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792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260화
86. 월척(1)
마침내 조선의 승리가 선언되기 직전.
물건을 파는 데 중점을 뒀던 주혁도 이 순간만큼은 모든 걸 잊고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그리고, 승리가 선언된 후.
그는 손에 쥐고 있던 거북선 인형을 전부 떨어뜨릴 정도로 펄쩍 뛰어버렸다.
“어, 어어어! 이, 이겼어! 이겼다아아아아아!”
그는 고래고래 고함을 내질렀지만, 자신이 얼마나 크게 내질렀는지도 듣지 못했다.
이미 귀가 먹먹해질 정도의 함성이 고막을 관통한 뒤였기 때문이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관중들은 전부 일어나, 모르는 사람들끼리도 얼싸안고 방방 뛰었다.
그 진동으로 경기장이 흔들린다 착각이 될 정도였다.
그러나 주혁의 의식은 그 모든 것들에서 한참 멀어져 있었다.
‘어……?’
그는 보았다.
게임이 끝나는 순간, 상현의 모습 말이다.
그의 무릎이 땅에 닿으며, 그는 목청껏 울부짖었다.
그 소리가 중계에 담기진 않았다.
혹여 담겼다 해도 지금 이 관중들의 함성 소리로 전혀 들리지 않았겠다만.
그는 들을 수 있었다.
슬픔?
주혁은 순간, 그가 슬프다고 생각해 버렸다.
어느 때보다 기쁜 순간인데. 저것이 단순히 기쁨의 포효로 보이지 않았다.
아니, 단순히 슬픔도 아니었다.
하나의 색이 아닌, 각도에 따라 다르게 빛나는 보석 같았다.
그의 마음 안에 켜켜이 쌓인 시간의 층이 끝없는 힘에 눌려 단단해져, 마침내 빛나는 보석이 됐다.
그 보석은 빛나게 됐으나, 기쁠까?
알 수 없었다.
아마 본인도 알지 못할 것이다.
단지, 주혁은 이렇게 생각한다.
그래도 빛나는 삶이라고.
그래서인지, 그의 눈가에서도 빛나는 것이 떨어진다.
* * *
“……이겼어.”
[승리]이 두 글자를 확인한 후, 그녀는 믿기 힘들다는 듯 중얼거렸다.
‘아몬드가?’
아몬드가 성공한 것이다.
가까스로, 정해진 시간 안에 링고를 잡아냈다.
“하.”
밀려오는 안도감.
순간 온몸에 힘이 풀리며 시야가 희미해졌으나.
‘안 되지.’
이대로 그냥 쓰러질 순 없었다.
애석하게도 그녀의 게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조선의 총지휘관이라는 자리를 지켜내는 것까지가 그녀의 게임이다.
‘대기실로 사라질 때까지는.’
자신이 대기실로 들어가서 관중들과 타 선수들의 눈에 보이지 않게 되는 시점.
‘버텨야 해.’
그때까지는 반드시 정상적으로 보여야 했다.
그녀의 의식은 이미 말을 타고 도망칠 때부터 한계에 부딪혔으나, 승리만을 위한 집념으로 붙들고 있었다.
결국 승리를 해냈으나,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퇴장마저도 그녀에겐 경기의 연속이었다.
그녀는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척, 전통대로 패배한 선수들에게 다가가 악수를 한 후. 관중들에게 인사를 건네며 대기실로 향했다.
사방이 환호성으로 시끄럽고, 이곳저곳에서 폭죽이 터져 나오는 축제 분위기.
스크린엔 5경기의 하이라이트 장면들이 흘러나온다.
중계진의 목청 터져라 고함치는 소리들까지 함께였다만.
그녀의 귀엔 잘 들리지 않았다.
“하아…… 하…….”
그녀의 신경은 온통 휠체어에 앉아 태연한 표정을 짓는 것, 최대한 급해 보이지 않게 대기실을 향해 적정한 속도로 나아가는 것에 집중돼 있었다.
지이이잉.
휠체어가 움직이는 시간이 영겁 같았다. 속도를 올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나, 차마 올리지 못했다. 자연스럽지 못하니까.
“하아…….”
이마에 차가운 식은땀이 흐른다.
아마 그녀는 다음 경기에 나오지 못하게 될 것이다. 의사가 두 번은 절대 봐주지 않을 것이다.
그녀 스스로의 몸을 위해서도 이젠 물러나는 게 맞았다.
4강부터는 다시 쿠키가 올 수 있으니까.
“후우…… 하아…….”
그럼에도 그녀는 마지막 모습까지 연기해 내고자 했다.
아니, 그렇기에 오히려 더욱 연기해야 했다.
앞으로 경기에 나오지 못할 테지만, 적들은 그걸 알아선 안 된다.
