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810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278화
91. 묻고 트리플로 가(2)
일본전 이후.
조선 팀은 엄청난 인기를 구가하게됐다.
그전부터 스멀스멀 올라오던 관심은 일본전에서의 접전 승리로 완전 폭발적인 상승을 겪게 됐다.
덕분에 수많은 스폰서 제의가 들어왔고, 팀의 자원이 풍족해졌으며, 아몬드 외에 스트리밍을 겸하던 선수들도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심지어 직접 뛰는 선수가 아닌, 싱크 탱크의 리더인 김치워리어의 방송도 이제 꽤 많은 숫자의 시청자들이 찾아왔다.
그중에서도 원래도 유명했던 아몬드.
그는 스타 반열에 오른다…… 라고 하는 표현을 쓰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온갖 기사들이 그에 대한 이야기를 올렸고, 국민적 스포츠 영웅으로 부상했다.
이는 아무래도 그의 배경과 관련이 있었다.
그는 과거 흔들리던 남자 양궁을 살릴 양궁계의 유망주였고, 만약 어떤 사고가 없었다면 훨씬 빠르게 스포츠 영웅이 되었을지도 모를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이 단 한 번의 사고로 모든 걸 잃었다가 다시 돌아왔다.
현실에서 잃어버렸던 것이 그대로 살아 있는 가상 세계의 스포츠로.
사람들은 이런 그의 이야기에 열광하지 않을 수 없었으니, 스타가 되는 건 어쩌면 정해진 운명이었다.
아몬드는 대회가 끝나면 돌아야 할 광고, 예능이 1년 치가 쌓이고 있다는 말까지 있었다.
대회가 끝나기 전부터, 그는 스폰서들의 촬영 요청과 몇몇 인터뷰에는 응해주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조선 팀이 샴페인을 일찍 터뜨렸다는 말이 많았다.
아직 경기가 다 끝난 게 아닌데. 마치 이제 우승이라도 한 것처럼 외부 활동을 시작했다며 신랄하게 비판하는 기사도 있었다.
그렇게 보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이는 희철의 부탁이었다.
“이 시간에 외부 활동을 해주는 게 더 좋을 것 같다.”
외부 활동을 하는 동안, 아몬드는 몇 번의 연습에 참여하지 않았다.
아몬드가 참여한 연습 경기는 중요 스크림뿐, 작은 경기들은 참여하지 않고, 체력을 비축했다.
이는 태만이 아닌, 희철이 의도한 방향이었다.
외부 활동 촬영 스케줄도 물론 지치는 일일 수도 있지만, 아몬드에게 있어 가상 공간에서 활을 쏘는 것보다야 훨씬 나을 테니까.
단…….
“우리 궁수 부대의 훈련만 맡아줘.”
아몬드는 궁수 부대의 훈련 전권을 획득해, 모든 훈련을 지휘하게 됐다.
이때 궁수 부대원들의 표정은 대체로 좋진 않았다.
‘다, 달리기만 죽어라 하겠구나.’
‘미친 또야?’
‘오 신이시여……!’
* * *
타다다다닥!
“허억…… 헉……!”
롸떼, 당근은 숲속을 달리며 그때를 떠올렸다.
커브를 너무 급격히 넣다가 활줄을 놓쳐 하루 종일 뛰기만 했던 그 날!
‘맞힌다! 맞힌다!’
그의 머릿속엔 이제 목표물을 맞힌다는 생각 외엔 아무 명령도 들어 있지 않았다.
그는 죽어라 뛸 뿐이었다.
[저지]지휘관의 명령이 떨어진 곳을 향해서.
“밀어어어어어!”
“으아아아!”
그곳엔 적의 창병과 우리 야만병사들이 뒤엉켜 싸우고 있었다.
그러나, 경계가 찍힌 곳은 창병이 있는 곳보다 훨씬 뒤쪽이다.
“뭐지. 아무것도 없잖아. 창병 쏘면 되는 건가?”
