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814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282화
92. 진격의 성벽(1)
조선은 반드시 2시대 안에 승부를 볼 것이다.
이게 유비와 중국 싱크 탱크 팀의 결론이었다.
딱히 대단한 통찰이 필요한 추론도 아니었다. 지금까지 조선이 해왔던 걸 고려하면 이런 결론이 안 나오는 게 오히려 이상한 수준이었다.
이번 시즌 조선은 무조건적으로 2시대에 어떤 승부수를 두길 원했다.
설령 그 상대가 2시대에 강력한 문명일지라도 그랬는데, 이번 상대는 초반이 약하고, 후반의 최강자인 중국.
조선에겐 사실상 선택권이 없는 수준이었다.
중국의 전투력은 3시대부터 서서히 치솟으면서 4시대엔 감당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에 조선은 2시대에 승부를 보는 게 맞았다.
그런데─
‘달라.’
막상 지금 유비가 마주한 상황은 달랐다.
‘지금 모든 상황이 3시대 승부라고 말해주고 있는데.’
정찰을 막을 때 보였던 병력 숫자, 병력이 배치되어 있던 동태 등.
여러 요인을 분석했을 때, 아무리 봐도 조선은 3시대를 노리고 있다.
결국 정찰에 실패했지만 그의 추론상, 그들은 최소 더블 멀티를 갖고 있으며, 최대 트리플까지도 가능한 걸로 보인다.
‘허.’
유비는 혀를 찼다.
‘뭐지.’
조선이 3시대 정면 승부로 나올 거라고는 게임에 들어오기 전까진 추호도 생각지 못했었기 때문이다.
왜 이런 판단을 한 걸까?
‘잘된 거지.’
유비는 금세 마음을 가다듬었다.
상대가 알아서 후반 가주겠다는데, 중국의 지휘관으로서 뭐가 문제겠는가?
일단 흐름에 몸을 맡기고, 그의 장기인 자원 불리기로 밀어붙이면 될 것이다.
그렇게 그는 일단 3시대에 치고 들어오는 것을 막는 데에 온 신경을 기울였다.
3시대만 막으면, 그다음은 4시대.
중국이 가장 자신 있는 타이밍이 온다.
* * *
두둥.
[조선 – 3시대]조선의 3시대가 도래했다.
“지금! 사실상 결전의 순간이 왔어요!”
미니맵상 수많은 푸른 점들이 산꼭대기로 모여든다.
무기를 배급받기 위해서다.
카앙!
[각궁 – 5%]대장간이 급격하게 늘어나며, 각궁이 순식간에 3~4개씩 제작되었다.
눈 깜짝할 새에 궁수 부대가 하나씩 늘어난다.
“중국도 뭔가 대처를 합니다! 지금 중국도 어느 정도 알고 있거든요!?”
이에 중국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그들도 3시대 러쉬를 정확히 인지하고 있었다.
두둥─
[송 → 원]원나라로 체제를 전환한 뒤.
수많은 빨간 점이 움직인다. 다들 무기를 바꾸고 있었다.
“중국은 원나라를 선택했습니다! 아무래도 이게 몽골이죠?!”
“예. 원나라가 사실 몽골인들이 와서 이 중원을 점령했던 시기이기 때문에! 몽골이라고 봐야죠?”
“아니, 우리나라로 따지면 일제시대가 문명으로 나오는 거 아닙니까?”
-ㅁㅊㅋㅋㅋㅋ
-그렇네 ㅋㅋㅋㅋ
-엌ㅋㅋㅋ
-너무 옛날 일이라……
-좀 짬뽕이긴함
“그렇긴 한데. 이 대륙이 워낙 넓고 또 다양한 민족들이 있기 때문에. 이렇게 해석을 좀 한 거 같습니다! 게임이니까! 재미로 봐주시면 되겠구요!”
“예, 예.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또 궁금해지는 게 이…… 원나라의 팩션이 몽골과 완전히 똑같지는 않을 텐데. 어떻습니까?”
“예. 당연히 많이 다릅니다. 일단 유목민족이 아니라 정착민을 다스리는 엄연한 왕정 국가이기 때문이죠! 중국의 팩션이 기초가 되고. 그다음에 몽골스러운 팩션 몇 개가 얹히는 식입니다.”
