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781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249화
82. 우릴 믿어(2)
선수 입장 전.
지휘부의 회의실.
“잘 풀려났다고 합니다.”
치승이 사랑에게 와서 코스믹의 소식을 전했다.
“아. 그래요? 좀 더 잡아놔도 되는데.”
사랑은 그가 풀려난 게 못내 아쉬운 듯한 표정이었지만.
이만 잊고 게임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갔다.
“그나저나, 아까 싱크탱크에서 전략이 있다고 했죠?”
“아…… 네.”
4경기 끝났을 때만 해도, 다음 경기에 나가지 못할 것 같다던 그녀는 어느새 완전히 피드백에 몰입 중이었다.
‘뭔가 적극적으로 바꼈네.’
치승은 아까 코스믹이 쏜 쪽지가 분명 효과가 있었던 것 같았다.
괜히 테러리스트로 오인받으면서까지 그걸 쏜 게 아닌 모양이다.
‘무슨 관계지.’
둘이 어떤 관계가 있지 않고서야, 쪽지 하나에 사람 태도가 바뀐다는 건 쉽지 않을 거다.
“일단 저희 체력적인 문제가 있잖아요. 오더 스타일을 바꾸는 겁니다.”
“오더 스타일을요?”
사랑이 지휘관으로서 체력적 문제를 느끼는 이유는 오더의 세밀함 때문이다.
그녀는 전쟁을 지휘하는 게 아니라, 전투를 지휘하는 스타일이었다.
이런 스타일은 쉽게 피곤해진다.
축구에서 화려한 드리블을 구사하던 선수들이 연차가 쌓이며 점차 드리블을 줄이거나, 잦은 부상으로 금세 신체 능력이 저하되어 버리는 것과 같다.
젊고 팔팔할 때나 구사할 수 있는 스타일이라는 것이다.
지금 최사랑은 전혀 그런 상황이 아니었다.
그녀는 휠체어 위에 앉아 있었으며, 대회도 다년간 참여하지 않았다.
선수로서 컨디션은 최악인 셈이다.
그런 그녀가 기존의 자신의 스타일을 고수하는 건, 준비 운동도 없이 화려한 드리블을 이어가는 축구 선수와 같았다.
언제 다쳐 쓰러져 게임에서 이탈될지 모르는 것이다.
실제로 2경기 해상전에서 이미 그녀의 드리블 능력은 한계까지 소모됐다.
“저희 선수들. 사실 현장 판단이 좋은 편이에요. 특히 1선에 있는 당근 선수, 보조 지휘관 커피, 팡어, 역시 1선에 있는 마라탕…… 다들 판단이 좋아요. 그들에게 맡겨요. 그리고 지휘관만 할 수 있는 일에 더 집중하죠.”
말로 하는 건 쉽지만, 여태 드리블로 뚫어가며 슛을 쏘던 선수가 갑자기 패스 위주로 게임을 풀라니. 그게 쉬울 리가 없다.
머리 안에서 수도 없이 플랜이 꼬일 것이다.
그러나, 사랑은 싱크탱크의 결론이 너무나도 맞다는 걸 부정할 수 없었다.
이게 5 경기를 이길 유일한 길이라는 걸 자각했다.
더이상 전술 컨트롤은 없다.
전략을 제시하고, 생산과 진형 싸움에 총력을 가하는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바꾸면 잘될까요.”
그러나 쉽게 수용할 수 없었다.
이제 남은 경기 단 한 경기다.
여기서 스타일을 바꾼다면, 모든 게 혼란스러워질 것이다.
치승은 그런 대답을 예상했다는 듯 뭔가를 보여준다.
“이거 한번 보세요.”
“……페르시아전?”
사랑이 처음 출전했던 페르시아전의 영상이다.
“이때 기억하시죠.”
명령이 떨어져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해서 혹은 한 번씩 더 생각하느라 타이밍이 안 맞는 장면들.
“그리고 바로 그다음 경기.”
이때부턴 지휘관의 오더 스타일이 바뀌었다. 그러나, 그 이상으로 병사들의 태도가 바뀌어 있었다.
“그리고 일본전.”
사랑이 지휘관인 채로 일주일간 합을 맞춘 일본전의 1경기.
이제 병사들은 완전히 지휘관의 오더와 하나였다.
사랑의 눈이 병사들의 움직임을 찬찬히 관찰했다.
느껴졌다. 저들이 정말로 믿고 자신의 몸을 맡기고 있는 것이.
분명 1주일 전만 해도 이렇지 못했던 것도 기억하고 있었다.
“저는 마음의 차이라고 생각해요. 믿느냐, 못 믿느냐.”
기간은 중요치 않다.
그게 치승의 의견이었다.
