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807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275화
90. 물살(2)
중국엔 정말 다양한 사람, 민족, 문화가 섞여 있지만.
이번 시빌엠 국가 대항전에 대한 중국의 반응은 마치 하나의 피로 이어진 가족인 것마냥 똑같았다.
[우리 중국은 꿀조 행진이 계속되네] [이쯤 되면 조금 노잼일지도] [무패행진은 사실 꿀조 덕임] [무패무잼] [대진이 너무 차이 나는데?]그들은 자신들의 대진운이 너무 좋다는 걸 하나같이 인정하고 있었으며.
심지어는 그게 재미없다고 하는 이들까지 있었다.
그 정도로 경기가 압도적이었던 것이다.
사실 객관적으로 그들의 상대가 정말 약했냐 하면 그건 아니었다만.
중국의 호적수는 한 번도 없었던 것이다.
한 예로, 페르시아나 오스만보다 랭킹이 높은 적이 없었다.
바로 직전 상대만 해도 ‘말리’라는 문명으로, 아프리카의 문명을 어느정도 상상을 덧대 만든 것이다.
말리의 국가 대항전 성적이야 조선보다야 훨씬 좋은 편이지만, 최상위권이 될 순 없었다.
이런 와중에 그들은 조선과 4강 대결이 성사되고…….
[일본도 아니고 조선…… 또 노잼] [5경기나 치르고 온 조선은 좀 심하네] [결승이나 가야 재밌겠다] [중국의 무패행진은 이어진다] [한국 함 패주는 게 나쁘진 않지]조선의 언더독 신화는 자국과 해외 가리지 않고 엄청난 열풍을 불러일으키고 있었으나.
그들의 시각에서 조선은 또 다른 꿀조의 연속일 뿐이었다.
사실 승패 예측을 봐도 그렇다.
[중국 93%] [조선 7%]이 승패 예측은 중국에서 치른 게 아니라, 전 세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통합한 것이었다.
한 측에선 중국에서 돈을 먹였다는 둥 억측들이 남발되고 있으나.
아무리 돈이 썩어나도 승부도 아니고, 승부 예측에 돈을 먹일 이유는 별로 없을 거다.
즉, 이 승률은 받아들여야 할 현실이었다.
아마 조선이 일본을 3 대 0으로 잡고 올라갔다 해도 승률이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높은 산을 올라간다고 태양열이 뜨거워지는 게 아닌 것처럼.
* * *
“흠.”
촤락.
일간지를 접어 넣으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한 남자.
거의 반삭 정도의 짧은 검은 머리, 클래식한 무테안경, 날카로운 눈매.
한 치 오차도 허용하지 않을 것 같은 다듬어진 느낌.
그는 중국의 총지휘관인 ‘유비’였다.
의도된 닉네임이었다. 보조 지휘관 둘은 관우, 장비였으니까.
물론 처음엔 유비 325 정도의 닉네임이었다만, 점점 선수로서 부를 쌓게 되면서 아이디를 사버렸다. 관우, 장비도 마찬가지다.
큰돈을 들여 아이디를 구매했으나, 세간의 사람들은 말한다. 유비가 아니라, 조조를 샀어야 한다고.
그야, 그의 인격이든 외형이든 어딜 봐도 유비스러운 면모는 보이지 않고 조조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100%가 아니라니. 조선 놈들. 돈 먹였나.”
그가 무표정으로 그런 말을 중얼거리며, 대기실에 놓인 비스킷을 주워먹는다.
경기 전 탄수화물은 필수였다.
“누가 그걸로 돈을 써.”
옆에서 작은 게임기를 두들기는 관우가 심드렁하게 대꾸한다.
“일말 자존심이라도 살려보려 할 수도 있지.”
“허허. 어차피 전패 엔딩인데. 자존심이 어딨겠나. 유비.”
장비가 등장해 준비된 냉장고 문을 열어본다.
안에 맥주가 가득하다.
유비, 관우, 장비 3인방 중에 가장 그 이름에 어울리는 자였다.
엄청난 키에 장사 체형, 그리고 중요한 경기 전 술을 퍼마시려 하는 습성까지.
“손 떼.”
