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808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276화
90. 물살(3)
희철은 병실에서부터 중국의 경기를 보고 있었다.
중국과의 대결에서 늘 핵심은 하나였다.
그들의 허약한 초반을 어떻게든 흔들어놔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있어 일말 예외 사항은 없었다.
‘거기서부터 중국이 경기를 편하게 풀어간다.’
무조건적인 초반 견제가 강제되는 상황.
중국의 경기력이 워낙 좋은 탓에 후반으로 흘러가면 이길 재간이 없었다.
이는 심지어 현 파워랭킹 1위라는 몽골조차 마찬가지였다.
그러니 중국을 상대하는 입장에선 무조건 초반에 흔들기를 가야만 하는 것이고.
중국은 상대가 이런 식으로 나올 것을 너무나 분명하게 알고 있다.
지휘관 입장에서 게임 흐름 자체가 너무 편해지는 것이다.
그들은 일단 초중반에 들어오는 견제를 최대한 막는다고 생각하면서 대비하면 되었다.
플레이어들의 개개인 실력도 워낙에 출중하기에, 이렇게까지 대비를 했을 때 수비 확률이 상당했으며.
시빌 엠파이어라는 게임 자체가 본래 1, 2시대에 상대를 완전 끝내는 게 어렵게 설계되어 있었다.
기본 건물인 마을회관의 막강한 방어 능력을 생각해 보면 그렇지 않은가?
애초에 이 게임은 문명 간의 개성이 최대로 드러나는 3시대에 끝내길 원하고 있다.
이 설계를 거슬러 1, 2시대에 끝내는 건 마치 강물을 거슬러 등산하는 것과 같다.
그간 희철은 물길 속 샛길을 잘 찾아내며 강물을 거스른 적이 많았으나.
그 또한 완전한 등산은 아니었다.
너무 큰 타격에 상대의 정신이 무너져 포기한 것일 뿐, 조선이 직접 그들의 산에 깃발을 꽂은 적이 없다는 것이다.
‘중국은 다르다.’
희철은 중국의 이전 경기들을 보며 확신했다.
이들에게 절대 항복이란 없다.
마을회관 단 한 건물만 남은 상태에서도 군을 추스려 다시 반격해 승리를 따낸 경기가 있었다.
이는 후반만 가면 광명이 오는 중국이란 문명 특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중국인은 본래 게임에서 항복을 잘 안 하기로 유명하다.
즉, 그냥 성격인 것이다.
이런 건 잘 고쳐지지 않고, 또한 고칠 이유도 없었다.
이런 중국인들의 ‘협’을 방불케 하는 투지는 그들의 문명 특색과 만나 거의 무적의 시너지를 발휘하고 있었으니.
이걸 왜 고치겠는가?
희철은 여기서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그렇다면 여기서 조선이 취해야 할 태도는 무엇일까?
조선이 끝까지 물고 늘어진다고 이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초반에 들어간다 하여 쉽게 따낼 상대도 아니었다.
설사 조선이 자랑하는 2시대 궁병 러쉬가 잘 먹힌다 해도, 공성병기 없이 궁병으로만 상대를 아웃시킬 수 없다.
완전히 아웃시키지 못하면 중국 상대로 초반 전술은 오히려 위험하다.
병사와 자원만 소모되고 중국과 자원 격차가 나게 된다.
그야 중국은 처음부터 주어지는 특수 유닛인 ‘세관’을 부리며 소위 ‘자원 펌핑’을 할 수 있는 반면 조선은 자원 관련 팩션이 빈약하다.
똑같은 자원줄을 갖고 있으면 중국이 유리해진다.
‘슬쩍 들어가서 세관들만 잡고 나온다?’
중국의 세관들은 비단옷을 입고 뚱뚱한 체형으로 멋들어진 관을 쓰고 다닌다. 아주 멀리서도 구분이 쉽다.
궁수들이 들어가 세관들만 저격해 내는 건 어려운 일까진 아니다.
그러나, 중국 입장에서도 세관은 중요한 병력이기에 무조건적인 보호조치를 취한다.
특히나 세관들은 플레이어가 아닌, 지휘관이 직접 컨트롤하는 유닛이다.
적은 양을 관리하는 초반이라면 지휘관이 즉각 반응하여 대피시키거나 애초에 닿을 수 없게끔 건물이 배치되어 있을 터.
