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789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257화
85. 칼(1)
[지휘관 모드 종료]이런 텍스트와 함께 하늘에 떠 있던 사랑의 영혼이 다시 육신으로 내려와 그녀의 몸으로 들어갔다.
하늘 아래서 모든 전장을 한눈에 내려보던 시야에서, 사방이 막히고, 어두운 지휘관의 방.
그녀는 탁상 위 촛불에 의지하여 존재감을 홀연히 빛내고 있는 한 물건을 응시한다.
‘곧…….’
척.
그녀가 그것에 손을 뻗어 들어 올렸다.
일렁이는 빛에 기다란 칼이 휘청이는 듯하다.
‘오겠지.’
타다다다닥……!
문밖 너머 어딘가에서 발소리가 들려온다.
한시가 급한 듯 다급하면서도, 이미 이겼다는 확신에 찬 발소리.
스릉.
사랑은 칼집에서 날을 뽑아 든다.
주홍빛으로 타오르는 그녀의 눈이 비친다.
스스로에게 되뇌듯 중얼거린다.
‘한 번 정도는.’
다짐한다.
그들의 그 확신과 방심의 틈새로 이 칼날을 욱여넣을 것이라고.
찰나의 순간을 찢어내 벌려 영겁 같은 시간을 만들어 볼 것이다. 그러나 그조차도 한순간일 터.
딱 한 번의 호흡.
그것에 모든 걸 걸어야 했다.
타다다다다닥──
발소리가 점점 커졌고.
그녀는 잠시 눈을 감았다.
* * *
킹귤은 눈을 질끈 감았다.
목이 막히고, 가슴이 먹먹하지만, 힘겹게 입을 뗐다.
“이번 대회는!!!”
이번 대회는 여기까지지만, 내년엔 반드시 더 좋은 성과가 있으리라.
단순한 위로가 아니라, 그는 게이머의 눈으로 말한 것이다.
조선은 다음 해에 분명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는 팀이었다.
그렇게 마무리 지으며, 자신과 관중들에게 위로를 건네려 했다.
그런데─
무언가 번쩍거림과 동시였다.
“어?”
──사악!
궁에 첫발을 들이밀었던 사무라이의 목이 갑자기 땅에 떨어졌다.
쿵.
“?!”
중계 화면에 비친 건 놀라운 장면이었다.
칼을 들고 서 있었다.
조선의 총지휘관이 피가 뚝뚝 떨어지는 칼을 들고 좁은 입구를 막아서고 있었다.
“무…… 무슨…….”
킹귤의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저 칼은?’
심지어 저 칼은 일반적인 칼이 아니었다.
조선의 4시대 생산품.
환도의 크기를 더 키운 ‘태도’라는 칼이다.
이 태도라는 건 사실 공식적인 명칭이 아니었다.
왜란을 겪으며 일본의 칼에 대항하기 위해, 조선이 자신들의 칼 크기를 더 크게 키우면서 발전시킨 검이었다.
‘저게 왜 총지휘관한테?’
본래 총지휘관에게 주어지는 검은 아주 기본적인 검뿐이다.
이는 일부러 가져다 놓은 것이다.
‘저 크기는 다루기도 힘든데?’
그런 의구심을 비웃는 듯.
‘흐읍.’
그녀의 입술이 얕은 숨을 머금는다.
사락.
그녀의 소맷자락이 한 번 흩날리더니, 그다음 들어선 사무라이의 목도 날아갔다.
“!?”
그 뒤, 한 번 더.
사락!
도포 자락이 흩날리고, 또 피가 흩뿌려졌다.
모든 게 순식간이었다.
이때부터였다.
킹귤은 시간이 멈춘 것만 같았다.
모든 게 멈춰 있고, 오로지 저 여인의 흩날리는 검은 머리칼과 도포 자락만이 살아 움직이는 것 같았다.
촤아아악!
시커먼 어둠 속, 촛불이 칼을 타고 번뜩일 때마다 적의 머리가 바닥을 구르고 있다.
사락……!
소매가 크게 퍼지며, 또 다음.
촤아악!
피가 터져 나온다.
한 명이 더 쓰러진다.
스릉.
검은 피에 굶주린 듯, 곧바로 다음 상대를 찾는다.
포착한 후, 곧바로 달려들어 그 빈틈을 찢고 베어낸다.
촤아아악!
촤아악!
이건 싸움이라 하기엔 너무 압도적이고, 우아하기까지 했다.
저 큰 검이 마치 무용수의 부채처럼 보였다.
그렇다.
춤을 추는 것 같았다.
모든 게 연극 같았다.
‘하아.’
그녀가 호흡을 내뱉음과 동시에─
쿵!
─마지막 일본군의 머리가 바닥에 굴렀다.
그제야 극이 끝났음을 알고, 관중들이 함성을 내지른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
이제야 시간이 제대로 흐르는 것 같아, 킹귤은 숨을 몰아쉬었다.
