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837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307화
99. SCV good to go sir!(3)
결승전.
몸을 웅크리고 있던 모든 변수들이 깨어나는 시간이다.
스포츠의 역사에서 늘 비슷한 일은 있어 왔다.
예시라면 수도 없이 많았다.
이때만큼은 무슨 일이 벌어져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과거의 상대가 어떤 전력이었는지, 약했는지 강했는지, 혹은 대등했는지. 모두가 결승에 올라온 이상, 더 이상 과거는 하나도 중요치 않았다.
심지어 미래에 어떻게 될 팀인지, 잠재력이 있는지조차 중요치 않았다.
결승전은 오로지 현재의 시간 축에서, 전력으로 부딪치는 것이다.
그들이 수많은 담금질 끝에 강철같이 키워온 몸과 마음은 화려한 불꽃을 피워올린다.
그러나 그 불꽃이 누구의 성화가 될지는 누구도 알 수 없었다.
* * *
퍼어엉……!
하얀 불꽃이 피어오르며 성직자의 머리가 터져 나갔다.
그 순간 관중석의 모두는 벌떡 일어나 환호성을 내질렀다.
“와아아아아아악! 아몬드! 이 미친 새끼!”
“아몬드쉑 대박.”
“아몬드 오빠아아아! 꺄아아아아!”
“저건 진짜 또라이군.”
벌룬스타즈 멤버들 역시 모두 벌떡 일어나 아몬드에 대한 덕담을 한마디씩 던졌고.
-캬
-캬
-캬
-캬아
-와
-ㄷㄷ
채팅창의 반응도 마찬가지였다.
스크롤이 수도 없이 올라가며, 짧은 감탄사들이 연이어 터져 나왔다.
다른 사람들이 같은 말을 동시에 치면서 일어난 현상이다.
감탄 세례가 한참 올라오고 난 후에야 문장으로 말하는 이들이 나타났다.
-와 ㄹㅇ 이걸?
-여기서 걍 쐐기를 박네
-이 새낀 걍 게임을 잘함
-아몬드 특) 성직자 뭔지 모름
-도랏다
로마의 초반 성직자의 존재는 이렇게 허무하게 사라져선 안 되었다.
“이건 좀 크죠!? 이건!”
“그렇습니다! 로마가 사실 계속 막아낼 수 있는! 이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이번엔 진짜! 거의 보이지 않거든요!?”
“로마가 3시대를 가야! 성직자를 다시 뽑는데! 이 맵 특성상 그게 안 됩니다!?”
이는 고대의 성벽 맵의 특징 때문도 있었다. 여기는 본진 자원이 한정적이기 때문에, 성벽 밖으로 진출을 해야만 3시대로 올라갈 수 있었다.
다른 맵이었다면, 이제 곧 3시대로 오를 타이밍이라 성직자가 죽는 게 큰 문제는 안 됐을 테지만.
이곳에선 3시대가 시간만 지나면 오를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고대의 성벽에서 3시대는 쟁취해 내는 것이다.
“가히 충격적인 한 방입니다! 아몬드!!”
방금의 한 발로 조선은 3시대로 갈 발판을 쟁취했으며, 로마는 한참 더 멀어졌다.
그렇기에 킹귤은 핏대를 세우며 외친다.
“아몬드! 쇼크 웨이브! 아니! 쇼크 에로우!!”
-?
-포켓몬임?
-그런 기술이 있음?
-쇼크 에로우 ㅋㅋㅋㅁㅊ
-캬
-유관의 기술 ㄷㄷ
“정말 허무하게? 성직자가 죽었어요!”
“예! 지금 저도 미처 생각을 못 하고 있었는데! 아! 당하고 보니까! 저거 저기 있었으면 안 됐죠!?”
“안토의 미스라고 봐야 되나요!?”
“진~~~짜! 진짜 실낱같은 실수인데! 그 바늘구멍을 지금! 아몬드의 화살이! 아아……!”
리플레이를 보면서 다시 감탄하는 중계진.
“진짜 예술입니다! 이건!”
