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812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280화
91. 묻고 트리플로 가(4)
조선의 병사들 입장에선 이 모든 상황이 단 한 마디의 의성어로 느껴졌다.
콰앙!
이런 충격과 함께 중국의 창병들은 저지선을 뚫고 들어왔다.
‘미친.’
‘이게 뭔데?’
‘……허.’
중거리에서 뻥 찬 볼이 골대 안으로 들어갈 때처럼 허무했다.
[뚫어]명령이 내려오는 순간.
지금까지는 저들이 진짜 뚫을 생각이 없었다는 걸 바로 깨달았다.
갑자기 눈이 바뀐 창병들은 돌격진, 방진, 산개를 오차 없이 완벽한 상황에 대처하듯 사용하여 수십의 야만병사를 말 그대로 날려 버리듯 타개했다.
“이, 이건 너무 손해가 큰데요!?”
“처음 교전에서 잘 막은 거에 비해서! 여긴 너무 지금 어렵습니다!? 트리플이 역시 무리였나요!? 무기 든 병력 수가 너무 차이 나거든요!?”
“아무리 야만병사여도! 뽑는 데 시간! 돈! 다시 드는데!!”
“심지어 막지도 못했어요! 손해도 보고! 정찰도 허용하는 그림!”
정찰 저지선을 뚫어버린 창병부대는 곧바로 산 비탈길을 뛰어내리며 목표 정찰지점으로 향했다. 그곳은 정확히 세 번째 멀티가 있는 지역이다.
그저 맥없이 모든 정보를 내주는가 싶던 그때.
“어!! 그런데!?”
타다다다다닥!
산길 위쪽에서부터, 누군가 무서운 속도로 따라붙고 있었다.
물론 수많은 야만병사들도 주위를 포위하기 위해 움직였으나.
이 남자만큼 위협적으로 보이는 자는 없었다.
이 많은 자들 중 오직 그의 손에만 활이 들려 있었기 때문이다.
“아몬드! 아몬드 따라갑니다!? 이거 따라잡히나요!?”
궁병이 산악민족 효과를 받으면 창병만큼의 속도를 갖게 되고.
상대 창병이 산길에서 속도 저하가 생기면 오히려 그보다 약간 빨라진다.
그러니 궁병이 따라잡는 게 정상으로 보일 수도 있었다.
그런데, 중국은 현재 [돌격진] 효과를 받고 있어서 이동속도 버프가 있다.
따라잡힌다는 게 이상한 일이다.
“아아아악!”
킹귤이 뭔가 눈치챈 듯 비명을 지른다.
그리고는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캐스터를 돌아보며 말한다.
“이거…… 궁안궁인데요?”
-궁안궁 ㅋㅋㅋ
-앗ㅋㅋㅋ
-그래서 화살 쥐고 있나 ㅋㅋㅋ
-ㄷㄷ
-대박 ㅋㅋㅋ
그랬다.
아몬드는 실제 궁수 병과 전환을 한 게 아니라, 야만병사인 채로 활만 들고 뛴 것이다.
이는 그가 처음 방어탑에 배치됐던 인력이었기에 벌어진 일이다.
타다다다다닥!
덕분에 아몬드는 굉장한 속도로 비탈길을 타고 내려가며 적 창병들을 따라잡을 수 있었고.
‘닿는다.’
기리릭.
어느 순간 그의 눈이 날카롭게 빛나며 화살을 시위에 매긴다.
‘자세를…….’
산길 내리막을 뛰면서, 활을 쏴야 한다.
아몬드는 잠시 아래 바닥을 주시했다.
단단한 돌부리에 걸리기라도 하면 곤란했다.
‘지금.’
치이이이익─
흙먼지가 일며, 그의 발이 가속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잠시 그의 조준점에 병사 하나가 들어온다.
열심히 비탈길을 뛰어 내려가는 창병 여섯, 그중 하나.
파아아앙!
시위를 놓았다.
푹!
머리에 적중하는 화살.
“이 비탈길에서! 달리면서 머리에 명중을 시킵니다!? 아몬드! 화살에 무슨 본드 발랐나요!”
