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782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250화
82. 우릴 믿어(3)
2경기에 이은 또 한 번의 바다맵.
[속보) 이순신 다시 출격한다 ㅋㅋㅋㅋ] [캬 조선에게 하늘이 기회를 줬구만] [막경기 바다맵 와 ㅋㅋㅋ]2경기에 시원하게 일본을 박살 냈던 기억이 있으니, 각종 커뮤니티에선 반기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물론 게임을 좀 아는 엠불에선 그렇지 않았다.
[ㅁㅊ 이거 주작 아니냐? ㅂㄷㅂㄷ] [쉣 하필; 이거 되냐?] [아…… 조선 애들 폼 떨어져서 이번엔 못 이길 텐데??]애초에 일본은 섬나라 문명인지라, 바다맵에 유리했다.
바다맵을 바꿔 말하면 사실상 ‘섬’맵이다.
어획량에 효율이 좋고, 연안을 벗어나면 배의 속도가 급격히 빨라지는 일본이 여러모로 운영하기가 편했다.
그리고─
“……아!”
쿵.
치승은 맵을 보고 벽에 머리를 부딪혔다.
“바다맵 실화야!?”
그는 최사랑의 상태를 알고 있기에, 단순히 일본의 팩션 효율 정도를 걱정하는 커뮤니티 여론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절망했다.
“아니, 이거 왜 미리 안 알려줘!? 어? 바다맵 나오기 전에 알려준다며!”
“그건…… 처음 의무적으로 나오는 바다맵 한 번이고. 나머지는 그냥 랜덤이잖아.”
곱스피어가 침울한 목소리로 대답해 준다. 그렇다. 이번에 걸린 바다맵은 그냥 걸린 거다.
미리 선정해 놓는 게 아니니까, 알려줄 수가 없는 것이다.
“하아. 씨…… 본선에 와봤어야 뭘 알지.”
치승은 주먹을 움켜쥐었으나, 뭘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이미 그의 소관을 다 떠난 일이었다.
“어떡하냐고…….”
안 그래도 컨디션 문제로 병사들에게 최대한 맡겨야 하는 지휘관인데.
맡기긴커녕 아예 직접 조종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여기까지인 건가.’
차마 입 밖으로 내진 않았지만…… 치승은 이런 생각이 안 들 수 없었다.
‘그래. 여기까지 온 것도 잘한 거야.’
조선이 그래도 8강까지 진출했다.
사실 꿈만 같은 이야기였다.
두 달 전에 그에게 누군가 미래를 보고 왔다 하면서 이렇게 말했다면 치승은 전혀 믿지 않았을 것이다.
다른 멤버들도 마찬가지인 듯했다.
주변에 아무 자리에나 앉아 그저 아무 말 없이 벽을 보거나 휴대폰을 쳐다본다.
이미 포기한 것이다.
이쯤 되면 잘했지…… 라는 생각이 그들의 표정에 이미 드러나 있었다.
하기사, 싱크 탱크가 할 수 있는 건 이제 아무것도 없으니.
저런 마음이 되는 것도 이해가 된다.
하지만 왜일까?
‘아쉬워.’
치승은 아쉬웠다.
손에 잡힐 것만 같은데, 이런저런 이유로 점점 멀어지는 것 같아 아쉬웠다.
차라리 아예 멀리 떨어져 있다면 모를까.
눈앞에 아른거리는데, 손만 뻗으면 잡을 수 있는데.
빠드득.
이가 갈린다.
그는 지금 당장 자신이 할 수 있는 뭔가라도 해야 했다.
“다들…… 분석하자. 여기 모여.”
“……?”
싱크 탱크의 모든 일원들이 놀라서 바라본다.
이번이 마지막 게임인데. 뭘 분석한단 말인가.
“저…… 오빠. 이번이 마지막인데?”
“뭐가 마지막이야. 이미 졌어?”
“……이겨도 마지막이잖아.”
