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822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290화
94. 선봉(3)
다그닥! 다그닥!
바람을 가르며 달리는 말 위에서, 아몬드는 슬쩍 뒤를 살폈다.
‘이 정도면…….’
적의 궁수부대는 궤멸까진 아니어도 제 기능을 못 하게 됐다.
여기서 끝까지 더 몰아붙일지, 아니면 병사들을 살려 나가야 할지 선택해야 했다.
그의 고개가 병사들 쪽을 훑었다.
다들 죽을 거 같은 얼굴이었지만, 어쨌든 숨은 붙어 있었다.
“그럼 좀 더…….”
“이제! 이제 나가! 제발!”
“…….”
뒤에서 당근이 살려달라는 듯 외쳤다.
아몬드가 뭘 원하는지 바로 알아차린 것이다.
“다들 한계야! 정비하고 와야 돼!”
아무리 게임일지라도, 고속을 말을 타고 미친 듯이 찔러오는 창을 피해내면서 적에겐 화살을 쏜다? 고도의 훈련을 통해 할 수 있다 쳐도 잠깐이면 모를까, 이걸 계속 유지하는 건 무리였다.
‘저 자식 지만 할 수 있는 걸 계속 하래.’
당근이 보기에 병사들이 지친 건 아몬드의 템포를 따라가기 때문도 있었다.
그가 선봉을 잡고 있기 때문에 모든 템포의 기준이 아몬드였고.
당연한 말이지만, 일반적인 인간은 그런 수준의 템포를 오래 유지할 수 없다.
“애초에 거의 미친 짓이었어!”
사실 그녀는 처음부터 이 작전이 불가능한 일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도 됐잖아?”
이 반응에 말문이 막혔다.
‘그런데도 했네…….’
새삼 당근은 텅 비어버린 적의 궁수 진영을 보며 속으로 감탄하긴 했으나, 어디까지나 속으로였다.
입 밖에 이런 감탄을 내뱉었다간 또 아몬드가 얼마나 큰 자신감을 갖게 될지 알 수 없었다.
‘그래도 더 해볼 수 있나?’
하지만 당근은 와중에 아몬드의 의견을 고민해 보게 됐다.
그 엄청난 자신감에 당근조차 흔들리는 것.
푸욱!
뒤에 따라오던 기마 궁수 하나가 결국 창에 찔려 낙마하는 것만 아니었다면, 한 번 더 속을 수도 있었겠다.
‘아니지. 무슨 생각을…….’
안일한 생각을 하기에, 지금 그들이 처한 상황은 너무나 극한이었다.
“안 돼! 나가!”
당근은 사활을 걸고 비명을 내질렀다.
“오키.”
끄덕.
아무리 뛰어난 지략가도 참모의 말은 참고하는 법. 아몬드는 그렇게 생각하며 이제 나갈 길을 찾아 달렸다.
활을 아예 뒤로 맨 채, 말 고삐를 양손으로 쥐고 본격적으로 말을 달리기 시작한다.
“히랴아아!”
다그닥! 다그닥!
기마 궁수 부대가 순식간에 미로를 헤쳐나가며, 출구에 가까워진다.
‘어?’
아몬드의 시야 끄트머리, 미묘한 느낌의 흙먼지가 일었다.
그냥 보병이 내는 수준이 아니었다.
‘기마병?’
그들에게 다가오는 기마 부대 하나가 있었다.
그 선봉엔 기다란 언월도를 든 장수가 하나 보였다.
[관우]보조 지휘관이 직접 등판한 것이다.
* * *
“아아아! 이제 빠져나옵니다!?”
“이거 빠져나갈 수 있는 겁니까!?”
“이거 살아 돌아간다구요!?”
“적진 한복판에 와서 궁수 부대만 쏙 빼고 빠져나간다는 건……!?”
-ㄷㄷ
-그럼 ㄹㅇ 겜 터지는데 ㅋㅋㅋㅋ
-이게 나가진다고?
-걍 막아버리면 그만 아님?
기마 궁수 부대가 살아 나갈 각까지 보이는 듯하자, 관중들이 술렁거렸다.
“오오오오오오!”
“나가냐?! 나가!?”
