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841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311화
101. 하늘이 돕네(1)
사실 로마와 조선이 붙는다고 했을 때.
시빌엠을 조금만 아는 자들이라면, 누구도 조선의 승리를 예상하진 못했다. 특히나 예선 때는 이 의견이 전 세계적으로 공통이었다.
“조선? 로마가 상대라니. 불쌍하군.”
“그야 로마지…… 그걸 말이라고 해?”
“그 둘이 붙는다면 예선일 텐데. 단판이라…… 그래도 로마 아닐까?”
애석하게도 그들의 예상은 다 들어맞았다.
조선은 예선에서 언더독의 돌풍을 보여줬음에도, 로마는 단 한 판도 이기지 못했다.
오히려 당시 세간엔 에스파냐와 프랑크를 비하하는 의견이 훨씬 많았다. 조선이 잘한 게 아니라, 이 둘이 정말 못했다면서.
“에스파냐 이 자식들 콧대만 높더니, 별것도 아니구만.”
“무적함대니 뭐니 원래부터 영국 섬나라 놈들한테 탈탈 털렸던 거잖아? 그 근본이 어디 가겠어? 크하하!”
“프랑크는 이제 그냥 예선에도 나오지 않는 게 좋겠던데?”
이들은 전혀 알지 못했다.
사실 조선이 너무 강했다는 걸.
본래 대결하는 게임이라는 게 그렇다. 모든 게 상대적이라 몇 경기만으로 제대로 평가하기가 힘들다.
축구만 해도 우리나라 대표팀이 중국 대표팀을 만나면 그렇게 잘할 수가 없다가도, 유럽의 강호들을 만나면 어처구니없이 무너지는 경우가 많지 않은가?
e 스포츠는 더 극단적이다.
축구는 골을 넣고 나면 다시 처음의 상황으로 리셋이지만, 게임은 아니었다.
게임에선 ‘스노우볼 효과’라는 게 적용되기 때문이다.
한 번 작은 승리를 거둬내면, 그다음에도 그 승리가 계속 더 큰 승리를 불러오게 되어, 작은 눈송이 같은 승리가 어느새 커다란 눈덩이가 되어 눈사태가 일어나는 효과다.
시빌 엠파이어도 이 효과에서 예외는 아니다.
전투를 통해 자원이 나오는 자리를 차지했다면 그 자원으로 상대를 더 압박할 수 있게 된다. 그럼 또 다른 자원을 차지하기 쉬워지고, 그렇게 되면 더, 더 큰 압박이 들어간다.
축구로 치면 계속 상대가 우리 페널티 박스에 머물면서 슛만 쏘고, 들어가도 또다시 우리 페널티 박스에서 시작해 버리는 셈이다.
그렇기에 조금의 실력 차이도 결과적으로는 크게 벌어지고 마는 게 e 스포츠의 특성이다.
즉, 내가 얼마나 잘하느냐보다, 상대가 얼마나 못하느냐도 중요한 것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눈치채지 못했다.
에스파냐와 프랑크가 못했던 거라,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조선은 바이킹을 이기고, 페르시아를 쓰러뜨렸으며 일본을 침몰시켰다.
심지어 다음 상대인 중국은 무려 3 대 0으로 격파했다.
여기서부터 사람들의 시선은 조금씩 달라졌다.
“어? 3 대 0이라고?”
그들도 알았다.
이 게임에서 3 대 0의 스코어가 나온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만약 중국이 조선보다 하나라도 더 나은 팀이었다면, 반드시 한 게임 정도는 가져갈 수 있다. 그게 RTS의 특성이다.
그런데 결과는 3 대 0이었다.
중국은 조선에게 단 한 면도 이기지 못했다.
완전히 압도당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야?”
“그럼 사실은 조선이 이렇게 센 거였다고?”
“에스파냐랑 프랑크는 죄가 없다고!?”
이는 그간 조선에게 패했던 강호들에게는 상당한 희소식이었다.
“우린 죄가 없다아아!”
“그래! 조선이 결승에 갔잖아!”