장비의 손이 맥주병을 안쓰럽게 만지작거린다.
“……거 참. 조선 상대로 뭘.”
“손 떼라고.”
“하…… 일본에 왔는데. 위스키도 맥주도 못 먹다니.”
“경기 전에 술을 마시려 하니까.”
“이전 게임에서도…….”
“손 떼.”
크흠.
장비는 별수 없다 생각하며 턱만 만지작거리며 소파에 앉는다.
그런 장비를 보며 유비는 속으로 말을 삼킨다.
‘언제까지 긴장감을 그걸로 지우려고.’
아닌 척하니, 모르는 척해주지만.
사실 알고 있었다.
장비는 긴장감을 술로 누르는 것이다.
그걸 알기에 그간 시합 전 음주를 어느 정도 허용해 줬다.
특히나 무패행진을 이어나가는 지금, 장비의 부담감이 이전 시즌의 배가 되어 있으니까.
그럼에도 이번 상대인 조선에게 술을 사용한다는 건 용납할 수 없다.
‘쉬운 상대가 나온 만큼, 끊어내야지.’
이런 상대를 만났을 때, 평소 바꿔내야 했던 것들을 바꿔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결승 상대를 이길 수 없었다.
“선수 입자아앙!”
그때, 바깥에서 스태프가 선수 입장을 부르짖는다.
“가자.”
그들은 선수복을 걸쳐 입으며, 나란히 걸어 나갔다.
옆의 출입구에서 조선 쪽 선수들도 걸어 나왔다.
‘……음?’
유비의 깔끔하게 정리된 눈썹이 꿈틀거렸다.
‘뭐야.’
가장 선두에 선 선수.
저 선수는 그가 상정한 자가 아니었다.
‘쿠키?’
최순신 체제로 쭉 가는 줄 알았던 조선이 갑자기 쿠키를 선발로 내세웠다.
* * *
“와아아아아아아아!”
양 측의 선수들이 입장하고, 게임이 시작됐다.
“자. 게임 시작됐습니다! 맵은…… 험준한 산골짜기! 조선이 2시 파란색, 중국이 8시 붉은색입니다.”
험준한 산골짜기.
산악지형이 7할 이상으로 채워진 산악맵이다.
단순히 생각하면 산악 민족 팩션이 있는 조선에게 상당히 유리한 맵인 건 맞지만.
궁수들이 나무가 많은 산악지형에서 활 쏘기 꺼려 한다는 점이 문제다.
거기에 더해, 말을 타고 다니기 힘들어 조선의 3시대 최종 병기라 할 수 있는 기마 궁수의 운용이 힘들어진다.
“아. 이 맵!”
그러나, 킹귤은 사뭇 반가워하는 얼굴이다.
“이거 바이킹전 때! 맵 선택권으로 골랐던 그 맵이죠!?”
바로 32강, 본선 첫 경기, 바이킹전 전략으로 골랐던 맵이기 때문이다.
즉, 조선에게 좋은 기억이 있는 맵이다.
“아아아!?”
캐스터는 잊고 있었던 듯 놀라며 기억을 떠올린다.
-ㄷㄷ 거기구나??
-어? 그럼 가운데 모여서 커브샷 가능???
-캬
-운빨 무엇ㄷㄷ
-스타트 좋고
“조선이 골랐던 그 맵이군요!? 아니, 그럼 여기도 가운데 모여서 커브샷! 이런거 또 가능하다는 이야기거든요!?”
“그렇습니다. 그때도 말씀드렸지만, 이 맵의 가장 큰 개성이라 할 수 있는 중간 바위 산맥 계곡이 랜덤성이 없이 그냥 유지되었었죠?”
“그렇습니다. 맵마다 그런 요소가 약간씩 있다고, 그때 설명해 주셨구요. 이번에도 역시 그대로 나온 거 같은데요?”
“다른 곳은 다 바뀌어도 거긴 그대로인 거죠! 근데……!”
킹귤이 가장 중요한 말을 뱉었다.
“그 전략을 또 쓰는 게 과연 가능할지는 두고 봐야 합니다!”
“아아……!”
바이킹은 전혀 모르고 있었기에 당했다만, 중국은 이 사실을 알 수도 있었다.