‘상대는 방어에 도가 텄다. 그걸 염두에 둬야 해.’
희철의 인상이 한참 찌푸려지고 있을 때.
“허어. 뭐 젊은 친구가 그리 세상 다 산 것처럼 찌푸리고 있나?”
옆자리 앉은 노인이 웃으며 말을 걸었다.
“아…… 어르신. 잠시 고민이 돼서요.”
둘은 이미 말을 몇 번 섞은 적이 있다.
“흠. 그리 싸매고 고민치 말고. 나랑 한 판 어떤가?”
“?”
툭.
노인이 꺼내 든 건,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싸구려 접이식 바둑판이었다.
슥.
노인이 자신의 백색 돌을 두며 씩 웃었다.
“내가 제안했으니, 일단 먼저 둠세.”
“알을 더 두시죠.”
“뭐어?”
“저 좀 잘 둡니다. 어르신. 알 몇개 더 두시지요.”
어린 시절 희철은 바둑 프로까지 준비했었다.
결국 끝까지 가진 못했지만, 그래도 일반인 그것도 노인과 대결에 제대로 임하면 상대는 제대로 정신도 못 차리고 당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기질 자체가 져주는 걸 잘하지도 못하기에, 알을 몇 개씩 먼저 두라 청했다.
그러나─
“아니, 시퍼런 놈이! 됐다 인마! 둬!”
“……크흠.”
노인은 자존심이 있는지, 그냥 가자했다.
희철은 긴 머리를 뒤로 넘기며 곤란한 표정이 되었다.
‘한 판 끝내시면 안 한다 하겠지.’
별수 없다 생각하며 빠르게 이기고 끝낸다는 생각으로 그가 흑돌을 올린다.
탕.
* * *
킹귤이 탁상을 후려치며 흥분한다.
“조선! 2시대도 전인데! 동시에 지금 대규모로 움직이고 있죠!?”
파란 점들이 대거 이동하기 시작한다.
[2시대 – 89%]2시대가 되려면 아직 시간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러면 설마 1시대에 뭔가 있나요!?”
험준한 산골짜기.
이 맵은 산으로 거의 대부분이 가로막혀 속공이 불가하기에, 대체로 큰 움직임 없이 1시대는 지나가곤 한다.
그런데 쿠키라면 또 모른다.
킹귤은 그리 생각했던 것이다.
“산으로 올라갑니다! 여기까진 지금 중국 병사들이 아직 못 왔거든요?”
조선의 병사들은 산악 민족 팩션으로 산 정상까지 빠르게 주파한다.
두둥.
[조선 – 2시대]동시에 2시대로 넘어가는 조선.
“조선 2시대 빠릅니다!”
“중국은 지금…….”
“중국은 2시대가 느릴 수밖에 없거든요?”
단순히 마을회관의 업그레이드로 끝나는 게 아니라, 랜드 마크를 2개 지어야 하는 중국.
한 번 체제 전환을 한 다음이면 모를까, 처음엔 시간이 필요했다.
“2시대에 그럼 찌르나요!? 지금 타이밍 괜찮아 보이거든요?”
“근데 병사들이 다 야만병사라…… 그 상태 그대로 지금 정상에 왔거든요!? 이럼 어떻게 되나요!?”
2시대 조선이 강력한 건 궁병이다.
특히나 이번 경기에선 더 그렇다. 궁병은 중국이 어떤 체제를 택해도 상당히 잘 먹히는 병과였다.
그 병과로 전환하고, 그 무기를 받으려면 해당 건물이 근처에 있어야 했다.
그런데 여긴 산 정상이다.
그런 건물이 있을 턱이 없었다.
“이건 그냥 야만 병사로 가겠다는 건 아닐 건데!”
“이거 그거죠! 저기 일꾼 있거든요!?”
우르르 정상으로 올라온 병사들 사이에 일꾼 몇이 보인다.
하나도 아니고, 둘이 왔다.
“어어? 일꾼!?”
“그렇죠! 조선은 지금 2시대에 최대한 빠르게 찌르려고! 산 정상에!”
쿵.
일꾼들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훈련소] [병영]곧바로 병사를 산 정상에 부활시키기 위한 병영.
그리고, 훈련소.
“아아아! 산에 지어버리는데요!?”
“이것도 조선의 팩션이라면 팩션이라 해야 할까요!? 조선 건물은 산에 굉장히 잘 지어지거든요!!”