“나가자아아아아!”
기마 궁수들이 살아 나간다면 조선이 극도로 유리해진다.
물론 살아 나간다는 게 쉬워 보이진 않는다.
유비는 점차 진형의 출입구를 닫기 시작했고, 창병들이 이리저리 바쁘게 움직이며 최대한 기마 궁수들을 곤란하게 만들고 있다.
그렇다고 기마 궁수 부대가 기마 돌격병처럼 창병들의 방진 안으로 파고들어 돌파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그들은 수도 없이 움직여대는 미로 안에서 어떻게든 출구를 찾아야 했다.
게다가 그 미로 안엔, 그들을 쫓아오는 추격대까지 붙었다.
추격대가 지나갈 길은 전부 열리고, 도망가는 자들의 길은 계속 닫힌다.
그나마 궁수들이 거의 다 죽어서 원거리에서 어이없게 화살을 맞고 죽는 기마 궁수는 거의 없었다만.
“아아아, 이거 역시 뺑뺑이 돌게 되는데요!?”
미로를 헤매게 되는 건 같았다.
“어어……!?”
“심지어 지금 기마대가 추격해 오고!”
게다가 이번 미로엔 뒤에 따라오는 적까지 있다.
“관우 나왔죠!? 보조 지휘관이 나왔어요!? 중국의 보조 지휘관들은 대체로 트레스 과거든요!?”
“아 그렇죠! 전투력이 굉장한 걸로 저도 알고 있습니다!”
에스파냐의 트레스.
그는 보조 지휘관 중에 전투력이 가장 높다고 평가받았던 자다. 무력형 플레이어의 대명사급.
중국엔 그런 자가 둘이나 있다.
“그런데 트레스의 단점은 좀 없는 그런 트레스거든요!?”
심지어 이들은 트레스와 다르게, 지휘도 어느 정도 가능한 편.
그중 조금 더 능수능란한 자가 관우였다.
“예. 적어도 파워랭킹 분석상으로는! 그렇습니다!”
“그쵸. 근데 파워랭킹 이제 와서 뭔 소용입니까!! 지금 조선이 4강에 와 있는데요!!”
-ㄹㅇㅋㅋㅋ
-일본은 파워랭킹 낮았냐고 ㅋㅋㅋ
-조선인이 파워랭킹에 독을 풀었다.
-맞네 ㅋㅋㅋㅋ
-엌ㅋㅋㅋ
-파워랭킹 분서갱유 드가자~
“아아, 근데 점점 따라잡히거든요!?”
“아무래도 미로가 빨강 사기 맵처럼! 관우한테만 맞게 움직이고 있어서! 빠져나가기 쉽지 않죠!!”
-빨강 사기맵ㅋㅋㅋㅋㅅㅂ
-빠, 빨갱……? 헉……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ㅁㅊㅋㅋㅋㅋ
기마 궁수 부대의 숫자도 조금씩 줄고 있었다.
역시나 빠져나가는 것까진 무리였나, 생각이 들 때쯤.
“어!?”
갑자기 가장 선봉이던 아몬드가 말머리를 180도 돌려 버렸다.
“어어어어어!?”
그는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아군 말들을 전부 가로지르며 달려 나갔다.
그 뒤를 이어, 아몬드 뒤에 당근이 그랬고, 그 뒤에 팡어도 따라갔다.
순식간에 진격 방향이 반대로 바뀌었다.
“이, 이러면?!”
“아까 캐스터님이 말씀하셨듯이 창병 숫자가 정해져서 벽의 개수가 정해진 미로거든요!? 그 미로 지금 다 기마 궁수 앞 막는 데에만 투자됐거든요!? 뒤에는 완전 널널해요!?”
창병들은 말보다 빨리 움직일 수 없었다.
그들의 움직임을 큰 흐름에서 예측해가며 미리 막을 수만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완전히 반대 방향으로 꺾어버리니 따라잡을 수가 없다.
유비가 명령을 내려도, 수행하는 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유비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이러면…….’
어차피 뒤에 따라붙는 추격조가 있다.
지금 그 방향으로 뛰면 추격조와 전면 추돌할 거고, 창병들은 천천히 길을 다시 조이면 된다.
