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819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287화
93. 200 vs 200(3)
몽골의 초원은 워낙에 단순한 맵이다.
그렇기에 여기서 가장 중요한 요충지도 역시 단순하다. 가장 중앙이었다.
이유도 단순하다. 어떤 곳이든 빠르게 닿을 수 있으니까.
그리고, 큰 금광들이 있으니까.
사실상 이곳을 차지하는 자가 이 게임을 이기게 되는 구조였다.
그러니 조선과 중국 두 팀이 이 중앙으로 놓고 몇 분을 이리저리 대치했던 것도 이해가 간다.
-좀 싸워라
-비비기만하다 끝나겠누
-이러다가 battle은 next time이겠어요~
-어휴 중국 징글징글하다
-지독하다! 조선!
물론 시청자들 입장에선 전투 한 번 제대로 벌어지지 않은 채로 3시대 중반까지 와서, 거기서조차 화끈하게 싸우는 거 없이 이리저리 대치만 반복하니 불만이 생겼다.
-싸워!
-천하제일 (애)무술대회 폼 미쳤다!
-뭐하는거임?? 진짜 모름
-킹귤 혓바닥쇼가 더 재밌음ㅋㅋ
그러나, 그들의 생각은 틀렸다.
사실 중앙에선 이미 치열하게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들이 그 싸움을 이해할 수준이 되지 못하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것일 뿐이었다.
일례로 게임을 좀 안다는 엠불의 반응은 사뭇 달랐다.
[진법 싸움 ㄷㄷ 쿠키 안밀리네]-쿠키 실력은 예전부터 높이 평가받았지 이제야 좀 조명받겠누
-ㄹㅇㅋㅋ 지금 날 제대로 선 듯
-벅차오른다 ㅅㅂ
-중국 상대로 이렇게 할 수 있는 지휘관이 몇이나 되냐 ㄹㅇ 지렸다 ㅠㅠ 쿠버지ㅠㅠ
-유비도 도라이네 ㅁㅊ 벽이 느껴지누
-성벽 러쉬는 진짜 편하게 이긴거구나…… 이걸 어떻게 이기냐??
그들은 이미 싸움이 벌어진 것처럼 두 지휘관의 실력에 대해 우열을 논하고 있다.
그야 그들의 눈엔 보이는 것이다.
텅 빈 중앙에서 벌어지는 수도 없이 오가는 수 싸움이. 그 치열한 공방전이.
그런데, 그들조차 이해할 수 없는 장면이 있었다.
[중국 나가는데??] [어?? 나온다] [ㅁㅊ 뭐야?]중국이 중원으로 갑자기 밀고 나오길 결정했다는 것.
* * *
“조선이 아까부터 먼저 나오라! 나오라! 했는데! 이거 원하는 대로 됐죠!?”
“중국도 짜증 나서 ‘그래 한번 해봐!’라는 느낌으로 나오는 건가요!? 이거?”
중계진도 역시나 의문을 품었다.
“무슨 의도가 있나요!? 조선이 사실상 대놓고! 나오라 나오라 했는데!? 이걸 나가요!?”
-걍 빡쳐서 나간거지 ㅋㅋㅋ
-이제 슬슬 명나라 나오는거 아님??ㄷㄷ
-뭐지???
짜증이 나서 혹은 화가 나서 그냥 나왔다…… 라고 하기엔 화면에 비친 유비의 얼굴은 사진처럼 미동도 없이 멀끔했다. 짜증이 난 사람의 얼굴이라 보기 어렵다.
그는 그저 간파한 것이다. 조선의 ‘대놓고 나오라’라는 전략의 실질적 전말을.
‘못 나오게 하는 게 목적이지.’
조선은 중국이 나오길 바라는 게 아니었다.
중국이 중원으로 나오는 시간을 지체시키려는 것이다.
먼저 자리를 잡으면 사실상 중국이 너무 유리하니까.
자리를 잡으면 중국은 유리해지는 문명이다.
진법의 체계가 좋고, 조직력은 말할 것도 없으며 문명 자체가 수비적이다.
그런데 조선은?
‘못 나온다.’
조선은 먼저 자리를 잡는다고 크게 유리해지는 구조가 아니었다.
‘즉, 양동작전을 위한 시간 지체 심리전이지.’
조선은 그러니까, 중국이 최대한 중원의 금맥을 차지하지 못하게 지체시키고, 그사이 별동대로 본진 쪽을 노리는 것이다.
지금 이미 편성된 별동대가 움직이고 있을 것이다.
