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836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306화
99. SCV good to go sir!(2)
로마가 병력을 돌려서 조선을 치는 건 거의 최선의 선택에 가까웠다.
로마 보병들의 돌파력과 조선 궁수들의 돌파력을 저울질해 보면, 전자가 압도적이니까.
본진으로 밀고 들어가는 속도도 훨씬 빠를 수밖에 없다.
여기서 조선은 병력을 양분해야 했다.
모든 병력이 로마 입구를 틀어막는 데 사용되고 있었지만, 이젠 나눠야 하는 거다.
그렇게 되면 로마 본진의 입구도 견제에서 풀리게 된다.
조선은 일종의 외통수에 걸리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
안토의 표정이 굳었다.
‘입구를 막아?’
아예 건물로 입구를 틀어막았다.
그러니까, 스스로 자기 입구를 막은 것이다.
이러면 조선도 3시대로 갈 자원이 부족해진다.
순간 안토의 머릿속으로 복잡한 경우의 수가 와르르 지나간다.
‘이러면 본인이 불리한데?’
‘그런데 막상 뚫지를 못하니…… 당장은…… 내가 손해인가?’
‘아니. 아무리 그래도…….’
왜 조선은 본인이 손해를 감수하고 입구를 틀어막았을까?
‘그게 아니었나?’
아니었다. 조선은 손해를 감수하지 않았다.
일꾼은 이미 나와 있었다.
‘……내 병력 이동을 봤을 때부터, 이걸 준비했군.’
안토의 시선이 맵 어딘가로 향한다.
현재로써 그곳을 확인할 길이 없었지만 그는 확신했다.
쿠키는 일꾼을 빼놨다.
지난 경기에서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 * *
사실 안토가 조선의 본진을 친 건, 엘리전을 노린 것도 있지만 보급로를 끊기 위한 움직임이었다.
자기 본진 입구에 있는 병사들이 고립되게 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중계진은 거기까지 읽진 못했다.
“더 때려줘! 내 위험등급 올려줘어어억!!”
그래서 조선 본진이 안 뚫리는 것만으로 킹귤이 고래고래 소리치며 조선의 승세에 힘을 싣는 가운데.
이쯤 되니 캐스터는 의문점을 외칠 수밖에 없었다.
“아니, 근데! 조선은 이러면 어떻게 나가나요!?”
입구를 막은 건 좋은데, 이러면 조선은 어떻게 나가서 자원을 추가로 먹는단 말인가?
여기서 3시대 운영을 하려면 밖의 자원이 필수인데.
이에 잠시 당황하여 맵을 쳐다본다.
-??
-엥?
-그러겤ㅋㅋㅋ
잠시 후.
“이미…… 나갔습니다!”
킹귤이 이미 나갔단다.
“예!?”
-??
-엥?
-언제?
-ㄹㅇ?
보아하니 그랬다.
수많은 조선 병력이 집결한 곳 근처.
조선 일꾼이 하나 섞여 있었다.
“여기 일꾼이! 있어요! 하나!”
이는 미쳐 옵저버가 잡지 못한 움직임이었다.
-ㄷㄷ
-ㄹㅇ이네
-헐
-언제 나감??
-첨부터 나갔나?
“아니, 언제 나갔죠!? 처음부터 나갔습니까!?”
“아뇨. 그랬으면 2시대 이렇게 빨리 못 올리죠. 제 생각엔 로마 움직임 보고 바로 판단해 버린 겁니다!”
“!”
-지렸다
-와 판단 ㄷㄷ
-이걸??
-이거 진짜 그대로 돌려주네 ㅋㅋㅋ
-캬
여기엔 단순히 로마가 뒤로 돌아오니 막겠다는 구도 외, 더 복잡한 심리전이 들어가 있었지만.
그런 걸 다 해설하고 있을 시간이 부족했다.
로마가 조선 본진 입구에서 막힌 뒤. 상황은 급박하게 흘러갔다.
“자, 조선 본진에 아무 피해도 못 줬던 로마 별동대가 다시 돌아옵니다. 여기서부터! 여기서부터 중요하죠!”
“아. 그렇죠! 지금 뒤에서부터 치고 오려고 각 잡고 있거든요!?”
쿠키가 첫 번째 염려했던 시나리오.
로마가 병력을 돌려 뒤에서부터 친다.
이게 현실로 되기 직전의 상황이었다.
쿠키는 두 번째 시나리오인 로마 별동대가 자신의 본진을 치는 건 아주 깔끔하게 막아냈으나.
로마는 한 턴에 두 번의 수를 두고 있었다.