“아. 그렇다면 말 타면서 활 쏘고 이런 게 혹시 능해지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당연히 기마 궁수 관련된 팩션이 생기죠! 그런데 지금은 산악 지형이라 기마 궁수를 쓸 거 같진 않거든요!?”
“그럼 무슨 팩션을 씁니까?”
“아무래도 조선과 같은 거죠!”
그 대답은 중국의 대장간이 대신했다.
카앙!
[각궁 – 1%]여기도 각궁이 생산되고 있다.
“아아아! 각궁!!”
“그렇죠. 몽골도 각궁을 썼거든요!”
그랬다.
애초에 각궁의 주재료인 물소 뿔의 원산지를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이거 만만찮겠는데요!? 조선이 3시대에 굉장히 유리하게 이끌어가는 게 이 각궁 때문인데! 이걸 똑같이 갖고 있으면……!”
“그런데 원나라는 집중 팩션은 없습니다! 사실상 조선 각궁이 더 사거리가 길다고 봐야죠!”
-오ㅋㅋㅋ
-그렇구나
-각궁 미러전 ㅁㅊ
-ㄷㄷㄷ
궁병 간 대결에서 조선이 유리한 점은 존재했다.
바로 집중 팩션을 통한 사거리와 위력의 우위.
활이 사거리 길고 위력도 센 거면 다 좋은 거 아냐? 물을 수 있겠으나, 원나라도 반격할 여지는 있다.
“그런데! 중국이 뭡니까!? 최초의 화약 발명국이거든요? 원나라 팩션으로 화약 화살이 있어요!”
“화약 화살이요!?”
“예! 화살 통에 화살 중에 20%가 화약 화살로 되어 있는 겁니다. 쏘면 폭발하는 그런 거죠!”
“아! 그거 무섭습니다!? 1타 2피 같은 걸 노리겠군요?!”
“예! 자칫하면 더 많이 죽습니다!”
조선이 사거리가 더 길다고는 해도, 파괴력은 원나라의 팩션이 훨씬 강한 셈이다.
그러니 사거리 조절을 최대한 잘해야만 이득을 볼 수 있는 상황이었다.
더군다나 함께 행동하는 것도 금물이다.
적의 폭발 화살에 맞으면 같이 피해를 입어버리기 때문이다.
즉, 원나라의 팩션은 적의 조직력까지 와해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것.
“그러니까 조선은 사거리를 최대한 끝까지 잘 활용해야…… 그런데!? 조선!”
갑자기 킹귤이 미니맵상 어딘가를 가리켰다.
“저기 지금 뭔가 심상치 않은데요!? 이거 그거 아닌가요!?”
어느 한 지점에 병사들이 잔뜩 모여서 뭔가를 짓고 있었다.
-앗
-이건ㅋㅋㅋㅋ
-헐 중국전에서 이걸ㅋㅋ
-앜ㅋㅋㅋㅋ
-오?
-뭔데 저게
보자마자 아는 사람도, 모르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킹귤의 말을 들으면 대번에 이해되는 상황이었다.
“이거 산성을 짓고 있죠!?”
조선이 자랑하는 산 위, 천애의 요새.
조선의 성 팩션 ‘산성’을 활용하는 것이다.
[산성 – 5%]아직 기초 단계만 올라가고 있었지만, 위치를 보아 상대가 상당히 까다로울 법한 곳에 짓고 있었다.
“근데 산성은 방어용인데…… 지금 조선은 쳐들어가야 하는 거 아닙니까!?”
“그러니까 이게 제 생각엔……!”
쿵─
산성 옆에 또 다른 성벽이 추가로 동시에 올라가기 시작한다.
사실 옆이라고 하기보단 ‘앞’이라는 표현이 옳았다.
그들이 짓는 방향은 적이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
캐스터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렇다.
“사, 산성으로 밀고 들어가는 겁니까!?”
산성이 앞으로 전진하고 있다.
조선은 2시에서 시작하여, 8시 쪽으로 전진하며 산성을 짓는다는 말이었다.
이는 지키기 위한 성이 아니라, 공격하기 위한 성이었다.
“성 위에 올라가면 사거리가 훨씬 길어지거든요!? 성벽으로 밀고 들어가서 그 위에서 쏘면! 이거 진짜 골치 아플 거예요!”
“아아아! 정말로 사거리를 극한으로 사용하려고! 우리 성벽으로 중국을 반 가른다는 이런 미친 짓을 하는군요! 이게 쿠키죠!”