유비는 그 전에 중원을 완전히 장악하고, 조선이 별동대를 움직인 걸 포착하면, 이 중앙을 거점으로 전면 공세를 펼칠 것이다.
그러면 별동대도 별다른 역할을 못 하고 돌아올 수밖에 없다.
자원도 자원이고, 전략적으로도 이 중앙이 요충지니까. 안 그런 척해도, 결국 조선도 이곳을 원하니까.
쿠구구구구……!
그렇기에 중국의 모든 병력이 흙먼지를 흩뿌리며 이동을 시작한 것이다.
“조선이 그렇게 들어와라! 들어와! 했는데! 중국이 진짜 들어갔어요!?”
“이거 뭐죠!? 상남자 식 운영인가요!?”
-ㅋㅋㅋㅋㅋㅋ뭐지
-대협의 나라
-어. 형이야.
“모르겠습니다! 일단은! 지금 중국의 진형이 묘하거든요!?”
모든 상황을 다 내려보는 킹귤 역시도 중국의 의도를 파악하기 어려웠다.
정말로 중원 싸움이 자신이 있어서 들어간 건지? 아니면 조선의 의도를 몰라서?
‘아니지.’
그럴 수는 없다.
유비 정도 되는 지휘관이 조선의 현재 의도를 모를 리가 없었다.
솔직히 지금 조선의 의도는 꽤나 적나라하게 내비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잠깐.’
거기서 킹귤은 의문을 품게 된다.
적나라하게 내비쳐진다…….
‘왜지? 왜 적나라하게 표현한 거지?’
늘 의중을 숨기면서, 뒤통수를 치는 게 쿠키의 방식인데.
이건 전혀 쿠키답지 않다.
조선은 왜 적나라하게 중국더러 들어오라는 듯이 구도를 짰을까?
적이 의중을 파악할 게 뻔한데 말이다.
‘…….’
킹귤은 자신이 유비라고 생각해 보기로 했다.
왜 나갔을까?
맵의 곳곳을 살펴봤다.
유비의 시야에선 쿠키의 모든 군대가 보이지 않는다.
일부만이 보인다.
쿠키도 그건 마찬가지다.
그때, 킹귤의 눈에 어떤 위협이 들어왔다.
‘헉.’
그곳엔 시커먼 암흑만이 존재했다.
그렇다.
그 위협은 우습게도 실체가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그곳엔 조선의 별동대가 존재했다.
보이지 않는데, 존재하고 있었다.
보이지 않기에, 더욱 무서웠다.
‘이거구나.’
조선이 전면전을 걸어올 리가 없다. 불리하니까.
이 대전제. 이는 중계진도 했던 말이다.
이게 지금 유비의 머릿속에도 박혀있을 거다.
‘조선이 심리전을 한다고 생각하는 거야?’
그러니 쿠키의 너무나 정직해 보이는 방식에 오히려 유비는 의심을 품은 것이다.
적은 우리를 나오지 못하게 묶고, 별동대를 파견해 본진으로 우회하고 있다.
그때 대응하면 이도 저도 아니게 되어 본대도 본진도 불리해진다.
그래서 미리 나가버린 거다.
조선이 별동대를 파견했다면, 조선 본대가 약해졌을 테니. 지금이 기회라고 여긴 거다.
지금 본대를 무너뜨리면 별동대도 자동으로 무력화되고, 일석이조가 되는 셈이다.
그러나 별동대 같은 건 없었다.
존재하지도 않는 별동대가 중국을 앞으로 끌어냈다.
‘버티고만 있어도 중국이 유리했을 텐데.’
여기서 중원을 못 차지하게 대치하고, 명나라로 올라가고 나와도 됐을 터다.
그런데 중국은 그러지 않았다.
명나라가 되지 않은 채로 전 병력을 앞으로 세웠다.
‘왜 나오나 했더니. 이게 전부…….’
킹귤은 소름이 끼쳤다.
그의 눈이 절로 쿠키의 화면으로 향한다.
쿠키는 웃고 있었다.
그랬다. 이는 철저히 의도된 것이다.
그답지 않은 정직한 방식이, 적에게 어떤 생각을 심어줄 수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는 것이다.
순간 킹귤의 눈에 횡과 종으로 검은 줄이 그어진 커다란 목판이 보였다.
그 위에서 수많은 병사들이 이리저리 움직이고, 쿠키의 손이 하얀 돌을 놓는다.
너무나 정직하고, 적나라한 의도가 보이는 한 수.
그러나, 그것이 기류를 바꾼다.
누군가 순류를 지키고 있다면, 그를 상대하는 적에겐 그게 역류일 수도 있다.
쏴아아아아……!
파도다.
