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788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256화
84. 인천 상륙 작전(3)
“이거 그냥 엘리전 가야 돼요!!!”
엘리전.
RTS 장르의 게임에서 병사들끼리 싸우는 게 아니라, 서로가 서로의 건물을 부수면서 상대를 아웃시키려는 전투를 말한다.
즉, 누가 건물을 빨리 미느냐의 시간 싸움이 되는 것이다.
이는 대체로 RTS 장르에선 상대의 건물을 다 밀어버리면 자동으로 패배 처리 되기 때문인데.
시빌 엠파이어는 사정이 조금 다르다.
“조선! 조선 달려 들어갑니다아! 총지휘관 찾아야 돼요!!”
총지휘관을 죽이면 게임이 끝난다.
건물을 굳이 다 부수지 않아도, 총지휘관만 찾아 죽이면 상대의 항복 의사와는 상관없이, 얼마나 많은 군대가 있든, 많은 건물이 남았든, 많은 자원이 있든 끝인 거다.
반대로 그 모든 걸 잃어도 총지휘관만 남아 있다면, 게임을 이어나갈 수 있었다.
“근데 일본 저항이 만만찮아요!?”
조선은 일본 본섬으로 최대한 깊게 파고들며, 최대한 총지휘관이 있는 성으로 향했다.
“일본이 이걸 어느 정도 예견한 건지! 건물 방어 업그레이드가 너무 잘 돼 있거든요!?”
1시대엔 마을회관이었던 건물이 이젠 성이 되어 있었다.
콰아앙!
콰앙!
성에선 그들을 막기 위한 대포가 쉴 새 없이 연기를 내뿜고 있었고.
거대한 쇠뇌들이 모두 조선군을 향해 머리를 돌렸다.
사람 크기만 한 화살이 날아가 기마병 서넛이 동시에 넘어지기도 했으며, 포탄 하나가 건물 사이로 달려오는 기마병 열댓을 날려 버리기도 했다.
“아아아……! 심시티도 상당히 잘 되어 있고!”
기마병들이 좁은 건물 틈새에서 무더기로 죽는 일이 계속 반복됐다.
“지금 조선! 조선은 어떤가요!?”
화면이 반으로 갈라지며, 조선 쪽의 상황이 나왔다.
조선은 아무래도 먼저 공격받기 시작했고, 방어 건물 업그레이드가 일본보다 못하다.
본진의 절반 이상이 불타버렸다.
“조, 조선이 훨씬 더 위험해 보이는데요!?”
“그래도 들어가 있는 병력 숫자는! 조선이 더 많거든요!?”
조선으로 침투했던 일본군의 숫자가 확연히 줄긴 했다.
“조선이 아까 막 무빙샷 날리면서 저항한 게 그래도 효과가 있습니다아! 아직 끝날 때까지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겁니다아!”
“그런데!? 일본 병사들이 조선 본섬 쪽에서 많이 죽었는데! 그게 또 일본 본섬에서 다 부활했었다 보니까! 이게 지금 조선이……!”
일본군이 조선 본섬에서 많이 죽었다는 건, 그만큼 자신들의 본진에서 많이 부활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아아! 그럼 지금 방어 병력이 늘어나고 있어요!?”
“저 구석에 지금 병력 모으고 있죠! 조선은 안 보일 겁니다! 그리고 기마대가 지금! 좌충우돌로 막 들이대는데! 이거 이러면 안 돼요!!”
기마대는 빠른 속력을 기반으로 적진을 유린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성의 대포 화력에 너무 많이 노출되어 버렸다.
퍼어엉……!
성의 대포들은 기마대가 모여 있는 곳들을 정확히 타격해가며 빠르게 숫자를 줄였다.
“아아…… 130이 들어갔는데! 지금 거의 80 정도 되나요!?”
“예. 지휘가 안 되고 있나요! 병사가 거의 흘려지는 것 같은 느낌! 이러다가 일본이 병력 다시 모아서 막 밀고 나오면! 이거 총지휘관 근처도 못 가요!”