“병사들은 지휘관을 믿고 있어요. 이젠 지휘관이 병사들을 믿어볼 차례입니다.”
서로를 믿는다면, 가능했다.
‘정말인가.’
사랑은 마른침을 삼켰다.
병사들을 믿고 맡긴다…….
그녀는 한때 바로 옆에서 뛰던 동료였던 자들도 믿지 못했다.
‘정말 내가 오더하지 않아도 잘할수 있을까.’
* * *
잠시 후.
중계진이 다시 자리에 착석했다.
“크, 크흠.”
캐스터는 잠시 목을 가다듬고, 큐 사인을 기다렸다.
모니터엔 트리비로 송출되는 중계 화면이 시작됐고, 채팅창이 떠올랐다.
앞쪽에 감독에게 신호가 왔다.
“자! 이제 때가 왔습니다.”
캐스터는 비장한 투로 운을 떼었고.
“그렇죠. 정말 두 팀 다! 물러설 곳이 없습니다!”
킹귤도 비장한 표정으로 외쳤다.
“아, 오늘 정말 치열합니다. 킹귤 님 어떻게 보십니까?”
“예. 정말 치열한 게 맞구요. 초반에 조선이 강하게 리드하는 그림이 나왔지만. 3, 4 경기에선 다소 지친 모습이 보였거든요? 아무래도 1선 위주로만 굴러가는 팀의 단점이 나오기 시작한다고 생각됩니다.”
“그렇군요. 반면에 일본은 탄탄하게 구성된 팀의 장점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항상 이 게임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던 이유가 있었던 거 같고. 반면에 우리 조선! 솔직히 힘든 거 다 알거든요! 프로 팀이 아니잖아요!?”
“예! 그렇죠! 다들 직업이 있는 분들이 대부분이고! 우리 가짜 국대 다 봤지 않습니까!? 이분들 또 다음 주에 출근해야 돼요!”
-ㅋㅋㅋㅋㅋㅋㅋ
-ㄹㅇ ㅠ
-ㅠㅠㅠㅠㅠ
-출근이라니
-여까지 온 것도 대단하네
“예. 팀 전체가 아마추어인 팀은 한국이 본선에선 유일합니다.”
“말씀 드리는 중에! 선수들 입장합니다!”
양측의 선수들이 마지막이 될 경기를 위해 입장하고 있었다.
그런데─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해설자의 마이크를 꺼야 할 정도의 엄청난 소리가 터져 나왔다.
“으, 아으아악!?”
킹귤은 저도 모르게 비명을 내질렀다.
“소, 소리가 진짜 너, 너무 커요! 저희 목소리 나가고 있나요!?”
-ㄷㄷㄷ
-와
-미쳤다
-개쩌네 ㅋㅋㅋ
-양 팀 다 필사적이군
-양쪽 다 “지면 죽는다” 생각중ㅋㅋㅋ
-헉ㅋㅋㅋ
-와 감동 ㅠㅠ
비교적 조용해졌던 한국 관중석이 마치 그간 소리 못 지른 걸 앙갚음이라도 하는 듯 거센 함성을 터뜨렸다.
이에 질세라 일본 쪽에서도 기세를 탄 함성을 내질렀고.
이내 둘은 서로의 구호를 외쳐댔다.
“대──한 민국!”
“일본! 일본!”
중계진의 목소리는 잠시 중계에서 소실될 정도였다.
“……! ……!?”
“!?”
둘 다 입만 껌벅거릴 뿐 제대로 소리가 잡히지 않았다.
-와 현장 열기 미쳤다 ㅠㅠ
-나도 가고 싶다
-2대2가 개꿀잼이긴함ㅋㅋㅋ
-크
-오늘 이긴 쪽이 발 뻗고 자겠구만
* * *
움찔.
사랑은 함성 소리에 깜작 놀랐다.
그렇게 많은 함성을 들어봤지만, 오늘만큼 대단한 건 경험해 보지 못했다.
‘이게 뭐야.’
그녀는 놀란 눈으로 양측의 관중석을 바라봤다.
어디 하나 빈 곳 없이 꽉 들어찬 모습. 길어진 경기에도 누구도 자리를 떠나지 않고 계속 응원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사람은 안 나가는데 응원 도구만 계속 어디서 가져오는 건지 발전해서 신기한 것들이 눈에 띄었다.
그녀는 한국 관중석을 둘러보며 잠시 우주를 찾으려 했으나 이 크기의 경기장에서 한 사람을 찾아낸다는 건 불가능했다.
지이이잉.
그녀의 휠체어는 다시 캡슐을 향해 나아갔다.
캡슐이 점차 가까워질 때마다, 아까의 회의에서 오고 간 이야기들을 떠올렸다.
