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840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310화
100. 방어탑 쟁탈전(3)
피에르가 동료 하나와 방어탑에 입성했을 때만 해도, 이 방어탑엔 희망이 보이지 않았다.
아몬드는 너무 밑이고, 위에 있는 궁수들에겐 피에르의 검이 너무 가까웠다.
실제로 거의 일방적인 살육이 벌어지고 있었다.
팡어는 방패 밀치기에 밀려나 코너에 몰려, 죽기만을 기다리는 걸로 보였다.
애초에 화살을 욱여넣을 각 자체가 없었다.
레기온의 커다란 방패를 바로 눈앞에서 맞닥뜨려보라, 사방팔방 다 막아서서 머리가 새하얘진다.
“파, 팡어! 활을 당겨보나요!?”
그러던 중, 팡어가 일어서 시위를 당긴다.
마지막 뭔가라도 해보겠다는 듯한 기세였으나, 중계진의 눈에도 보이지 않았다.
이걸 어떻게 할 수 있는 각이.
그런데─
“아아아악!? 지, 지금 화살이!?”
──쉬이이익!
그의 화살 네모난 방어탑의 영역을 벗어나더니, 부메랑처럼 다시 돌아왔다.
-??
-헉
-엥???
-헐 이거 ㅋㅋㅋ
-앗???
가짜 국대를 몇 번 봤던 시청자들은 금세 눈치챘다.
이건 사실 팡어가 커브샷을 연습하던 초기, 그가 실수로 쏘던 커브샷이었단 걸.
이 화살은 대체로 애꿎은 롸떼의 이마에 꽂히곤 했었다.
롸떼가 연습 시 포지션이 팡어 앞쪽이어서다.
그러나 이번엔 롸떼가 앞에 있지 않았다.
이 화살 앞을 가로막고 있는 건, 피에르의 뒤통수다.
“!”
퍼엉!
피에르의 뒤통수에 하얀 불길을 담은 화살이 정확히 꽂힌다.
“……!?”
순간 중계진은 말을 잇지 못했다.
일순간의 침묵이 흘렀다.
이렇게 급박하게 돌아갈 때 중계 데스크에 침묵이 흐른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인데.
그만큼 모두가 놀란 일이었다.
킹귤이 탁자를 내려치며, 침묵을 깬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ㅋㅋㅋㅋㅋㅋ
-왘ㅋㅋ
-대박
-미쳤닼ㅋㅋ
-헐ㅋㅋㅋ
“이걸! 이걸 팡어가 180도를 돌리는 커브샷으로!! 해결해 버립니다아아!”
“아, 아니, 그리고 지금 바로 옆에 있던 병사도 죽었어요!? 이건 뭔지 모르겠는데! 여튼 팡어! 대박입니다아아!”
중계 카메라는 순식간에 양쪽에서 벌어진 일을 다 담지 못했다.
아몬드가 사다리에 매달려 보이지 않는 적을 죽일 거라 생각지도 못했기에, 아예 그쪽을 비추지 않았던 것이다.
“팡어! 이 선수! 아몬드에 가려졌지만! 아몬드 이전에! 조선 제일궁이었습니다!”
“그런데! 나이가 나이인지라! 커브샷에 영 적응을 못 했었거든요!?”
“예! 그런데 이렇게! 이 말도 안 되는 각을 만들어서! 무려 적의 에이스를 처치해 버렸어요! 그것도 가장 중요한 때에!!”
“자기가 가장 실수하던 그걸로! 현재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팀의 에이스를 처치합니다! 팡어!!”
-ㄷㄷ
-ㄹㅇ
-와 ㅠㅠ
-ㅁㅊ
-이제 그럼 하나는 지켰네
로마군이 노린 방어탑은 총 세 개였다.
개중 2개는 로마군에게 강탈됐고, 하나는 지켜냈다.
“조선 하나 지켜냈습니다! 하나도 없는 거랑 다르거든요!?”
“아, 근데 두 개 나갔고! 그 위에 있던 궁수들도 다 죽었거든요!?”
로마가 방어탑을 강탈하려 했던 이유는 영역 장악권 때문이었다.
방어탑 위에서 쏘아지는 화살 때문에 로마 입구가 점점 밀려나고 있었기 때문.
그러나 방어탑이 점령된 이 시점.
점차 로마군의 기세가 좋아졌다.
“로마! 일부 별동대는 뒤에서부터 야만 병사들을 치고! 지금 조선은 양쪽에서 싸 먹혔어요!”
적은 수여도 양쪽에서 공격이 들어오면 사이에 낀 병력은 상당히 불리해진다.
실제 과거 역사에서도 투구의 시야각이나 오른손잡이의 특성 등으로 왼쪽에서 공격해 오는 적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기록들이 있었다.
그렇기에 전쟁에서 구도가 중요한 것이다.
지금 조선에게 구도가 좋지 않았다.
거기에─
“아아! 이제 로마군이 투창을!!”
후웅!
기다란 창이 방어탑 위에서 던져지기 시작한다.