명령을 찍을 때 한참 위에서 내려보며 찍다 보니 위치가 어긋나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롸떼는 그런 걸로 여기고 창병들을 쏘려 했다만.
턱.
그때 당근이 그의 어깨를 잡으며 저지했다.
“저지랑 경계잖아. 명령이 따로 찍힌 거야. 위치가 미스 난 게 아니라.”
그렇게 착각할 걸 고려한 쿠키가 일부러 두 가지 명령을 내려놨다.
창병은 저지하고, 그 뒤를 경계한다.
“심지어 경계가 우선 명령이야.”
명령에는 체계 순번이 있다. 대체로 색깔로 구분된다.
경계 명령이 빨간색. 가장 우선순위가 높은 명령이다.
두 군데 찍힌 다른 명령.
색깔까지 다르다. 이 경우엔 실수라고 보기 어려웠다.
“올 거야.”
그래서 당근은 예상할 수 있었다.
숲 너머, 뭔가 다른 게 올 가능성을.
“뭐가?”
철컥.
그 순간, 숲 쪽에서 장전 소리가 들려온다.
그때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었다.
‘연노병!’
그들은 약속한 것처럼 서로 먼 곳으로 흩어지며 연노병이 올 곳을 주시했다.
“허억…… 헉…….”
롸떼는 당근이 저 너머 숲으로 돌아 들어간 것을 확인했고, 당근도 롸떼의 위치를 확인한다.
‘온다.’
둘은 시위를 당겼다.
기리릭.
[집중]집중의 빛이 모여들었다.
미리 당겨놓고, 처음 쏘는 한 발이 중요했다.
“후퇴! 후퇴하라!”
중국의 창병들이 뒤로 빠진다.
알고 봐서 그런지, 어딘가 어색한 후퇴 장면이었다.
중국의 병사들은 서로의 합이 굉장히 뛰어나다. 진형을 짜 맞추면서 상대를 압박하는 게 그들의 기본 전술이기 때문이다.
춤으로 치면 칼군무 스타일이다. 그런 그들이 서로 발이 꼬이면서 넘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하는데.
어설프게 버벅거리는 연기를 하고 있었다.
그 덕에 조선 병사들이 완전한 승기를 잡기 위해 따라 나간다.
쿠키는 이런 곳에서 일일이 나가지 말라, 어쩌라 오더를 내리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병사가 기세를 느끼면 그대로 달려나가 끝장을 봐도 되고, 뭔가 느낌이 이상하면 뒤로 빼도 되는 여지를 두는 스타일.
즉, 조선 병사들은 진심으로 따라 나간 것이다.
그렇기에 중국은 안심하고 연노병을 드러냈다.
연노병은 총 넷이었다.
‘저기다!’
당근과 롸떼의 눈에도 그들이 포착됐다.
당근이 수신호를 보냈다.
당긴 활로 자신의 타깃을 가리킨다.
롸떼도 활로 자신의 타깃을 가리켰다.
그 타깃을 향하는 길목에 나무가 이곳저곳 빼곡했다.
“후.”
당근은 심호흡했다.
‘커브로 맞혀야 해.’
조선의 야만병사들은 창병들을 쫓아 마구 달려 나왔고, 연노병들의 시야는 모두 그곳을 향해 한데 모아졌다.
이쪽은 전혀 보지 못하고 있었다.
‘나무 두 개 정도는 돌아 가야 해.’
그렇다 해도 이쪽이 숫자가 훨씬 적다. 동수라고 해도 연노병과 궁수가 만나는 순간 궁수가 무조건 불리한데 숫자까지 적으니 위치를 들키는 순간 진다.
‘맞혀야 돼. 한 방에.’
당근은 계속해 머릿속에 되새겼다.
이 한 발을 맞히지 못하면, 시작부터 모든 게 꼬인다.
실전에서 처음 선보이는 자유로운 커브샷.
스스로 각을 계산해 내야 하는 첫발.
탁.
