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817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285화
93. 200 vs 200(1)
1경기가 끝난 직후.
중국 팀의 대기실.
벌컥벌컥.
장비는 냉장고를 열어 맥주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흐으으…… 젠장! 제에에엔장!”
그는 실연당한 사람마냥 눈물을 질질 짜면서 술을 마셔댔는데.
이번엔 유비조차 그를 말리지 못했다. 유비 역시 자신의 마음을 추스르느라 여념이 없었기 때문이다.
“…….”
유비는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건지 뭔지, 땅만 바라본 채 아무런 말이 없었다.
말을 걸어도 심지어 대답조차 않았다.
관우는 그가 귀가 먹은 건지 의심해야 했다만. 툭툭 건드려도 반응이 없는 걸로 봐선 뭔가에 깊이 집중 중인 것으로 생각했다.
‘난장판이군.’
관우는 이 팀의 맏형으로서 나름 군기 반장 같은 역할을 해왔는데.
병사들까지 전부 아무 말도 않고 하늘만 쳐다보는 등, 지금 팀의 꼴이 말이 아님에도 쉬이 나서질 못했다.
이럴 때 잘못 건드렸다간 다음 경기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렇다고 이 상태로 바로 다음 경기로 가는 것도 말이 안 되었다.
‘아까 그 전략에 너무 무력하게 당한 게…… 견디기 쉽진 않았지.’
쿠키의 진격의 성벽 전략.
공성병기를 미리 뽑아놓지 않았다면 그냥 눈 뜨고 코 베이는 어이없는 전략이었다.
하다못해 만리장성이라도 좀 작게 만들려 했다면 생각 외로 쉽게 막혔을 테지만.
그마저도 완성치 못하면서 돈은 돈대로, 시간은 시간대로 날려 버려 완패를 당했다.
“으아아아! 됐다! 이런 판도 있는 거지! 어!?”
의외로 갑자기 정신을 차린 건 장비였다.
술의 효과가 톡톡히 들어간 모양.
“다들 어디 실연당한 놈들처럼 이게 뭐야! 일어나! 다음 경기 들어가서 쓸어버려야 할 거 아니야!”
병사들은 장비의 그 에너지에 감화되어 조금씩 생기가 도는 듯했다.
장비가 병사들 틈으로 하나하나 비집고 들어가 농담을 던지며 격려를 해줬기 때문이다.
“이봐! 자네! 자네는 얼굴이 이래서! 게임이라도 잘해야지! 어?! 그 꽃미남한테 지는 걸 용납할 수 있나!?”
이걸 격려라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만, 여하튼 통하긴 했다.
유비를 제외하고.
“……2시대…… 3시대…… 2시대…….”
유비는 아까부터 미친 사람처럼 같은 말만을 중얼거리고 있었다.
‘도대체 뭐에 홀린 거야.’
방금 판이 지휘관의 실책이라는 건 사실 다들 알고 있었다.
이는 중국 팀에선 이례적인 일이었다.
유비는 완벽주의자이고, 그 완벽을 실행할 줄 아는 남자였으니.
그러나, 완벽주의자들이 늘 그렇듯…… 정말 큰 벽을 만나면 정작 아무것도 못 하는 경우가 생긴다.
‘쿠키가 그만한 벽이었던 건가?’
지휘관을 잘 모르는 관우로서는 이해할 수 없으나.
유비의 이런 반응으로 봐선, 일단 그렇다고 봐야 했다.
‘쿠키는 이전부터 상대해 본 전력이 꽤 있었는데.’
대체 조선에선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길래. 모두가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플레이를 하는 걸까?
관우는 어떻게든 다시 유비를 격려하기 위해 다가가는데. 그때─
누군가 문을 거칠게 열고 들어온다.
──드르륵, 쾅!
“3시대다.”
그는 싱크 탱크의 수장인 공명이다.
그가 확신에 찬 얼굴로 와선 유비에게 외쳤다.
“3시대야! 그러니까 자리에서 일어나!!”
“!?”
유비는 그의 말에 눈을 껌벅이며 벌떡 일어났다.
“어떻게 안 거지?”
공명은 관우는 알아들을 수 없는 여러 근거를 대면서 이번에도 3시대라는 추측을 내놓았다.
“쿠키가 오랜 기간 쉬었던 이유가 뭐겠나? 페르시아전 직후까지 포함하면 무려 2주를 넘게 쉬었네.”
“뭔데?”
“새로운 조선의 빌드를 만들기 위해서지.”
“!”
“지금껏 조선은 1, 2시대 위주의 변수 창출을 해왔지만! 조선의 진짜 강점은 3시대지. 이 아이러니를 해결하기 위한 정석적인 빌드를 깎아왔던 거야! 우리가 역으로 1, 2시대를 두려워해서 자원을 낭비한다는 걸 캐치한 거지. 그렇지 않고서야! 1경기의 완성도가 나오겠나?”
실제로 거의 정답에 가까운 추측이었다.
쿠키가 쉰 이유만 빼고.