조선에게 진 팀들은 하나같이 국내 팬들에게 몰매를 맞아야 했다.
예선의 에스파냐 프랑크뿐 아니라, 바이킹, 페르시아 등등 전부 그랬다.
그야 그들에게 조선은 당연히 이겨야 되는 팀이었으니까.
그런데 이제서야 그게 아니라는 것이 밝혀진 셈이다.
중국은 세계 3위의 강팀. 심지어 전승을 달리던 자들이다. 아무리 대진운이 좋았다지만, 조선조차 그 좋은 대진운에 포함될 거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다수였다.
그런데 중국은 전패를 당했다.
“이러면…… 조선은 사실 강팀인 거야!?”
그때서야 전 세계의 게이머들은 현실을 자각했다.
“아, 아니. 아니지……. 조선은 강해지고 있는 거야.”
조선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는 걸.
조선은 결승에 올라, 로마와도 경쟁해 볼 수 있다는 걸.
그리고 조선이 로마와의 결승전에서 1승을 따낸 그 순간─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
조선의 관중석에 있던 자들이 환호와 함께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들은 과거 조선에게 패배했던 팀의 멤버들이었다.
에스파냐의 우노, 트레스, 나쵸가 있었고, 프랑크의 지휘부, 바이킹의 제시, 심지어 일본 지휘관이었던 링고.
그들은 모두 같은 마음으로 함성을 내질렀다.
“조선 잘한다아아아!”
“조선이 너무 잘했다아! 와아아아!”
“조선이 정말 너무 잘하네! 아무나 이기기 힘들겠어!?”
물론 그중에 한 명은 약간의 사심이 담겨 있었다.
“엄마! 나 커서 아몬드랑 결혼할래!”
다른 팀 선수들은 그녀의 희한한 구호가 신경 쓰일 법도 했지만, 다들 한 번 눈길만 줄 뿐.
다시 열렬한 승리의 흥분에 휩싸였다.
조선이 로마와의 경기에서 1세트를 따낸 것이 그들로서는 거의 구원이었기에.
‘살았다.’
‘수영해서 안 돌아가도 되다니……!’
‘젠장. 홈 경기 이지매당할 뻔했잖아!’
* * *
중계석에서도 아직 흥분이 가시지 않은 듯 1세트에 대한 말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아아아. 조선이 중국을 3 대 0으로 격파했을 때! 사실 이럴 수도 있다고!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렇죠! 그전까지는 만나면 당연히 진다! 중국한테도 그렇게 생각했었잖아요!?”
“맞습니다! 그런데! 중국 3 대 0 격파? 이거 아무나 하는 거 아니거든요! 로마한테도 해볼 만한! 그런 팀이나 가능한 성적이거든요!!”
-ㄹㅇ
-여기서부터 뭔가 희망이 있었음
-캬 ㅠㅠㅠ
-1세트 따내다니 ㄹㅇ 레전드네
-맵 운이 좋아따;
“그래서 로마한테도 혹시나! 혹시 해볼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그게 역시가 되어버렸습니다! 좋은 쪽으로요!!”
“예! 이로써 조선이 로마를 상대로 1세트 리드합니다! 경기 내용도 아주 좋았거든요? 일단 지휘관의 수싸움에서 쿠키가 전혀 밀리지 않는 모습!”
“맞습니다. 거기에 에이스 간의 격돌도 지금 리플레이로 나오죠!?”
아몬드의 성직자 저격, 피에르의 방어탑 점령, 그걸 막아내는 아몬드와 팡어.
“아아 둘이서 아주 게임을 이리 엎었다! 저리 엎었다! 상당히 치열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리플레이로 처음 알았는데! 아몬드 선수!? 이거 그냥 보지도 않고 쏜 건데요!?”
피에르와 그의 동료가 방어탑을 점령했을 때.
아몬드가 사다리에 매달려서 그들을 향해 화살을 쐈다.
그런데 아몬드의 시야에선 방어탑 지붕 밑만 보일 뿐, 병사들의 위치조차 가늠하기가 힘들었다.