“그래도 느리거든요!? 창 재생산이! 10초는 걸려서!”
“예! 투창은 오래 걸려요!”
마구마구 쏠 수 있는 화살에 비하면 현저히 느린 속도였다.
애초에 방어탑 강탈의 의의는 그 위에 있는 궁수들을 몰아내는 거지, 로마군이 활용하는 데에 있지 않았다.
-캬 역시 낭만 스킬 “창을 던집니다”
-스킬이었냐고?ㅋㅋ
-창 재생이 스킬이지 투창은 걍 되는거
-ㅁㅊㅋㅋㅋㅋㅋ스킬이 투창ㅋㅋ
느려도 역할만은 확실히 해냈던 걸까?
로마군이 점차 조선군을 잡아먹어 갔다.
퍼억!
퍽!
방어탑 위에서 날아오는 창들이 조선군을 하나둘 꿰뚫었다.
무엇보다, 방어탑에서 맹렬히 쏴지던 조선군의 화살이 사라진 게 컸다.
“아, 밀립니다! 밀려요!”
130 가까이 남아 있던 조선의 야만 병사들이 점차 수가 줄어갔다.
100 이하까지 내려갔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
로마의 관중석에서 함성이 터져 나온다.
[후퇴]쿠키는 그들을 후퇴시킨다.
“조선 물러갑니다!”
“아아아……!”
“그래도 다시 자리 잡으면서!?”
후퇴라고는 하지만, 먼 곳까지 물러난 건 아니었다.
“조선의 하나 남은 방어탑! 그 아래로 모입니다!!?”
단 하나 남은 방어탑.
그 아래를 수호하기로 한 것이다.
그들을 따라오던 로마 보병들이 빠르게 쏘아지는 화살 세례에 전부 쓰러진다.
“와아아아아아아!”
조선 관중석에서 터지는 함성.
“아몬드가 말하는 거죠!? 아직 한 탑 남았다!!”
-캬
-“아”저씨 ㄷㄷ
-ㄹㅇㅋㅋ
-한 탑ㅋㅋㅋ
“이걸 아몬드! 팡어가 지켜내면서! 시간이 더 지체되고요!”
“이렇게만 해도 로마가 밖으로 나가기 어렵거든요!?”
물리적으로 밖으로 나갈 수는 있었다.
그러나, 심리적으로는 쉽지 않았다.
방어탑 밑에 모인 야만 병사들이 일단 달려들면 나가려던 일꾼들이 죽긴 할 테니까.
“그리고 로마 자원! 이제 진짜 못 쓰거든요!? 이것마저 쓰면 멀티에 대한 희망 자체가 사라져요!”
“그런데!!”
슬슬 자원이 말라간다지만…… 조선은 아니었다.
그들은 멀티를 만들었지 않았던가?
쿵.
[방어탑 – 0%]“아아아아아!”
아몬드와 팡어가 사수한 방어탑 근처로, 또 다른 방어탑들이 올라가기 시작한다.
“방어탑을 또 지어요!! 또!!”
“뭐!? 강남이 꽉 찼어!? 분당 밀어!! 우리가 땅이 없지! 가오가 없냐!!!”
-ㅅㅂ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
-앜ㅋㅋㅋㅋ
-뉴타운 드가자~
-ㅁㅊㅋㅋㅋㅋ
-낭만의 시대ㄷㄷ
조선은 멀티를 확보했었다.
거기서 계속해서 자원이 들어오고 있었고, 일꾼들의 숫자도 안정적으로 확보됐다.
조선은 멀리 보면 3시대를 갈 수도 있고, 지금 당장으로는 방어탑을 더 지을 수도 있었으며…….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아!?”
이젠 본진 입구를 막았던 건물을 스스로 허물고 진출할 수도 있었다.
[철거]쿠구구구궁……!
“조선 본진 입구 다시 열렸어요! 그리고 병사들 아까부터 전부 무기 받고 훈련되어 있었거든요!?”
단궁병 열다섯과 로마의 레기온들과 맞설 검수들 열이 본진 밖으로 줄지어 나온다.
“이러면 로마 완전히 가두는 게! 가능해 보이죠!?”
이 병력이 전부 투입되면, 로마는 진영 밖으로 나올 수 없다.
그러면 게임이 끝난다.
“이거! 이거 진짜 잡습니까!? 조선이 이렇게 강한 겁니까!!”
캐스터가 극도로 흥분하여 마구 외친다.
“판단 침착합니다! 조선! 3시대로 가는 건 너네 다 가두고 가도 된다! 어차피 여기 있는 땅! 다 내 거야! 천천히 먹을 거야! 이겁니다! 우선순위를 확실히 아는 거죠!”
여기서 멀티를 더 욕심내거나, 빠른 3시대를 노렸다면 사실 로마에게 기회를 한 번 더 주는 셈이다.