“중국이 이걸 모르고 있을 것 같진 않거든요?”
“아…… 그렇군요. 전략이 이미 유출됐다는 거군요. 하지만 산악지형이라 조선에 유리하지 않겠습니까?”
“맞습니다. 다만 궁병 활약이 어렵고, 이 맵은 초반 공략이 안 되죠?”
“그렇습니다. 그건 조선에 희소식이 아닙니까?”
조선은 3시대 문명이다.
3시대가 전성기인 문명이라는 것이다.
그 시대에 나오는 각궁, 편전, 기마 궁수, 월도 등 상당한 수의 전투 팩션을 동시에 보유하게 되는데.
이때 한 번에 뿜어져 나오는 조선의 화력은 다른 어떤 문명에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는다.
3시대까지 뿜어낼 자원을 어떻게 지키느냐에서 늘 승패가 갈린다.
“예…… 본래라면 그래야 하는데! 이번 시즌 조선은 초반의 취약점을 공격으로 많이 커버했거든요?”
이번 시즌 조선은 그 지키는 방식을 역으로 상대에게 한 번 날카롭게 공격을 가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최순신의 무조건식 2시대 찌르기, 쿠키의 극초반 변칙 찌르기 등.
이번 시즌 조선은 3시대 문명이 아닌, 2시대, 아니, 심지어 1시대 문명이라 보는 해외 반응이 다수다.
즉, 이런 맵에서 어떻게 조선이 풀릴지는 약간 미지수라는 것이다.
“아. 그렇군요? 조선이 초반 찌르기로 이득을 못 보는 상황이…… 오히려 이젠 불리하게 느껴질 지경이군요?”
“그렇습니다. 항상 그런 식으로 이득을 봐서 초반을 넘기는 방식을 채택했던 조선입니다.”
“그래도 그냥 공격도 안 해도 넘길 수 있다면 더 좋은 게 아닐까요?”
“예. 그것이 정론입니다만…… 정론으로 가도 문제가 있어요!”
물론 초반을 그냥 넘길 수 있다는 건 여전히 조선이란 문명엔 상당한 메리트다.
단, 상대가 중국이 아니라는 전제하에.
“조선이 3시대 문명이라지만…… 중국은 4시대 문명이거든요!?”
-ㄷㄷ
-후반 미쳤음
-ㄹㅇ
-엥?ㅋㅋㅋ
-아……
“중국의 4시대는 5시대다! 라는 밈이 있어요. 중국의 시대 넘어가는 방식을 이제 보시면 아시겠지만…… 1, 2, 3 이렇게가 아니에요!”
“아! 그렇죠! 당, 송, 원, 명! 이렇게 가죠?”
“그 와중에 요, 금 이런 시대도 채택이 가능하거든요?”
중국 땅은 워낙에 넓고 역사가 방대하여 집권 민족 역시 다양했다.
게임사는 이를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하다 일단 땅을 중심으로 생기는 문명을 전부 적용시키기로 했던 것.
그렇기에 중국의 시대는 숫자로 표기되지 않으며 심지어 ‘시대의 횡이동’도 가능했다.
같은 시대 존재했던 다른 경쟁 문명을 채택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게 하나씩 해금하는 방식이거든요? 그래서! 시대업 콜을 하는 것도 좀 애매하구요. 이걸 다 해금하면 진짜 사실상 6시대예요! 6시대!”
-ㄷㄷ
-앜ㅋㅋㅋ
-인해전술이 안되니까 시해전술 ㄷㄷ
-아니 ㅋㅋㅋㅋ
-원나라는 몽골 아녀?ㅋㅋㅋ
-짬뽕이 괜히 중식이 아니군
“그럼 곧바로 명나라를 가는 것도 되는 건가요!?”
“그건 매커니즘상 안 되지만! 하나씩 풀고 나서 나중에 취사 선택이 가능하다는 거죠!”
“아아!”
중국의 시대도 순서는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
일단 당나라로 시작한다.
송, 요, 금, 원 나라를 선택한다.
“송, 요, 금, 원 중에 선택하고 또 다른 것도 해금하는데! 여기부터가 아주 사람 돌아버리게 하는 거죠! 플레이하는 사람도 너무 할 게 많고! 당하는 사람도 진짜 힘들거든요!”
