부분은 최고다이순신도 점점 발전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동시에 그녀의 컨디션은 급격히 저하되고 있다.
‘더 끌리면 위험해 보인다.’
이를 중계진이 언급하진 않았지만, 이미 느끼고 있었다.
“이런 재밌는 한일전! 5꽉 가는 거 당연히 게임 팬분들은 좋아하시겠지만! 솔직히! 한국인으로서! 이번 경기에 그냥 끝내야죠! 일본한테 기세 주면 안 됩니다!”
기세를 주면 안 되는 것 이상으로, 체력이 더 이상 뺏기면 안 되었다.
킹귤은 그런 의미를 담아 4경기 승리를 염원했다.
“그렇습니다! 일단 일본 홈구장이기도 하고! 응원도 기세를 타서 진짜 장난이 아니거든요!? 아! 말씀드리는 중에! 선수들 입장합니다아!”
와아아아아아아아!
엄청난 함성과 함께, 양 측의 선수들이 다시 입장했다.
“자. 양쪽 다 로스터 변경 없구요!”
가장 선두에 선 지휘관 둘은 변동이 없었다.
그 외 병사들도 변동 사항은 없었다.
“다만 일본은 아마 이제 게임이 꽤 후반까지 치달아서! 2선 선수들이 나오기 시작할 겁니다!”
“아. 그렇죠. 대부분 국가들이 그런 방식을 채택하고 있죠.”
“하지만 조선은 지금 1선을 계속 그대로 기용하는! 그런 방식을 썼거든요?”
“맞습니다. 일단 4경기 자체가 처음이라, 조선도 어떤 선택을 보여줄지는 모르는 겁니다!”
-조선은 2선 선발로 못 씀 ㅠㅠ
-2시대 러쉬가 너무 중요해서 에이스들 아니면 힘듦
-4경기 오면 안됐는데 ㅠㅠㅠ
-아 걱정된다
-가즈아아아 조선!
굳이 사랑과 상현의 컨디션 문제가 아니더라도, 조선은 일본 상대로 4경기를 오면 불리해질 수밖에 없었다.
여러 가지 악재가 동시에 겹치고 있는 상황이었다.
“자 말씀드리는 중에! 선수들! 캡슐로 전부 입장했습니다!”
이윽고, 4경기가 시작됐다.
“조선은 과연 쐐기를 박을 수 있을지! 일본은 과연 여기서 역전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지! 조선 대 일본! 일본 대 조선! 국가대항전 8강! 4경기! 시작합니다아아!”
* * *
경기가 시작 직후.
조선과 일본의 진영 위치 확인 외에는 별로 볼 게 없는 시간이었다.
그래서인지 중계 화면엔 게임 장면 외에 관중들의 모습이 자주 잡혔는데.
집에 모여 다 같이 8강전을 응원하던 전 ck 멤버들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어!?”
“뭐야. 한우주 아니냐?”
현역 프로게이머이자,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원딜러.
코스믹 선수가 화면에 잡힌 것이다.
이 선수는 전에 CK의 멤버이기도 했다.
“……실화야?”
“저걸 보러 갔다고?”
한때 전자파의 탈퇴 선언으로 인해 불화가 생긴 뒤로는 전혀 연락도 없었던 녀석이다.
“설마 쟤 성현이 응원하러…… 간 거?”
팝콘은 어이가 없다는 듯 계속 되물었으나, 아무도 대답해 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렇게 죽일 듯이 싸워놓고, 대체 무슨 생각인지 어떻게 알겠는가.
“헉…… 서, 설마 이상한 짓 하려는 건…… 아, 아니겠지?”
정글러 바나나가 걱정된다는 듯 중얼거린다.
팝콘은 그의 말에 뭔 되도 않는 소리냐 일갈하고 싶었으나.
솔직히 확신할 수 없었다.
코스믹…… 한우주는 데뷔 시절부터 인성이 이상하기로는 정평이 난 놈이었다.
“하 씨…….”
순수하게 응원을 하러 갔다고 생각하기가 힘들었다.
“대체 갑자기 왜 나타난 건데. 그것도 성현이한테.”
* * *
지끈.
머리가 잠시 쪼개지는 듯한 고통이 엄습했다.
