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828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298화
97. 반가운 얼굴(2)
[일본전 이후]하얀 조명, 하얀 바닥, 깔끔하게 꽂힌 유리로 나누어진 파티션, 하얀 셔츠와 정제된 컬러의 넥타이들.
하나같이 목에 걸려 있는 세련된 디자인의 사원증.
사뭇 보수적인 분위기의 사내 풍경이다.
“이거 촬영해도 되는 거…… 맞죠?”
어지간하면 얼굴 뻔뻔히 들이밀면서 촬영하는 가짜 국대 팀조차도 괜히 한 번 더 확인하게 되는 느낌이었다.
“어…… 맞습니다. 저도 좀 당황스럽긴 하지만.”
그들의 카메라에 담긴 남자가 끄덕였다.
그의 옆으로 하얀 선이 그어지더니, 아이디가 나왔다.
[서울 자가 김 부장]그는 예전에 한 번 등장했던 한 기업의 샐러리맨이자, 검수 부대의 일원인 국가대항전 선수였다.
-서자김 회사였누
-서자김 ㅎㅇ
-회사 좋다 ㄷㄷ
서자김이 카메라를 대동하고 지나가자, 아는 사원들이 웃으며 인사를 건네거나 자리를 슥 피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다들 뭔가 어색한 분위기다.
그냥 계속 걷기도 어색한지, 서자김은 나름대로 회사 자랑거리라도 소개한다.
“저희가 워라밸이 굉장히 좋습니다. 그러니까 제가 게임도 많이 했구요. 사원을 배려해 주는 회사! 사람이 먼저다! 아하하핳!”
카메라 화면은 알았다는 듯 끄덕이더니, 슬쩍 어디 한 구석을 비춰준다.
책상 밑에 캠핑용 자충 매트와 이불이 깔려 있었다.
촬영진이 속닥인다.
“……저기 이불 깔려 있는데요?”
“조용히 해. 회사에서 캠핑도 하게 해주나 보지.”
그렇다고 하기에, 카메라 담기는 대부분의 사원들의 눈엔 큰 그림자가 그려져 있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ㅅㅂㅋㅋㅋㅋㅋㅋㅋ
-블랙기업 아니냐곸ㅋㅋ
-서자김 대체 어케 게임하누
-아~ 여긴 아이라인 짙게 그리는게 사내 규정이라고~ㅋㅋㅋㅋ
-서자김 재능충이었어ㄷㄷ
“아…… 다 왔네요. 여기…… 입니다. 오늘 촬영을 허락해 주신. 허 전무님. 사무실이에요.”
“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유쾌한 인상의 키 큰 남성 하나가 두 팔을 벌려 환영한다.
전무라는 직책에 비해 상당히 젊어 보이는 사람이었다.
더군다나 사원들과 다르게 양복이 아닌 후드티 같은 걸 입고 있었다.
그야 여긴 사실 게임 회사였다.
서자김은 게임 회사의 마케팅 부서에서 근무하던 것뿐이고.
“아아! 환영합니다! 우리 자랑스러운! 국가 대항전 팀!”
-사극 찍냐? ㅋㅋ
-어? 허원무????
-ㅅㅂ 여기 위플러그였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무쉑 지는 후드티 입곸ㅋㅋㅋㅋ 사원들은 왤케 오피스룩인뎈ㅋㅋㅋ
-목소리 뭐야 ㅋㅋㅋㅋ
“…….”
서자김은 할 말을 잃은 표정이었다.
“우리 김진성 대리. 회사에서도 아주 큰 자랑이죠.”
엄지를 척 들어 올리는 허원무의 밑으로 자막이 떴다.
[허 전무는 김진성이라는 사람이 있는지 가짜 국대를 보고 처음 알았다고 한다.]-ㅅㅂ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앜ㅋㅋㅋㅋㅋㅋㅋㅋ
-젯펌프드나 다시 패치하라고 새끼들아
-이 사람 젯펌프드 야구공 패치의 주역 아님?