그러니 하나가 안 되면 다음 수가 나온다.
“자, 로마 무기 막 뽑아내고! 아까 방어탑까지 하나 지었거든요!? 이제 이 입구 못 뚫으면! 3시대는 절대 못 가요! 그만큼 많이 썼거든요!?”
로마는 상대적으로 적은 병력으로 입구로 쳐들어오는 조선군을 막아내고 있기 때문에 자원을 더 급하게 끌어써야 했다.
무기 생산을 과도하게 누르고, 방어탑까지 올렸으니, 그들은 점점 자원이 말라간다.
로마는 뭔가 결착을 내야만 한다.
“여기서 조선 선택이 중요합니다! 조선은 지금 무기를 가져올 수가 없거든요!? 궁수 숫자 여전히 그대로예요! 하나도 안 늘어나고! 줄어들지도 않았습니다!”
조선은 무기 생산을 늘리지 않았다. 초기에 뽑은 15개의 단궁.
그게 조선이 지금 가진 전투력의 전부였다.
이 또한 불안 요소였다.
조선의 병사들은 현재로썬 고립됐다.
“이러면 점점 말라죽어서 밀리는 거 아닙니까!?”
로마군은 점점 방패와 창 등으로 무장하며 막아선다. 화살이 튕겨 나간다.
텅……!
터덩!
[방패가 점점 많아지는데!?] [위로! 위로 쏴!] [야만 병사들 전선도 밀려!]창으로는 조선 야만 병사들을 무참히 도륙해 버린다.
“조금씩 밀릴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조선은 넓게 봐야 되거든요!? 지금 유리한 구도에서 마음이 급해지면! 다 망칩니다!”
애초에 조선은 무기를 생산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정확히는 무기를 전달할 수 없다. 본진에 대장간이 있는데, 그 입구가 막혔으니까. 스스로 막았으니까.
그렇다고 이제와서 다시 건물을 무너뜨려서 입구를 열기엔 안 그래도 자원이 빡빡한 고대의 성벽에서 꽤 큰 손해였다.
여러 판단 요소가 복잡하게 얼기설기 얽혀가고 있었다.
쿠키의 판단 하나하나가 여기서부터 굉장히 중요해진다.
단, 괄목할 점은 이 게임이 안토가 아닌 쿠키의 판단에 갈리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게임의 주도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지금 여기 일꾼! 이 조선 일꾼이 세상에서 제일 중요하거든요!?”
“이 일꾼이 뭘 할 거냐! 그렇죠! 여기에 대장간 병영 지어버리면!?”
전진 병영, 대장간을 지어버릴 수도 있다.
그럼 조선은 말라죽지 않고, 계속 밀어붙일 수 있게 된다.
“그런데 그러면 로마랑 똑같이 미래가 없어요!!”
단, 그래서는 조선도 고대의 성벽 안에 있는 자원으로만 싸우겠다는 말이 된다.
멀티를 지어서 자원을 늘릴 돈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쿠키는 여기서 선택해야 해요! 미래 볼지! 지금 끝낼지! 일꾼! 일꾼은……! 멀티 지역으로 갑니다!!”
일꾼은 소수의 야만 병사들과 함께 멀티 지역으로 향했다.
쿠키는 미래를 본다.
[마을 회관 – 0%]마을 회관 건설을 시작한다.
멀티를 늘리는 것이다.
킹귤의 말대로 넓게 보는 전략이다.
로마 입구를 압박해 놓고, 멀티를 늘린다.
처음부터 조선이 설계해 온 대로 나아가는 것이다.
문제는─
“이거 로마가 아는 거 같은데요!?”
적이 그리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늑대가 지금 샅샅이 뒤지고 있어요!?”
조선의 보조 지휘관이 매 날리기가 있다면, 로마의 보조 지휘관들은 늑대를 부릴 수 있었다.
매보다는 지형의 제약을 받지만, 정찰할 수 있는 시간은 훨씬 더 길었다.
늑대는 전투력이 약하고 시야도 좁지만, 속도는 3시대 기마병만큼 빨랐다.
이런 늑대 보내기가 가능한 것도, 입구 압박에서 풀려난 로마의 별동대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입구 압박을 받는 상태였다면 늑대가 나가기 전에 화살에 고슴도치가 되어 죽었을 테니까.
이마저도 안토의 계산이다.
“들켰어요!”
들키는 건 애초에 당연지사였다. 언제 들키느냐가 중요했는데, 안타깝게도 조금 빨리 들켰다.
[마을 회관 – 9%]마을 회관은 10%가 채 완성이 안 된 상태.
