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842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312화
101. 하늘이 돕네(2)
주혁은 머리가 멍해졌다.
“아버지가 쓰시기엔 좀 그럴 텐데요.”
다 큰아버지가 엄나커아를 쓰기엔 무리가 있다.
더군다나 아직 어색한 관계지 않은가.
“그럼 내가 쓸 만한 걸로 줘봐라.”
“…….”
주혁은 잠시 주섬주섬거린다.
쓰는 순간 아몬드 머리가 돼버리는 아몬드 모자를 줘버릴까 하다가, 고개를 젓더니 가장 무난한 걸 꺼내 들었다.
펑. 펑.
그는 시험 삼아 아버지 앞에서 두어 번 두들겨주며 설명했다.
“아몬드 박수 풍선입니다.”
“얼마냐.”
“그냥 가져가세요.”
아버지는 잠시 뭔가를 고민하는 듯하더니, 끄덕이고는 가져가셨다.
그 뒤에 따라온 어머니는 아까 주려다가 만 모자를 달라고 하신다.
“어머~! 어때? 나도 한 40대 같지?”
꽤 오랜 기간 떨어져 있었지만, 어머니는 평소와 같다.
하지만 주혁에겐 보였다.
그녀는 오늘 평소보다도 기분이 훨씬 좋다.
아무래도 주혁과 아버지 사이의 뭔가 변화를 느낀 것이다.
희한했다.
사과한다든가, 죄송했다든가, 아니면 뭐 내가 잘못했다든가…… 이런 말은 하나도 오가지 않았는데.
어떻게 셋이 같은 생각을 한단 말인가?
“40대는 무리죠.”
“……어휴. 얘는 말을 한마디도 안 져.”
어머니는 툴툴거리며 아버지를 따라 뛰어갔다.
아버지는 잠시 주혁과 눈이 마주쳤다.
“오늘 끝나면 동료들이랑 회식이냐?”
“아…… 아뇨. 결승은 다들 힘들 거라서…… 내일입니다.”
“그럼 괜찮으면 오늘 식사나 하자. 저녁에.”
“……?”
주혁은 순간 멈칫했다.
아버지가 먼저 손을 내밀고있다.
이런 것까진 예상치 못했는데.
“안 되는 거냐?”
“아, 아뇨. 예. 하겠습니다.”
아버지는 끄덕이며 경기장으로 들어가셨다.
주혁은 다시 복도에 혼자 남았다.
이리저리 오가는 사람은 많지만, 그는 혼자 다른 세상에 있는 듯했다.
머릿속에서 이 말이 지워지지 않는다.
「오늘 끝나면 동료들이랑 회식이냐?」
주혁의 머릿속에 괜히 이 말이 맴돈다.
‘동료들…….’
아버지는 그와 함께 일하는 자들을 동료로 인정해 주고 있었다.
그 말은 그가 하는 일을 인정한다는 것과 같았다.
그러니 먼저 스케줄을 물어본 것이다.
아들의 일이 먼저고, 다음이 자기와의 식사라고 생각하니까.
‘…….’
주혁은 한동안 멍하니 아버지가 사라진 경기장 입구를 바라본다.
쿵…… 쿵…….
그의 가슴이 뛰기 시작한다.
‘나…… 인정받기 시작한 건가.’
어쩌면 아버지의 심경에 어떤 큰 변화가 있는 걸까?
* * *
1세트가 끝난 직후.
희철은 캡슐 속에서 잠시 눈을 감았다.
쿵, 쿵, 쿵…….
그는 펄쩍펄쩍 뛰는 그의 심장을 진정시켜야 했다.
“후…….”
흥분을 억누르기 어려웠다.
그는 대개의 일반인들보다 훨씬 더 침착한 편인데도, 참기 어려웠다.
본선 진출이 목표였던 그에게 이제 우승컵이 아른거리고 있으니 말이다.
‘예선이 의미가 있었다.’
이 모든 기적은 그가 예선에서 로마를 상대로 진심으로 싸웠기 때문이다.
예선에선 전략적으로 포기하는 경기들이 생기곤 하는데.
희철은 그러지 않았다.
희철은 로마에 대한 연구를 멈추지 않았다.
그에게 있어 이 게임은 단순히 토너먼트에서 위로 올라가는 것에 그 의미가 있지 않았다.
예선이니까, 몇 게임은 내주고 우리는 본선에 실속 챙겨서 올라간다?
고작 그딴 결말에 다다르기 위해 지난 세월 이 게임에 모든 걸 바쳐온 게 아니었다.
그는 증명해야 했다.
국희철이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그가 어떤 마음으로 게임에 임하고, 이 게임이 그에게 어떤 의미인지.
열정을 쏟는다는 게 어떤 것인지.
왜 우리 팀을 우습게 봐서는 안 되는지.
그렇기에 그는 예선에서도 로마에게 전력으로 부딪쳤다. 물론 결과는 패배다.
