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818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286화
93. 200 vs 200(2)
몽골의 초원에 대한 반응은 게임을 조금 아는 이들이라면 다 비슷했다.
흔히 말하는 ‘실력맵’이다.
[실력맵 등장 ㄷㄷ] [몽골 초원은 ㅅㅂ ㅋㅋㅋ] [아…… 산악 비슷한 맵 하나만 더 나오지 ㅠ]모두들 조선이 불리하다 여겼다.
거기에 대한 해결책도 모두 생각이 비슷했다.
[이거 무조건 달려야될듯?] [걍 2시대 달려] [패궁러 함 드가자~]실력, 혹은 전체적인 체급이 밀릴 땐, 늘 특별하고 허를 찌르는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패스트 궁병 러쉬 같은 것도 본래는 그런 전략 중에 하나였다.
그래서인지 다들 패궁러를 기대하고 있다.
뭣보다 초원 지형에서 궁병 효율이 꽤 좋다.
2시대부터 ‘집중’ 팩션의 힘을 받은 조선의 경우, 초원 전투에서 무조건적으로 유리하니까.
물론, 이렇게 말하는 이들도 있었다.
[중국이 그걸 모를까?]너무나 유리한 전술이기에, 중국도 안다는 것이다.
즉, 해봐야 막히고 손해만 볼 거라는 뜻.
-알아도 못막게해야지
-홍진호는 몰랐을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ㅁㅊㅋㅋㅋㅋㅋㅋ
└너어는…… ㅋㅋㅋ
-그전처럼 견제만 들어가는 거 안되나?
-근데 별다른 방책이 없음;
-그렇다고 중국이랑 반땅 따먹기 하냐?
알아도 먹히게끔 써야 한다.
그렇게 되면 사실상 허를 찌르는 전략이 아니게 되지 않나?
그러나, 차마 이런 의문을 품는 자들은 몇 없었다.
커뮤니티 유저들 입장에선 딱히 뭔가 다른 타개책이 떠오르질 않았으니까.
그만큼 중국을 초원에서 상대한다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이 맵에선 애초에 약팀이 강팀을 역전할 요소가 거의 존재하질 않았다.
이렇듯 누구도 별다른 해결책을 찾지 못한 채로, 경기 시간은 흘러갔다.
* * *
1경기보다는 중계진의 목소리가 한층 침착하다.
“자. 일단 양쪽 다 무난하게 흐르죠? 5인 1조로 나뉘어서 정찰을 시작하고…….”
우선 1경기를 이미 조선이 이겨놔서 큰 불안감이 없어서고.
“조선의 지금 움직임이…… 2시대에 뭔가를 준비하는 거 같지 않거든요?”
둘째로는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할 조선이 의외로 상당히 방어적으로 나오기 있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서, 벌써부터 패색이 감돈다는 것이다.
‘뭐지?’
킹귤로서는 이해할 수 없었다.
몽골의 초원?
이런 맵의 경우 조선 같은 팀은 되든 안되든 초반에 한번 밀어붙여 봐야 한다.
밀어붙이는 건 확정이고, 어떻게 밀어붙일지에 대한 고민이 되어야 한다.
그렇게 하는게 또 이번 년도의 조선다운 플레이였다.
그런데 쿠키는 굉장히 정석적인 배치를 꾀하고 있었다.
2시대를 그렇게 빠르게 가려고 노력하는 것 같지도 않았다.
2시대를 빠르게 가려 하기보다, 1시대에 기초부터 튼튼히 쌓겠다는 의도가 여실히 느껴졌다.
초원 맵이라 아까같이 극단적인 트리플은 아닐지라도, 최소 더블 정도를 고려하고 있었다.
중국이 초반 찌르기를 올거라는 건 아예 배제하는 것 같았다.
초원 맵이라 달리기 시작하면 금방 오는데도 말이다.
사실 중국이 초반 찌르기를 올거라 생각하는 문명은 거의 없긴 했다.
그러니까 여기서 정말 신기한 건 사실 중국 쪽이다.
“어. 이건 정찰이 안 들어왔는데도. 마치 서로의 플레이를 서로 아는 거처럼…… 완전 배 째라 플레이가 나오고 있거든요!?”
중국 역시 조선이 초반에 안 올걸 아예 확신한 채로 경기하는 듯했다.