“로마 별동대가 움직입니다! 본대 후방을 치는 게 아니라! 멀티부터 치려는 거죠!?”
“내가 못 먹으면! 너도 못 먹는다는 심보입니다!! 이거 안토는 계속 지금 최선으로 움직이고 있거든요!?”
-와 지독하다
-이걸 이렇게?
-ㄹㅇ??
-내가 못 먹으면 너도 못 먹어 ㅋㅋ
“이거 멀티 방해를 로마가 성공하면, 사실상 둘 다 자원 제한 걸린 타임 어택이 되어버리는데! 이대로 가면 조선은 억울한데요!?”
“그렇죠! 훨씬 유리했었잖아요!”
물론 조선이 그렇게 둘 리가 없었다.
본대 쪽에서 큰 변화가 생겼다.
“쿠키! 뭔가 조치를 합니다!?”
쿵.
로마 입구를 막고 있던 병력들 중 다수가 갑자기 망치를 들었다.
[방어탑 – 15%]망치질 한 방에 방어탑이 15%까지 올라간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
방어탑 건설이 시작되자, 관중석의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그렇죠! 방어탑 지을 돈은 있거든요!? 단궁을 많이 안 뽑아서!!”
“무기를 조달 못 하면! 만들어버리는 겁니다!?”
대장간에서 조달하는 것보다 방어탑을 올리면서 전진하면, 단궁 2개가 생길뿐더러 탑까지 공짜로 생긴다.
“엇박자 타이밍 방어탑 러쉬! 이거 진짜 날카로운데요!?”
“로마도! 지금 다급하게 방어탑 올리려는데!”
로마도 성급하게 방어탑을 하나 더 늘리려 한다.
성직자까지 붙어서 속도 버프를 준다.
그러나, 절대적인 머릿수를 따라갈 수가 없었다.
쾅!
[방어탑 – 완료]조선은 그사이 방어탑을 완성하고, 활이 없는 자들이 마구 위로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기 시작했다.
로마 방어탑 위의 궁수들이 올라가는 자들을 쏴서 맞혀보지만.
올라가는 자들이 너무 많았다.
떨어져도, 또 올라가고, 또 올라간다.
“이거! 조선이 협박하는 거죠!? 너네 우리 멀티 밀면! 너넨 본진 밀려!? 우리 그냥 멀티 취소하고 방어탑으로 밀고들어가!? 어!?”
쾅!
[방어탑 – 완료]방어탑이 전방으로 또 하나 더 지어진다.
“아니, 아직 로마 추가 방어탑은 50%인데! 그 사이에 방어탑이 두 개가 지어졌어요!?”
로마 입장에선 말도 안 되는 속도였다.
그야 조선은 모든 병력이 방어 건물을 지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또 킹귤이 흥분하여 카메라에 얼굴을 들이댄다.
“이탈리아? 너. 건설 재능 있어. 판테온 신전까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안토가 말한거 패러디누
-앜ㅋㅋㅋㅋ
-언제적이야
“너네 아파트 한 달 만에 지어봤어!? 한 달 만에 200가구 넣을 수 있어?!?”
-아파트의 나라 ㄷㄷ
-ㅈ사기 문명 ㅋㅋㅋㅋㅋㅋ
-이게 산업역군인가 뭔가 하는 그거냐? ㅋㅋㅋ
-이거지
-이 새끼들은 걍 건물을 잘지음
-ㅋㅋㅋㅋㅋ200가구 ㅋㅋㅋ
-대한민국 특수 병과 ‘산업 역군’ ㄷㄷ
그러는 사이 로마의 방어탑도 마저 완성이 됐다.
그러나, 조선의 것이 이미 두 개 완성된 상황이었다. 개수는 2 대 2로 동수.
그 성능도 로마의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조선 방어탑은! 특히 2시대 방어탑은! 그냥 사기에요! 집중 팩션이 묻어나오잖아요!?”
방어탑에 올라간 궁수들이 사격을 시작한다.
퍼엉!
펑!
집중 팩션의 힘을 담은 화살이 빠르게 로마 병사들의 머릿수를 줄여나간다.
그러자 전선이 눈에 띄게 움직인다.
로마가 뒤로 후퇴되기 시작한다.
“로마 전선 뒤로 물러납니다!?”
야망 병사들의 몽둥이가, 방패와 창을 뚫고 휘둘러지기 시작했다.
“로마 별동대! 아직도 멀티로 달리나요!”
이쯤 되면 로마 별동대가 본진으로 와야 했다.
적어도 조선의 바램은 그랬다.
“로마도 결정 굳건한데요!? 일단 멀티부터 취소시키겠다! 이겁니다! 지금!!”