전력으로 부딪친 만큼 더 아팠다.
어떻게 해도 저 팀을 이길 수 없는 게 아닐까? 조선은 로마만큼은 결국 한 경기도 잡지 못하는 걸까? 절망감이 스멀스멀 피어오를 때도 있었다만.
희철은 견뎌냈다.
그리고─
==== ====
조선 1
로마 0
==== ====
그 모든 시련의 문을 통과해서 오른 결승 무대.
그의 팀은 1승을 거둬냈다.
희철은 입술을 꽉 깨물며 캡슐을 열었다.
치이이이익……!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
관중들의 뜨거운 함성이 귓가를 때렸다.
그러나 희철은 마음을 가라앉힌다.
오로지 다음 경기를 향해 나아간다.
터벅, 터벅.
그가 대기실로 한 발씩 내디딜 때마다, 그의 마음은 점점 1세트에서 떠나 2세트로 향한다.
1세트는 잊는 것이다.
이겼거나 졌거나, 그건 이미 끝난 일이었다.
바로 다음을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흘끔 옆을 보는 희철.
‘……!’
그는 놀라고 만다.
모두가 같은 싸움을 하고 있었다.
그들 모두 최대한 절제된 감정으로 다음 세트를 향해 걷고 있었다.
이것에 대해 누군가 따로 언질을 준 것도 아니다. 훈련을 받은 것도 아니었다.
그저 모두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모두가 다 같은 곳을 바라보는 것이다.
「저느은…… 본선?」
「8강이 목표죠. 아무래도.」
「현실적으로는 본선……? 하하…….」
「16강 정도가 적당합니다.」
어느 순간부터였을까?
모두가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던 팀이 이제 하나의 과녁만을 향해 시위를 당기고 있다.
희철은 흔들리는 자신의 시선을 다시 대기실 입구로 고정한다.
동료들과 눈이 마주치면 무너져내릴 것 같았다.
그의 앞엔 누구보다 대기실로 빠르게 가고 있는 한 사람의 등이 보였다.
상현이었다.
「목표는…… 우승이요.」
처음부터 이 과녁만을 바라봤던 한 사람.
그 사람이 이제 팀의 가장 앞에서 걷고 있었다.
누구보다 감정을 억누른 채로.
* * *
“좋아. 좋아!”
“이겼어!”
싱크 탱크 회의실.
멤버들은 조선의 1세트 승리 후 뛸 듯이 기뻤으나.
금세 다시 자리에 앉았다.
“잠깐!!!”
쿵.
치승이 테이블을 내려치며 그들을 자중시켰기 때문이다.
“이제 2세트다. 2세트 준비해.”
2세트를 준비해야 했다.
그리고, 치승은 1세트를 보면서 강렬한 무언가를 느꼈다.
‘뭐지. 방금 그거.’
저 단단해 보이는 로마의 성벽, 높디높은 영광의 성벽…….
그곳에 큰 구멍이 있다.
그러나 눈에 보이진 않는다.
아직은 그렇다.
치승은 옆에 물만두에게 묻는다.
“2세트 지금 언질이 없는 거 보면 해상전 아니거든? 그럼 남은 맵 뭐 있어?”
“아, 남은 맵 몽골의 초원이랑, 험준한 산골짜기, 그리고…….”
등등.
그는 일단 남은 맵의 경우의 수를 체크하면서 전략을 수립했다.
“자, 자…… 여기 봐. 1세트 기반으로 다시 뽑을 거야. 어? 병과라든가 빌드 이런 거. 여러 개 준비했던 거 이제 추리면 되는 거야.”
“예!”
싱크 탱크의 멤버들 모두 눈에 활활 불이 지펴졌다.
모두가 한마음이었다.
‘우리가 로마를 이길 수 있어.’
‘우승할 수 있어!’
1세트를 이기기 전에는 모두가 마음 한편에 작은 의심을 품고 있었을 거다.
로마는 너무 강팀이다. 우리 전력으로는 힘들 거야…… 등의 생각이 한편에 분명 자리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젠 달랐다.
여기 있는 사람들은 누구 하나 빠짐없이 전부 우승을 향해 가고 있었다.
‘목표는…… 우승!’
치승은 가짜 국대 1화부터 늘 상현의 그 말을 머리에 새겨뒀었다.
그는 열심히 패드에 뭔가를 적어대면서도, 지금 다시 그 말을 되새겼다.
‘목표는 우승!!’
치승의 심박수가 점점 치솟았다.
쿵. 쿵.
정말로 닿을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분명 로마는 약점이 있다.
“이번 경기에서 로마가 허점을 확실히 보여줬어. 분명, 분명 보여!”
스스슥.
치승이 패드에 그려내는 그의 맵 동선과 여러 가지 경우의 수들이 복잡하게 나열되기 시작했다.
“그, 그게 뭔데?!”
옆에서 곱스피어가 묻는다.
로마의 약점이라니.