거센 파도가 몰려든다.
스릉!
커피의 칼이 뽑혔다.
[돌겨어어어어어억!!]기마 궁수 부대가 박차고 나간다.
수많은 말발굽들이 대지의 초원을 짓이기며, 흙먼지를 일으킨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
한국의 관중들이 뿌연 먼지처럼 일어나, 함성을 내지른다.
기마 궁수 부대를 따라, 조선의 전병력이 내달린다.
운명의 3시대 싸움이 시작됐다.
* * *
중원을 향해 나아가던 중국.
“멈춰!! 적이 온다아아아!”
그들은 잠시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진을 재정비하라아!”
보조지휘관, 관우가 말을 타고 돌며 병사들을 몰아넣었다.
그러나 장비는 뒤에서 부추겼다.
“빨리 가! 빨리 가야 이긴다아!”
지금 명령이 이리저리 엇갈린 상황이었다.
중원에 일단 올라서 거기서 진을 잡고 싸운다와 그전에 적이 도착하니 여기서 잡고 싸워야 한다…… 이렇게 둘로 갈린 것이다.
이는 유비가 순간 판단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뭐?’
그의 눈이 캠 화면에서도 확인될 만큼 커졌다.
‘별동대는?’
별동대가 있다 확신했던 그이기에, 200의 병력이 모습을 한 번에 드러냈을 땐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조선이…….’
부르르.
명령을 내리려는 그의 손이 떨렸다.
‘조선이 우리한테 전면전을!?’
핏발마저 선 것 같은 눈은 누가 봐도 분노하고 있었다.
아무리 막아도 꽉 차 터져 나오는 감정은 숨길 수 없다.
감정이 터져 나온 이후의 대처가 더 중요한 법.
유비는 잠시의 심호흡 후, 금세 끓어오르는 무언가를 잠재웠다.
그리고 명령을 내리기 시작한다.
‘중원으로 올라서는 건 무리다. 그렇다고 이 애매한 자리에 멈춰서 지금 진을 유지하는 것도 승산이 적다.’
그의 눈이 순식간에 전장을 훑으며, 그의 손이 바삐 움직여 명령을 날렸다.
팅. 티잉.
[이동] [정지] [이동].
.
.
* * *
“이거 중국 지금 당황했거든요!?”
“아니, 왜 당황한 거죠!?”
캐스터는 영문을 알 수 없었다.
그의 눈으로 보기엔 중국은 조선더러 붙어보자고 나왔는데, 막상 진짜 달려오니까 당황한다니.
킹귤은 설명할 시간이 없었다.
지금 벌어지는 일만 설명해도 입에 모터를 달아야 했다.
“중국은지금원래의도했던위치로가서지켜야할지아니면지금자리에서조선과맞서야할지정할수가없어요그런데유비가지금그절충안을내고있는거로보입니다와중에기마궁수부대거의다사거리에왔구요유비!유비!유비가!아니?!”
-ㅁㅊㅋㅋㅋㅋㅋㅋ
-엌ㅋㅋㅋ
-ㄷㄷ
-말발굽소리보다 더 빠른데 정상임?
-킹귤 차력쇼 ㅋㅋㅋ
킹귤은 극도로 흥분했다.
“유비가 진형을 신묘하게 틀어버리면서! 아예 구도를 다시 짜는데요!?”
다그닥! 다그닥!
조선의 기마 궁수 부대가 달려온다.
이들이 먼저 와서 화살로 적들을 괴롭히면서 진형을 흩어놓을 의도였다.
그런데─
“유비는 아예 처음부터 길을 내줘 버렸어요!?”
유비는 아예 진형 곳곳에 기마 궁수들이 달릴 자리를 내줘 버렸다.
그리고 전 병력이 소규모의 방진으로 나뉘어 모였다.
척!
전부 방패를 올려 막고, 창을 내밀어 위협한다.
“!”
선두에 달리던 아몬드는 흠칫했다.
그들의 목표는 확실했다.
진형 후방에 위치한 궁수부대를 타격하는 것이다.
지금은 중국이 요나라이지만, 원나라로 바꿀 경우 뒤에 있는 각궁 부대는 매우 위협적이 된다.
‘그런데…… 어디야?’
그런데, 후방에 있던 궁수부대가 사라졌다.
일단 진형 자체가 완전히 바뀌었다. 거대한 사다리꼴이 여러 개의 작은 원으로 분해되어 버린 것이다.
어디가 궁수부대이고, 어디가 일반 보병인지 알 길이 없었다.
이 모든 게 순식간에 일어난 것이다.
