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843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313화
101. 하늘이 돕네(3)
대기실 내, 싱크 탱크의 회의실.
희철은 진중한 얼굴로 치승의 말을 듣고 있었다.
그가 로마의 약점을 발견해 냈다 한다.
“약점……?”
이제 와 새삼스레 문명의 약점을 발견했다니?
설마하니 이미 알고 있는 건 아닐 거고, 희철은 신기한 듯 반문한다.
“예. 바로 성직자입니다.”
치승이 간파해 낸 로마의 약점이란 성직자였다.
곱스피어와 물만두가 대체 뭔 말이냐는 듯 어이없어한다.
“그게 이제 와서 할 말이냐?”
“에이씨. 오빠 장난치지 마.”
성직자가 로마에게 중요한 유닛인 건 아무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당연히 성직자가 로마의 약점이 되기도 한다.
이걸 몰라서 성직자를 냅두는 게 아니었다.
보통 성직자는 부대의 최후방, 가장 안전한 곳에 배치되기 때문에 제대로 공략을 하기가 힘든 것뿐이다.
그나마 노릴 수 있다면 어느 정도 장거리 사격력이 갖춰진 3시대부터인데.
3시대부터는 성직자도 계속 뽑아낼 수 있기에, 별로 그리 중요해지지 않는다.
그러니까 치승이 말하는 건 지금…….
“아니, 잠깐.”
이에 희철은 잠시 손을 든다.
그의 머릿속에 스쳐 간 한 장면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 분명 죽었었지.”
전 경기에서 2시대에 성직자가 죽었었다.
그건 사고라고 생각했다.
“사고가 아니었나?”
“아닙니다. 2시대에 성직자를 암살할 수 있는 유일한 문명이 조선이에요.”
“!”
조선이 유일하게 성직자를 암살할 수 있다?
“1경기에서 정말 이상한 일이 벌어졌었거든요. 대체로 너무 상황이 바삐 흘러가서 그냥 지나갔었지만.”
대체로 안토가 성직자를 흘려서 아몬드가 사살했다…… 정도로 인식하고 있었는데.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안토도 이 사거리 계산을 제대로 못 한 겁니다.”
안토는 성직자를 흘린 게 아니라, 계산을 흘린 것이다.
“보세요.”
치승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적당한 언덕, 그리고 아래로 파묻히는 듯한 적의 진영.
그 언덕 위에 올려진 방어탑.
거기에 [집중 3초!]라는 문구를 써넣는다.
“여기서 어디까지 닿을 수 있는지. 정확히 그 계산을 아는 사람?”
“…….”
이론상 조선 단궁의 최대 사거리……라면 다들 대충 알지만, 지금 저기 그려진 상황에서는 알기 힘들었다.
시빌 엠파이어의 화살은 ‘사거리’가 정해졌다기보다는 ‘힘’이 정해진 무기이다.
그렇기에 커브샷을 쏘면 당연하게도 사거리가 훨씬 짧아지기도 하는 것이다.
같은 힘으로 더 많은 거리를 돌아야 하니까. 자연히 사거리가 줄어드는 거다.
“모르죠? 모르는 게 정상이에요. 이런 거 직접 다 해보는 경우가 없거든요. 매번 고저 차이가 같은 것도 아니고.”
이런 계산은 그야말로 그때그때 달라진다.
“근데 제가 이론상 가장 자주 나오는 고저 차로 계산해 봤어요. 그리고 성직자의 힐 사거리까지 계산해서 중대 간 대치 시에 우리 궁수가 성직자를 노릴 수 있는가…….”
타다다다닥.
치승이 그림을 더 그려 넣는다.
기다란 포물선이 성직자 머리끝에 가서 닿는다.
“방어탑이 지상 5미터 위 언덕에 지어진다 가정했을 때, 끝에 끝 사거리를 활용하면…….”
탕.
그의 펜이 멈춘다.
성직자 위에.
“성직자가 교전에 참가하는 순간 암살이 됩니다.”
희철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그래서…….’
그저 유리한 고지라 생각해 방어탑을 지은 거다.
방어탑의 높이를 더 높여서 사거리를 늘린다는 생각은 크게 없었다.
애초에 지휘관 시점에선 어느 정도 고저 차이인지 잘 인식이 안 되고, 아마 위에서 보던 안토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이런 계산은 1인칭으로 보고 있는 병사들이 현장에서 해야만 하는 계산이다.
아몬드는 그걸 계산해 낸 걸까?
‘아니.’
아니었다.
희철은 자신할 수 있었다.
