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839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309화
100. 방어탑 쟁탈전(2)
현재 거시적으로는 조선이 꽤 유리했다.
조선의 멀티에선 일꾼이 몇 나와서 일을 하기 시작했고, 로마의 성장은 멈춰져 있었다.
이대로 시간이 끌린다면 당연히 로마의 패배였다.
로마는 현 상태를 어떻게든 타개하기 위해, 아직도 입구를 뚫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보병들의 무장은 로마가 더 강했으나, 문제는 조선의 방어탑과 그 위에 올라선 궁수들이다.
로마는 이들을 버텨낼 수가 없었다.
보통의 경우라면 그랬다.
그런데, 점차 방어탑에서 쏘아지는 화살이 줄어든다.
“방어탑에서 쏘는 화살이 멈췄다!”
“밀어어어!”
위를 방어하는 데에 신경 쓰던 로마의 본대가 전력으로 앞으로 밀고 나온다.
쿠구구궁……!
로마를 틀어막고 있는 조선의 야만 병사들이 점차 쓰러지며, 전선이 뒤로 밀리기 시작한다.
“제, 젠장!”
“뭐야? 왜 안 쏴!?”
피에르의 부대를 비롯한 별동대들이 죄다 방어탑을 오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궁수들은 당장 방어탑을 뺏기는 게 최악이니까 로마 본대로 쏠 화살을 전부 이들을 향해 쏴야 했다.
결국 이 싸움은 로마의 입구가 밀리느냐 마느냐의 싸움에서, 방어탑 사다리를 오르냐 마느냐의 싸움이 되었다.
피에르가 이 전장의 구도를 바꾼 것이다.
그러나─
“아, 아몬드!?”
──쿠웅!
아몬드가 그들의 방패 위로 착지한다.
그는 곧장 사다리 반대편으로 넘어가 내려간 후, 그들의 밑에 자리를 잡는다.
“아몬드가! 아몬드가 내려갔어!! 방어탑 지원 다시 시작될 거야! 버텨!!”
아몬드가 밑에서부터 프리딜(*어떤 마크, 견제도 없이 대미지 딜링)을 시작한다.
로마군이 하나둘 사다리에서 떨어진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
관중의 함성과 병사들의 함성이 섞여 퍼진다.
사다리의 상황이 본대 병사들의 기세에 영향을 주고 있다.
로마 입구가 점차 밀려난다.
그런데─
“──와아아아아아아아아!!”
로마 병사들의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후웅!
로마군이 창날을 밑으로 내린 채, 아몬드를 향해 낙하해 버렸기 때문이다.
‘헉.’
‘이런.’
‘아몬드가!?’
저 창에 찔리면 아몬드가 죽는 건 확정이었다.
단박에 급소가 찔리지 않는다고 해도, 이미 창병이 아몬드의 위에 서서 계속 찔러넣을 수 있는 구도가 만들어지니까.
이대로면 반드시 죽는다.
저 창날이 아몬드의 심장을 뚫고, 결국 로마군이 방어탑을 점령한다.
* * *
아몬드가 밑에서부터 프리딜을 넣기 시작할 때.
“로마군! 밑에서 불이나요!! 어제 매운 걸 먹었나요!?”
중계진은 한참 신을 내고 있었다.
-ㅋㅋㅋㅋㅋㅋㅋ
-불닭볶음면 먹었나?
-로마군 눈물의 똥꼬쇼 ㄷㄷ
-ㅁㅊㅋㅋㅋ
분위기가 완전히 조선 쪽으로 기우는 듯했다.
그러나─
“어, 어어어!?”
근데 로마군이 창날을 밑으로 한 채 뛰어내린다.
“!”
모두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이, 이러면!?”
“이걸 한 명을 던지면서 막아버리나요!?”
병사를 희생시켜서라도 떨어뜨리겠다는 의지였다.
중계진도 관중도 예상치 못한 극단적인 판단.
그런 판단이 순식간에 내려진 것이다.
그러나, 그런 결단력이 무색하게 중계진은 또다시 말문이 막히고 만다.
“!”
로마군이 그냥 아몬드를 통과한 것이다.
마치 아몬드가 유령이라도 되는 것처럼.
“으어어아아으아……!”
철퍽!
그는 그대로 떨어져 낙사해 버린다.
“아아아아악!? 뭐, 뭐예요!? 통과했어요!? 아몬드를 그냥!?”