“이게 멀리서 보면 쉬워 보이는 판단이거든요!? 하지만! 막상 저기 제한된 시야에서 플레이하는 지휘관들은! 온갖 심리전! 기믹! 이런 것들을 헤쳐나가면서! 모든 상황을 다 보는 저희와 같은 판단을 내린다는 건! 절대 쉬운 게 아닙니다!”
“그런데 쿠키는 지금 날이 섰죠!!”
지휘관들은 2시대에 머무는 걸 본능적으로 불안해한다.
시대가 발전을 멈춘 것 자체가 엄청난 부담이다.
뒤가 없게 되니까.
그렇기에 훌륭한 지휘관도 여기서 잘못된 수를 고를 확률이 높았다.
여기서 빠른 3시대를 노리는 거나, 멀티를 추가하는 선택지를 고르는 거다.
그리 큰 실수도 아니었다. 아주 자잘한 실수다.
오히려 이렇게 하면 적을 더 완벽하게 죽일 수도 있었다.
문제는 리스크다.
1%의 리스크라도 있다면, 로마는 그걸 뚫고 나오는 팀이다.
그렇기에 그 많은 지휘관들이 안토 앞에서 좌절했다.
지금 쿠키는 그 전철을 밟지 않는다.
그는 2시대에 머물면서 완벽하게 승기를 잡아채 간다.
그는 로마를 상대해 봤고, 패배해 봤으니까.
승리할 줄도 아는 것이다.
“오늘 쿠키의 모토는 무조건 100% 선택지만 고른다! 아니면 그에 근접한 것만 고른다! 이거거든요 완전!?”
“오늘 쿠키의 컨디션도! 100% 아니, 200% 나오는 거 같습니다아!”
멀티에서 나오는 자원으로 지어지는 방어탑, 그리고 본진에 갇혀 있던 병사들의 합류.
로마의 전선은 점점 뒤로 밀려났다.
방어탑도 다시 탈환당했다.
“방어탑 2개가 다시 조선에게 들어왔어요!?”
“거기에 이제 조선은 계속 공급이 들어오거든요!? 로마는 이제 자원 씨가 말랐습니다! 아아아!”
누군가는 운이 좋았다라고 말할 것이다.
1세트에 나왔던 맵이 한 번 더 나오는 천운.
여기서 조선은 유리한 구도로 계속 상대를 리드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천운은 쿠키가 만들어낸 것이다.
애초에 고대의 성벽은 로마에게 유리한 맵이다.
이걸 조선에게 유리한 맵으로 바꿨던 건, 로마와의 첫 대전에서 쿠키가 보여줬던 기지였다.
상대가 로마여도, 아무리 강팀이어도, 한 게임 준다고 생각하고 버리지 않고, 끝까지 계책을 짜냈던 잠들지 못했던 그 빛나는 밤들이 만들어낸 구도다.
그때는 빛을 발하지 못했던 그의 계책이 지금에서야 완연한 빛으로 타오르는 것이다.
“조선이! 조선이 다시 밀어붙입니다아아아! 이건 막을 수가 없어요!!!”
“로마는! 로마는!! 자원이 말랐습니다아아!!!”
중계 화면에 비춘 두 지휘관의 얼굴.
미묘하지만 희비가 엇갈린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관중석에서 함성이 터져 나온다.
조선 쪽이었다.
로마가 항복을 선언했다.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쥐이이이이이이이이! 쥐이이이이이이이!”
킹귤이 누구보다 빨리 일어나, 비명을 내지른다.
캐스터가 눈을 부릅뜨며 팔을 휘두른다.
“조선이! 결승 첫 경기에서! 로마에게 선제공격을 날립니다아아아아!”
“아아! 그렇죠! 쿠키가 말하는 거잖아요 지금 이거! 내가 예선하고는 다르다고 했지!? 어!?”
“그렇습니다! 예선에서 만났던 그 팀이 아니에요! 지금!! 같은 맵! 같은 상대! 그런데 구도가 달랐습니다아! 실력이!! 열망이 달랐습니다아아아아!!!”
[승리]조선에게 승리 선언이 표시되며, 정말로 경기가 끝났다.
관중들의 열렬한 환호가 터져 나온다.
“대애애애애한! 민! 국!”
띠링.
전광판의 숫자가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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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1
로마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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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이이이이익……!
선수들이 캡슐을 열고 나온다.
조선 선수들에게 중계 카메라가 줌인된다.
커다란 전광판에 그들의 얼굴이 비추었다.
로마를 한 판이라도 이긴 건 처음이다.
아무리 조선이 여태 모든 업셋의 주인공이었다지만, 그중에서도 역대급 업셋이다.
그럼에도 누구 하나 흥분한 자가 없었다.
최대가 가벼운 웃음을 띠는 정도였다.
특히나 쿠키는 게임을 진 사람이라 해도 믿을 정도였다.
처음 들어갔던 그 얼굴이 사진처럼 그대로 걸어 나오고 있었다.
아몬드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관중석조차 쳐다보지 않고, 그대로 대기실로 향했다.
그렇게 1세트가 끝났다.
[현재 시청자 149.7만]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