-아오 ㅋㅋㅋㅋ 얄미워 ㅋㅋㅋ
허원무는 방금의 사극톤 연기로도 모자라다 생각했는지, 김 대리에게 다가와 어깨동무를 하며 카메라에 얼굴을 들이민다.
“우리가 사원들이랑 얼마나 친하냐면! 어제도 같이 국밥도 묵고! 싸우나도 가고! 어? 다 했어!?”
다시 수정 자막이 뜬다.
[사우나는 혼자 갔으며, 국밥은 사내 식당이었다. 촬영 전 숙지 사항을 전달하며 함께 먹었다고 한다.]-ㅁㅊㅋㅋㅋㅋㅋㅋ
-위플러그 ㅋㅋㅋㅋ
-이게 MZ들이 세운 회사구나 ㄷㄷ
-권력을 잡은 MZ
-회사 홍보하려고 허락해 줬는데ㅋㅋㅋㅋ 이거 맞아?ㅋㅋㅋㅋ
무슨 자막이 뜨는지도 모르는 채, 허원무는 찡긋 웃으며 하얀 이를 드러내 웃어 보인다.
“헤헷.”
치지지지직.
화면이 넘어가고, 결재 서류에 사인을 해주는 장면이 나온다.
지이이익.
촥!
허원무는 절도 있는 동작으로 종이를 뜯어내며 서자김에게 건네줬다.
무려 일주일의 연차를 허락한다는 내용이었다.
그것도 ‘유급’으로.
“가, 감사합니다. 유급인 줄은 몰랐는데.”
허원무는 다시 한번 엄지를 치켜세우며, 우렁차게 외친다.
“이기고 와라아아아아아!!!”
“!”
서자김은 깜짝 놀라 뒷걸음질 쳤다.
-ㅁㅊㅋㅋㅋㅋㅋㅋㅋㅋ
-이 회사 웃길지도……?
-사극이야 ㄹㅇㅋㅋㅋㅋㅋㅋㅋ
-앜ㅋㅋㅋㅋㅋㅋ
-ㅅㅂㅋㅋ
-야근은 시켜도, 웃긴건 지가 하는 새끼…… 불편한 오피스 룩에 앞장서 저항하는 새끼…… 허. 원. 무.
“심장을 바쳐라! 알겠나아아아!!”
“에…… 예!”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누가보면 인류 전체와 싸우는 줄
-ㅅㅂㅋㅋㅋㅋ
-중국이랑 싸우려면 이 정도 파이팅은 있어야지.
허원무는 그 이외에도 이런저런 회사 자랑을 늘어놓았으나, 이후, 커다란 자막이 생성되며 사운드는 페이드아웃됐다.
[서자김 – 일주일 연차 획득!]서자김의 일주일 연차를 얻어냈다는 것이 사실 가장 중요한 거였다.
치지지직.
이후, 회사에서 나가는 길. 서자김은 마지막 야근을 마치며 홀가분하게 백팩을 짊어졌다.
[일주일 연차를 받을 줄 아셨어요?]“아. 이런 게 될 줄은 몰랐죠. 그 전엔 진짜 상상도 못 하던 일이에요. 맨날 회사 눈치 보면서 연차 받았었는데…… 아, 아니. 저희 회사는 눈치를 안 주지만, 그니까─”
──띠리리리.
슬픈 음악이 깔리며, 수많은 변명을 늘어놓는 서자김.
그러나 그의 음성은 음악에 묻혀 들리지 않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출근할 바엔! 좀비한테 물리는게 나아!
-블랙기업이냐고
-쉣ㅋㅋㅋㅋ
-초보자 tip: 알고 계셨나요? 좀비 세계가 출근 세계보다 낫다는 사실을!
음악이 끝나고, 서자김의 처절한 변명도 끝난 후. 다시 질문이 던져진다.
[일본전 이후 인식이 많이 바뀌었나요?]서자김은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예. 완전히.”
치지지직.