“보조 지휘관이라도 파고들어서! 뭘 해야…… 어?”
킹귤은 말하다 말고, 큰 충격을 먹은 듯 흠칫했다.
“아, 아니. 커, 커피! 커피 언제 죽었어요!?”
양쪽에서 난전이 벌어지는 터라, 중계진은 커피가 죽었던 것도 몰랐던 것.
-엥?
-헐
-??
-ㅁㅊ
-헉
“그래서 지휘체계가 없었던 겁니까!? 그럼 다음 보조 지휘관이 있을 텐데!?”
“아아몬드! 아아몬드인데요!?
-ㅁㅊㅋㅋㅋㅋ
-??
-아몬드가…… 지휘관??
-앗……
-그게 맞냐?
-그냥 전투력 몰아주기임??
“아, 아몬드요!?”
지휘와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아몬드가 보조 지휘관이었다.
특이한 상황이지만, 중계진은 이에 대해 무어라 말할 틈이 없었다.
“아아아악! 지금 일본군이! 궁에 다 왔거든요!?”
“지금 마지막 방어선입니다아!”
조선의 궁 앞.
방어탑 3개, 몇몇 병사로 만들어진 최후의 저지선이 만들어져 있었다.
나름 방어하는 병력이 있다지만, 척 보기에도 일본군의 숫자가 압도적이었다.
뚫리는 건 말 그대로 시간의 문제였다.
“아아…… 조선! 기마대가 더 힘을 내줘야 합니다아!”
이렇게 되면 사실상 일본 본섬을 향한 조선에게 운명이 달린 것이다.
그래서인지 옵저버도 조선 본섬의 화면 크기를 축소하고, 일본 본섬을 메인으로 보여줬다.
-차이가 좀……
-이거 되냐???
-헐
-엘리전으로 지다니 ㅅㅂ
-이게 뭐고ㅠㅠ
“일본이 덜 밀린 거 같아도! 그래도 기마병들이 성 뒤쪽으로 막 기동력을 활용해서! 일꾼을 거의 다 죽였어요!?”
기마 돌격병이 아닌, 기마 궁수 부대가 일꾼 쪽으로 우회하는 데 성공했다.
일본의 일꾼 피해가 막심해졌다.
“예! 좋습니다아! 일본 자원! 끊겼어요!!!”
일본의 자원줄이 아예 끊기기까지 했다.
“반면에 조선은 쳐들어온 일본군이 다 뚜벅이라! 일꾼 피해는 잘 없거든요!?”
“근데 총지휘관이 위험합니다! 여기가 더 중요한 거 아닙니까!”
“그러니까! 조선도 빨리 일본의 방어 저지선을 돌파해야 합니다! 아까 부활한 일본군 전부 조총! 칼! 들고 지금 앞으로 나왔잖아요!!”
조선 침략조에서 부활하여 다시 일본 수비조가 된 군의 숫자가 상당했다.
“이제 숫자가 거의 비슷비슷합니다!?”
비록 조선이 전부 기마대라고 하지만, 머릿수로는 20명 정도 차이 나는 상황.
거기에 일본은 건물의 방어체계도 상당했다.
[돌격] [시급]조선 지휘관으로부터 명령이 떨어졌다.
상황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조선! 뚫어내려고 들어가는데!”
기마 돌격대가 일단 들이대며 전선을 무너뜨리려 한다.
그러나─
성에서 쏴지는 포탄 한 발.
콰아아아앙!
그 지역이 전부 분진으로 뒤덮이며, 말들이 고꾸라졌다.
“아아아! 이, 이거 피해야죠! 좀만 더 천천히 할 수 있었으면! 조선 지금 공성병기 오거든요!?”
일본 본섬에 지어둔 공성병기 제작소에서 신기전, 대포 등이 느릿하게나마 오고 있었다.
그러나 이들은 너무 느렸다.
