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798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266화
87. 봄(4)
이날 상현을 불러서 자랑하고 싶었던 건 굿즈 매출도 물론 포함이지만.
그건 메인 디쉬가 아니었다.
그야 이미 5경기까지 간 순간 굿즈 매출이 최대치로 나왔을 거라는 건 어느 누구나 예측이 가능한 것 아니겠는가.
메인 디쉬는 역시나 아성의 스폰서 제안이다. 그것만은 상상도 못 하고 있었을 테니 말이다.
“자, 그리고 진짜 대박 소식이 하나 있─”
“─저, 혹시.”
“어?”
주혁은 얼굴을 씰룩이며 고개를 갸웃했다.
변을 보다 만 강아지 같은 얼굴이다.
“뭐, 뭔데!”
빨리 말하라는 듯 주혁이 외쳤다.
“아니, 왜 소리를…….”
“뭐냐고!”
“그…… 우리 회사에서 국가 대항전 관련 매니지먼트도 하는 거면…….”
갑자기 저 얘기는 왜 하는 거야?
이렇게 대박 소식을 발표하려는 찰나에.
그러나 그가 상현을 제대로 관찰했다면, 상현의 눈이 아까부터 다른 선수들 굿즈 매출에 고정되어 있었다는 걸 알았을 것이다.
다른 선수들 굿즈 매출은 사실상 봉사활동 수준이나 마찬가지였다.
차라리 국가 대항전 전체 팀의 로고가 박힌 굿즈가 훨씬 잘나갔다.
“……팡어 형이나 다른 스트리머 생각 있는 분들도 지원해 주면 어떨까?”
“응?”
주혁은 순간 아성에 대한 이야기는 싹 잊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다른 선수들 도와주자고?”
다른 선수들을 챙겨주자는 말을 꺼내는 상현이 주혁의 입장에선 낯설다.
“도, 도와준다기보다…… 그…… 투자를 해보자는 거지. 스트리머 없다며? 본투비로 되겠어?”
“그러니까. 우리가 얻은 굿즈 수익은…… 국가대항전 선수들 공로도 있으니까. 그걸 조금 더 분배해 보자 이거 아니야.”
“아니, 그걸 바탕으로 투자를 하자고.”
“그게 분배야. 인마.”
“투자지. 주식을 살 때 월급을 다른 기업에 분배한다고 하냐?”
“넌 사원한테 자사주를 줄 때 투자한다고 하나 보지?”
한 치의 물러섬도 없는 하등 의미 없는 공방전.
“그럼 넌 집 살 때 땅에 분배하는 거겠네?”
“넌 여자친구한테 선물 사 줄 때도 ‘투자’라고 하나 보다!?”
“…….”
주혁과 이런 말싸움으로 흐르면, 상현의 패배는 확정적이었다.
상현은 씩씩대며 더 기똥찬 예시를 찾으려 눈알을 굴렸으나.
그런 건 없었다.
“푸하하!”
주혁은 승리의 웃음을 터뜨리며, 쐐기를 박았다.
“좋다. 우리 회사에서 활약했던 선수들 중에 스트리머로 갈 사람들에게 분배를 해보지.”
상현은 말이 없다.
패배를 인정하는 것만은 여전히 남아 있는 습성인 모양이다.
“알아서 해.”
* * *
주혁은 전에 상현의 양궁부 친구들과 만난 적이 있었다.
그 자리에서 어린 시절 유상현에 대해서도 듣게 됐다.
듣자 하니 상현은 아성 시절보다 더 차가운 사람이었다.
그를 늘 따라다니는 수식어가 ‘싸가지, 냉랭, 띠꺼운, 잘난 척’ 등이었다고 한다.
심지어 유독 여자아이들이 그를 흉보는 경우가 많았는데.
“여자애들 사이에서 진짜 이미지 안 좋았다니까. 상현 오빠.”
이는 반대로 그가 여자아이들에게 인기가 많아서였다며 동수가 정정했다.
“어떻게 하고 싶은데. 마음대로 안 되니까 욕하는 거지.”
“어린 남자애들이 좋아하는 여자애 괴롭히는 뭐 그런 건가?”
“뭐, 얼추 비슷하지?”
진짜 관심이 없으면 욕도 안 먹는다고. 자신은 여자에게 욕을 먹은 적이 없다는 설명을 덧붙인다.
그의 말에 모두가 납득할 수밖에 없었다.
“맞아. 동수는 정말 아무도 욕 안 하더라.”
“어. 사실 누군지 몰라…….”
동수는 덕분에 본전도 못 건지고 몇 분간 그의 어두웠던 학창 시절을 복기해야 했다.
“하여간, 상현 오빠는 친해지기 전에 정말 말 걸기 어려웠어. 난 그래서 소연 언니가 대단해 보였다니까?”