그러나 궁병의 보병 상대로 가하는 화살의 보너스 대미지가 없어, 한 발이 더 필요했다.
직후 그는 한 발을 더 쐈다.
파앙!
연이어 날아간 화살이 똑같은 타깃의 머리로 날았다.
그런데─
“어?! 이걸!?”
카아앙!
옆에서 튀어나온 창병이 쳐냈다.
“쳐냈어요!?”
“게다가 지금 방진으로 순간 전환하기까지 했었거든요!?”
방어진으로 전환 시, 이동속도가 저하하는 대신 받는 대미지가 반감된다.
특히나 원거리 공격에 상당한 내성을 띠게 된다.
그런데 그 효과를 볼 것도 없이 그냥 창으로 쳐냈다. 그 와중에 혹시 몰라 방진을 순간적으로 구성해 냈다는 것이다.
단순한 상황을 대처할 때도 즉각 반응도 좋지만, 그뿐 아니라 그 뒤를 대비하는 2차, 3차가 항상 깔려 있었다.
“중국! 역시 장난 아닙니다!? 아까 3선 창병들이랑 지금 1선은 완전 다르죠!?”
-ㄷㄷ 아까 3선이었음??
-이 와중에도 실력 차가 나네
-와……ㅅㅂ
-첫 공격을 3선으로 ㅁㅊ ㅋㅋ 여유 돌았……
-엥?
사실상 실력적으로 이미 머리 위였다.
아니, 머리 위에서도 몇 단계 위.
“이게 진형 바꾸는 게 지금 중국 선수들이 굉장히 쉽게 하고 있지만! 이거 서로 발 꼬이고 이러면 되게 골치 아파지고 어렵거든요!?”
“그냥 사실 어렵습니다! 이건 정말 병사들이 서로 합을 맞춰야만 가능한 일이거든요!”
“예! 지금 조직력 하나는 엄청나다는 거죠!”
저들 개개인의 실력뿐 아니라, 조직력까지…… 분명히 우월했다.
그렇지만─
‘─다시.’
아몬드의 눈이 꿈틀거렸다.
그는 다시 뛰기 시작했다.
타다다다다닥!
아까와는 다른 자리.
그곳에서 조준해 쏴봤다.
자리는 달라도, 타깃은 아까와 같았다.
파아앙!
나무 사이로 흐르는 바람을 타고 날아간 화살은 기습적으로 다시 타깃을 노렸다.
카앙!
또 쳐냈다.
이건 우연이 아니었다.
“또!?”
“이거 무슨 약속이라도 되어 있는 플레이 같은데요!?”
“아몬드가 일단 궁병이 아니라는 걸 아는 것 같습니다! 억지로 따라붙으려는 느낌이 전혀 없고! 그냥 화살만 소진시키겠다! 이런 거잖아요!”
빠드득…….
아몬드는 저도 모르게 이를 꽉 물었다.
‘1선은 다른가.’
그래도 그냥 놔줄 생각은 없다.
‘그럼─’
아몬드는 다시 자리를 바꾸며, 그럼 이건 어떠냐는 식으로 다른 타깃을 노렸는데.
──퍼엉!
이번엔 정확히 맞았다.
그러나, 방진 상태로 맞아버려서 대미지가 심히 반감됐다.
그들은 마치 아몬드의 사정을 훤히 아는 듯, 이제 막아내는 데 별로 심혈을 기울이지 않는 것이다.
그야 현재 손에 남은 화살은 5발이다.
이걸 다 쏴서 다 맞힌다고 해도 저들이 방진만 유지하면 아몬드는 손쓸 도리가 없다.
팅.
[돌격진]창병들이 갑자기 뛰기 시작한다.
아몬드도 곧바로 반응하며 뛰어나간다.
파앙!
순식간에 시위가 튕기며 화살이 날아간다.
──퍽!
“오오!”
창병 하나의 머리에 화살이 꽂힌다.
그 창병은 곧장 모든 몸의 제어권을 상실하고 땅을 뒹굴었다.
“아몬드! 일단 1킬!!”
“좋습니다! 아까 맞았던 그 창병이죠!?”
아몬드는 기어코 한 번 맞혔던 자의 머리를 다시 맞혀낸 것이다.