이들이 오기 전에 조선 본부가 뚫릴 기세였다.
그런 와중─
“어!? ……누, 누군가가!”
공성병기들보다 더 앞에, 엄청난 속도로 말을 달리며 누군가 합류하고 있었다.
“저거 체탐인 아닌가요!?”
“언제 만들었죠!?”
워낙에 정신없는 상황의 연속이었던 터라, 체탐인이 나오고서야 눈치챈다.
그는 아몬드였다.
“아몬드! 아몬드예요!?”
“체탐인 병과로! 지금 일본 본진을 향해 달려갑니다아아! 보조 지휘관인데 체탐인일 수가 있습니까?!”
“그렇죠. 이게 보조 지휘관을 넘겨받은 경우엔! 병과를 받은 채로 지휘권을 받을 수 있거든요!?”
“그렇군요!?”
-ㄷㄷ
-괜찮은거냐?
-이게 되나
-회광반조 ㅠㅠ
-지금 뭐 기술 뺏어올 것도 없는디;
-모든 버프 다 받았누
체탐인의 가장 무서운 스킬 중 하나인 세작질은 현재 상황상 쓸모가 없었다.
상대 스킬을 훔쳐서 조선 본진에 전달해야 하는데, 그럴 시간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아몬드가 활용할 수 있는 건 오로지 사거리 증가와 사거리 비례하여 대미지가 늘어나는 속성.
그리고 모든 무기, 모든 탈것을 활용할 수 있는 능력.
혹여나 변장 정도.
이것만으로 뭔가 변수를 만들어내야 했다.
“아몬드! 체탐인답게 엄청난 속도로! 지금 도착했고! 바로! 아무 준비 동작도 없이 바로 전투! 활 들었어요!?”
건물 사이로 말을 마구 달리더니, 그는 각궁을 꺼내 들었다.
“……!”
킹귤은 순간 마른침을 꿀꺽 삼킨다.
‘저번 경기에 적중률이 낮았는데.’
이전 경기에 아몬드의 화살 적중률이 후반에 완전 하락했었다.
체력적 문제였다.
이번 경기 전에, 그리고 경기 중에 잠깐 쉰 것으로 뭔가 해결됐을까?
스륵.
아몬드가 시위를 놓는다.
파아앙!
화살이 날았다.
‘높아……!’
이럴 수가.
화살이 너무 높다.
마치 축구 할 때 실수로 공을 차면 너무 높이 가버리는 것처럼.
그렇게 아예 빗나가는 화살인 듯했다.
그런데─
“!?”
──퍼엉!
그 화살은 적 방어탑 안쪽, 대포를 쏘고 있던 병사의 머리에 명중했다.
“대, 대, 대포 쪽에!!”
“명주우우우우웅!!”
쾅.
중계진 둘이 모두 벌떡 일어났다.
관중들도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고래고래 소리쳤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방금 그 사격은 이제 겨우 시작에 불과했다.
파아앙!
파앙!
그는 마치 전 경기에 못 쐈던 한풀이를 하듯, 방어탑 라인을 따라 달리며 대포 뒤에 있는 병사들을 무력화시키기 시작했다.
방어탑 위에 대포들이 점차 불을 뿜지 않기 시작했다.
“또! 명중! 벌써 4개째!!”
“그런데! 지금 대포 하나가 조준 바꾸고 있거든요!?”
퍼엉!
대포가 아몬드 쪽을 조준해 쏜다.
아몬드는 고삐를 틀어 말의 경로를 바꾼다.
콰아앙……!
그의 우측에 포탄이 낙하하며 먼지를 일으키지만, 그 먼지 사이로 아몬드는 순식간에 뚫고 나온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
“아몬드! 아몬드! 아몬드!”
아몬드는 다시 그 대포 뒤를 향해 활을 조준한다.
다그닥! 다그닥!
고속으로 말을 달리는 와중에, 그것도 사방에 적들이 깔린 적의 본진.