조선의 건물들은 대체로 험지에도 잘 지어지는 판정을 받는다.
“애초에 3시대에 ‘산성’ 팩션이 있어서! 이런 것도 팩션의 일종이라 봐야겠죠!”
아무래도 조선의 ‘산성’ 문화를 반영한 것.
덕분에 산 정상 같은 비좁고 험준한 땅에도 건물들이 척척 올라갔다.
“아…… 근데 중국 상대로 산성……!? 이거 일본인이 학익진 볼 때 이런 기분이었나요!?”
-ㅋㅋㅋㅋㅋㅋㅋ
-남한산성 ㅋㅋㅋ
-앗……
-도게자의 굴욕
-ㅁㅊㅋㅋㅋ 먼말인가했네
“다행히 산성을 짓는 건 아니거든요!? 아직!”
일꾼들은 이어서 건물을 더 건설한다.
[대장간] [방어탑]무기를 생산할 대장간 거기에 이 곳을 지키기 위한 방어탑까지.
“방어탑까지!? 이거 투자가 강력하네요!?”
방어탑이 산 위에 지어지면 특장점이 하나 생긴다.
“시야가 엄청나겠는데요!?”
조선이 꽤 과감한 전진 병영을 건설하는 사이.
중국은 정석대로 체제를 올리고 있었다.
“예! 중국은 반면 역시 안전하게 체제 올리면서…….”
두둥.
[당나라 → 송나라]중국이 체제를 전환했다.
랜드마크 건물 두 개로 새로운 강화 버프를 받으며, 특수 병과도 생기게 된다.
“아. 송나라로 갔죠? 아마 기본적으로 전체 적용되는 팩션이 자원 생산 속도 증가랑 곡창지대였던가요?”
자원 관련된 팩션이 송나라의 랜드마크에 들어 있다.
“맞습니다. 그래서 두 번째 체제로 가장 자주 선택하죠? 자원 빨라지면 세관들 빨리 쌓이면서, 나중에 송나라 아니어도! 자원 스노우볼 굴리기에 좋거든요?”
송나라 체제에서 세관을 최대한 많이 뽑아내어, 후에 다른 공격적인 체제를 선택했을 때도 자원에 부족함이 없게 된다.
“아. 그렇죠. 세관들이 또 중국의 상당한 개성인데.”
“맞습니다. 소위 탐관오리라고들 하는데요. 쉽게 말해서 백성들 쥐어짜서 세금 걷어오는 유닛입니다.”
-ㅋㅋㅋㅋㅋ
-진짜 탐관오리팩션이 있었넼ㅋㅋ
-아니 걍 탐관오리 맞잖아ㅋㅋㅋ
“근처에서 일꾼들한테 이속 버프를 걸거나, 생산 건물에 붙어서 생산 속도를 높이거든요? 거기에 자원 건물에 가서는 또 세금을 거둬요.”
“이야…… 완전 바쁘네요?”
“맞습니다. 그래서 중국이 지휘관 난이도가 굉장합니다. 저거 다 지휘관이 컨트롤하거든요.”
-중국 개어려움
-허 난 못하겠다
-탐관오리도 부지런해야하네 ㅋㅋㅋㅋㅋ
“아. 그렇군요. 그럼 곡창지대는 뭡니까?”
“곡창지대는 이제 같은 밭이어도 한 번 더 업그레이드하면 더 생산성이 좋은 밭으로 되는 거죠.”
-개사기네
-자원 하나는 미쳤네 ㄹㅇ
-근데 전투 팩션이 없네
-다 생산이구나
-송나라는 근데 너무 약함
“아니, 너무 좋은데요?”
“그런데, 송나라는 전투 관련 팩션이 많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오래 선택하진 않을 겁니다.
실제로 송나라 전환 후, 또 다른 랜드마크 건물들이 곧 올라가기 시작했다.
“조선이 지금 찌르면 딱 아닙니까?”
척 보기에 확실히 조선이 찌르고 들어가면 이득을 볼 수 있어 보였다.
“이상적이긴 합니다!”
킹귤도 인정하는 바였다.
그런데, 조선은 준비는 다 마친 채, 전혀 다른 선택을 보여줬다.
“……?”
아까 정상에 왔던 일꾼들이 양 쪽으로 갈라지면서 산 중턱이나 하단에 있는 어느 공터로 이동했다.