그런 게 보였다니.
같은 경기를 봤는데 전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치승이라면…….’
곱스피어는 자신은 몰랐더라도, 치승은 알 수도 있다 여겼다.
“……모, 몰라. 아직.”
그런데 치승이 고개를 젓는다.
오히려 곱스피어가 더 캐묻는다.
“그런 게 있긴 한 거야!? 놓치지 말고 잘 생각해!”
“으…… 있어…… 있어! 분명히 약점이 나왔어!”
“다음 경기에서도 쓸 수 있는?!”
“어. 다음 경기에서도…….”
“우리 다음 경기만 잡으면 3세트는 해상전이야. 해상전은 우리가 유리해! 3 대 0까지 만들 수 있다는 거야!”
“그래, 그래. 맞아.”
3 대 0.
그 말을 듣는 순간 치승의 머리가 찌릿거렸다.
“잠깐. 3 대 0까지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라…… 반드시 그렇게 해야 돼.”
“뭐……?”
“약팀이 3 대 2로 이기는 게 오히려 훨씬 어려워! 몰라서 그래!?”
그랬다.
선수층, 기본적인 집중 체력, 거기에 다시 회복하는 탄력성.
모든 면에서 로마의 선수들이 우월했다.
“주사위를 여러 번 던질수록! 모든 면이 6분의 1 확률에 수렴해! 큰 수의 법칙!”
“…….”
치승은 뭐에 홀린 사람 외치면서, 눈은 다급하게 영상을 훑었다.
“우리는 주사위 여러 번 던지면 안 돼. 우리는 작은 수야. 언더독이라고.”
그의 눈이 더 급해졌다.
‘약점은 있어.’
동물적 감각으로 분명 느껴졌다.
조선만이 공략할 수 있었던 로마의 약점.
분명 존재했다.
그러나─
“시간이 더 지나면 로마는 이 약점을 보완해서 올 거야. 우리는 2세트만 기회가 있어.”
2세트에 반드시 공략해야 한다.
여기서 3세트 안에 끝내야 하는 이유가 하나 추가된다.
회복 탄력성.
패배에서 피드백해서 다시 일어서는 능력을 말한다.
그게 멘탈적인 것이든 전략적인 것이든 체력적인 것이든.
지고 있는 상황에서 대응해 승리로 이끌어내는 능력.
이 능력에서 로마와 조선이 비교가 되지 않는다.
조선에겐 기회가 많지 않았다.
“이번에 찾아내야 돼.”
1세트에서 2세트로 넘어가는 이 짧은 시간.
치승은 찾아내야 했다.
“그게 뭔데! 대체!”
“모, 몰라! 하지만 1세트 때 분명…….”
단 한 번.
이 거대한 괴수를 단칼에 끝장낼 수 있는 한 방을.
‘생각해 봐. 언제부터야? 언제부터 완전히 기울었지? 어?’
어느 순간부터 게임이 완전히 뒤집어졌는가?
이들이 방어탑을 막지 못해서? 아니면, 피에르가 쓰러져서?
‘아니야. 아니야.’
치승은 고개를 저었다.
‘방패, 화살, 방어탑, 성벽…….’
고대의 성벽이라는 맵이 주는 특수성을 고려해선 안 된다.
다음 맵에선 무용지물이다.
로마만이 갖고 있는 고유한 어떤 특성 때문일 가능성이 컸다.
이걸 조선만이 갖고 있는 어떤 고유한 뭔가가…… 저격해 내고 있었다.
정말 어이없지만, 분명─
“!”
──쉬이이이이익!
치승의 머릿속으로 화살이 하나 스쳐 지나갔다.
1경기에서 쏜 화살.
누구지?
누가 쏜 거지?
그때였다.
쿵.
선수들이 문을 열고 입장한다.
가장 앞에 있는 사람의 얼굴을 보는 순간, 치승은 전율했다.
“목표는…… 우승…….”
그는 저도 모르게 이런 말을 입 밖으로 흘리며 다시 아까 그의 상상 속에서 스쳐 간 화살을 바라본다.
──퍼엉!
세차게 쏘아진 화살은 성직자의 머리에 정확히 박힌다.
‘이거다.’
그는 찾아냈다.
* * *
쿵.
안토가 가장 중앙에 있는 의자에 걸터앉는다.
“흠.”
그는 앉자마자 곧바로 피드백을 시작하려는 것이다.
모두가 긴장한 채로 그를 바라본다.
1세트를 졌으니, 아마 패배 원인에 대한 말이 나올 것이다.
안토는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는 편이었다. 그의 입에서 어떤 병사의 이름이 나올 수도 있었다.
그렇기에 모두는 긴장했다.
그러나, 그의 입에서 나온 건 사실 자신의 실책이었다.
“성직자 관리에 대해 다시 생각해 봐야겠더군.”
그는 정확히 인지하고 있었다.
어디서부터 게임이 잘못 흘러갔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