“그럼 4강 준비해야지. 그리고 져도! 내년에 올 거잖아!”
“!”
치승의 말에 모두가 얼어붙었다.
내년에도 본선에 올 수 있다고,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을 것이다.
“내년엔 지면 안 될 거 아니야.”
치승은 그렇게 말하며 자리에 앉았다.
이윽고, 나머지 멤버들도 그를 따라 옆자리에 나란히 앉아 분석을 시작했다.
* * *
[굽이치는 파도]맵의 이름이 그녀의 눈앞에 드리우는 순간 머리가 새하얘졌다.
쏴아아아아…….
멀리서 들려오는 파도 소리, 쨍쨍한 날씨. 하얀 갈매기들.
그러나 휴양지에 온 게 아니라, 마치 바다 한가운데 조난당한 듯한 기분이다.
그만큼 사랑은 갈 곳을 잃었다.
‘병사들한테 맡기기로 했는데.’
그렇게 다짐하고 왔건만, 바다맵이 등장했다.
결국 해상전이 주요 전투가 될 텐데.
배 조종마저 병사들에게 맡겨야 하는 걸까. 그런 모드가 있긴 하지만, 그걸로 과연 제대로 싸울 수가 있는 걸까?
‘싱크 탱크랑 상의할 수도 없어.’
이미 게임에 들어온 이상 싱크 탱크와 이 문제로 상의해 볼 수도 없었다.
그렇다고 병사들과 상의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나마…….’
그나마 그녀가 상의할 수 있다면 여기 들어와 있는 병사들이다.
그들이 지휘관에게 메시지를 보낼 순 없지만, 어떻게든 의사 표시는 가능할 것이다.
이전에 아몬드가 손을 흔들었던 것처럼 말이다.
그녀는 필요한 명령을 모두 내려놓은 후. 잠시 메시지를 쓰기 시작했다.
* * *
“아. 한일전의 마지막 경기! 바다맵이 선정됐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킹귤 님.”
“아. 일단 바다맵은 일본이 우세인 게 당연한데요. 2경기에서! 우리 다 같이 보지 않았습니까!? 조선이 꽝 붙는 함선 전투에서는 상당하다는 거!”
“아, 그랬죠!? 그리고 배는 직접 컨트롤이다 보니까! 우리 지휘관 최순신의 장기가 나오지 않았습니까!”
“예! 링고는 마이크로 컨트롤 면에서 솔직히 많이 아쉬운 모습이 나왔고! 그게 바로 2경기 대패로 이어졌던 거나 마찬가지거든요. 조선이 지쳤다고 해도! 충분히 해볼 만합니다!”
-ㄹㅇ
-적기다
-신이 있긴 한가봄 ㅋㅋㅋㅋ 한일전 바다맵 5경기 ㅋㅋㅋㅋ
-솔직히 무조건 이길듯 ㅋㅋ
-해상전이면 병사들 컨디션은 오히려 별로 상관없어서 할만하겠누?
실제 상황과는 다르게 시청자들은 상당히 낙관하고 있었다.
게임 지식이 가볍다거나, 해설자들의 말만 듣고 그런 낙관을 펼치는 건 아니었다.
그만큼 2경기의 컨트롤 능력은 발군이었고, 그 격차가 쉽게 좁혀질 거라 생각하기 힘든 것이다.
무엇보다 조선의 현재 약점인 병사들의 체력 문제도 해상전으로 진행되면 꽤 많이 해결된다.
이리저리 뛰어다니면서 활을 쏘고 칼로 베는 것보다, 배 위에서 대포 하나를 맡아 쏘는 일만 하는 게 당연히 훨씬 부담이 덜하기 때문이다.
또한 배는 사람에 비해 타깃이 크고, 민첩하게 움직이진 못하기에 조준도 비교적 쉽다.
그러나 사람들이 간과하는 건, 지금 체력 문제는 병사만 겪고 있는 게 아니란 사실이다.