쿠키만 나간다고 해도, 그들의 머릿속에 조선의 지휘관은 둘이어야 했다.
보이지 않는 어딘가에서 늘 그녀가 존재해야 했다.
그렇기에, 이 퇴장까지도 그녀에겐 하나의 경기였던 것이다.
대기실 안쪽으로 들어가는 복도가 다가온다.
점차 경기장의 빛이 사라지고, 그늘이 드리운다.
관중들의 함성도 서서히 뒤로 물러나기 시작하고, 그들의 시선도 점점 그녀 외의 다른 선수들로 향한다.
‘왔다.’
이윽고, 그녀는 모든 관중들의 시선에서 벗어났다.
조선의 선수들만 돌아다니는 공간으로 들어왔다.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어.’
──핑.
꼭 화면이 꺼지는 것 같은 소리와 함께, 그녀의 의식이 사라졌다.
* * *
선수들이 하나둘 왁자지껄하게 떠들며 대기실로 들어온다.
어떤 선수들은 이미 필드에서 너무 소리를 질러 목이 쉬어버린 채다.
그럼에도 당연히 입가엔 웃음이 가득하다.
그런데, 대기실로 들어서는 순간 다들 깜작 놀란다.
“뭐, 뭐야!?”
“헉…….”
한 여인이 소파 위에 쓰러져 있었던 것이다.
그들의 지휘관이었던 최고다이순신이다.
“미, 미친 죽은 거야!?”
팡어가 호들갑을 떤다.
“뭐?!”
안 그래도 어딘가 병약해 보이는 처자였기에 더 그렇게 보인 것이다.
“아아아아악! 왜, 왜 아무도 없어!?”
팡어가 휴대폰을 집어 들고 응급팀을 부르려는 순간.
“형! 형! 좀 조용히 좀 해요!”
그때 치승이 문을 열고 뛰쳐나왔다.
이에 팡어는 더 윽박질렀다.
“왜애애! 죽음을 알리지 말래!?”
“아니, 무슨…… 그게 아니고 자는거예요.”
“……아. 자는 거야?”
“예. 갑자기 쓰러지듯이 잠드셨어요.”
텅.
이안용이 팡어 뒤통수를 치며 지나간다.
“호들갑은.”
“아니…… 너도 같이 놀랐으면서 무슨…….”
평소에 몸이 약하다 해서 어쩌고저쩌고 중얼거리며 팡어는 자리를 잡고 앉았다.
“하아. 어쨌든 다행이다.”
털썩.
대기실 푹신한 소파에 기대어 앉아 중계 상황을 보는 팡어.
[조선: 3] [일본: 2]여전히 잘 믿기지 않는 숫자가 한편에 반짝이며 떠 있다.
‘정말 이겼구나.’
3, 4 경기를 뛸 때만 해도 희망을 보지 못했다.
일본의 잘 알려진 역전 성향, 최사랑의 체력 문제, 거기에 에이스인 아몬드의 체력 문제까지…….
절망의 문턱 바로 앞까지 들어갔던 게 분명했다. 한 발을 안으로 들이기까지 했다.
조선이 여기까지 왔으면 잘한 거지.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랬지.’
에이스인 아몬드, 1선 플레이어들, 지휘관의 카리스마와 통솔력이 아니라면 조선은 약팀이 되니까.
그게 사실이니까.
이번에도 아몬드와 최순신이 마지막까지 분전한 것이 가장 큰 승리에 기여였다.
‘하.’
이대로는 다음 경기에선 아마 또 힘든 일이 생기고 말 것이다.
팡어는 마냥 승리를 기뻐하기도 쉽진 않았다.
그는 아몬드도, 최고다이순신도 없었던 시절의 조선을 알고 있다.
쿠키의 갈고닦은 전투 개념이 완성되기 전의 조선을 알고 있다.
그렇기에 멍하니 중계 화면을 보고 있는 그의 눈엔 두려움이 서렸다.
저들이 제대로 활동할 수 없게 되면, 이 팀은 어떻게 되는 걸까.
그때, 중계 화면의 하이라이트에 어떤 장면이 나온다.
해변가에 병사들이 모여, 하나둘 자리를 잡는 장면.
팡어는 처음에 이 장면이 뭔지 몰랐다.
그는 이 장면을 이 각도에서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병사들이 그냥 계속 위치를 바꾸는 저 장면을 왜 하이라이트로 내보내는 건지, 순간 이해되지 않을 정도였다.
‘……?’
그 병사들이 어떤 글자를 만들어냈다는 건, 해설을 듣고서야 깨달았다.
[우릴 믿어]그의 눈이 파르르 떨렸다.
위에서 보는 느낌은 이랬구나.