그렇게 되면 결국 저들은 샌드위치가 되어 사지로 몰릴 것이다.
‘마지막 순간에 최악의 판단이군.’
기마 궁수 부대의 리더는 지금 아주 좋지 않은 판단을 한 것이다.
“이거 뒤에!! 관우가 추격하고 있었거든요!?!”
“아니, 이게 맞는 겁니까?! 왜 추격조한테 되려 들이박나요?!”
심지어 관우 휘하의 기마병들은 요나라 특수병과인 ‘철갑기병’들이었다.
원거리 공격에 굉장히 방어력이 탁월한 병과다.
기마 궁수에겐 쥐약인 셈이다.
지금 기마 궁수들은 그런 그들과 정면으로 맞부딪히게 생겼다.
“자, 잠깐만요!? 이거……!”
이때 킹귤은 뭔가 발견하고는 고래고래 고함쳤다.
“쿠키! 드디어 움직이는데요!?”
아까부터 자리를 지키던 조선군 본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방향이 이상하다.
* * *
다그닥! 다그닥!
말을 달리며, 아몬드는 생각했다.
방법은 이것뿐이었다. 미로를 나가는 게 불가능에 가까웠다.
유비가 미로를 가만히 두는 게 아니라 계속 변화를 주기 때문인데.
‘뒤는 비었어.’
그런 와중 그는 뒤가 완전히 비어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그야 이 미로는 뒤에 쫓아오는 관우의 추격조에겐 탄탄대로처럼 길을 다 열어주니까.
‘그렇다면!’
뚫린 길을 놓고 굳이 미로를 헤맬 필요가 없다.
“뒤로 돌아아!”
그는 방향을 완전히 틀어버린다.
그런데 이렇게 되면 추격대와 전면전이 된다.
전면전 수준이 아니라, 전속력으로 부딪힌다.
마치 역주행 추돌사고처럼 되는 것이다. 다만 여기는 경차고 저쪽은 탱크 같은 SUV다.
“온다! 부딪힌다아!”
직접 부딪히진 않더라도, 스쳐 가기만 해도 철갑기병 쪽이 유리했다.
그들은 근접 무기를 휘두르면서 싹 쓸어버릴 것이고, 이쪽은 하나하나 활을 쏴 맞혀야 했으니까.
부딪히기 전에 활로 쏴서 최대한 수를 줄여야 했다.
이제 곧 부딪히기 직전, 모든 기마 궁수 부대가 활시위를 당겨놨다.
적들은 위협적으로 거대한 언월도를 비껴 쥐고, 마음껏 휘두를 준비를 마쳤다.
적들이 각궁의 사거리 안으로 들어왔다.
“쏴아아아아!”
파바바바바방!
모든 기마궁수들이 일제히 시위를 놓는다.
전부 정면을 향해 직선으로 날아가는 화살들.
그러나─
“!?”
──터더더더덩!
대체로 화살들은 갑옷에 맞고 튕겨 나가거나, 심지어는 언월도로 쳐내 버리기도 했다.
정면에서 너무 뻔한 각도로 날아들었기 때문이다.
“계속 쏴!”
그럼에도 아몬드는 부딪히는 그 순간까지 기마 궁수들에게 쏘라 명령했다.
파바바바방!
‘시야라도 가려야 돼.’
연이어 날아가는 화살들이 철갑기병들의 갑옷에 튕겨 나갔다.
피해량은 미미했다.
그런데, 시야가 방해됐다.
조선의 화살은 화려하게 하얀 불길을 담고 날아오는 탓에 정면에서 계속 쏴대면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
관우는 이를 깨물며 날아오는 화살을 털어내 버렸다.
“앞으로오오!! 독 안에 든 쥐다아!! 섬멸하라!!!”
안 보인다? 그래도 상관없었다.
이런 상황에선 눈 감고도 적을 밸 수 있다.
관우는 말 속도를 전혀 늦추지 않았다.
“곧이다!”
그가 우렁차게 뒤에 대고 외쳤다.
이제 만난다.
“!”
지금.
그들의 말이 서로 교차한다.
관우가 외친다.
“베라아아아아아!”