“자, 6시 조선 12시 일본. 거리는 그렇게 멀지도 가깝지도 않습니다. 조선이 그런데 이번엔 2시대에 뭔가 시도하는 움직임은 없습니다?”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마지막 경기다 보니, 조금 부담스러울 겁니다. 여기서 초반에 삐끗했다가는 진짜 끝나거든요?”
-ㄹㅇ
-여기서 날빌은 강심장을 넘어 노심장
-ㅋㅋㅋㅋ앞에 다 막혔자나
-그래 탄탄하게 가보자
사실 사랑은 지금 초반 찌르기를 능력적으로 할 수 없다 판단하여 포기한 것이다.
그게 효용이 없을 거라고 생각해서 포기한 건 아니었다.
“아, 그리고 여긴 항해의 서막하고 조금 다르거든요. 중간 크기 섬들이 중간에 좀 더 있어요.”
“아, 그렇네요. 거리가 별로 안 먼 섬들이 조금씩 떨어져 있습니다?”
“예. 물론 맵의 중간에 정말 바다만 쭈욱 있는 곳들도 있지만…… 여기 특히 일본의 동쪽 해역을 보면 길게 남쪽으로 뻗은 섬이 하나 있죠. 여기 일본 본섬이랑 거리가 별로 안 멀고, 조선도 비슷하게 별로 안 먼 섬이 있어요.”
바다가 가로막고 있긴 하지만, 섬 사이 거리가 그리 멀진 않았다.
배로 이동하면 게임 내 시간으로 30초 이내로 닿을 거리였다.
“아. 그럼 이 섬이 멀티가 될 수도 있는 겁니까?”
“그건 모르겠습니다. 자원이 막 많이 있는 거 같진 않고…… 자원이 많은 섬은 또 크기가 작게 생성됐거든요?”
매번 맵이 등장할 때마다 바뀌니 킹귤도 설명이 쉽진 않았다.
“굽이치는 파도의 컨셉은 어찌 됐든 이렇게 간격이 상대적으로 좁은 섬들이 파편처럼 있다는 거죠. 그 사이를 파도가 굽이치며 드나든다 해서 굽이치는 파도에요.”
“아! 그렇게 말씀하시니까. 알겠습니다. 지금 전형적인 바다맵답게! 양 측 그냥 어획을 시작하면서! 2시대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아 이렇게 초반이 평화로운 게임. 오늘 처음 아닙니까!?”
“맞습니다. 그런데 조선은 지금 병사들이 다 모여 있는데…… 뭐 하는 거죠? 사냥해야 될 텐데요.”
특이한 점은 조선의 병사들이 모두 해안에 모여 있었다는 것이다.
“어…… 저게 뭐죠? 모여 있는 모양이 뭔가…….”
그리고, 그 모여 있는 모양이 뭔가 희한하다는 것이다.
* * *
띠링.
보조지휘관 둘에게 메시지가 왔다.
[병사들 배 조종 가능한가요?]딱히 놀랍진 않았다.
그 둘은 현재 지휘관의 상태를 알고 있었다.
단지 서로 눈을 마주친 채로 잠시 고민했을 뿐이다.
“……할 순 있지. 아마?”
식빵이 애매한 말로 커피를 떠본다.
“그래. 할 수 있어.”
커피도 떨떠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별로 어렵진 않아. 애초에 게임이니까.”
병사들이 배를 조종하는 게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아마 지휘관이 묻는 건 정말 할 수 있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 ‘잘’ 할 수 있느냐 묻는 것이다.
“잘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만.”
커피는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을 고민한다.
“일단 모아놓고 물어보자. 당분간 섬 밖으로 나갈 일도 없는데.”
그렇게 그들은 병사들을 모으게 된다.
그리고 같은 질문을 던졌다.
지휘관이 처한 상황 설명과 함께.
“에엥?”
사정을 처음 듣는 병사들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만.
유일하게 아몬드만 바닥을 쳐다볼 뿐 별다른 반응은 없었다.