“워낙 당차잖아.”
당시 어린 상현의 냉기는 내면뿐 아니라, 온몸을 무장시키고 있었다.
누구라도 함부로 맨손을 뻗었다간 동상을 면치 못할 정도로.
20대가 된 후에 외면의 무장은 사라졌으나, 그 안에 아직도 커다란 얼음 덩어리가 있었다.
그를 깊게 파고들다 보면 가끔 차가운 것이 만져지곤 했다.
주혁도 그것을 느낀 적이 많았다.
아성은 따스하게 녹여냈으나, 그 안에 얼음은 더 단단하게 얼려놓은 듯했다.
그리고, 지금 30대가 되어가는 무렵. 상현은 아성맨이 아닌 스트리머였다.
그는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하는 국가 대항전 팀원들을 지원해 주고자 제안했다.
그 안의 단단했던 얼음덩어리도 서서히 녹아간다.
내리쬐는 햇볕에 장사인 빙산이 없듯, 세월에는 유상현도 깎여 나간다.
이것이 풍화일지, 말끔히 조각되어가는 것일지는 알 수 없었다만.
주혁은 호텔 방의 창문을 살짝 열어두며 생각했다.
정말로, 봄이 오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에게.
“……아씨. 말하는 거 깜빡했네.”
지원 정책에 대해서만 토론하다가 결국 아성에 대한 걸 말하는 건 깜빡 잊어버렸다.
“어차피 다시 연락 올 테니 그때 말하자.”
* * *
한편, 서울 도심 어딘가 파란 커튼월 너머, 하얀 셔츠를 입은 사람들이 가득한 어느 재미 없어 보이는 사무실.
따분한 식곤증을 물리치기 위해, 배가 볼록 나온 한 남성이 믹스 커피를 든 채로 묻고 있었다.
“꾸 과장. 그거 진짜야?”
“응?”
마케팅팀의 구진모.
풀린 목줄처럼 덜렁덜렁 매달린 그의 사원증엔 그렇게 쓰여 있었다.
그가 질문을 받은 그 ‘꾸 과장’이었다.
“그거 말이야. 요즘 난리였던 그 게임 한일전 했던 거. 그거 김주혁이가 국대팀 사업 꽉 쥐고 있다며?”
“아…… 하하.”
“그럼 니 클라가 김 대리 되는 거 아니냐?”
그 말에, 곳곳에서 사원들이 파티션 너머로 얼굴을 내비쳤다.
“헉. 진짜예요? 주혁 씨가?”
“어머, 과장님. 왜 그거 말 안 하셨어요? 그 김주혁이 그 김주혁이에요?”
“에엥? 그 김 대리라고? 그 덩치 크고?”
아성에선 이미 유상현에 대한 이야기야 유명했으나.
그와 함께 떠난 김주혁에 대한 이야기마저 아는 이들은 극소수였다.
“아…… 하하.”
구 과장은 머리를 긁적였다.
이걸 말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까였는데.’
더군다나 그들의 제안은 주혁에게 한 차례 까이고 말았다.
「일단 지금 너무 많은 스폰서 연락이 와서요. 특히 너무 이미지가 강한 대기업은 좀 피하는 게 좋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아…… 어? 아, 아니. 예?」
「아성은 상업적인 이미지가 좀 강해서요. 스포츠적인 느낌을 주는 괴수랑은 많이 달라요. 아성이 들어가는 것보단 다른 어울리는 이미지가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아…… 하하. 예. 그럼…… 어울리는 이미지로 찾아보겠습니다. 지금 그렇게 시간이 많지 않아서 미리 연락을 드린 거라서요.」
「예. 예. 이해합니다. 그럼 준비해서 다시 연락 주시면 검토해 보겠습니다.」
구진모 과장은 생각지도 못했다. 아성의 스포츠 스폰서십이라면 누구라도 좋다고 달려드는 게 보통이니까.
일단 계약을 걸어놓고, 나중에 어떤 그림으로 갈지 얘기하는 방식도 자주 써먹었던 방식이다.
다른 기업이라면 상상도 못 할 막무가내식이지만, 아성의 이름이 달리면 달랐다.
“뭐……? 까였어?”
구진모는 결국 동료 이 과장에게 따로 그 얘기를 꺼냈다.
“하. 김주혁이 이 새끼…….”
치익.
담배에 불을 붙이며 인상을 구기는 이 과장.
“일부러 튕기는 거 아니냐?”
“뭐, 그럴 수도 있지만…… 시빌엠 그 국가 대항전 한일전 거리 응원 못 봤어?”
“봤지.”
“그냥 자기 가치를 정확히 아는 거지. 그래서 우리 팀 야근이야. 그냥 제안으로는 안 되겠더라고.”
“엥? 그거 안 하면 그만인 거 아니었어?”