화면이 바뀌면서 또 다른 선수들이 등장했다.
그들 모두 같은 질문, 같은 대답을 했다.
“예. 바뀌었습니다. 모두 인정해 주셨어요.”
물류 회사에 다니는 포터, 자영업자인 마라탕, 또한 수많은 평범한 직장인들 모두.
그들 모두 일본전 이후, 그 전과는 확연히 다른 대우를 받게 됐다.
일본전이 전국적인 인지도를 확연하게 올려 버린 탓이다.
“회사 상사분이 저한테 응원한다. 대단하다…… 라고 해주셨어요. 그때 저도 모르게 울컥하더라구요.”
“처음으로 사람들이 알아봐 준 느낌……?”
“집에 가서 울었죠. 하하…… 어머니가 자랑스럽다고 하시더라구요.”
수많은 사람들의 목소리가 겹쳐졌지만.
화면에 나온 건 다섯이었다.
마라탕집 사장 마라탕, 그 보조인 목이, 물류 회사 다니는 포터, 게임 회사 마케팅 서자김, 헬스장서 일하는 프로틴.
화면이 다섯 갈래로 갈라지며, 인터뷰하는 다섯의 얼굴이 클로즈업된다.
[그게 중국과의 경기에 도움이 됐을까요?]중국전 이야기에, 그들 다섯 모두 감정이 치솟아 오르는 듯 눈이 반짝거린다.
뭔가 대답을 하려는 찰나, 갑자기 화면에 흙먼지가 치솟는다.
가운데 화면에 있던 마라탕이 갑자기 외친다.
“들어가아아아아아아!!”
마라탕의 얼굴은 어느새 흙과 피로 범벅되어 있다.
그렇다.
여기는 전장터였다.
[조선 vs 중국] [2경기]다그닥! 다그닥!
다섯 마리의 말이 동료들의 선에서 이탈하며 앞으로 쏘듯이 치고 나간다.
팔문금쇄진은 붕괴되었고, 중국은 사활을 걸고 궁궐 앞을 사수하고 있었으며, 조선군은 궁궐 앞까지 당도했다.
그들을 저지하기 위해 관우의 정예 기마대가 뒤따라오고 있다.
그들의 말은 더 빠르고, 칼은 더 날카로웠다.
조선은 3시대였고, 중국은 명나라에 이르렀다.
이에 조선 기마대는 다섯을 제외한 나머지가 말 머리를 돌려 관우의 기마대를 막아선다.
“우리가 막는다! 먼저 가!”
식빵과 커피 두 보조 지휘관 모두가 기마대를 이끌고 관우의 군대와 맞선다.
다그닥! 다그닥!
수많은 말들이 방향이 뒤섞이며 흙먼지를 일으킨다.
단 다섯 마리의 말들은 선두로 나아가, 궁궐로 향한다.
그중 가장 선두인 마라탕이 먼저 도착한다.
이히이이잉……!
투레질과 함께 말이 급정거한다.
마라탕이 날듯이 말에서 내려 뛴다.
궁궐 안에 말이 들어갈 수 없기 때문이다.
그 뒤를 따라 넷이 쏜살같이 따라붙는다.
뒤를 힐끔 보니 커피와 식빵이 관우와 난투전을 벌이고 있었다.
“……!”
놀랍게도 관우는 혼자서 그 둘을 몰아세우기까지 한다.
땅에 발을 딛고 선 상태면 모를까, 마상 전투에선 관우를 이길 자가 없는 거다.
실력의 체급에서 차이가 벌어져 있다.
이 경기는 빨리 끝내지 않으면 정말로 뒤집힌다.
쿵──
흙 묻은 그의 발이 고요한 궁궐의 돌바닥에 들어섰다.
거친 발자국이 찍혀 나가며, 다섯은 달려 나갔다.
모든 문명의 건물들이 그렇듯 내부는 보기보다 훨씬 단순한 구조로 되어 있다.
그게 그 대단하다는 명나라의 것이어도 마찬가지였다.