-??
-아니 ㅋㅋㅋㅋ
-이거 뭐야 운빨이었어??ㅋㅋㅋ
-헐 ㅋㅋㅋ
-걍 될 대로 되라샷이었누
“아, 아니 이걸 대체 뭐라고 설명해야 되나요, 킹귤 님?!”
“이런 걸 미국에선 이렇게 표현합니다.”
“어떻게요?”
“God bless you.”
이건 운의 영역이라고밖에 볼 수 없는 한 방이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운빨이라는 거잖앜ㅋㅋㅋ
-ㅁㅊㅋㅋㅋㅋ
-승리의 여신도 여자라서…… 아몬드를……
-캬
거기에 팡어의 180도 커브샷이 더해지면서, 기적의 2인 동시 사격이 나왔던 것.
“여기서 동시에…… 따운! 이야~ 정말 엄청난 장면이죠?”
“저는 팡어 선수가 이 커브샷이…… 아. 심금을 울렸습니다.”
캐스터는 가짜국대를 꼭 챙겨보는 편이다.
그렇기에 알고 있었다.
“저 커브샷…… 팡어 선수가 처음 커브샷 정말 못 쏠 때! 실수록 계속 자기 맞히던 그 각이거든요!?”
“그렇습니다.”
“그걸로…… 그걸로 지금 상대 에이스를 잡은 거예요!”
-아 ㅋㅋㅋㅋㅋ
-ㅠㅠㅠ 그게 지금 에이스를 ㅠㅠ
-캬 ㅠ
-지렸다……
-역시 낭만 아재
이후 아몬드가 방어탑 위로 올라온 후.
목을 긋는 장면이 나온다.
하이라이트 영상에 선수들의 음성은 담기지 않았기에 캐스터가 묻는다.
“저 목 긋는 세레모니. 아…… 처음 보는 거 같은데? 무슨 의미일까요?”
-ㅋㅋㅋㅋㄹㅇ 뭐냐
-살인예고 ㅋㅋ
-치키챠?
음성이 담기지 않으니, 알 수 없었다.
“글쎄요? 오프 더 레코드라도 나와야 알겠습니다. 하지만 대충 그냥 내가 한 놈 잘랐다. 어필하는 거 같은데요?”
킹귤은 이렇게 대답하면서도 좀 의아했다.
아몬드가 병사 하나 죽였다고 세레모니를 하는 사람은 아니다.
상대 요주 인물이라도 죽인 게 아니고서야…….
“아. 그렇군요. 노룩샷. 정말 세레모니 못 참죠! 그럼 여러분! 일단 저희는 쉬는 시간을 갖고! 2경기에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중계진도 잠시 방송을 쉬고, 스크린에는 별다른 소리 없이 하이라이트 장면들만 흘러나오고 있었다.
잠시의 쉬는 시간이었다.
관객들은 각자 화장실을 가서 볼일을 보거나, 밖에서 파는 맛있는 것들을 사 들고 오고는 했다.
혹은 응원도구를 추가로 구입하는 자들도 있었다.
그렇게 관객들이 하나둘 자리를 빠져나가는데, 유독 한 중년만은 빤히 스크린을 바라본 채 가만히 앉아 있었다.
그는 조선 쪽 관중석에 앉아 있기는 했으나, 기뻐하는 표정도, 뭔가 크게 기대하며 설레는 표정도 아니었다.
복잡한 심정을, 파도치는 감정을 겨우 잠재우듯, 뭔가 꾹 누른 채로 그저 스크린을 응시하며 앉아 있었다.
* * *
“자~ 오늘 아니면 이제 구경 못 하는 응원도구들~ 굿즈로 챙겨가세요~ 조선이 우승하면 가치 떡상~”
경기가 끝나자마자 다시 밖에서 판매를 시작하던 주혁.
“……어?”
그는 자신의 앞에 선 사람을 보고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 치고 말았다.
‘뭐야. 이 사람. 그 사람 아닌가?’
이 사람은 주혁을 알지 못하지만, 주혁은 알고 있었다.