이후 하이라이트는 다른 장면으로 넘어간다.
팡어가 키를 잡고 죽어라 돌리며, 일본의 배에 들이받는 장면이었다.
다음 장면은 그가 자신의 배에 포를 쏴 일본군을 다 쓰러뜨린 것.
분전하는 마라탕, 그 외 수많은 병사들이 포탄을 나르고, 포에 불을 붙이는 장면들.
그제서야 느껴졌다.
‘우릴 믿어.’
그건 지휘관에게만 보내는 메시지가 아니었다.
관중들에게만 보내는 것도 아니었다.
‘…….’
누구보다 그들을 믿어야 했던 건, 어쩌면…….
“여어! 에이스!”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팡어는 대기실로 등장한 누군가를 보고는 벌떡 일어난다. 상현이었다.
“왔구나! 어? 으하하하!”
상현도 그를 보고는 씩 웃어 보였다.
“이번에 형 MVP 되겠던데요.”
“뭐?”
“하이라이트에 형이 제일 자주 나와요.”
“네가 웬일로 입에 발린 말을 그렇게 하냐. 5경기 뛰고 실성했어? 으하하하!”
* * *
하이라이트 재생이 전부 끝난 후.
“그래서! 누구입니까! MVP!”
두둥.
MVP가 공개됐다.
일단 음악과 함께, MVP가 가장 활약한 장면이 먼저 흘러나왔는데.
[흔들리지마아아아아!]혼란스러운 전쟁터 속, 누군가의 우렁찬 음성이 터져 나왔다.
조선의 궁수부대가 검객들과 근접전을 치르게 됐을 때의 장면이었다.
목소리의 주인공 얼굴이 드러난다.
스팸이었다.
그가 근거리에서 검객들을 처리하며, 아몬드가 올 때까지 버티는 장면이 가장 중요했던 장면으로 꼽혔다.
[set1] [MVP: 스팸]1세트의 MVP로 스팸이 선정된 것이다.
-오
-스팸 ㄷㄷ
-사람이 이름이 어케 ㅋㅋㅋ
“1세트 아! 스팸! 정말 패기 있게 플레이했죠!?”
“맞습니다. 이때 뚝심 있게 버티지 못했으면! 마지막에 마무리도 굉장히 힘들었거든요!”
이후 2경기 하이라이트가 나왔다.
숲속에서 조용히 활시위를 당기는 한 남자.
-아펜하이머좌
-크
-이거 좀 어려웠을듯 ㅋㅋㅋ 지휘관도 잘해서
-캬
-일꾼 전멸 ㅋㅋ
-일꾼 학살자 ㅋㅋㅋㅋ
[set2] [MVP: 아아몬드]2세트는 홀로 적진에 남아 일꾼들을 도륙해 일본의 추가 병력 생산을 차단해 버린 아몬드였다.
“2세트! 아몬드! 아아몬드입니다!”
“아! 그야말로 핵폭탄 같은! 그런 파괴력으로 본진을 농락했습니다!”
다음 하이라이트가 재생된다.
무대는 바다였다.
촤아아아아……!
하얀 물살을 일으키며 나아가는 배가 보였다.
촤르르르륵.
거기서 키를 돌리는 팡어.
그렇다.
[set5] [MVP: 팡어]마지막 세트의 MVP는 팡어였다.
“이야아아! 팡어!”
“팡어! 팡어가 MVP 받았습니다! 5경기 MVP!!”
-크
-다 끝나고 나니까 5경기만 기억나긴함ㅋㅋㅋ
-캬
-5경기 팡어 아녔음 걍 졌음 ㄹㅇ
-팡어 아재 성불 ㅋㅋㅋㅋ
-바지리더 탈출
-스팸 팡어 아몬드 ㄷㄷ 이게 3궁이지
* * *
한편 대기실.
“어…… 어!? 지, 진짜 나라고!?”
팡어는 대기실에서 일어나며 당황했다.
그는 얼떨떨한 기분으로 경기장으로 다시 걸어 나가는데.
환한 빛과 함께, 함성이 다시 한번 몰려왔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
“팡어! 팡어!”
빨간 옷의 응원단이 그의 이름을 불러주고 있었다.
수많은 관중들이 경기가 끝났음에도 빈 공간 하나 없이 경기장을 채우고 있었다.
심지어 일본의 관중석도 거의 남아 있는 채였다.
‘하.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있구나.’
그가 씩 웃으며 두 팔을 흔들며 외친다.
“월척이다아!”
사람들이 열광한다.
환호성이 더 커지는 게 느껴진다.
“와아아아아아아!”
그들의 열기가, 곧바로 가슴을 파고들었다.
이 느낌이었다.
이걸 느끼기 위해, 우린 그 고생을 했던 거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