“배 운전이야 할 수 있지. 가끔 솔랭에서 해야 되거든?”
“그치 급할 때 직접 해버리긴 하는데…… 아예 우리가 운전해서 싸운 적이 있나?”
모두들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굳이 배를 병사들이 운전해서 싸우는 경우는 당연히 없었다.
“저기!”
그런데, 그때 누군가 손을 든다.
당근이다.
“어차피 해야 되는 거 아니야?”
보조지휘관들에게 물은 것이다.
“방금 말한 그런 상황이면. 할지 말지를 따질 게 아닌 거잖아.”
“…….”
둘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말이 맞았다.
이 상황에 지휘관에게 배를 움직이라 미룰 순 없었다.
“우리가 하자. 그게 승산이 높아.”
척.
아몬드도 손을 번쩍 들어줬다.
“맞아.”
“얌마. 넌 뭘 안다고 드냐?”
팡어가 꾸중했으나, 그도 손을 들었다.
“이 자식은 항상 뭐 알지도 못하면서, 정답을 맞혀요. 맞히긴.”
궁수 부대에서 의견을 밀자, 다른 부대도 하나둘 손을 들었다.
모두 병사들이 운전하겠다는 선언이었다.
“그럼. 지휘관에게 의견을 전달해야 되는데.”
커피는 고개를 끄덕이며 지휘관에게 어떻게 사인을 보낼지 짜보았다.
“자. 그쪽은 여기로. 어. 맞아. 이쪽은…… 여기.”
시빌 엠파이어의 소통은 일방통행이다.
지휘관은 자세한 오더를 병사들에게 내릴 수 있지만, 병사들은 방법이 없었다.
지휘관에게 그나마 의견을 확실하게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은 하늘 쪽으로 뭔가 사인을 주는 것인데.
커피는 단순히 손가락 모양보다는 훨씬 더 확실한 사인을 주는 게 좋다고 느꼈다.
‘불안해 보였으니까.’
오늘 대기실에서 봤던 지휘관은 상태가 그리 좋지 않아 보였다.
이 전략에 대해서도 확신이 없을 것이다.
그의 눈이 식빵 쪽을 힐끔거린다.
‘쟤도 예전에 그랬으니…….’
식빵이 처음 들어왔을 때도 비슷했다. 보조 지휘관치고는 자기 행동에 확신이 없는 편이었다.
그녀는 지략보다는 무력에 치중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스스로 왜 쿠키가 보조 지휘관에 임명했는지 늘 의문이라는 식으로 말했다.
그러나, 쿠키는 점차 그녀에게 확신을 심어줬다.
그녀가 왜 이 자리에 필요한지.
‘지휘관이라면 그래야지.’
커피는 쿠키가 한 방식을 그대로 사랑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확신을 주고 싶다.
“자, 여기. 됐다.”
척.
마지막으로 병사가 대열을 맞춰 섰다.
그리고, 그 모습이 위에서 내려보는 사랑에게 보여졌다.
‘아직도 의견 취합 중인가…….’
어획선을 보내던 중, 그녀는 무심코 해안을 바라본다.
사람들이 아직도 모여 있다.
한시가 급한데 의견 취합이 이렇게 안 된단 말인가.
보조 지휘관들의 손이 어떤 사인을 주고 있지도 않았다.
그런데─
“!”
그녀의 눈에 비친 글자.
그렇다.
분명 저건 글자였다.
병사들이 단순히 선 게 아니라, ㅇ, ㅁ, ㄹ, 등의 모양이 있었다.
그것들이 이리저리 합쳐지고, 어떤 건 분리되었다.
사랑의 눈이 자세히 보기 위해 살짝 찌푸려진다.
쏴아아아아……!
해안가로 파도가 몰아치며 하얀 도화지가 되어주는 순간에서야, 그녀의 눈에 분명하게 비췄다.
[우릴 믿어]병사들이 그녀에게 보내는 메시지가.
“…….”
그녀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