“이 화살 한 방이! 지금 전장의 흐름을! 완전히 바꿨습니다! 말 그대로 쇼크웨이브! 클러치 플레이예요! 다시 라이브 화면!”
상황이 급박하니 다시 라이브 화면으로 금세 돌아간다.
“로마 별동대는 잠시 멈췄거든요! 어디로 보낼지 고민하는데!”
“결국 병력을 나누는 선택을 합니다!?”
로마는 조선이 멀티를 시도하는 지역으로 별동대를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그 병력이 다시 둘로 나뉜다.
그러니까, 지금 로마는 총 세 개의 세력으로 나뉘어 있다.
본진을 지키는 본대, 조선 본진을 치러 갔다가 막힌 입구에 다시 조선 멀티로 향하는 별동대, 그리고 그 별동대에서 나뉘어진 로마 본진의 지원 부대.
“로마 병력이 많이 나뉘지만, 지금 조선 멀티 건설 지역에 그렇게 병력이 그렇게 많지 않아서…… 좋은데요?”
“나름의 최적 판단이죠!?”
“하지만! 조선!! 조선이 속도를 올리면 어떨까요!?“
이 전장이라는 곳은 늘 변수로 득실거린다.
아무리 최적의 판단을 내린다고 해도, 그게 꼭 적용되리라는 보장이 없었다.
병사 하나하나가 전부 살아 움직이는 플레이어들이기에.
“조선! 로마 본진 전선을 미는 속도가 점점 붙습니다!?”
조선이 방어탑을 완성시킨 후 밀어붙이는 속도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성직자도 없겠다, 방어탑도 많아졌겠다, 거리낄 게 없는 조선이다.
“이건 지원부대가 후방에서 빨리 급습해야 되겠는데요!? 로마 입장에서요!”
로마의 지원부대가 도착한다.
“뛰어 들어갑니다!”
“아, 근데 구도가!? 너무 급하게 들어가다 보니까!”
시간이 부족하다 보니 진영이 그리 좋진 못했다.
그들은 이러나저러나 조선 궁수들을 노려야 했는데.
“조선 궁수들이! 지금 무방비가 아니거든요!?”
“예! 처음 입구 밀어붙일 때랑은 다르죠!? 궁수들 전부! 전부 방어탑으로 올라가요!”
조선이 지은 방어탑은 총 셋.
방어탑엔 다섯까지 올라갔을 때 가장 효율이 좋다.
조선 궁수 열다섯이 딱 다 들어갈 수 있는 상황인 셈이다.
“닭 쫓던 개 되어버렸거든요!! 로마!!!”
기세 좋게 돌격하던 로마 별동대는 타격을 할 수 없게 된 상황.
그들은 결국 야만 병사들을 향해 달려드는데.
[공격]모든 방어탑 위 궁수들에게 별동대를 타격하라는 명령이 떨어진다.
우우웅……!
집중의 빛이 모아진다.
“아…… 이, 이거?! 아니!”
킹귤은 말을 잇지 못했다.
퍼버버버버벙!
체감상 별동대 3분의 1만큼이 화살에 타격을 받았다.
그런데─
“!”
별동대 중에서 레기온(군단병)들이 방패를 위로 세우며 옆의 동료들까지 보호해 버렸다.
“이, 이걸 또 반응해서 막아요!? 전원이!?”
“아무래도 각도가 뻔하거든요! 무조건 위에서 오니까!!”
“그렇긴 하지만 이게…….”
막상 전장에 있으면 위가 잘 보이지 않게 마련이다.
그럼에도 로마군은 완벽하게 막아낸다.
터더덩!
터엉!
“아, 또 이런 변수가!?”
“이야, 이게 지휘관이 반응해 줄 만한 속도가 아닌데요!? 이걸 저기 누군가가 읽었다는 거죠!?”
중계 카메라가 줌인된다.
그 방패들이 보호하는 한가운데, 기다란 머리칼의 병사가 하나 있었다.
[피에르]그는 피에르.
로마의 에이스 병사였다.
이 절망적인 상황에서 모두를 통솔해 방어탑을 향해 방패를 들라 명령한 것.
그리고 그들은 순식간에 화살 세례를 돌파해 냈다.