“그렇다고 이번 경기도 3시대로 올 거라는 보장은 있는 건가?”
“쿠키는 아직 만족하지 못했을 거야.”
“……뭐?”
“말했잖은가. 정석으로 가져올 거라고.”
그랬다.
1경기는 정석의 승리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공명은 예리한 눈을 번뜩이며 부연했다.
“지휘관은 지휘에서 자신의 욕망이 드러나게 마련이네. 느껴지지 않나? 그는 우리를 정석으로 이기고 싶은 거야.”
“!”
유비의 눈이 커다래졌다.
그는 진심으로 놀라버렸다.
중국을 조선이 정석으로 이기고 싶어 한다?
그런 미친 짓을 원한다고?
4강에서?
“그럴 리가 있나.”
조선은 중국을 정석으로 이길 수 없다. 이는 단순히 플레이어 간의 격차 때문이 아니다.
중국 문명 특유의 난이도에 적응한 지휘관이라면, 조선에게 정석 대결로 지지 않는다.
여기서 정석 대결이란 무난한 3시대 이후 평야 전투로 시작하는 게임을 말한다.
3시대 조선이 3시대 중국보다 뛰어나지만.
정석적인 대결 양상의 경우, 4시대 타이밍이 상당히 빨리 잡히면서 중국도 반드시 명나라를 갈 수 있게 된다.
단순히 3시대에 싸운다 하여, 3시대 대결이 아니란 것이다.
결국 4시대 대결로 가게 되는 것이다.
이때는 당연히 중국이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물론 조선의 4시대도 상당하나, 명나라는 일반적인 4시대가 아니다.
유일무이한 5시대라 평가받는 게 명나라이다.
범인들은 이해하기 힘들겠으나, 숙련된 지휘관들에게 조선과 중국의 정석 대결은 이렇게 들렸다.
조선이 4시대로 5시대를 이기겠다고 덤비는 꼴이라고.
그렇게 될 위험이 매우 높은 방식이다.
“그런 짓을 굳이 왜 하겠어. 내가 볼 땐 2시대는 무조…….”
말을 이어가던 유비는 멈칫한다.
지긋이 노려보는 공명의 눈 때문이었다.
그 눈을 보고 생각난 게 있었다.
“!”
그는 게임이 끝난 직후 쿠키와 눈이 마주쳤던 때.
그 눈.
뭐가 뒤집어쓴 듯한 그 눈…….
그제야 유비는 깨달았다.
공명의 말은 일리가 있었다.
“설마…….”
그들이 정석 대결로 나올 이유가 있었다.
질 확률이 더 높아도 그런 승부를 걸어야 하는 이유가 있었다.
“그래.”
공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자들. 우승을 노리는 거다.”
쿵.
마치 뭔가 거대한 게 대기실에 떨어진 것 같았다. 아마 그건 정적이다. 모든 이들이 정적을 뒤집어쓴 채로 멍하니 공명의 입을 보았다.
“중국과 정석적인 대결로 이기지 못하면, 어차피 결승 가서 승산이 없다는 계산이다.”
* * *
짝─
치승과 희철의 손뼉이 부딪혔다.
희철이 대기실에 오는 직후, 치승이 달려 나왔던 것이다.
“지렸습니다아!”
팡어와 마라탕 역시 싱크 탱크 팀과 하이파이브를 친다.
“치승아. 산악에서 준비한 전략. 좋았다.”
“현장에서 해주는 게 대단하죠.”
치승이 코를 슥 훔치며 웃는다.
그러고는 노트를 펼치며 줄을 쭉 그었다.
산악 지형에서 쓸 전략 하나를 지운 것이다.
그의 노트엔 지형별로 쓸 전략이 최소 두어 개씩 적혀 있었다.
진격의 성벽은 그 수많은 전략 중 한 개였다.
이 모든 전략은 싱크 탱크가 일주일간 날밤을 새워가며 채워놓은 것이다.
사실, 이 모든 전략을 전부 연습할 시간은 없었다.
그럼에도 희철은 최대한 지형별 전략을 많이 적어놓으라 했다.
처음엔 왜일까? 궁금했다.
연습할 시간도 부족한데, 왜 생각나는 전략을 다 빌드 깎아놓으라는 걸까?
이 궁금증에 대한 답을 치승은 얼마 전에야 듣게 된다.
「아, 어제 잠시 상현이랑 이야기해 봤다.」
희철은 싱크 탱크의 회의가 끝나고, 잠시 사담을 나눌 때 상현과의 대화를 언급했다.
「난 궁금했거든. 그런 아픔을 사람들이 알게 되는 게, 힘들지 않은지.」
상현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자신의 과거를 대중들에게 일부 공개했다.
「대개 그러잖나. 약점은 보여줘선 안 된다고. 약점을 노출한 거 아니냐고 물었지.」
희철은 우승할 시에 자신의 사정을 영상에 담아보겠다고, 제작진에게 약속했다.
「그것도 맞는 말이다…… 상현이가 그러더군.」
상현은 의외로 그 점을 부정하지 않았다.