“중국은 늘 방어 병력이나 건물을 조금씩 추가하면서 영역을 늘려가는데. 지금 현저히 적거든요?”
중국은 정말 최소한의 방어만 구축하고 있었다.
만에 하나라도 조선이 견제 오면 거의 시간만 끌 수 있을 정도의 시설들이었다.
“아니, 이게 어떻게 아는 거죠?”
킹귤로서는 의문이었다.
“정찰도 안 되어 있거든요?”
중국의 정찰병들은 이제야 조선의 상황을 조금씩 파악했고, 이는 조선도 마찬가지다.
인게임 플레이만 놓고 봤을 땐, 서로 아는 정보가 없어야 정상이었다.
그런데 둘은 마치 짠 것처럼 서로 3시대로 달렸다.
“서로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뭐 그런 게 있나요!?”
“이게 혹시 삼국지에 나오는 영웅은 영웅을 알아본다! 이런 거 아니겠습니까!? 고수들끼리 통하는거죠!”
-?? ㅋㅋㅋ
-영웅은 영웅을 알아본다.
-ㅋㅋㅋㅋㅋ영영알
-real recognize real
-이거 힙합이네요.
“근데 영웅은 영웅을 알아보는 거까진 좋은데! 이렇게 되면 사실 중국만 영웅 되겠는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역시 귀 큰놈…….
-유비만 영웅되고 다 죽는게 결국 엔딩이냐곸ㅋㅋ
-앗 ㅋㅋ
말이 좋아서 마음이 통했다는 것이지, 이런 구도는 중국이 가장 좋아하는 흐름이었다. 둘 다 3시대로 곧장 아무 견제 없이 쭉 가는 흐름. 이런 건 후반 강국들이 선호하는 전개니까.
킹귤은 이제야 뭔가 생각난 듯 말을 꺼냈다.
“중국이 가끔 이런 경우 있었어요!”
중국은 종종 상대의 의중을 미리부터 파악한 듯한 움직임을 보여준 적이 있었다.
“상대가 뭘 하려는지 귀신같이 알아맞히고 그냥 정찰도 없이 정확히 대응하는 경우가 종종 나왔었거든요!?”
“아! 그랬었죠!?”
이는 대체로 싱크 탱크의 공명 때문이었다. 그는 평소엔 전략 위주로 구상하지만, 게임이 시작되면 상대 지휘관의 심리 파악에 온 힘을 쏟는 편이다.
지휘관들은 책임이 큰 만큼 흥분에 노출되기도 쉽기 때문에, 생각보다 감정적으로 움직일 때가 많은데. 공명은 이런 그들의 심리를 깊이 파고드는 전략을 택한 것이다.
생각보다 타율이 굉장히 높은데, 그래선지 오늘도 들어맞았다.
그들은 조선이 3시대 올인 정석 대결을 원한다고 파악했고.
실제로 조선은 1, 2시대에 어떤 계략도 준비하지 않았고, 3시대로 정면 승부를 하기 위해 나아가고 있었으니까.
“조선! 이대로 뭔가 더 하지 않고! 그냥 쭉 가는 거 맞나요!?”
지금이라도 조선이 뭔가 한다면, 중국을 흔들 수도 있어 보였다.
물론 이건 중계진의 시각일 뿐, 실제로 조선은 움직이지 않았다.
* * *
시간이 흘렀다.
조선은 3시대가 되었고, 중국도 금, 명을 제외한 대부분의 문명이 해제되었다.
“자, 지금 시간이 좀 흘렀느데! 멀티도 서로 어느 정도 차지하고! 지금 거의 반땅 싸움 구도로 가는 거 같거든요!?”
“그 전까지 교전이 거의 없었습니다! 이런 경기가 조선에서 나오기 쉽지 않은데!”
“지금 조선! 슬슬 무기들이 거의 다 배급돼서! 병력들이 움직입니다! 일단 기마궁수부대! 중앙 평야로 나갑니다! 여기 중앙에 큰 금광들이 있거든요!?”
서로 별다른 피해를 보지 않은 채로 3시대 중반까지 넘어온 상황.
황량했던 초원 맵에는 어느새 건물이 빼곡히 들어찬 곳들이 생겼고, 서로 견제가 심한 중앙 쪽만 비어 있는 상태였다.