아몬드가 외친다.
“숙여어어어──”
양쪽에서 전혀 다른 명령이 터져 나온다.
─스윽.
조선의 모든 기마 궁수들이 일제히 움직인다.
아몬드의 뒤를 따라, 당근, 팡어, 롸떼 등이 이를 악물고 몸을 비튼다.
“끄으으으으으!”
“!”
순간 지켜보던 모든 이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후우우웅……!
“……?!”
관우의 눈에 순간 모든 상황이 느리게 지나갔다.
이해할 수 없었다.
수많은 언월도들이 허공을 베는 소리만 낼 뿐, 제대로 된 타격음이 나오지 않았던 것이다.
그나마 사고가 난 건, 말끼리 부딪혀 양쪽 다 낙마한 병사들.
그 외에는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지나가고 있다.
‘어떻게?’
허공을 벤 자신의 언월도를 쳐다본 관우는 답을 알게 됐다.
말 그대로 허공을 벤 것이다.
말 위의 사람을 베려 했더니, 말 위에 사람은 이미 없었다.
정확히는 그들의 상반신이 없었다.
하체로 말의 옆에 매달린 채, 지나가 버린 것이다.
본능적으로 말머리를 돌리려 했으나, 이미 늦었다.
그냥 지나간 게 아니었다.
그르륵─
보이지 않는 곳에서, 활시위를 당기는 소리가 들려왔다.
관우는 눈을 믿을 수가 없었다.
0.3초?
그보다 안 될 수도 있었다.
그 스쳐 가는 찰나의 순간에, 적의 공격을 피하고, 자신의 공격을 욱여넣는다니.
이건 격투 게임이 아니다.
이런 수준의 프레임 단위의 공격이 오가는 곳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 일이 벌어졌다.
“!”
파아앙!
화살이 기묘하게 꺾이면서, 튀어나온다.
관우는 놀라움에 번쩍 뜨인 자신의 눈이 원망스러웠다.
그 불길이 자신의 눈을 향해 오고 있었으니까.
──퍼어엉!
그의 눈에서 하얀 불길이 치솟는다.
[체력 20%]순식간에 내려간 체력.
“윽!”
크게 흔들리는 상반신, 말이 혼란스러움에 투레질을 한다.
‘따, 따라가야…….’
와중에도 방향을 바꿔 달려보려 했다.
그러나─
“컥!”
“으억!”
자신과 동일한 현상을 겪은 자들이 있었다.
그들은 보조 지휘관이 아니기에, 단방에 쓰러지거나 죽기까지 했다.
그들이 밑으로 쓰러지며, 아군의 길을 막아버렸다.
수많은 기마 궁수들이 옆으로 매달린 채로, 언월도의 공격을 흘렸고, 그들 중 아몬드처럼 안면이나 갑옷이 가리지 못한 곳을 맞혀낸 자들이 있었던 것이다.
‘더 있어……?’
방금 같은 공격을 다수가 구사했다는 것을 관우는 믿을 수가 없었다.
투두두두두두두!
그사이, 기마 궁수들은 이미 엄청난 속도로 그들을 뚫고 지나쳤다.
따라잡을 길은 없었다.
그들이 지나온 길은 뻥 뚫려 있었고, 그들만이 자신들 아군의 시체에 걸려 빠르게 방향을 바꾸지 못했다.
결국─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엄청난 함성과 함께, 기마 궁수 부대는 이 거대한 미로 같은 진법을 빠져나간다.
그리고, 저 멀리 언덕에서 조선의 본대들이 하나씩 모습을 드러냈다.
‘포위?’
그들은 어느새 중국의 진을 넓게 둘러싸고 있었다.
더 효율적으로 싸우고 싶었다면 그대로 삼각 진법으로 들이받았을 것이다.
그러면 중국의 병사들은 와해됐으리라.
그러나 쿠키의 의도는 그게 아니었다.
“이런 미친.”
그렇다.
관우가 홀로 욕을 지껄이는 것은 그 의도를 이해했기 때문이다.
쿠키는 단순히 진법의 와해가 아니었다.
여기서 이 200명을 전멸시킬 생각이다.
이 중원을 그들의 무덤으로 만들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