-???
-ㅁㅊ ㅈ버그 뭔데 ㅋㅋㅋㅋ
-앜ㅋㅋㅋㅋ
-“각도의 중요성” ㄷㄷ
-좋버그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
-기둥 뒤에 공간 있어요~
“아몬드! 분명 죽는 각이었는데!?”
황급히 리플레이가 재생된다.
카메라 각도가 돌아간다.
방어탑의 측면에서 보니, 정확히 보였다.
아몬드의 위치가 어느새 다시 사다리 반대편으로 바뀌어 있다.
“사다리 반대편으로! 사다리 안쪽 면으로 간 거예요!”
방어탑을 기준으로, 사다리의 안쪽 면.
그곳에 아몬드가 매달려 있었다.
-뭐냨ㅋㅋㅋㅋㅋ
-앜ㅋㅋㅋ
-개웃기넼ㅋㅋㅋ
-미친 똥 피하기 게임이냐고 ㅋㅋㅋ
“아, 아니, 이런 말 하기 좀 그렇지만! 웃기게 죽었죠!?”
마치 혼자 떨어져 죽은 것 같은 꼴이 된 로마.
분명 날카로운 수였는데, 아몬드가 상대다 보니 꼴이 우스워진다.
“그런데! 하나 더!?”
“로마! 너만 웃기게 둘 수 없다 이거죠!”
이번엔 아몬드가 있던 면으로 병사하나가 또 낙하한다.
그 역시 아몬드처럼 안쪽 면으로 이동해서 낙하하는 것이다.
“또, 또 피합니다아!”
아몬드 다시 바깥면으로 이동해 또 피해냈다.
그러나, 그의 표정이 굳었다.
‘어.’
아몬드도 알아차린 거다.
피에르는 애초에 이걸로 그를 완전히 죽일 각을 본 게 아니라는 걸.
“그런데! 이거 시간이 지체됐어요!?”
아몬드가 똥 피하기 게임을 하는 이 와중에도 누군가는 맹렬하게 사다리를 올라간다.
턱, 터억!
피에르다.
그는 스스로 방패를 위로 든 채로, 사다리를 오르고 있다.
중계 카메라가 그를 더 가까이 비춘다.
그의 표정은 완전한 무표정.
금속으로 빚은 듯한 포커페이스로 피에르는 사다리를 미친 듯이 올라가고 있었다.
아몬드에겐 또 다른 병사가 떨어진다.
아몬드는 다시 다른 면으로 돌아 피하고, 피에르는 더 멀어진다.
이번엔 로마 병사들이 끝까지 떨어지지 않고, 중간에 사다리를 잡아버린다.
그들이 다시 올라오며 아몬드의 시간을 더 지체시킨다.
아몬드는 그들을 견제하면서 올라갈 수밖에 없다.
아몬드는 이제 방어탑을 지킬 수 없다.
이게 피에르가 원한 결과였다.
“어, 어!? 이거! 이거! 이러다가 다 올라가겠는─”
──터억!
피에르의 손이 고지 위로 나타난다.
“!”
궁수들의 눈이 휘둥그레져, 그의 손을 향해 화살을 쏘아대지만, 반응이 느렸다.
어느새 상반신을 다 올린 그가 방패를 바닥에 내리꽂는다.
터더더덩!
화살은 방패에 허망한 불꽃을 일으키며 튕겨 나간다.
레기온은 기다란 창과 함께 글라디우스라 불리는 짧은 검을 보조로 쓴다.
이런 초근접전에서 유용한 검이다.
“위, 위험합니다!?”
피에르는 이 검을 굉장히 잘다룬다.
그의 글라디우스가 궁수들의 극하단을 훑는다.
촤아아아악!
궁수들의 하단에 붉은 핏길이 그려진다.
[발목 부상] [발목 부상] [발목 부상].
.
.
“피에르! 아킬레스 슬래쉬!! 전부 다 베어버렸어요!!!”
순간적으로 균형이 무너지는 궁수들.
그 틈에 피에르가 완전히 방어탑 위로 올라섰다.
그렇다.
그는 애초에 아몬드가 병사의 공격을 피하든 말든 상관치 않았다.
아몬드가 차지한 ‘구도’를 지우고 싶었던 것이다.
편하게 누워서 하나씩 지워 나가는 그 구도 말이다.
그 구도가 사라진 사이, 피에르는 마음 놓고 사다리를 올라 탑을 차지했다.