이건 어디까지나 게임이 필요 이상으로 끌리는 것을 방지해 주기 위해 마련한 시스템.
그들은 그저 길을 따라 달리기만 하면 되었다.
머릿속엔 그 생각뿐이었다.
스릉.
복도 양쪽에서 문이 열리며 적들이 등장하기 전까진.
“!”
“머, 멈춰어어!”
──촤아아아악!
마라탕의 우측에 있던 목이가 큰 부상을 입으며 넘어졌다.
그 뒤로 다 급하게 멈추면서 부상이 최소화되었으나.
예기치도 못한 기습에 다들 머리가 하얘질 수밖에 없었다.
[흉]장비 관우에 이은 중국의 3인자.
흉이라는 플레이어가 그들의 앞을 가로막았다.
혼다가 아몬드를 가로막았던 것과 같은 이치였다.
마지막 카드를 궁궐 안에 배치한 것이다.
이는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인데, 중국의 현 상황을 고려하면 미친 짓이기도 했다.
‘이 정도 병력을 여기에?’
궁궐 안에 무려 8명의 무사를 배치해 놨다.
심지어 지금 마라탕의 앞을 가로막은 저 ‘흉’이라는 자는 일반 병사가 아니었다.
‘보조 지휘관!’
그의 휘장이 말해준다. 그는 보조 지휘관이었다.
장비의 지위를 이어받은 자가 궁궐에 배치된 것이었다.
저들은 이 궁궐 안에서의 전투가 마지막 보루라고 생각한 것이다.
“어, 어쩌죠? 형님?!”
서자김이 뒤에서 물었다.
“미친 8명이야?!”
덩치 좋은 조선 쪽 검수, 프로틴이 허탈해한다.
조선의 검수들은 서로 등을 맞댄 채 초긴장한 얼굴이었다.
원래대로 판단이라면 여기서 지원군을 기다리는 게 맞았다.
그러나, 마라탕의 머릿속에서 관우의 전투 장면이 지워지질 않았다.
생각보다 시간이 걸릴 수도 있었다.
‘근데 8명인데…….’
4시대 무장을 한 명나라 무사가 일곱, 그리고 보조 지휘관이 하나.
이쪽은 3시대 무장한 조선의 검수만 다섯.
콰득…….
마라탕은 입술을 깨물며 주의를 살핀다.
저들은 먼저 들어올 생각이 없다.
당연한 것이다.
우리가 들어가야 하는 입장이고, 저들은 지키기만 하면 되니까.
인터뷰의 장면이 흘러나왔다.
[주변 사람들의 응원이 중국전에서 도움이 됐나요?]다섯 모두 이 질문에 눈물을 보였다.
하나같이 고개를 숙이고, 감정을 추슬러야만 했다.
-힘들었나봐 그전에 ㅠ
-ㅠㅠㅠㅠ
-울지마요 ㅠㅠ
-에휴 ㅠㅠ
그러나 감정을 추스르고 난 후, 마지막엔 모두 똑같은 대답을 남겼는데.
그 대답은 음성으로만 흘러나왔다.
[예…… 정말…… 정말, 반드시…… 이기고 싶었습니다.]꽈악…….
월도를 움켜쥔 그의 손이 떨린다.
가라앉은 그의 목소리가 게임 내로 울려 퍼진다.
“얘들아…… 뚫자.”
“지원 안 기다리고요?!”
“시간 끌리면 게임 어떻게 될지 모른다.”
대답을 들을 여유는 없었다.
중국의 저항력은 상상 이상이었고, 하나하나의 전투력이 최정예다.
지금 끝내야 한다.
──쾅!
마라탕이 선두로 10명의 무사들을 향해 내달려 간다.
나머지 넷도 그를 따라 검을 빼 들었다.
“그래, 젠장! 가즈아아아아아!”
“뚫어어어!”
-크
-이야
-지렸다
-하……
-상남자들의 전투 ㄷㄷ
-ㅠㅠㅠㅠ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