“추가 사냥이 될까요!?”
어려웠다.
아무리 커브샷이라도, 상대도 본인도 격하게 움직이고 있는 상황에 나무까지 랜덤하게 분포된 곳을 뚫고 나갈 순 없다.
적당한 화살의 ‘길’이 나와야 노려볼 수 있었다.
“이거 막아야 되거든요!? 야만병사들 둘러서 어떻게 안 됩니까!?”
야만병사들도 물론 합세하고 있긴 했다.
멀리서 뛰어가며 포위하고 있긴 하나, 공격을 직접 할 순 없었다. 더 이상 손해를 감수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안 됩니다! 야만병사 달려들면 또 옳다구나 걔네들만 죽일 거예요! 진짜 믹서기처럼 갈려 나갑니다! 그럼 저지선에 정말 큰 구멍이 뚫리거든요!?”
지휘관 사이 오가는 약간의 심리전이다.
중국은 가까이 오면 저지선을 망가뜨릴 거라 위협하고 있는 한편, 가까이 오지 않으면 정찰 위치로 이동하는 것이다.
“정찰이 실패해도 엄청난 피해를 주고! 피해를 못 주면 정찰은 하겠다! 지금 이 두 가지 선택지를 계속 번갈아서 강요 중이거든요! 그러니까 조선이 쉽사리 달려들 수가 없습니다!”
“아니, 본인들이 정찰을 하고 싶어서 왔는데! 본인들이 딜을 강요하네요!?”
사뭇 불합리해 보인다.
맵을 반으로 나누었을 때 여긴 사실상 조선의 영역인데. 전략적으로 불리하게 딜이 오간다니.
저들이 고르는 선택지 중 하나라도 없애야 한다.
예를 들면, 정찰할 수 없게 한다든가.
‘그래. 발을 묶어보자.’
아몬드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저들의 발을 묶으려는 것이다.
방진으로 전환하면 이동속도가 현저히 느려지기 때문에 발을 묶는 건 어렵지 않았다.
아몬드가 속력을 올리며 크게 다시 돌기 시작했다.
타다다다다닥!
혼신으로 뛴다.
마치 양들을 몰아세우는 늑대 같은 움직임.
그렇지 않으면 크게 돌면서 몰아세울 수 없다.
“아몬드! 추가 사격 없이 크게 돌고 있죠!? 화살 소비 안 한다! 지금 패 안 깐다는 거예요!”
“아! 이게 먹힐까요!? 그냥 계속 달리면 다 정찰해 버릴 거 같은데!”
여기서 중국이 돌격진을 그대로 유지해서 쭉 달려 나가면, 지원군 도착이 없으면 사실상 저지할 방법은 별로 없다고 봐야 했다.
아몬드는 어떻게든 위협해서 방진을 유도해야 하는데, 그러기엔 화살이 없다.
그래서 그는 최대한 존재만으로 위협할 수 있는 방식을 도모 중이었다.
그들을 둘러싸고 크게 돌면서 활을 한 번씩 당기는 거다.
일종의 페이크 액션이다.
“의식 안 할 수가 없긴 합니다! 상대가 아몬드라!”
“어떻게 되죠!?”
“아 중국 계속 갑니다아아!”
중국의 판단은 정확했다.
페이크에 걸리지 않고 계속해서 달렸다.
* * *
신경 쓰지 않고 나아가는 중국군의 모습을 보며, 쿠키가 중얼거렸다.
“알고 있군.”
중국이 아몬드가 궁병이 아닌 걸 눈치채고 있다.
화살 개수가 언젠가 모자라질 거라 여기고 배짱을 부리는 것이다.
궁병이 아닌 채로 산악 지형 스피드를 활용하는 전례는 이미 나왔던 터라, 중국이 확실히 잘 대처하고 있었다.
아몬드도 나름대로 그에 대한 반응을 훌륭하게 하고 있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화살을 아끼면서 저들을 양치기하듯 어딘가로 몰려는 움직임.
죽이지 못하니, 발을 묶겠다는 아주 좋은 판단이었다.
그런데, 좋은 판단인 만큼 저들도 금세 인지한다.