연노병들의 발이 앞으로 튀어나왔다.
연노는 반동이 있어, 어느 정도 안정적인 자세가 필수였다.
그들은 무릎 위에 연노를 올리며, 어깨에 견착했다.
이제 쏠 준비를 하는 것이다.
쿵. 쿵.
그녀의 심장이 터질 듯이 뛰었다.
“후.”
기리릭─
긴장되는 걸까? 바로 쏘지 못하고, 그녀가 활시위를 재차 당긴다.
다시 풀드로우.
활이 팽팽하게 당겨진 채, 집중이 모아진다.
‘연습 때를 생각하자.’
희한하게 심장 박동이 가라앉는다.
‘연습 때 못 맞히는 것만 하겠어.’
연습 때 못 맞히면, 지옥이 시작됐다.
차라리 실전에 못 맞히는 게 나은 수준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니, 역으로 실전에선 긴장감이 서서히 줄어들었다.
‘지금.’
그녀의 눈이 커다랗게 확장되며, 당기던 화살을 놓았다.
──파아앙!
이때 롸떼의 화살도 함께 날았다.
“!”
퍼벙!
하얀빛이 순식간에 두 군데서 터져 나왔다.
‘맞았어!’
자리를 잡았던 연노병 둘이 쓰러지며, 다른 연노병 둘이 놀라 일어선다.
연노병들은 반응이 느렸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 무거운 연노를 들고 몸을 빠르게 돌린다는 건 애초에 불가능하다.
“7시!!”
그리고, 애써 빠르게 몸을 돌려 화살이 날아온 곳을 조준한다 해도…….
“!?”
“어, 없잖아!?”
그들의 조준점에 드러난 건 빽빽한 소나무들뿐이었다.
조선이 쏜 화살이 다시 한번 그들의 머리를 터뜨리고 나서야 알았다.
“커브─”
──퍼엉!
또 하나의 연노병이 허무하게 쓰러진다.
이건 당근의 화살이다.
“젠장!”
퍼엉!
마지막 남은 연노병이 쓰러진다.
이건 롸떼의 화살이었다.
‘됐어……!’
둘의 시선이 공중에서 부딪힌다.
그리고, 약속이나 한 듯 뛰어나가며 창병들을 향해 화살을 퍼붓는다.
* * *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관중들의 엄청난 함성이 울려 퍼진다.
-ㄷㄷㄷ
-이야
-이게 뭐야
-와
-미쳤다
-롸떼랑 당근임???
채팅창의 스크롤도 순식간에 작아졌다.
“바, 방금 뭡니까!? 저는 아몬드인 줄 알았더니!?”
캐스터도 놀라서 다시 확인한다.
그야 숲 지형에서, 이렇게 자유로운 커브샷을 날리는 궁수는 조선엔 아몬드 외에 없었다.
아니, 사실 조선이 아니라 어느 나라를 찾아봐도 거의 드물었다.
페르시아의 3궁, 몽골의 에이스 부대 정도가 전부.
“아몬드가 아닙니다! 아몬드는 지금 방어탑 위에 있는 걸로 확인이 되고! 롸떼! 당근! 두 선수가! 숲 지형에서 완벽한 커브샷으로! 그것도 헤드샷으로 완전 깔끔하게 연노병들을 무력화시켰습니다!”
페르시아의 3궁, 몽골의 에이스 부대.
지금 그 대열에 어쩌면 조선에서 두 명의 선수가 추가돼야 할지도 몰랐다.
“아니, 리플레이 나오는데! 이번 플레이 한정! 당근! 롸떼! 너 완전 아몬드였어! 이거네요!”
-아몬드였어 ㅋㅋㅋ
-???: 너 완전 케닌이었어!
-캬
-극찬
“이거 이러면 중국! 정찰 함부로 못 들어오죠!? 연노 저거 비싸거든요!?”
“그렇겠죠!? 딱 봐도 비싸 보입니다! 아무리 중국이 세관으로 돈을 마구마구 번다고 해도! 이건 손해죠! 게다가 조선도 트리플이거든요!?”