“어, 어떻게 하나요! 조선!? 이거 순간 판단이 안 될 텐데!”
곳곳에 동그랗게 깔린 수많은 원형의 진.
처억!
그 모든 원이 고슴도치처럼 가시를 세웠다.
-진법 전환 미쳤네
-헐
-이게 당황한거임???
-ㄷㄷ
-ㅅㅂ 도랏네
“이거 어디로 틀어야 할지 모르거든요!?”
“그, 그리고! 궁수 부대가!!!”
동시에, 중국의 궁수 부대가 모습을 드러낸다.
수많은 원형진의 가운데에 있다.
파바바바방!
그들이 기마 궁수 부대를 향해 활을 쏴댄다.
결국 기마 궁수 부대는 그 화살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마치 빨려들어 가듯이 그 고슴도치들 사이로 달려가게 됐다.
“아아아! 빨려들어 가요!”
“이, 이거 들어가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일정 숫자 이상의 기마 궁수들이 수없이 나뉜 고슴도치들 사이로 들어가, 궁수 부대를 향해 시위를 겨눴다.
그러자, 중국의 병사들이 움직이고, 길이 바뀐다.
푸우욱!
푹!
막다른 길에 다다른 기마 궁수들은 창에 겹겹이 찔려 쓰러졌다.
움직이는 가시 미로였다.
조선이 속였지만, 결국 역으로 조선이 당한다.
당황한 줄 알았던 유비가 금세 감각을 회복하더니, 신묘한 대책을 선보인 것이다.
킹귤은 놀라고 말았다.
‘다시 살아났어.’
흔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는데.
그는 결국 다시 살아났다.
‘이게…… 탑클래스구나.’
* * *
아몬드의 동공이 커다래지며, 주변을 급하게 살폈다.
수도 없이 죽어 나가는 아군들.
‘조졌다.’
아몬드조차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이 진형에서 일반적으로는 살아나갈 수 없다는 걸.
‘어떻게 해야 하지? 이게 대체 뭐야?’
죄책감마저 들었다.
자신이 선두로 달리는 바람에 다 휩쓸린 걸까?
“하아…… 하.”
숨을 거칠게 내쉬며 그는 주위를 살폈다.
철저히 몸을 가린 방패들, 그리고 삐죽 솟은 창들.
빠져나갈 길은 보이지 않는다.
와중에 중국의 궁수부대는 그들을 향해 프리딜을 쏟아붓는다.
피유웅!
피융!
바람결을 스치고 가는 화살들이 느껴진다.
삐끗하면 죽는 상황이다.
“어쩌지…….”
“아몬드!!”
뒤쪽에서 누군가 꽥 비명을 지른다.
당근이다.
“명령해!”
“……?”
“리더잖아! 길을! 찾아서! 명령해애애!!”
그녀가 그렇게 외치는 중에도 병사들은 죽는다.
푸우욱!
푹!
창에 찔려 쓰러지고, 말이 타격당해 떨어지고, 화살에 꽂혀 죽는다.
이히이잉……!
수많은 조선 말들이 비명과 함께 바닥을 나뒹군다. 핏빛이 섞인 붉은 흙먼지가 피어오른다.
최순신과 게임 할 때라면, 이런 상황에 모든 루트를 일일이 찍어줬겠지만.
쿠키는 그러지 않았다.
리더가 판단해야 했다.
그가 동료들을, 이 전투를 살려야 했다.
‘찾아서, 명령…….’
아몬드의 눈이 이리저리 구른다.
‘뭘?’
지뢰찾기 세계에 들어온 듯, 수많은 고슴도치 진들이 그를 압박해 온다.
슈우욱!
그를 향해 창이 내질러진다.
아몬드는 말을 살짝씩 틀어가며 용케도 피해 내달렸다.
그러나, 다른 병사들은 이 정도의 컨트롤까지 구사할 순 없었다.
그러니 찾아야 한다.
갑자기 만들어낸 진형이라면, 분명히 존재할 ‘틈’을.
그는 어느 때보다 집중해 사방을 살폈다.
병사들이 아닌, 길을 보기 시작했다.
채워진 곳이 아닌, 비워진 곳을.
그때─
‘──저기!’
어느 한 곳이 클로즈업한 것처럼 눈에 확 들어왔다.
그는 리더의 스킬을 사용해 그곳을 가리켰다.
“여기다아아아아! 여기로 모여!!”
[집결]부대원들에게 명령이 떨어진다.
쿵.
그 순간 모든 기마 궁수들의 말발굽이 일제히 같은 곳을 향해 움직인다.
마치, 그들이 아몬드를 따라 뛰던 연습 때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