비록 전부 낙하해 버려 그와 함께 딱 한 명의 부하만이 올라올 수 있었지만, 상관없었다.
홀로 올라와도 궁수들이 상대라면 이곳을 완전히 점령한다는 자신감이 있었으니까.
“아아! 아몬드가! 잠시 떨어지는 병사들을 피하던 사이! 이렇게!!”
아몬드는 자신의 밑에서 견제 넣던 로마군을 전부 치운 후, 황급히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기 시작한다.
“저, 전부 죽게 생겼어요!!”
* * *
아몬드는 위를 본다.
까마득한 소실점, 그 끝에 탑의 지붕 끝이 겹쳐진다.
‘너무 멀어……!’
올라갈 시간은 없다.
아무리 아몬드라도 시간을 초월할 순 없다.
절대적으로 시간이 부족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조선군이 죽고 있다.
‘쏴야 하나?’
여기서 쏴야 한다.
그런데, 화살을 쏠 각이 안 나온다.
각이 없는 건 포물선을 교묘하게 이용한다 쳐도, 타깃의 위치를 보지도 않고 쏴서 맞혀야 한다.
어디 있는지 모르는 걸, 맞혀야 한다.
‘그건가……!’
시간을 초월할 순 없어도, 화살로 공간을 초월할 순 있다.
아몬드는 뭔가 결단한 듯, 오르기를 멈춘다.
어차피 따라잡지 못한다.
기릭.
그는 시위를 당긴 채, 다시 공중에 드러눕는다.
“후아.”
타깃을 보지 못한다.
그러나, 예상해 볼 수는 있었다.
피에르 외 1명이 올라갔다.
일단 처음엔 둘의 뒤통수가 아몬드 쪽을 향해 있을 것이다. 이제 막 사다리를 타고 올라갔으니까.
어디 쯤일까?
그들의 뒤통수는?
화살이 포물선을 얼마나 그려야 할까?
방어탑의 지붕에 막히기 직전, 화살이 밑으로 떨어져야 한다.
그리고 그 화살이 떨어지는 지점이 둘 중 하나의 정수리여야 한다.
그렇다.
이렇게 해도 한 명뿐이 맞히지 못한다.
‘위에 팡어 형이 있어.’
방어탑엔 팡어가 있었다.
팡어도 상당한 실력자다.
한 명 정도는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정말?’
아니…… 일단 믿자.
아몬드가 피에르를 운 좋게 맞힌다면, 나머지는 팡어가 맞힌다.
꿀꺽.
그는 마른침을 삼킨 채, 집중이 담긴 화살을 놓아주었다.
아마 이 판의 판도를 가를 릴리즈(Release)다.
성직자를 저격하면서 한 번, 로마가 크게 기울었고.
이번 사격으로 로마는 끝난다.
아몬드의 손이 시위를 놓았다.
파아앙!
보이지도 않는 타깃을 향해 화살이 날아간다.
* * *
팡어의 인상이 찌푸려진다.
피에르의 등장으로 방어탑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저 자식 이거 전문이다.’
로마는 방어탑이 약하고, 초반 궁수가 없다.
그러다 보니 반대로 모든 플레이어들이 방어탑과 그 위 궁수들을 공략하는 것에 전문가다.
등장부터 노하우가 느껴졌다.
방패를 먼저 위로 올려, 시야 교란, 자신의 상반신을 보호하고 그 방패 밑으로 칼날을 슥 빼내서 긁어버리는 거.
알면서도 당하게 되는 콤보였다. 팡어는 반응했지만, 다른 궁수들은 그러지 못했다.
그들은 순간 균형을 잃게 됐고.
그 이후부터는 지금의 풍경이다.
촤아아악!
콰앙!
방패에 밀리고, 글래디우스에 베이면서 궁수들이 쓰러져 나간다.
혹은 뒤로 튕겨 밀려난다.
전면에는 여전히 로마의 거대한 방패가 가로막고 있다.
‘방패가 너무 많은 각을 막고 있어.’
방패가 아니라, 마치 태산이 밀고오는 듯한 기세다.
전세가 훨씬 불리함에도 불구하고, 피에르의 움직임 하나하나에는 자신감과 확신으로 충만하다.
꿀꺽…….
팡어는 저도 모르게 한발 물러난다.
어떻게 처리할지 알 수 없었다.