구도상 이 중앙을 먼저 차지하는 쪽이 이기게 될 것이다.
-불안하다 ㅠㅠ
-이게 진짜 이길 수 있냐?
-한방 몰아치고 끝날 거 같은데??
중앙 금맥 지역을 제외하고, 성벽이 곳곳에 깔려 있다.
더이상 서로 차지할 자리도 별로 없었다.
양측의 병력이 점점 중앙을 감싸듯이 결집했다.
“병력들 모입니다!? 드디어 제대로 한 번 싸우나요!”
“예! 때가 왔습니다! 그리고 의외로 조선 자원 상황이 크게 나쁘지 않습니다!?”
“그렇네요!? 중국에 비해 많이 모자를 수 있었는데! 비슷해요!”
“병력은 뭐 200 대 200으로 똑같구요!”
서로 충분한 거리는 계속 유지한 채, 양측 200씩 총 400의 병력이 모여든다.
이들 사이 가운데엔 뻥 뚫린 빈공간이다.
미쳐 사냥당하지 않은 사슴이 뛰어다니고, 들바람에 풀이 흔들리는 평화로운 모습.
그러나 이곳은 사실 비어 있지 않았다.
평화롭지 않았다.
게임을 아는 자들에겐 보였다.
“이게 지금 안싸우는 것 같아도! 엄청 치열하게 수 싸움이 오가고 있거든요!?”
그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피튀기는 전쟁이.
지금 하늘 위, 두 지휘관의 눈에 이미 이 빈 공터는 전쟁터다. 거대하고 잔인한 체스판이다.
그들은 서로의 말이 보이지 않는 체스를 두고있는 것이다. 두 지휘관의 눈이 어느때보다도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직접 말이 나서기 전, 이 체스에서 이겨야만 누군가가 결단을 내릴 것이다.
“붙어보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뭔가를 주고 받습니까!?”
“그렇죠! 서로의 진을 확인하면서 그에 대응하고, 또 그 대응에 대응하고! 이런 과정이 반복되는거거든요!?”
일단 조선.
조선의 가장 선두에는 도포자락을 휘날리는 기마궁수 부대가 나섰다.
가장 후방에 궁병, 양 측면에는 기마대의 기습을 대비한 중장기병들이 깔린다.
이 진은 조선이 먼저 달려가는 진이 아니었다. 중국이 나와서 중원을 차지하면 그때 나가서 견제 후 파고든다는 의도이다.
“일단 조선은 지금! 중국한테 선제권을 내주고 후에 공격하겠다? 아니면 중국이 나오면! 그때 채 정비 되지 않았을 때 친다!? 하여간 나오기만해봐! 이런 진법이거든요 지금?”
“아…… 그렇군요!? 근데 그럼 일단 이 중원에서 정면 대결을 어쨌든 한다는 건가요!?”
“그런걸로 보이는데요!? 전면전은 조선이 피해야할 텐데! 조선은 양동작전, 기습, 매복 이런게 맞거든요!?”
킹귤의 말처럼, 조선의 현재 전략이 정상적인 느낌은 아니기에.
유비의 머릿속도 복잡해졌다.
조선이 3시대 승부를 건다는 거까지는 알겠으나.
‘과연 전면전까지 해주는 건가?’
그가 굳이 전면전을 고집할지는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조선이란 문명의 ‘정석’이란 개념이 3시대 승부 본다는 거 외엔 모호했으니, 확신할 수 없었다.
그래서 지금만큼 유비가 전장으로 눈을 자주 돌리는 때가 없었다.
중국은 생산파트를 신경 많이 써야하는 문명이다. 세관들을 일일이 컨트롤 해줘야만 했으니까. 그럼에도 유비의 눈은 전장에 박혀있다.
어쩔 수 없다. 적의 동태 하나, 진법의 모양 하나, 어느 하나 빼먹을 수 없이 관찰하고 판단해야 했다.
이히이잉……!
조선의 말들이 투레질을 하며 하나 하나 자리를 잡아간다.
진형의 가장 선두에 도열하는 자들은 기마궁수들이다.
‘기마 궁수들이 전면…….’
그중에서도 가장 선두에 선 자, 아몬드가 옆을 돌아본다.