이 세상 편하게 지 마음대로 살아온 것처럼 생긴 외국인.
이 사람은 에스파냐 팀의 보조지휘관인 트레스다.
그 뒤로는 우노, 나쵸였다.
스페인어를 잘하는 건 아니지만, 주혁은 그들의 대화 정도는 알아들을 수 있었다.
“정말 이걸 산다는 거냐. 트레스?”
비교적 점잖아 보이는 사내, 우노가 혀를 차듯하며 트레스를 비꼬고 있었다.
“그럼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는데? 어? 이대로 조선이 우승해야 우리도 사는 거야.”
그러면서 트레스는 엄나커아 슈트를 구매하기 위해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라지?”
주혁은 대충 사이즈를 물었다.
“라지, 라지.”
그는 라지 사이지를 사서는 그 자리에서 곧장 입어버렸다.
“크흠. 너도 하나 사라고.”
그러고는 얼굴까지 지퍼를 올려 싹 가리고는 다시 관중석으로 향했다.
나쵸는 재밌다는 듯 웃더니 판매대에서 쿠키 모양의 멕시코 모자를 사 갔다.
우노만이 가만히 서서 판매대를 노려봤는데.
주혁은 괜스레 불편해서 다른 곳을 쳐다봤다.
‘뭐야. 왜 괜히 노려보는데?’
그는 우노가 살 리가 없다 생각하고 다른 손님 쪽을 보려는데.
“디스. 하우 머치?”
우노가 뭔가를 툭툭 건드리며 묻는다.
“……?”
당근 모양의 박수 풍선이었다.
무엇보다 그 박수 풍선 밑에는 당근의 얼굴이 그려진 방울이 달려 있다. 아주 생긴 거나 소리나 요란하기 짝이 없는 모델이었다.
주혁은 뭐라 설명이라도 해주고 싶었지만, 그는 돈만 툭 내고는 가버렸다.
“……?”
우노는 당근이 마음에 들었던 걸까?
아몬드를 좋아하는 것보다야 말이 되긴 했다만, 주혁은 참 괴상한 기분을 느끼며 다른 손님을 받았다.
그러는 중에도 우노 트레스 나쵸의 방문은 머릿속에서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특히나 얼굴을 붉히며 당근의 굿즈를 집는 우노 그 양반.
생각만 해도 피식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그들만큼 특이하고 기억에 남는 손님이 또 있을까? 싶었다.
그런데 산 넘어 산, 하늘 위의 하늘이라 했던가?
잠시 후, 그는 스페인 팀의 방문 따위는 머릿속에서 싹 사라지게 만드는 손님을 만나게 되는데.
그 손님은 특이하게도 꽤 나이가 많았고, 한참 늦은 건지 관중석 쪽이 아니라 티켓 창구 쪽에서부터 걸어왔다.
주혁은 사실 저 멀리서 그림자로 실루엣만 보는 그 순간에도 본능적으로 느꼈다.
세월을 담은 거울이 자신에게 점점 다가오는 듯한 묘한 기분.
자신처럼 큰 덩치에 날 선 눈매, 거기에 한참은 더 무게감이 느껴지는 턱선의 소유자가 그 앞에 섰다.
‘아버지…….’
그렇다.
그의 앞에 선 사람은 아버지다.
“어머 주혁아~ 오랜만이다~”
그 뒤엔 주혁의 절반을 물려준 또 다른 사람이 슬쩍 나와 손을 흔들었다. 언제나 해맑은 얼굴의 어머니다.
신나 하는 어머니와 달리, 억지로 끌려오기라도 한 듯한 아버지는 다른 곳을 쳐다보며 툭 던지듯 묻는다.
“제일 잘나가는 게 뭐냐. 줘봐라.”
“…….”
주혁은 잠시 대답을 망설인다.
“……아버지가 쓰시기엔 좀 그럴 텐데요.”
아무리 그가 불효자여도 그래도 간만의 재회인데 아버지에게 엄나커아 슈트를 씌울 수는 없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