“맞습니다! 만약 이 전략이 성공하면! 이런 효과도 있어요!”
“뭐죠!?”
“너네 만리장성 쩔더라!”
-멘탈공격ㅋㅋㅋ
-ㅁㅊㅋㅋㅋㅋㅋ
-와 ㅋㅋㅋㅋ
-신박하누
-성을 전진하면서??
-삽질의 민족이라 가능한 일……
“예. 다만 이 전략이 먹혀야 가능한데…… 이렇게 성벽 지으면서 밀고 들어가면 중국이 가만히 있을까요!?”
“가만히 안 있죠! 중국도 지금 성벽 엄청 짓고 있거든요!?”
“짓는 속도가 진짜 엄청 빠른데요!?”
* * *
조선의 산성이 공격적으로 지어지고 있는 한편.
중국도 성벽을 쌓고 있었다.
조선의 건설 속도도 굉장한 편이지만, 사실 중국도 건설 속도라면 안 뒤지는 문명이었다.
다만 유비의 전략은 성의 근본적인 목표에 맞게 -너무 당연하게도- 기지 방어용이었다.
자신들의 핵심 기지 경계를 따라 주욱 길게 늘어세우는 것이다.
쿵.
[성벽 – 3%] [성벽 – 6%]일꾼들이 달라붙어서 망치질을 시작하자, 성벽이 뚝딱뚝딱 만들어진다.
더군다나 여기에 세관까지 붙어서 버프를 불어넣어 주니 성벽 한 줄 정도는 순식간이었다.
이런 속도로 지어버린다니, 현실이라면 금세 무너지는 거 아니야? 라는 걱정을 하겠으나, 게임은 그런 거까지 구현하진 않았다.
이 성벽은 느리게 지으나 빠르게 지으나 똑같은 성벽이었다.
그러나 똑같은 성벽이 아니게 만드는 팩션이 하나 존재했다.
바로 ‘만리장성’이다.
이 만리장성 팩션이 발동하면, 모든 성벽의 방어력과 높이가 강화된다.
그 수준이 굉장해서 다른 어느 문명의 성벽보다 뛰어났다.
다만 이 팩션의 발동 조건이 쉽지만은 않았다.
[맵의 경계부터 경계까지 막는 벽을 지을 것.]이는 쉽게 말해서 맵 끝까지 성벽으로 막으라는 말이었다.
동서를 가로지르는 벽을 만든다 가정하면, 맵 끝까지 성벽으로 가로질러 막으라는 것이다.
보통의 성벽은 시설물을 동그랗게 감싸는 데 그치지만, 만리장성을 발동하려면 아예 끝까지 지어야 하는 셈이다.
쉬운 조건은 아니지만, 리턴에 비하면 적은 리스크다.
본래 성벽이라는 건 길어질수록 그 관리가 힘들고 한 곳이 쉽게 뚫리기 마련인데. 만리장성 팩션이 발동하면 그 단점이 사라진다.
큰 영역을 마음대로 쓸 수 있게 된다는 장점만 남는다.
또한 만리장성 팩션은 한 번 발동되면, 그 이후로 짓는 벽들도 전부 적용되기 때문에, 중국이 안정적인 4시대로 가기 위해선 반드시 성공시켜야 하는 팩션이었다.
‘거의 됐어.’
지금 3시대 초중반, 이미 중국의 벽들이 서로 맞닿기 직전이다.
유비는 그렇기에 이번 게임 역시 거의 잡았다고 여겼다.
[성벽 – 완성] [성벽 – 98%] [성벽 – 96%].
.
.
현재 중국의 벽은 동, 서 양쪽에서 시작하여 이제 가운데만 채우면 된다.
이 양 벽이 연결되는 순간, 중국의 만리장성이 완성되고, 맵은 반으로 갈린다.
‘이제 5개.’
이제 완전히 만리장성을 완성하기까지 단 5개의 성벽이 남았다.
아치를 만들 때 마지막 가운데에 꽂아 넣는 돌을 ‘키스톤’이라 한다. 그 키스톤이 들어가야 아치의 하중을 견디는 능력이 완벽하게 완성된다.
이 5개의 성벽이 지금 중국이라는 거대 문명의 하중을 견딜 키스톤이다.