커피의 사인을 기다리는 것이다.
그가 사인을 주는 순간, 기마 궁수부대는 돌격할 것이다.
이에 중국은 ‘요나라’의 철갑 기병을 선봉을 세우며 대응했다.
요나라는 또 하나의 강력한 유목민족인 거란이 세운 나라로서, 유럽의 중세 기사와 같은 전신에 철갑을 두른 기마병과가 강한 나라다.
유럽의 기사들처럼 이들도 화살에 굉장히 강한 편이다. 그러니 기마궁수와 맞닥뜨리면 100 중 90은 이기게 된다.
뭣보다 이들이 선봉에 서는 진은 매우 공격적으로 파고들어 어느 위치를 차지하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
“지금 양쪽 전술 디테일이 완전 반대거든요!?”
“아, 그렇습니까!?”
“예! 중국은 원거리가 뒤, 근거리가 전위인데! 조선은 기마 궁수가 앞에 있고! 그 뒤에 기마 돌격대가 따로 있죠!”
“그렇네요!? 기마궁수가 앞에 있으면! 이거 조금 불리해지지 않나요!?”
“서로 지금 진법이 다른 겁니다! 기마 궁수가 그냥 꽝 부딪히지는 않을 거거든요!? 때를 노릴 겁니다! 중국이 먼저 들어오면! 그때 와해할 겁니다! 그런데 지금 또 바뀌는데…….”
-와 수 싸움…….
-아오 머리 아파
-ㅁㅊ 서로 지금 진만 몇 번 바꾸냐
-이게 4강이구나 긴장감 ㄷㄷ
-평야 전투 근데 ㄹㅇ 처음 보는듯?
-조선이 드디어 정정당당하게 싸우려나 ㅋㅋㅋ
“너무 많이 바꾼다고 생각이 들어도! 이런 대규모 평지 전투에선 진법이 정말 중요하거든요!? 지금 양쪽! 병력이 다 200 대 200 아닌가요!?”
“맞습니다! 한 번 잘못 부딪히면 그냥 끝나거든요!? 게임!”
200 대 200.
시빌엠에서 볼 수 있는 가장 치열한 전투.
총 400이 싸우는 피튀기는 전장이 곧 이 중원에 발발할 것이다.
“이게 뭐 이쯤되면 싸움이 파밧! 일어나기 쉽지 않아요! 서로 잃을 것도 많고! 옛날 그 1, 2시대 야만 가득한 청춘이 아니거든요!?”
-낭만도 아니고 야만ㅋㅋㅋㅋ
-청춘이래 ㅋㅋㅋ
-앜ㅋㅋㅋㅋ
-나이 많으면 잃을게 많지 ㅎㅎ
-ㅅㅂㅋㅋㅋㅋ
“예! 서로 이해관계가 맞아야! 딱 부딪히지 않겠습니까!?”
“그렇죠. 네가 와라! 아니, 네가 와! 내가 간다! 난 빠진다? 이런식으로 지금 계속 엇갈리고 있기 때문에! 지금 너무 수싸움이 치열하고! 네가 와라! 그래 내가 갈게! 이게 되야 되거든요!? 그게 양 쪽 다 거짓말이어도! 어쨌든 서로 합이 맞는 거짓말이어야 부딪혀요!”
그래서인지, 하늘에 매가 날아다니는 소리만이 울려 퍼질 뿐.
누구 하나 먼저 중원을 향해 나아가는 자가 없었다.
와중에 중국의 철갑 기병이 선봉에서 양 날개로 이동하는 큰 변화를 주었다.
“자, 그래서 지금 중국의 진이 또 크게 바뀌는…… 어!?”
중계진은 이게 그저 다시 한번 진형이 바뀌는 과정인 줄 알았다만─
“──중국! 먼저 진격합니다!?”
기마병들이 양 갈래로 갈라지며, 뒤에 있던 보병들이 중앙으로 진격하는 거였다.
중국이 먼저 중원을 향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쿵! 쿵!
보병들의 템포에 맞춰, 200의 군이 일제히 진을 형성하면서 움직인다.
“와아아아아……!”
관중들의 함성이 울려 퍼진다.
여기서부턴 물러설 곳이 없었다.
두 지휘관의 눈에 불길이 솟았다.
‘승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