「그런데, 희한하게 약점을 대놓고 보여주니까 어느 순간 그게 자기의 강점이 되어 있다더구나.」
희철은 창가로 고개를 돌리며 말을 흘렸다.
아마 그때 그는 자신의 연인을 떠올린 것이다.
그와 함께 아무도 몰래 이 짐을 같이 짊어지는 그녀를.
「숨기니까 약점이 되는 걸 수도 있겠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상처는 공기와 맞닿아야 딱지가 앉는다.
「이제 짐을 덜고 싶어. 아니, 덜어주고 싶다. 난…… 제작진과 약속을 지키고 싶어졌다.」
치승은 이해했다.
지금의 조선이 놓인 운명을.
그들은 중국을 이기냐 마냐가 아닌, 우승을 하느냐 마느냐의 갈림길에 서 있었다.
“선수 입자앙!”
뒤돌아가는 선수들을 보며, 치승은 자신의 노트를 꽉 쥐었다.
“……반드시 쓸 날이 오기를.”
이제부터의 경기에서 이 노트에 담긴 전략을 쓸 일은 없다.
*
“자, 선수들 모두 입장했습니다아!”
선수들이 서로 간단한 목례 후 각자의 캡슐로 향한다.
“와아아아아아아아!”
엄청난 함성과 함께, 맵이 구현되기 시작한다.
“자! 조선 대 중국! 중국 대 조선! 대망의 준결승! 2경기 시작합니다!”
“맵은~~~~!?”
솨아아아아……!
산들바람이 불어온다.
모든 고저 차가 하나로 쫘악 펴지며, 너른 초원이 드리워진다.
2경기의 무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몽골의 초원]-상대는~~~
-캬
-근본맵 ㄷㄷ
-우서!? ㅋㅋㅋ
-앗……
몽골의 초원.
킹귤은 그리 달가워하지 않는 표정이었다.
“몽골의 초원. 소위 순수 실력 맵이죠?”
몽골의 초원은 시빌엠에서 가장 기본적인 맵이다.
그만큼 흔히 말하는 ‘순수 실력’이 여실히 드러날 수 있는 맵이었다. 이는 상대적으로 약팀이라 평가받는 조선에 불리하단 뜻이다.
“보통 이런 맵이 걸리면 체급이 낮은 팀이 불리하거든요?”
“아. 그렇죠! 변수가 없어지니까요!”
가장 기본적인 맵이라는 건, 맵의 변수가 적다는 뜻이다.
대부분이 평지인 이곳에선 지형 변수가 거의 없다.
“예. 아까 전에 아몬드 산길 추격전처럼 한 명이 다 쓸어 담고! 이런 구도가 거의 안 나오는겁니다.”
지형이 험난한 곳에선 여러 변수가 생긴다. 서로 실력 차가 있어도 한쪽이 지형만 잘 잡아놓으면 아주 괜찮은 승부를 볼 수가 있다.
일례로 방금 1경기에서 쿠키가 보여준 산성 진격도 그런 원리였다.
산성 위에 올라가 있는 궁수가 아래 있는 궁수보다 훨씬 유리하게 싸울 수 있기에 가능한 전략인 것이다.
그런데 몽골의 평원엔 그런 편법이 존재하지 않는다.
오로지 너른 평야와 유목민이 지나가 메말라 버린 토양뿐이다.
“그럼 킹귤 님은 조선이 이 맵에서 열세라고 보십니까!?”
“예. 그걸 부정할 수가 없겠습니다. 기본적으로 조선은 산이 좀 있어야 유리하기도 하고요.”
-ㅠㅠ
-괜찮음 아까 이겨서
-그래도 해봐야 암
킹귤은 굳이 포장해 주지 않았다.
이 맵은 조선이 불리했다.
조선의 전력은 냉정히 봤을 때 중국의 그것에 비할 바가 못 되기 때문이다.
‘적어도 공식적으로는 그렇지.’
분명 예선에서 본선으로 넘어갈 때.
파워 랭킹이 처음 집계될 때는 그랬다.
조선은 중국에 비할 수 있는 팀이 못되었다.
아니, 하다못해 페르시아, 일본도 이길 수 없는 팀이었다.
그런데 조선이 방금 전 중국의 길고 긴 무패 행진을 끊어버렸다.
“물론 게임은 해봐야 아는 거죠!”
“예! 또 조선이 무슨 기똥 찬 전략을 준비했을지! 알 수 없거든요!?”
“맞습니다! 1경기! 말 그대로 쿠버지의 꾀주머니가 폭발했죠!?”
-꾀주머니 ㅋㅋㅋㅋ
-ㅁㅊ 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꾀주머니! 딱 맞는 말이네요!”
“진짜 그냥 중국 아무것도 못 하고 탈탈! 탈곡당했어요! 그게 전략의 힘! 꾀주머니의 힘입니다!”
“예! 분명히 쿠키의 꾀주머니에서! 또 뭐가 나올 거라! 그렇게 믿습니다!”
그런데 일단 지금까지는 둘 다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