발을 묶겠다 하면 저들은 눈치채고 더 과감하게 움직인다. 이쪽을 얕보며 도발하듯 말이다.
그렇다고 이 도발에 넘어가서 화살을 마구 쏴버리면 아몬드 쪽만 손해였다.
지금 아몬드는 손해 보지 않고, 최대한 똑똑한 플레이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쿠키는 아몬드에게 그런 플레이를 원하지 않는다.
아몬드는 그런 선수가 아니었다.
쿠키는 그에게 재차 명령을 내린다.
* * *
“하아…… 하…….”
숨을 고르며 산을 뛰고 있던 아몬드.
어떻게든 저들을 몰아붙이려 했으나.
중국군은 그가 마치 없는 것마냥 완전히 무시한 채로 계속 방향대로 뛰어버렸다.
어차피 너 화살 없잖아. 이렇게 말하는 듯했다.
슬슬 화가 나기 시작했다.
그런 그에게 마침 명령이 내려온다.
띠링.
[사살]눈빛이 바뀌었다.
마치 오랜 기간 사슬에 묶여 있던 뭔가가 풀어진 듯한 느낌이었다.
‘화살 아끼지 말라는 거지.’
기리릭.
마른 입술 위로 얹어지는 활시위.
화살 두 개가 메겨져 있다.
현재 남은 모든 화살이다.
사뭇 달라진 눈이 먹잇감을 탐색한다.
이 수많은 나무들 틈, 그 속에 보이는 길 하나.
‘지금.’
스륵.
소름 끼치도록 조용히 시위를 놓았다.
화살은 매끄럽게 날아가, 거칠게 뒤통수를 파고든다.
──퍼버엉!
“또! 또 맞았어요!?”
“이걸 피해서 맞혀요!?”
심지어 두 발이다.
창병은 대번에 쓰러져 굴렀다.
“어!? 이, 이러면!?”
[돌격진 해제]돌격진이 해제됐다.
진을 구성하기 위한 최소 인원 밑이기 때문이다.
“돌격진 해제돼서! 느려지거든요!?”
“이걸 기어코! 기어코 하나를 더 죽여요!? 대단합니다 아몬드!”
-ㄷㄷ
-이걸?
-와 ㅋㅋㅋ
-ㅅㅂ미쳤다
결국 아몬드가 그들의 발을 묶진 못했어도, 느려지게는 만든 셈이다.
물론 이에 대한 대처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산개 진형]그들은 각자 방향으로 흩어져 버리면서 일시적이지만 산개 진형의 이속 증가 효과를 받았다.
정찰에 대한 의지를 굽히지 않는 것이다.
“그냥 더 달려요!?”
“그런데 흩어지면 오히려 더 잡힐 거 같긴 한데…….”
“이건 아몬드가 화살 없다는 걸 아는 거죠!?”
흩어지면 따라가는 입장에선 하나씩 잡아내기에 좋다만.
아몬드는 상대를 잡을 화살이 없다.
그런데─
아몬드는 그래도 미친듯이 뛰어 따라가기 시작했다.
“어!? 화살이 또 있어요!?”
“아뇨, 없는데요!?”
그는 활을 어깨 뒤로 매버렸다.
그러고는 지나가는 길에 쓰러진 창병의 창을 집어 들었다.
“아……!?”
“창! 창을 들었어요!?”
아몬드가 비탈길을 거의 구르듯이 순식간에 내려가며, 흩어진 중국 창병 하나를 향해 뛰어들었다.
뒤에서 덮치듯이 뛰어든 그가 창을 내질렀다.
──푸욱!
대처할 새도 없이 그의 머리통이 뚫렸다.
이런 식의 공격을 예상하지 못했던 것.
아몬드는 꽂힌 창을 구태여 뽑지 않고, 새롭게 죽은 자의 창을 들고 어딘가로 매섭게 던져 버렸다.
후우우웅!
묵직한 바람 소리 후, 창은 누군가의 등에 꽂혀 들어간다.
뛰던 창병 하나가 또 휘청거린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
관중들의 함성이 터져 나왔다.
아몬드는 연이어 뛰었다.
‘중국…… 할 만한데?’
다 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