“어어어!? 뚫고 들어가요!?”
“후방으로!? 조선 후방이!”
“하지만 궁수들은 계속 쏘는데! 이거 되나요!?”
로마군의 조직력과 빠른 대처에 로마 관중석 쪽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피에르가 이끄는 로마의 별동대가 마지막 희망이 된 것 같아 보인다만.
그들도 계속해서 쏟아지는 화살을 전부 막을 수는 없었다.
방어탑 위 궁수들은 그들이 막으면 막을수록 더 맹렬하게 퍼붓는다.
그때─
“오, 올라가요!?”
로마군이 방어탑을 기어오르기 시작했다.
그들은 자신들의 입구를 틀어막은 야만 병사들의 후방이 아닌, 방어탑 위를 노리고 있다.
레기온 하나가 방패를 들고, 선두로 올라가면 그 뒤가 따라 올라가는 식이다.
터엉……!
방어탑 위에서 쏜 궁수의 화살이 방패에 맞고 튕겨진다.
위에서부터 쏘는 궁수들 입장에선 아무리 쏴도 각이 안 나오는 상황.
그러나 조선도 대처가 없는 게 아니었다.
[서로 공격]각각의 방어탑이 서로를 향해 쏘기 시작한 것.
자기 방어탑에 올라오는 병사를 쏘지 못하니, 서로 쏴주는 거다.
“조선! 그렇죠! 대응합니다! 옆으로도 쏴줍니다!”
“막아!? 그럼 옆에도 막아봐!”
──터엉!
그런데, 진짜로 옆에서도 방패가 튀어나왔다.
“사다리에 올라가는 병사들은 전부 레기온입니다! 이 병사들 사방을 막으면서 올라가요!!”
예상했다는 듯 올려진 방패들.
그들은 사다리를 오르면서도 거북이 등껍질 같은 방패벽을 유지하며 사다리를 타고 올랐다.
“아아! 궁수만으로는 대처가 안 되는데요!? 야만 병사라도 있어야 될 것 같습니다!?”
차라리 야만 병사라면 둔기 판정이라 방패를 몇 번 치면 밀어낼 수 있었다.
그러나 화살로는 절대 불가능했다.
이 게임에서 방패의 목적은 애초에 원거리에 대한 카운터기 때문이다.
말의 판정과 비슷한 셈이다.
“지금 안 막힌 부분이 없어요! 아니, 근데 저걸 유지하면서 사다리를 오르는 게 신기한데요!?”
방패벽을 만드는 게 어려운 건 아니다. 하지만, 그 상태로 사다리를 오르는 건 완전히 다른 문제였다.
턱.
터억.
심지어 그들은 점점 더 속력을 내며 사다리를 올랐다.
“방어탑부터 무력화시키면! 이 방어탑이 사실상 로마가 쓰게 되는데! 그럼 조선이 밀리거든요!?”
방어탑의 리스크 중 하나였다.
빼앗기면 적의 것이나 다름없게 되는 것이다.
“아니, 적 방어탑도 뺏어서 화살을 쏠 수 있어요!? 화살 제공 안 되지 않습니까?!”
“그렇긴 한데! 레기온들이 자기 창을 투척할 수 있거든요!?”
“아아아!”
레기온들은 일정 쿨타임마다 창을 투척할 수 있다.
창은 당연히 다시 재생산된다.
이 창은 사거리가 짧지만 근거리와 같은 판정을 받는 강한 대미지가 깃들어 있다.
그런데 이 방어탑들을 먹으면 사거리가 문제가 아니게 된다.
이 방어탑들은 -적의 것이기 때문에- 적진의 한복판에 세워진 데다가, 위에서 던지면 사거리도 길어진다.
“로마군! 방어탑을…… 아니, 그런데!”
킹귤이 순간 다른 쪽 상황을 보고 기염을 토한다.
“멀티 방해 못 했는데요!?”
15명의 로마군이 멀티 건설을 취소시키려 했었는데. 실패한 것 같았다.
그곳엔 조선군 10명 정도만이 지키고 있었는데.
어떻게 된 걸까?
“방어탑이 올라가 있어요!?”