그러나 로마는 생각보다 단단하게 움직였다.
심리전에 걸리지 않겠다는 것이다. 입구가 완전히 뚫리려면 아직 시간이 걸린다. 멀티 취소를 먼저하고 막아도 될 것이다.
조선은 속도를 높여야 하지만, 여기서 방어탑을 더 짓는 건 너무 큰 투자였다.
“조선이 협박하는데! 협박이 지금 조금 약해요! 너네 멀티 취소하기 싫잖아! 너네 그거 뻥카잖아! 로마가 묻는 거예요! 방어탑 하나 더 지으면 믿어줄게! 더 지어! 이러는 건데!”
“아아아! 그러면 조선도 재정이 너무 불안전해지죠!?”
“예! 조선이 지금 대답을! 빨리 못해요! 어어어…… 아, 아아 아닌데!? 나, 나 진짠데? 이렇게! 나 진짜 너 죽여 버릴 거야!?”
-킹귤 목 안터짐?
-ㅋㅋㅋㅋㅋㅋㅋㅋ
-혼신의 연기 ㅋㅋ
-찐따연기 뭔데 ㅋㅋ
“뭔가 더 시원하게! 뻥 뚫어버려야 이게 협박이 먹히거든요!? 아 진짜 냅뒀다간! 난리 나겠구나! 이렇게 되야 하는데!”
“예! 로마는 지금 그런 위협까진 안 느끼는 겁니다!? 멀티 취소하고! 나중에 와서 막아도 된다! 이런 계산 같습니다!”
“예! 실제로 지금 계산서가! 그렇게 나오고 있는데! 그런 움직임인데……!”
“조선 스퍼트를 올리기 위해! 방어탑에! 야만 병사들도 올라갔지만! 궁수들도 올라가서 추가 사격!!”
아몬드도 방어탑 위로 올라갔다.
더 높은 시야에서 확실하게 노리기 위해서다.
그가 노리는 건─
‘저기다.’
──파아앙!
“!”
“어어어어!?”
그의 화살이 바람을 가르고, 중계진의 목소리도 쩍 갈라졌다.
* * *
로마는 게임을 시작할 때, 특이한 유닛이 하나 딸려온다. 일꾼이 하나 없는 대신 성직자가 있다.
이 성직자는 일꾼들에게 더 빨리 일할 수 있게 버프를 준다거나, 생산 건물에 버프를 걸어 무기가 더 빠르게 나오게 한다거나. 여러모로 중국의 세관들과 비슷한 역할인데.
세관보다 그 능력이 조금 더 높다. 그야 이들은 치유 능력까지 있기 때문이다.
이런 성직자를 처음부터 하나 갖고 시작하는 로마는 대신 일꾼이 하나 없으며 시작 자원이 낮다.
바꿔말하면 성직자가 그만큼 좋은 유닛이다.
이 성직자가 계속해서 버프를 주면서 관리하면 어느 순간 손익분기점이 넘어가는데. 그게 대체로 2시대 후반, 3시대 초다.
사실 현재 로마는 그 분기점을 넘었어야 한다만.
아직 그러지 못하고 있었다.
조선의 입구 견제 때문이다.
지금 성직자는 자원 채굴 속도보다는 방어탑 건설 속도를 올려주고 있었다.
이 장면에서 중계진도, 안토도, 심지어 쿠키조차도 위화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워낙에 전장 상황이 급박했고, 성직자가 후방에서 서포트하는 건 당연한 그림이었다.
그러나 누군가의 눈엔 그건 당연한 게 아니었다.
누군가에겐 뒤에서 계속 수상한 버프를 거는 존재가 여간 거슬리는 게 아니었고.
누군가의 눈엔, 방어탑 위에 올라가서 최대 사거리를 가늠해 보건대.
‘보인다.’
보였다. 정확하게 그가 원하는 타깃으로 쏠 수 있는 단 하나의 길이.
‘저기다.’
퍼엉……!
아몬드의 화살이 노린 건, 성직자였다.
성직자의 머리가 하얗게 불타오르며, 터져 버린다.
3시대에 가지 않으면, 뽑을 수조차 없는 단 하나뿐인 성직자가 사라진다.
“!”
순간 모든 로마 관중석에 정적이 흘렀다.
안토의 표정도 완전히 굳어버렸다.
쾅!
킹귤이 벌떡 일어나 목놓아 외쳤다.
“로마! 비사아아아아아아앙!”
멀티로 향하던 별동대의 발걸음이 뚝 멈춘다.
이제 로마에게 조선의 협박이 제대로 먹히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