「선수들에게 전술을 다 맡기는 쪽으로 최대한 체력 안배를 해보자구요.」
「근데 우리 시간이 없어. 미리 얘기가 되어 있어야 하는데.」
「제가 들어가서 이야기 전달하겠습니다.」
「다시 쿠키 스타일로 돌아간다고 설명하면 금세 이해할 거에요.」
전투 세부 사항은 선수들의 현장 판단에 모조리 맡긴다.
지휘관인 그녀는 큰 그림의 설계에만 집중한다.
‘할 수 있을까.’
그녀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진짜 병사들을 온전히 믿을 수 있는지.
그리고 그 결과에 온전히 승복할 수 있는지.
그녀는 과거에 전혀 그러지 못하는 인간이었다.
“들어가 주세요.”
치이이이익.
캡슐 안으로 들어간다.
다시 캡슐이 닫히고, 우레 같은 함성은 한결 줄어들어 먹먹하게 들려왔다.
사랑은 이때 접어놓은 쪽지를 잠시 꺼내 들었다.
Legends Never Die
한우주.
전자파를 보며 프로의 꿈을 키운 선수.
이윽고 그 팀에 입단하여 전자파와 어깨를 나란히 했지만. 전자파의 독단에 대해 계속 의견을 표명해 불화가 잦았던 선수.
사랑은 돌이켜 보면 자신이 잘못한 게 많았다고 느꼈으나.
마지막까지 그에게 사과는커녕 일방적인 은퇴 통보를 날렸다.
이후, 한우주는 한국을 떠나 미국에서 프로 활동을 이어갔다.
그리고 당시 팀이었던 멤버들과도 전혀 연락도 주고받지 않았다.
세간엔 불화설이 맞았다며 전자파를 이리저리 씹는 기사와 구설수가 난무했다. 사실이 아닌 것도 다수였으나, 그는 그런 것들을 그저 방관하며 묵인했다.
그건 전자파 본인도 마찬가지였다. 그녀가 훨씬 인기였던 만큼 한우주에게 가혹하게 구는 여론들이 매우 많았음에도 방관했다.
알아서 해결할 일이라 여겼다.
감정의 골은 깊어졌다.
한우주는 아예 한국이란 나라 자체에 오지 않는다는 소문마저 돌았다.
그러다 돌연 이 경기장에 나타난 것이다.
이 쪽지를 하나 전해주기 위해서였을까?
그런 건 사랑이 알 수는 없었다.
그녀는 그저 접속하라는 신호가 올 때까지, 그 문구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이내 점점 칠흑같이 어두워져 글자가 보이지 않게 되고.
띠링.
[접속]신호와 함께 그녀는 쪽지를 자신의 안주머니에 넣어둔다.
슈웅……!
빨려 들어가는 듯한 효과와 함께 풍경이 전부 바뀌었다.
“죽지 않을게. 네 말대로.”
팀을 믿어보기로 했다.
그들이 먼저 그녀를 믿어줬으니까.
* * *
슝.
모든 선수들이 필드로 소환된 후.
경기장의 증강 현실이 점차 맵을 구현해 내기 시작했다.
“자, 경기 시작됐습니다아! 조선과 일본! 일본과 조선! 마지막 경기! 마지막 경기입니다! 어어어…… 지금 맵이 구현되는 걸 보니까. 산악 맵인가요!? 고저 차가 굉장합니다!?”
“오. 그렇다면 조선에 꽤 유리…… 어어!? 그런데!?”
킹귤이 잠시 말을 멈춘다.
분명 산맥이 이리저리 솟은 산악 맵인 줄로만 알았는데.
쏴아아아아아……!
맵에 점차 물이 들어차기 시작한다.
단순히 호수 몇 개의 크기가 아니었다.
홍수 난 것처럼 물이 콸콸 더 쏟아졌다.
“…….”
산악 맵이 아니었다.
산인 줄 알았던 것들의 꼭대기는 섬이었고, 나머지는 전부 바다였다.
2경기에 이어, 다시 한번 바다 맵이 등장했다.
-캬
-오
-마지막은 이거제~ ㅋㅋㅋ
-피날레 미쳤다 ㅋㅋㅋ
-와
크고 작은 섬이 이리저리 연결되어있고, 수심이 깊고 험준한 바다가 한가운데 쫘악 깔린 지형.
[굽이치는 파도]이는 시빌엠파이어의 또 하나의 바다 맵. 굽이치는 파도였다.
최고다이순신은 분명 노련한 지휘관이지만, 이때만큼은 그녀도 표정을 감추기가 힘들었다.
‘바다…….’
출렁이는 바다를 담은 그녀의 눈이 크게 흔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