-아니 뭔 UN이여? 원나라 몽골까지 중국 문명에 들어가있누
-ㅁㅊㅋㅋㅋㅋㅋㅋ
-근데 중국 플레이 난이도가 젤 높음 이건 ㅇㅈ
송, 요, 금, 원.
네 가지 문명의 선택지를 갖게 되는 중국.
심지어 하나를 선택한다고 다른 하나를 선택 못 하는 게 아니었다.
관련 건물을 짓기만 하면 모든 나라의 특성을 얻어낼 수 있었다.
단, 오로지 명나라 문명만은 앞의 네 가지 중 하나를 해금해야만 해금이 가능했다.
“이게 상대하기 정말 까다로운 게. 중국이 어떤 나라다! 라고 말하기가 딱 어려워지는 겁니다! 송나라까지는 당나라와 어느 정도 비슷한 축인데! 나머지 특성이 열리기 시작하면! 갑자기 무슨 철갑 기병이 나오고! 갑자기 몽골처럼 히트 앤 런이 되고! 아니면 바이킹처럼 보병 깡 전투력이 막 치솟아 오르고! 막 이러거든요?!”
네 개의 선택지 중.
송을 제외한 세 나라는 중국의 주축인 ‘한’족이 안닌 다른 민족이다.
몽골의 원, 여진의 금, 거란의 요.
그러니 특성도 개성이 다르다.
처음 특성이 하나 둘 해금될 땐 별로 신경 쓰이지 않지만.
이 모든 문명의 특성이 해금된 후, 명나라로 진입했다고 가정해 보라.
중국은 사실상 6시대의 팩션을 갖고 있는 셈이다.
시간이 끌리면 중국만큼 강력해지는 문명은 이론상 존재하지 않는 셈이다.
그렇게 후반에 강하다는 페르시아도 중국 앞에선 초반 전략을 짜서 가져오는 게 현실.
“그러니까! 지금 초반 산악 지형으로 가로막힌 이 험준한 산골! 어떻게 조선이 활용할지는 모르겠지만! 기본적으로 시간은 중국 편이라는 걸 감안해야 합니다!”
-ㄹㅇ
-그래도 3시대 안에 쇼부보겠지
-아 이거 근데 어렵겠는데
-어케 안되냐?
시간은 중국 편.
산골짜기는 시간이 끌린다.
그렇지만 맵의 특성 자체는 조선의 기본 팩션에 유리하다.
한편으로는 활을 활용하기 까다롭다는 점.
호재와 악재, 여러 요인들이 겹쳐있으나.
“그런데!!”
킹귤이 보기에 오늘 조선 최대의 호재는 다른 무엇도 아닌 이거였다.
“오늘 조선의 지휘관이 누굽니까!?”
“쿠키! 쿠키죠!”
오늘 선발로 나온 지휘관.
“예! 쿠키가 바로 이 맵을 골랐던 당사자거든요!?”
“아아아!”
쿠키가 이 맵을 골랐고, 플레이했던 지휘관이었다는 점.
이것만큼은 조선에게 천운이 따른 것이라 봐도 무방했다.
“심지어 직접 선택하기 위해 얼마나 연구했겠습니까! 완전히 이해도가 높을 거예요!”
현재 쿠키의 이 맵에 대한 이해도는 어떤 대단한 지휘관과 견주어도 앞설 수 있을 정도다.
“어떤 지휘관이 긴 시간 맵 하나 붙잡고 공부했겠냐구요! 조선처럼 특수한 상황에 있었던 지휘관이나 할 일이거든요!?”
맵 선택권 보유자라는 특수한 컨디션.
예선 후 첫 본선까지의 긴 준비 기간.
게다가 그 모든 걸 바닥부터 설계한 지휘관이 여태 쉬다 선발로 등장했다.
상대 입장에선 지나치게 딱딱 맞아떨어진다 느낄 정도의 행운.
“아, 지금! 조선! 뭔가 벌써 움직임이 보이는데요!?”
아직 2시대도 채 도달하지 않은 지금.
미니맵상 파란 점들이 심상치 않게 움직이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