그는 이런 걸 계산할 수 없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화살이 어디까지 쏠 수 있는지만큼은 귀신같이 알고 있다.
그렇기에 보인 것이다.
아무도 보지 못했던 안토의 실책이.
‘아니지. 실책이 아니야.’
아니, 사실 아몬드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그건 실책조차 아니었다.
성직자는 원래 있어야 하는 곳에 존재했을 뿐이다.
아몬드가 올라간 방어탑이 약 5미터 정도 위에 지어졌고, 우연찮게 성직자가 있던 지형이 조금 낮은 곳이어서 지형 고저 차의 합이 6~7미터로 형성됐던 것뿐이다.
‘이건 빈틈이야. 말 그대로…… 약점.’
아몬드에겐 보였던 것이다.
굳건한 로마의 실낱같은 틈이.
“거기에 방어탑이 올려주는 고도가 있으니…… 거의 20미터 이상의 고저 차가 확보되는 거군. 그때라면 아무리 최후방에서 힐의 사거리를 최대로 쓰고 있는 성직자라도 죽는다…….”
“예. 물론 이렇게 똑같은 상황이 나올 일은 없겠지만. 저는 1경기를 토대로 말씀드리는 거예요.”
“그렇군. 그럼 그런 상황을 유도해야 하는 건가?”
“예. 저희가 유도할 수 있습니다. 단…….”
치승이 어떤 맵의 사진을 보여준다.
[몽골의 평원]“이런 곳이 나오면 곤란하죠. 그때는 수정 들어가야 돼요. 하지만, 조금이라도 고저 차이가 있다면 시도해 볼 만한 고점 플레이입니다.”
희철은 고개를 끄덕인다.
확실히 그랬다.
2시대에 성직자를 암살해 볼 수 있다면, 로마라는 거대한 적도 별게 아니게 된다.
‘이거…… 잘하면…….’
고대의 성벽은 기본적으로 성벽이 보호하고 있기에 시도조차 할 수 없었으나.
‘그냥 본진에 있는 성직자도 노려볼 만한 건가?’
한번 생각이 성직자 암살에 대한 걸로 물꼬를 트자, 수도 없이 많은 경우의 수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더 얘기해 보자. 치승아.”
“예!”
* * *
한편, 가짜 국대 촬영진은 희철의 회의 내용과 더불어 대기실의 풍경을 촬영하고 있었는데.
“……서, 선수들이 조용하네요?”
가짜 국대 촬영진들 중 하나가 조용히 중얼거린다.
본래 조선 팀의 선수들은 경기가 이기면 상당히 떠들썩하게 대기실 분위기가 조성되곤 했다.
싱크 탱크와 지휘관만 따로 회의실에 들어가 토의를 나누고, 선수들은 내가 뭘 잘했느니, 거기선 내가 이걸 했다느니 하는 영웅담을 늘어놓기 바빴었다.
크게 이긴 경기는 각자 한마디씩 할 말이 있다 보니, 왁자지껄한 시장바닥이 되기도 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조용하다.
“일본전 이후로 뭔가 조금씩 바뀌더니…… 이제 완전 다른 사람들 같아요.”
“그러게.”
지금 조선은 다른 팀이었다.
무려 로마 상대로의 1경기 승리에도, 선수들은 동요하지 않고 있었다.
그들은 모두 2경기를 바라보고 있었다.
애써 참아내고 있는 것일 수도 있고, 정말 승리가 익숙해진 것일 수도 있었지만.
어느 쪽이든 이건 큰 변화였다.
작은 승패에 연연하지 않고, 바로 다음을 준비하는 것.
이런 프로로서의 면모가 조선 팀에서 나타나고 있었다.
어쩌면, 그들은 저들도 모르는 새에 프로가 되어가고 있었다.
“선수들 입장 준비해 주세요!”
어느새 대기 시간은 끝났다.
선수들은 하나둘 자리에서 일어나 줄을 섰다.
이제 곧 2경기가 시작된다.
하나같이 진지한 표정의 선수들이 입구 앞에서 대기했다.
‘다들 바뀌었구나.’
‘대단하다.’
가짜 국대 팀의 카메라가 따라가며 감탄한다.
그러던 중─
스크린에선 1경기의 하이라이트 장면들이 다시 나오고 있었다.
처음 틀어줬던 것과는 다르게, 선수들의 보이스가 담겨 있는 버전.
[따라와! 따라와!] [들어가아아아!]선수들의 콜이 담겨 있어, 쉬는 시간에 보기에 딱 알맞는 쏠쏠한 재미가 있는 영상이다.