“와, 와이씨…….”
격해진 감정으로 시야가 흐릿해지기까지 하여 거의 제정신이 아니었다.
‘이, 이게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이 와중에도 직업 정신으로, 그는 거의 울먹이는 목소리로 외쳤다.
“내, 내가아아아! 조선의! 국모다아아아아아!”
-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와 미쳤다 근데 뭐임??
-본인이 국모인줄 ㅅㅂㅋㅋ
-왜 우냐곸ㅋㅋㅋㅋ
-우는거임???ㅋㅋㅋ
-총지휘관 피지컬 뭔데 ㅁㅊ
-내가 조선의 국모다 ㅠㅠㅠ 흐유ㅠㅠㅋㅋㅋㅋ
-엌ㅋㅋㅋㅋㅋㅋㅋㅋ
* * *
“하아…… 하…….”
사랑은 아직 검을 놓지 않은 채, 숨을 골랐다.
그녀의 눈은 아직도 전투 중인 듯 주변을 날카롭게 훑었다.
그러나 사람의 흔적은 없다.
“없구나.”
처음 들어온 자들은 다 처리했다.
슥.
그녀는 그제야 칼을 내렸다.
‘옮겨야 돼.’
아마 더 몰려올 것이다.
건물 내부의 상황은 적 지휘관이 볼 수가 없으나, 소식이 들려오지 않으니 분명 뭔가 잘못됐다는 걸 느낄 거다.
이번엔 많은 숫자가 한 번에 들어온다.
그전에 자리를 옮겨야 했다.
‘움직여야…… 돼.’
그녀는 자신의 다리를 내려본다.
잠시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
가상 세계이니, 당연히 움직일 테지만.
그 후폭풍은 온전히 자신의 신체가 감당하게 된다.
이후에 지휘는 포기해야 한다.
조선은 지휘관 없이 싸워야 한다.
그런 게 가능이나 한가?
“후.”
심호흡과 함께 머릿속으로 한 장면이 지나간다.
[우릴 믿어]그녀는 입술을 깨문다.
그리고, 발을 뗀다.
궁 밖을 향해.
* * *
“총지휘관! 최고다이순신이! 자리를 옮깁니다! 이건 진짜 끝까지 가겠다는 거죠!?”
타다다닥.
그녀는 지휘를 포기한 채, 궁 안에서부터 뛰어 뒷문으로 나섰다.
“일본! 뭔가 눈치채고! 지금 군사들이 더 들어오는데! 지금 못 찾고 있어요! 지휘관이 지휘관 모드를 포기하면! 위치 추적이 안 되거든요!?”
“맞습니다! 지휘관 모드가 아니니까요! 말 그대로!”
일본은 궁 안에서 헤매고 있었으나, 이미 그녀는 뒷문으로 나선 뒤였다.
“그런데! 총지휘관 이속이! 이속이 좀……!”
당연하게도 총지휘관이라는 ‘유닛’은 전투를 위해 설계되지 않았다.
무기 사용에 제한은 없으나, 이동속도라든가 체력 등 이점이랄 게 없었다.
순전히 달리기로 도망치다간 금세 따라잡힐 수밖에 없었다.
결국 시간의 문제다.
“이, 이러면 조선! 조선 일본 어떻게 안 되나요!?”
쳐들어간 조선군의 활약이 이제 다시 중요해지는 순간.
화면 한편으로 일본 본섬이 나온다.
“아, 아몬드!? 아몬드인가요!? 불도저처럼 밀고 들어갑니다아! 쌍수에 칼을 들고!”
-ㄷㄷㄷ
-궁수 아녔음?ㅋㅋ
-와 체탐인으로 ㄷㄷ
-무쳤네
* * *
다그닥! 다그닥!
아몬드는 양손으로 고삐를 쥔 채 말을 내달렸다.
방어탑이 전부 무력화됐다.
‘이제 뚫어야 한다.’
아군에게 다가가 검을 뽑아 들었다.
4시대 검이 아닌, 지휘관의 검이었다.
그가 그 검을 휘두르며 명령을 내렸다.
[산개]산개하라는 말과 함께, 각자의 루트가 그려졌다.
“사, 산개!?”
“안 뚫어!?”
약간의 의구심이 있었으나.
아몬드는 확실하게 외쳤다.
“한곳에 몰리니까 막기가 쉬워진 거야! 산개해!”
그 말에, 모든 병사들이 말 머리를 이리저리 돌리며 루트를 따라 달렸다.
그러자 그들을 막던 일본 병사들도 혼란스러워하며 자연스레 퍼져 나갔다.
자연스러운 본능이었다.
이들은 어떤 구역을 막는 게 아니라, 이 병사들이 들어오는 걸 막고 있었던 것이다.
진형이 크게 퍼지면서, 성에서 쏘는 대포도 타깃을 정하기 녹록지 않아졌으며.