“유상현이 아성 다니던 사람인 거 다 알거든.”
“……?”
이 과장은 놀란 눈을 해보인다.
뭔가 그림이 이제야 제대로 이해가 된 것이다.
“우리 부서 일이 뭔데. 아성 이미지 좋게 하는 거 아니야. 근데 유상현이 아성 다닐 때 죽 쑤고 다녔다는 거 알려져 봐.”
“유 대리…… 끄응. 잘 적응 못 했었지. 아무리 좋게 말해도 말이야. 근데 걔가 어디 가서 자기 이런 거 당했다, 피해자 행세할 놈은 아닌데.”
“그렇지. 그런 적은 없어. 근데 유 대리가 장애인 티오로 들어왔잖아. 그러다 적응 못 하고 나갔잖아? 장애인 티오로 들어가 봐야, 아성에선 적응 못 하게 하고 나가게 한다…… 이렇게 비춰질 거 아냐? 복지 같은 게 유명무실해 보이잖아.”
“하.”
이 과장은 씁쓸하게 연기를 내뿜으며 끄덕였다.
“일이 복잡허다~ 이런 거 정치인들 숟가락 얹으면서 장애인 복지가 어쩌고 또 겁나 쪼겠네. 평소에 열심히 일하는 우리 같은 사람한텐 관심도 없는 새끼들이.”
“그래. 그전에 미리 거하게 이름 달아놓으려는 거야. 얼마나 그림이 좋아. 과거에 장애 때문에 선수 포기했던 사람 아성에서 거둬주고, 그 사람이 회사를 나간 다음에도 앞길을 응원하는 스폰서를 달아준다니까.”
“키야~”
임원들이 그리는 명확한 그림이 있었다.
그러니 보통 돈을 주는 쪽이 갑이어도, 사원들은 돈을 어떻게 쥐여줄지 고민해서 가져가야 하는 을인 셈이다.
돈을 쥐여준다고 해도 그쪽이 안 받겠다 나서면 돈으로 학이라도 접어줄까 고민해야 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생기는 곳.
그게 대부분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사회였다.
그 사회의 모양을 주혁은 정확히 간파하고 있었다.
갑과 을. 그 복잡한 실같이 얽힌 수많은 이해관계를 풀어헤쳐, 자신이 현재 갑임을 인지한 것이다.
이 과장이 실실 웃으며 옛날 추억을 연기와 함께 뱉는다.
“김주혁 이 자식이 일은 기똥차게 하더라. 난 걔 임원까지 갈 줄 알았잖아. 근데 뭔 매니저 같은 거 한다길래. 진짜 무슨 금수저 놈의 서민 놀이인가 어이가 없었는데…….”
“될놈될인 거지.”
구진모도 담배에 불을 붙인다.
“구 과장. 금연한다며?”
“될놈될인 거지.”
피식.
쓴웃음과 함께 그는 담배 연기를 깊이 빨아들인다.
“이 과장. 처음에 전화하는데. 뭐가 제일 곤란한 줄 알아?”
“뭔데.”
“존댓말이 안 나오더라.”
“아…….”
“그냥 잘 안 나와. 혀가 무슨 배배 꼬인 거마냥. 그때 상사로 좀 지냈던 게 뭐라고. 이젠 나랑 아예 다른 계급인데.”
“야. 뭔 또 그렇게까지 하냐. 상사였으면 그래도 형 대접해 줘야지.”
“무슨…….”
치익.
구진모는 재떨이에 이만 담배를 구겨 넣으며 고개를 젓는다.
“내가 졌잖아. 결국 걔가 이겼고. 그게 다야.”
매번 이래왔다는 듯 익숙한 말씨였다.
* * *
대회 당일이었던 토요일이 지나고, 일요일이 왔다.
이날 밤이면 출근을 해야 하는 많은 선수들은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게 된다.
꿈 같은 주말을 보내고 다시 현실로 끌려가야 하는 기분인 이들에게, 신기한 공지가 하나 내려온다.
[공지) 스폰서 설명회 안내]이런 문자가 모든 선수들의 휴대폰으로 도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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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국가 대항전 선수 여러분.
매니저 김주혁입니다.
그간 많은 일이 있었고, 저희 팀도 그만큼 많은 주목을 받게 되었습니다.
조심스럽지만 내년 프로팀 창단에 필요한 자원이 모였다고 생각됩니다.
여러분들 중 앞으로 프로게이머나, 혹은 스트리머 등 시빌 엠파이어를 컨텐츠로 하여 삶의 정진을 꿈꾸시는 분들을 위해 설명회를 개최합니다.
이번 스폰서 기업들의 도움을 바탕으로 여러 지원을 해드릴 예정이오니,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참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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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모든 선수들이 아마추어로 이뤄져 있던 조선이었다만.
어쩌면 다음은 다를 수도 있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