마지막이 될 최후의 전투.
최악의 시간과 공간.
그럼에도 그는 실낱같은 길을 찾아낸다. 최적의 시간을 잡아낸다.
‘지금.’
바늘구멍을 향해 자신이 갈고닦아온 영겁의 세월을 욱여넣는다.
──푸욱!
대포 뒤에 있던 병사의 머리가 뒤로 휙 꺾인다.
이게 마지막 대포였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중계진, 관중 모두 함성을 내지른다.
해설을 이어나가는 것이 의미가 없었다.
“기적이 필요한 시점에! 기적이! 기적처럼 등장합니다아아아!”
조선의 기마돌격대가 눈에 띄게 전선을 밀어내기 시작한다.
아몬드도 이제 활을 집어넣는다.
양손으로 고삐를 잡고, 전속력으로 달려 나간다.
“돌겨어어어어어억!!”
“가야 됩니다! 전부 다!”
“조선 본진은 이제! 이제 한계일 건데! 어떻게 되고 있나요!!”
조선 본진의 상황이 다시 나온다.
“으아아아아아아아!”
킹귤은 거의 울다시피 괴성을 내질렀다.
“거의 다! 거의 다 왔는데!!”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일본군이 결국 조선의 궁에 입성했다.
“아…….”
-헉
-아
-ㅅㅂ ㅠㅠㅠ
-헐
-ㅠㅠㅠㅠㅠ
-아……
중계진이라면, 분명 희망이 있다고 말해야 했다.
그래야 게임을 계속 볼 수 있으니까.
‘아.’
그러나, 이제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쿵.
일본군들이 조선 궁 안으로 발을 디디고, 뛰어 들어가기 시작한다.
총지휘관이 죽으면 끝난다.
관중들의 함성이 맥빠지는 탄성으로 바뀌었다.
“아아아.”
“…….”
그것은 이내 침묵이 되었고.
화면은 이제 일본 본섬이 아닌, 조선 본섬의 장면이 메인이었다.
게임이 끝나갈 때 늘 그렇듯, 줌이 잔뜩 당겨진 클로즈업.
일본의 병사들이 줄을 지어 궁 안으로 비집고 들어갔고.
저항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그런 게 있었다면, 이미 그들이 이곳에 있어선 안 됐다.
중계진은 알고 있었다.
이때 ‘gg’를 외칠 준비를 해야 한다는 걸.
그들은 감정을 추스르며, 목소리를 낼 준비를 마쳤다.
타다다닥.
일본 병사 하나가 궁의 복도를 달린다.
양쪽에 문이 있으나, 일단 적군이 궁 안에 들어오면 총지휘관이 있는 장소는 절로 표시된다.
쓸데없는 시간 끌기를 줄이기 위함이다.
그렇다.
게임사조차도 인정하는 것이다.
여기에 들어온 이상 더 이상의 저항은 시간 끌기라고.
빨갛게 표시된 문.
병사들이 그것을 발견하고, 손을 뻗었다.
“!”
쾅.
문이 열린다.
그가 일본도를 치켜 든다.
모든 관중들이 고요해졌다.
사악!
피가 흩뿌려졌다.
머리가 날아갔다.
“……?!”
쿵.
일본군의 머리가, 궁의 바닥을 처참하게 굴렀다.
‘매복!?’
마지막까지 매복한 병사가 있었다.
일본군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들의 시선이 일제히 상대의 검을 향했다.
스릉.
방금 뿜어진 뜨거운 피가 묻은 검이, 음산하게 촛불의 주황빛으로 빛났다.
그 칼날을 따라 올라가, 이내 모두의 시선은 그것을 쥔 자를 향했다.
검은 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여성이다.
붉은 입술은 한마디도, 숨을 고르는 얕은 숨마저도 뱉지 않았다.
자신이 누군지 말하지 않았으나, 누구나 알 수 있었다.
그녀는 조선의 총지휘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