수비진은 마지 커다란 그물처럼 엉성해졌다.
아몬드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히랴아!”
아몬드는 그대로 말을 달리며, 검을 뽑아 들었다.
“다시 돌겨어어어어억!!”
그 말과 함께, 그가 가로막는 병사들을 향해 자신의 검을 휘둘렀다.
촤아아악!
곧바로 사무라이 하나의 목이 날았다.
사방팔방에서 다시 말 머리를 돌려 달려드는 기마대에 일본 병사들의 혼이 빠졌다.
그럼에도 사무라이들이 기어코 달려들며 칼을 휘둘렀으나.
카아앙!
아몬드가 검격을 튕겨내며, 또 다른 검인 지휘관의 검으로 그의 목을 찔러 버린다.
푹!
“컥……!”
그는 두 개의 검을 든 채로 적진 한가운데를 질주했다.
어떻게 하겠다는 계획 따위, 이 난전 속에서 전혀 의미가 없었다.
그저 본능에 따라 빈틈을 베고, 시체를 뛰어넘어 한 발 나아가며, 다시 목에 칼을 찔러넣는다.
“커헉……!”
“윽!”
“여, 여기! 여기 막──”
──촤아아악!
그의 검격이 최후방에 있는 병사마저 사선으로 찢어내고.
피로 젖은 길을 만들어냈다.
“하아…… 하.”
비로소 보였다.
성으로 향하는 계단이었다.
이 계단을 올라 들어가면, 적의 총지휘관이 있을 것이다.
* * *
“조선도 거의 뚫었어요! 이제 시간 싸움이거든요!?”
아몬드가 전선을 거의 뚫어내고 있는 한편, 중계에선 다시 조선 쪽의 화면이 나온다.
“자, 조선! 조선 상황은! 어떻습니까!? 총지휘관은 어떻게 됐나요!!!”
뛰어 도망치고 있는 총지휘관의 모습이 비쳐진다.
-ㅠㅠㅠ
-되게 힘들어 보이는데
-아……
-이게 되나?
-앗 병사 왔어 ㅠㅠ
“아! 발각됐죠! 쫓기고 있고!!”
일본군이 그녀의 자취를 쫓아와 결국 발견해 냈다.
“조총병이 따라옵니다!”
조총병 하나가 뛰어와 어깨에 총을 견착한다.
척.
무릎을 대고 앉으며, 정확히 조준한다.
“이거 맞으면 위험한데요!!”
치이이익……!
결국 방아쇠가 당겨지고, 심지가 타들어간다.
타아앙!
탄알이 총지휘관을 향해 날았다.
킹귤이 눈을 질끈 감으며 비명을 지른다.
“아아아아아악!”
그때─
시커먼 그림자가 순식간에 총지휘관 근처를 휙 지나간다.
퍽, 소리와 함께 탄알이 박힌다.
말의 허벅지에 박혔다.
──이히이이잉!
“말!?”
“시, 식빠아앙!?”
[식빵]보조 지휘관 식빵이었다.
그녀가 말을 타고 달려와 총알을 받아낸 것이다.
그녀가 손을 뻗는다.
‘얼른……!’
사랑이 그 손을 잡고 뛰어올라 뒤에 탄다.
히랴!
말은 다시 달리기 시작하고, 검은 매가 날아올랐다.
“따돌렸습니다!? 이러면 시간 더 끌리고!! 이제 진짜 모르거든요!?”
“이제 일본 쪽이 다시 중요합니다아! 어떻게 됐…….”
* * *
휘이이이이이!
[매 날리기]청량한 파란 하늘.
검은 매가 날았다.
매의 검은 눈에 비치는 하늘 역시 맑기 그지없었으나.
그가 아래로 고개를 내리는 순간.
전혀 다른 풍경이 비쳤다.
“으아아아아아아!”
“뚫어라아아아아!”
“막아아아아!”
수도 없이 피가 튀며, 시체들끼리 엉키고 엉킨 지옥도.
수많은 건물로 둘러싸인 좁은 틈 안에, 조선군과 일본군이 서로 뒤엉켜 난장판이 되어 있었다.
그 난장판의 최전방.
그곳은 되려 숫자가 별로 없어 고요했다.
마치 태풍의 눈이 그러하듯.
“허억…… 허…….”
아몬드는 성 입구로 향하는 계단을 뛰어가고 있었고, 그를 가로막는 병사는 없었다.
전부 등 뒤쪽에서 다른 조선군과 혈투를 벌이는 중이었다.
그 혈투에서 빠져나오는 과정이 쉽지 않았는 듯, 아몬드의 말도 계단 밑에 쓰러진 채 죽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성의 입구를 열었다.
쿵.
그 순간─
“!”
──촤아악!
번뜩이는 칼이 그의 목을 그어버렸다.
아몬드의 목에 빨간 선이 주욱 그어졌다.
[혼다]적의 에이스가 마지막 항전을 위해 대기하고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