조선의 멀티 옆에 방어탑 하나가 올라서 있다.
-또 방어탑이여??
-지독하다! 조선!ㅋㅋㅋ
-아 2시대에 자원을 이기고 있는 조선은 무적이라곸ㅋㅋㅋ
일꾼 하나는 계속 마을회관을 건설하고 있었으니, 이 방어탑은 조선군이 세운 것이다.
“아아……!? 이, 이게 되네요!?”
“예. 방어탑을 만들었거든요!? 때문에 로마군이 접근을 못 한 것 같습니다! 여기 로마군은 전부 야만 병사로 되어 있었거든요!!”
멀티를 지키는 병력이 약 10명 남짓이라는 걸 안토가 확인했던 것이 오히려 패착이다. 그보다 조금만 많은 숫자를 파견하면 이길 거라 여겼는데. 조선은 그곳에마저도 방어탑을 지어버린 거다.
“근데 이러면! 본대에 줄 자원이 없다는 거거든요!?”
물론 이 시기에 방어탑을 무려 4개나 올리는 게 마냥 좋은 선택일 리는 없다.
이러면 멀티는 지킬지라도, 로마를 압박하는 힘이 떨어진다.
“아, 그렇죠!? 저희 예상은 원래 멀티 취소하고 그 돈으로 로마 본진 앞에다가 방어탑 더 폭발적으로 지으면서! 완전 점령한다는 거였는데!?”
멀티를 완성하고, 그걸 지키기 위해 방어탑마저 지었다.
이 돈이라면 로마 입구 완전 봉쇄를 시도할 수 있었다.
그런데 쿠키는 그러지 않았다. 그가 미래를 보고 있다. 판단을 바꾼 것이다.
“이건…… 성직자를 죽인 그 한 방 때문인가요!? 그게 이렇게 스노우볼이 굴러가는 거 같습니다! 조선이 더 미래를 크게 볼 수 있게 됐습니다!”
아마 그 계기는 성직자의 죽음이다.
그는 이 변수에 한번 걸어보는 거다.
[마을회관 – 완료]쿵.
마을회관이 만들어지고, 일꾼을 뽑기 시작한다.
[일꾼 – 2%]조선의 미래가 착실하게 준비되기 시작한다.
그러나─
“자, 조선! 멀티 돌아가면서! 자원 더 뽑아내겠지만! 시간 필요하고요!”
동시에 본대의 지원은 끊길 수밖에 없었다.
“지금 조선의 힘 원천은 방어탑이거든요!? 근데 이걸 이제 더 못 짓거든요!?”
“잠시만요? 이렇게 되니까! 피에르가 방어탑을 오르는 판단을 한 게! 진짜 최선 중의 최선! 신의 한 수가 됐어요!! 이거 이대로 두고 후퇴할 수도 없거든요!?”
“방어탑 뺏기면 사실 입구 압박은 끝날 수도 있어요!?”
아몬드의 화살 한 방으로 쿠키가 더 확실한 승부수를 띄웠으나, 이 욕심의 틈을 피에르가 비집고 들어간 셈이다.
아무리 지휘관이 전략을 준비해도 전쟁이란 결국 전투 수행에 달렸다.
그리고, 이때마다 활약하는 선수들이 있다.
로마에는 피에르가 있다.
그는 후방을 치는 대신 방어탑을 올라간다는 파격적인 선택지를 고르고 수행해 냄으로써 로마를 위기에서 구해내고 있다.
그런데─
“─아몬드!? 뭐 하는 거죠!?”
그가 올라가는 방어탑엔 하필 아몬드가 있던 곳이다.
‘뭐지?’
피에르는 그의 행동을 보고 의아해한다.
그는 지금 방어탑 위에서 뛰어내리고 있다.
타악……!
-???
-엉?
-뭐야?
-엥?
“플라잉 아몬드!?”
“뭐, 뭡니까!!”
이에 화면에 보이는 지휘관들의 표정이 엇갈린다.
쿠키는 믿고있었다는 듯이 입꼬리가 올라갔으나, 안토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었다.
그야, 아몬드가 착지한 곳은 로마군의 방패 위였다.
쿠웅──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