병사들도 마찬가지였다.
마치 뭔가를 지키려는 듯 산 정상에 쭈욱 퍼져 방어적인 정찰을 펼친다.
실제로 중국의 정찰병 몇이 들어오려다 다시 돌아가 버렸다.
다만 방어탑, 대장간, 등의 건물이 배치된 건 확인했다.
그런데─
“이거 뭐죠?!”
쿵.
전혀 다른 곳에 있는 일꾼 둘이 동시에 뭔가를 짓기 시작했다.
* * *
탕.
방금의 백돌이 놓인 후.
흑돌을 집어 든 희철의 손이 떨렸다.
“……!”
잡아먹혔다.
거센 물살에 휩쓸려 정신없이 손을 휘젓다 보니, 그 끝은 거대한 아가리를 쩌억 벌리고 있는 알 수 없는 무언가.
심해 깊은 곳에 사는 괴생명체의 수십만 개의 이빨이 그를 반기고 있었다.
아무리 바둑을 간만에 둔다지만, 이건 일반인의 솜씨가 아니었다.
“뭘 놀라고 있어. 아직 안 끝났어.”
노인이 끌끌 웃는다.
희철은 그와 바둑판을 번갈아 바라본다.
‘안 끝났다…….’
그도 알고 있다.
끝난 건 아니다.
방법이 있다. 바둑은 늘 그렇다.
그의 이마에 땀방울이 맺힌다.
순간 아까 전 보고 있었던 중국전은 머리에서 싹 지워져 버렸다.
“너무 거스르려 하니까. 어렵지.”
“……예?”
“자네는 너무 역류한단 말입세. 산이 있다고 거기에 올라야만 하나? 산에 기대어 강을 보며 농사 짓고 사는 것도 방법일세.”
“…….”
희철의 머릿속에서 뭔가 복잡하게 꿈틀거렸다.
그러나, 이게 뭔지 알 수 없었다.
그는 거친 숨을 뱉으며, 흑돌을 놓았다.
노인이 한 번 더 입을 연다.
“쯔쯧. 여전히 못 알아듣는구만. 때론 내 순류를 유지하는 것이 적에겐 역류라네. 그냥 물살을 타고 가는 것이 목적지와 맞는다면 타고 가는게 노를 아낀다네.”
“……!”
파직.
그의 머리에서 순간 모든 것들이 일렬로 맞춰지는 듯했다.
‘내 순류가 적에겐…… 역류일 수도 있다.’
물론, 노인과의 바둑은 이미 돌이킬 수 없었다.
그러나 그의 깨달음은 아직 벌어지지 않은 미래에까지 흘러가고 있었다.
쏴아아아아……!
머리에서 마치 물살이 흐르는 듯 했다.
* * *
전혀 다른 곳에 있는 일꾼 둘이 동시에 뭔가를 짓기 시작했다.
다른 위치, 같은 시간, 같은 건물.
쿵.
[마을회관]둘 다 마을회관을 올리는 것이다.
“쿠키! 마을회관을 두 개 더 올리고 있어요!?”
“예에에에!?”
“아, 아니! 이러면 더블도 아니고! 트리플!?”
시빌 엠파이어는 3시대에 결판이 나길 바란다.
그렇게 설계된 것이다.
그런 물살에 조선은 몸을 맡기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3시대에 이겨주는 거다.’
조선은 이 순류를 따라 3시대로 간다.
단, 돛을 몇 개 더 달 생각이다.
적은 이미 세관이라는 돛이 달린 채니, 조선도 뭔가 더 필요하다.
그것이 트리플 전략이다.
이 세 개의 돛으로 조선은 범선처럼 물을 가르며 나아갈 것이다.
“조선! 이러면 중국이랑 3시대에 진짜 한번 꽝 붙어보자! 이건데요!?”
“중국 너네 3시대 안 무섭다! 이거죠! 이건!”
“중국은 조선이 이런 식으로 나올 건 전혀 생각 못 하고 있어요 지금!!”
-ㄷㄷ
-왠일로 정정당당하냐! 쿠키!
-와
-중국은 지금 오는 줄 알고 낭비 존나했는데ㅋㅋㅋ
-이건 좀 많이 이기고 가는데?
-적이 전혀 모른다ㅋㅋㅋ와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