이것만 완성된다면, 조선의 3시대 공격은 막힐 테고, 중국은 4시대로 도약할 발판이 마련된다.
그 키스톤을 건설하기 위해 중국의 일꾼들이 망치를 들고 달려 나간다.
그런데─
“?”
──푹!
일꾼 하나가 쓰러졌다.
머리에 화살이 박힌 채로.
‘음.’
또 다른 일꾼도, 그다음 일꾼도 순식간에 쓰러진다.
하나같이 머리에 화살이 박힌 채다.
조선의 궁병들이다.
그 앞으로는 조선의 월도병들이 달려들고 있었다.
‘왔군.’
유비는 흔들리는 기색은 없었다.
이쯤 돼서 방해가 올 거라는 걸 알았다.
그러나 상관없었다.
‘진짜 방해는 못 하지.’
병사가 들어와서 방해해도, 건설은 영향받지 않는다.
상대 병사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도, 건물은 그대로 올릴 수 있었다.
이는 게임 내 편의성 패치로 수년 전에 이미 패치된 안건.
건설의 영향을 주려면 오로지 건물로 막아야만 한다.
즉, 키스톤의 건설을 막을 순 없었다.
그저 일꾼들을 보호할 방패병과 창병 몇을 투입하면 되었다.
제대로 방해하려면 공성병기가 와야 한다. 그러나 이 타이밍에 조선이 공성병기를 여기까지 끌고 올 수는 없다.
그런데─
“──뭐야?”
유비는 사태를 제대로 확인하고는 육성으로 내뱉고 말았다.
그제야 깨달았다.
[성벽 – 완성]성벽이 완성됐다.
키스톤이 들어가야 할 자리에 딱 맞게 완성됐다.
그러나 중국의 것이 아니다.
그가 성벽을 지어야 할 곳에, 다른 누군가의 성벽이 어느새 지어진 것이다.
아까 달려들었던 그 병사들이 성벽을 지은 것이다.
시야를 돌려보니, 조선의 성벽은 자신들이 차지한 산꼭대기서부터 여기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그 성벽은 지금도 계속 건설되고 있었다.
계속해서 앞으로, 앞으로.
“이게 무슨…….”
조선의 성벽이 중국의 성벽을 지나쳐, 점차 다가온다.
벽이 전진하고 있었다.
유비의 눈이 처음으로 흔들린다.
‘이러면?’
조선의 성벽이 중국의 성벽을 가로막았다.
만리장성은 완성되지 못했다.
조선의 성벽 위로 조선 궁수들이 달려와 활을 쏴댄다.
성벽을 지어야 할 일꾼들이 죽어 나간다.
유비는 급히 자신의 궁병들도 성벽 위로 올린다.
그러나 소용이 없다.
올라선 중국 궁병들이 무더기로 쓰러진다.
같은 각궁인데도, 그럴 수밖에 없었다.
‘높이가……!’
각도가 너무 수월하다.
만리장성이 발동되지 않은 중국 성벽은 조선의 산성 팩션을 받은 성벽보다 고도가 훨씬 낮다.
그 고저 차로, 같은 궁병이라도 유불리가 결정되어 버린다.
이러면 방법은 하나다.
만리장성 팩션을 어떻게든 발동시킨다!
‘우회라도 해야 된다.’
유비는 다시 일꾼들에게 명령을 내린다.
성벽 건설이 우회해서라도, 키스톤을 5개가 아니라 20개로 늘려서라도 이어지게 지으라고.
그러나, 또 일제히 화살이 내리꽂힌다.
퍼버버벅!
일꾼들이 드러눕는다.
와중에 조선의 성벽은 계속해서 치솟는다.
그걸 방해하려 했으나, 또 궁수들의 화살 세례가 퍼부어진다.
더군다나 저들은 병사들이 성벽을 짓는다.
방해의 난이도가 너무 높다.
단순히 일꾼을 죽이는 수준의 난이도가 아니었다.
유비의 머릿속이 점점 복잡해진다.
눈이 이리저리 구른다.
해결책을 찾는 거다.
그러나─
“와아아아아아아……!”
저 멀리, 적군의 함성이 들려온다.
쿠구구구구……!
산새 깊은 곳에서부터 먼지가 일더니, 수많은 보병들이 언덕 위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성벽의 전진과 함께, 조선군의 총공이 시작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