“아. 중국 진짜 후퇴합니다!”
* * *
“뭐, 뭐야!?”
“연노병은 어딨어!”
중국 선수들이 두리번거렸다.
그들 중 누군가 외친다.
“9시!”
퍼엉!
또 다른 화살이 창병의 머리를 날린다.
“커, 커브샷이다!”
커브샷임을 누군가 눈치챘다.
“한 명 말고는 제대로 못 쏜다 하지 않았나?!”
“그 한 명이 여기 있는 거다! 아몬드!”
“오케이!”
중국 선수들은 생각만큼 당황치 않았다.
그들은 아몬드가 여기 있다는 걸 알았다는 것에 만족하는 듯했고.
[후퇴]상황을 지켜보던 지휘관, 유비로부터 명령이 떨어졌다.
‘됐군.’
유비는 무심히 고개를 끄덕이며, 준비해둔 다른 조를 침투시켰다.
아몬드가 저기 있다면, 굳이 파고들 이유는 없다.
연노병들이 아깝긴 하나, 그가 어디 있는지 알았다는 것만으로 이득이었다.
이 숲 지형에서 아몬드 외의 궁병들이 힘을 발휘할 수 없다는 걸, 유비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조선은 활을 쓰지 못하면 문명의 힘이 반감된다.
그런데 이 산에는 나무가 많아 활이 제대로 쓰이기 힘들다.
그걸 막으려면 이런 지형에서 커브샷을 자유자재로 쏴야 한다.
그렇게만 할 수 있다면 오히려 궁수가 숲에서 다른 어떤 병과든 압도할 수 있었다.
그러나 조선엔 아몬드 외에 그럴 만한 인재가 없었다.
바꿔 말하면 아몬드만 위협적일 뿐이지, 다른 인재들은 숲에서 활을 들고 만나면 아무것도 못 한다는 거다.
그런 계산이 이미 끝난 터라, 유비는 자신 있게 다른 조를 파고들게 했다.
[침투]빨간 점들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들은 특히나 대 궁수전에 익숙한 자들이다.
이제 아몬드도 없으니, 이들을 막기는 어려울 것이다.
‘어떻게든 안쪽을 봐야 한다.’
조선이 공격을 먼저 오지 않았다.
뭔가 예상이 되는 경우의 수가 몇 가지 있지만, 확실히 하고 가야 했다.
‘보아하니 더블인데…….’
유비는 이미 조선이 더블 테크트리라는 것까지 좁혀냈다.
트리플까지는 아니라 여겼다.
트리플 빌드는 경우의 수로 뻗은 커다란 나무의 끝에 끝.
아주 한 구석에서만 존재할 뿐인 빌드였다.
사전에서 가장 마지막에 오는 의미마저 외우는 경우는 별로 없는 것처럼, 크게 신경 쓰는 빌드가 아니다.
그럼에도 유비는 그 경우의 수를 완전히 지우진 않았는데.
이는 산 정상에 깔아놓은 거에 비해, 준비된 궁병의 수가 너무 적기 때문이다.
물론 단순히 그가 우연히 궁병이 적게 준비된 쪽을 친 것일 수도 있었다.
그러니 확실히 확인해야 한다.
‘트리플 같은 극단적인 빌드만 아니면 승률이 90 이상이다.’
현재 중국의 흐름으로 봐서, 상대가 극단적인 배 불리기를 하지 않았다면 승률이 9할이 넘는다.
반대로 상대의 필승법은 어떤 극단에 있는 무언가라는 것이다.
그걸 확인하러 들어가야 한다.
확인만 한다면 여기서 게임이 크게 갈릴 것이다.
그러니 정찰 따위에 양동 작전을 구사한 것인데…….
팅!
이번에야말로 방어탑 위 아몬드에게 명령이 떨어졌다.
[이동]아몬드가 중국이 침투하려는 지역으로 뛰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