그사이, 또 다른 궁수가 하나 더 죽는다.
촤악!
방어탑에 상대 근접 보병이 올라오면 궁수는 죽어야지, 별수가 없다.
그게 상식이다.
그런데─
‘아니야.’
팡어가 멍해진 시선을 다시 피에르의 머리로 고정시킨다.
방패 위로 드러날 듯 말듯, 왔다 갔다 하는 머리.
‘상식? 어진아. 개소리 마. 조선이 결승에 온 건 상식이냐?’
방어탑에 상대 보병이 침투하는 순간, 궁수는 죽은 목숨이다.
이게 전투의 상식.
그러나, 상식대로 흘러갔다면 조선은 이 자리에 있을 수 없었다.
팡어는 이 자리에 서서 피에르를 볼 수 없었다.
‘흡.’
기리릭.
팡어는 호흡을 머금으며 시위를 당긴다.
스으윽.
그의 활깃이 극단적인 위치로 옮겨진다.
시위의 맨 윗단이다.
[집중]하얀빛이 모여든다.
‘한 명.’
팡어는 기회가 한 번이라는 걸 안다.
적은 둘이다.
둘을 다 죽일 재주는 없다.
‘하나만. 하나만 데려간다.’
그 하나가 피에르라면, 값진 희생이다.
‘그때처럼…… 그때처럼만 쏘면 될 수도 있어.’
팡어는 떠올린다.
「아오! 팡어시치!」
커브샷 연습 때, 그의 옆에 선 롸떼의 억울한 외침을.
「대체 상식적으로 어떻게 화살을 180도 회전시켜서 저한테 돌아오게 해요! 형!? 그것도 매번!」
팡어는 시위를 당긴 채, 옅은 미소를 띄었다.
“그러게 말이다.”
시위가 놓아진다.
파아아앙!
그의 비상-식-한 재주를 담은 릴리즈(Release)다.
화살은 강한 탄력과 함께, 피에르의 방패를 향해 날아간다.
방패 중앙이 아닌, 측면 끝, 아니, 방어탑의 밖까지 나가버린다.
이 전장의 프레임을 완전히 벗어난다.
완전히 이 세계를, 상식을 벗어난다.
“……?”
피에르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한참 빗나간 화살을 신경 쓸 정도로 지금 상황이 녹록한 건 아니었다.
그러나, 그는 그 화살을 쏜 사람을 봤어야 했다.
조선 궁수 부대의 원조 리더.
팡어.
그는 애초에 이 근거리에서 어이없는 에임을 보여줄 인재가 아니었다.
피에르는 그걸 너무 늦게 깨달았다.
단 0.1초의 찰나.
그것도 이 전장에선 너무 느린 거다.
“어─”
──퍼엉!
피에르의 뒤통수에 하얀빛이 타오른다.
피에르의 방패가 서서히 옆으로 치워지고, 비로소 그의 얼굴이 완전히 드러난다.
피에르의 동공에 비친 팡어, 그리고 피에르.
둘의 표정은 놀랍도록 같았다.
‘돼, 됐어!?’
‘이게…… 된다고?’
스르르 쓰러져가는 피에르에 시선을 빼앗긴 그때.
“피에르!”
피에르 옆에 있던 다른 병사가 사태를 인지하고, 부리나케 팡어 쪽을 향해 창을 내지른다.
동공의 광이 서릴 정도로 놀라운 집중력으로 반응한 일격이었다.
팡어가 처리할 수 있었던 건 단 한 명이었다.
결국 이러고 나면 그는 죽을 운명.
‘갈 땐 가더라도, 에이스 하나 정도는 괜찮잖아.’
팡어는 운명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그 운명은 팡어의 이마 앞에서 멈추었다.
척.
“…….”
파르르 떨리는 창 끝.
확장된 동공, 떡 벌어진 입.
“……뭐야.”
쿵.
그 병사가 앞으로 엎어졌다.
뒤통수에 화살이 꽂힌 채였다.
팡어는 얼떨떨하여 쓰러진 병사 뒤를 쳐다봤다.
아무도 없었다.
그런데, 잠시 후─
“어? 뭐야?”
사다리 위로 올라온 아몬드.
역시 스트리머일까?
그가 두 시체를 보더니, 자신의 목을 긋는 시늉을 하며 중얼거렸다.
“피에르…… 컷!”
“???”
그는 자신이 죽인 줄 아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