사랑은 잠시 눈을 감고 호흡을 가다듬었다.
‘괜히 했나.’
그녀도 사람인지라, 이런 생각이 불현듯 찾아오기도 했다.
너무 아프고, 너무 힘들면, 그만두고 싶은 게 인간이다.
사람들의 기억 속에 전자파는 릴의 모든 모드 그랜드슬램, 월즈 3회 우승을 해낸 레전드지만.
사실 그 우승들 사이 꽤 긴 기간이 있었던 건 모른다.
그녀도 슬럼프가 존재했다.
은퇴까지도 심각하게 고민하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그녀가 그렇게 모든 걸 포기하고 싶을 때도, 이것으로 다시 살아났다.
「전자파! 전자파! 전자파!」
관중들의 함성.
팬들의 환호.
‘지금도.’
호흡이 점점 거칠어지고, 시야가 흔들릴 정도로 머리가 아파와 더 이상 이어나갈 수 없는 상황.
죽을 것만 같은…… 아니, 죽었다고 해도 상관이 없었다.
“최순신! 최순신! 최순신!”
관중들의 응원 소리가 귓가로 들려오면, 그녀는 다시 살아났다.
‘할 수 있어.’
최사랑, 아니, 최성현은 그런 선수였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
두둥.
[조선 – 2시대]이번 경기에서 조선은 1, 2경기만큼이나 빠르게 2시대로 앞섰다.
“조선! 다시 살아납니까!? 3경기는 실수였다아!?”
-폼 돌아왔네
-캬
-가즈아아아아아!
-근데 또 패궁러임?? 이제 진짜 안먹힐텐데 ㅠ
-오
-ㅈㄴ 빠르네 ㄹㅇ
“이야! 1, 2경기의 컨디션이 그대로 나옵니다! 최고다이순신! 진짜 최고다아아아!”
“매번 지형과 자원 등의 디테일이 바뀌는 시빌 엠파이어에서, 이렇게까지 빠르게 시대업을 깎는다는 건! 진짜 실력이거든요!? 이게!”
“맞습니다! 우연히! 운이 좋아서! 몇 번 자원이 수월하게 인접해서 시대업이 빨라질 수는 있는데요! 이걸 항상 하니까요! 이 지휘관은요!”
2시대로 넘어간 조선은 곧장 단궁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캉!
대장간에 불이 켜지며, 선수들이 대기한다.
“여기서 결정이 되어야겠죠! 조선! 과연 1선을 그대로 쓸지? 아니면 타협적인 결정을 할지!”
“아, 그렇죠! 확실히! 3경기는 1선을 그대로 기용했었는데……! 이게 이대로 한 번 더 갈 수 있을지……”
“무리가 있을 거라 보긴 하거든요? 특히나 아몬드 선수에게 체력적인 이슈가 있거든요. 난트전 때만큼은 아니지만…… 아, 그런데!”
킹귤이 무언가를 발견하며 외친다.
선수들이 모여 있는 곳이었다.
그들 중 누군가 하늘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다.
“아몬드 선수?!”
아몬드였다.
그는 지휘관에게 활을 달라 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이거 지휘관한테 끼 부리는 건가요!?”
-ㅋㅋㅋㅋㅋㅋㅋ
-끼부리는 아몬드 ㄷㄷ 못막습니다
-헐 ㅠㅠ 할 수 있다고 하는 건가봐
-저걸 어케 아줌
-꼬리 흔드는 댕댕이 같닼ㅋㅋㅋㅋㅋ
-아니 무리하는 거 아냐????
“지금 지휘관이 자기 배제할까 봐! 괜찮다고 달라고 하는 거죠! 이게……”
킹귤은 농담 식으로 말했지만, 순간 울컥하여 말문이 막혔다.
“이게 스포츠 정신입니다! 여러분! 지쳤지만 해보겠다! 이거잖아요!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아몬드 선수!”
“아. 그렇습니다! 결국 활이 아몬드에게 가는데요!?”
그렇게, 아몬드는 활을 쥐었다.
“이렇게 되면 1, 2경기 승리 패턴이랑 일단은 똑같이 갑니다!”
빠른 2시대, 빠른 단궁, 아몬드 선두.
조건은 다 갖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