이어서, 1경기에서 가장 중요했던 장면이 나온다.
팡어와 아몬드가 각각 한 명을 잡아내며 방어탑을 사수했던 그 장면.
말 그대로 궁수들의 묘기로 풀어낸 전투였다.
피에르와 그의 동료 하나가 방어탑으로 올라오고.
[제, 젠장!] [으억!]조선 병사들이 하나같이 당하던 와중.
팡어가 커브샷을 날린다.
그리고─
순식간에 둘이 사살됐다.
──퍼벙!
잠시 후, 아몬드가 방어탑 위로 올라와 시체를 확인하더니.
[피에르…… 컷!]경기장에 그의 음성이 울려 퍼진다.
쩌렁쩌렁하게.
아몬드는 그제야 알 수 있었다.
‘내가 아니야?’
함께 대기하던 팡어와 눈이 마주친다.
팡어가 겨우 웃음을 참고 있었다.
하나 관중들이 폭소한다.
“와하하하하하하하하하!!”
스크린에 벌룬스타즈 멤버들이 배꼽 빠져라 웃고 있는 장면이 비춘다.
풍선껌이 유독 자지러지고 있었다.
아몬드의 얼굴이 벌게졌다.
그는 이 일을 기억할 것이다.
그래서인지 현장의 선수들은 이를 꽉 깨물었다.
특히 궁수 부대는 신음조차 흘리지 않았다.
‘여기서 웃으면 한 번 뛸 거 두 번 뛴다!’
이제 결승이라 그럴 일은 없는데도, 몸이 절로 그렇게 반응해 버리고 있었다.
덕분에 조선 팀은 처음의 그 진지한 표정으로 입장을 시작할 수 있었다.
“선수들! 입장!”
* * *
“선수들이 입장합니다!”
“와아아아아아아!”
선수들이 입장하며 중계진은 2경기를 위한 포석을 깔고 있다.
“자, 조선이 1 대 0으로 무려 로마를 리드하고 있는 가운데! 2경기 곧 시작됩니다!”
선수들이 하나둘 캡슐 안으로 들어가고, 중계진은 흥을 끌어올리기 위한 여담을 잠시 나눈다.
“아. 킹귤 님. 이번 2경기 구도는 어떻게 보십니까?”
“아무래도 아직 맵도 보지 않은 상태라,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하기 힘들지만! 저는 조선이 생각보다 할 만해 보이는데요!?”
“그렇습니까?! 조선이! 로마를 상대로!?”
“예! 놀랍게도 1경기 경기력이 상당했어요. 오늘 조선! 컨디션 굉장히 좋아 보여요!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럼 조선이 우승까지도 가능하다는 이야기죠!?”
“그렇죠! 결승에 올라온 이상! 누가 우승해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조선이 우승하면 저는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하와이로 놀러 가기로 했거든요? 미리 비행기 예약해야 될 수도 있는 거예요. 지금!”
“아앗……!?”
킹귤의 말에 채팅창에서는 한바탕 소란이 일었다.
-플래그 멈춰!
-왜 갑자기 부두술을 ㅋㅋㅋ
-ㅁㅊ 플래그ㄷㄷ
-로마가 우승하면 난 그녀에게 고백할거야! 로마는 어떻게 강팀이 되었는가? 로마의 우승 스킨은 금색과 보라색의 투구일거야!
-갑자기 ㅋㅋㅋ
-로마의 사주냐?
-킹귤 미쳤나 ㅋㅋㅋ
이런 중요한 경기에서의 설레발은 팬들 사이에서 철저히 금지되어 있었다.
설레발을 치다가 어이없게 우승을 빼앗기거나, 말도 안 되는 팀한테 지는 사례가 상당히 많이 나왔기 때문이다.
“아하하! 킹귤 님 말은 로마가 이기면! 로마가 이기면 놀러 간답니다!”
캐스터는 대충 수습 후, 다시 경기 내용으로 돌아갔다.
“좋습니다! 선수들 전부 입장했습니다! 조선 대 로마, 로마 대 조선 대망의 국가 대항전 결승전! 2경기! 함께 보시죠~!”
캐스터의 외침과 함께 홀로그램이 발동되며 경기장 내가 흙먼지로 가득 차올랐다.
쿠구구궁……!
지형이 이리저리 치솟으며 좀 전의 맵보다 훨씬 고저 차가 강하게 나타나고 있었다.
“이건…… 해상맵……은 아니죠? 해상맵 첫 등장은 미리 알려주거든요? 3경기가 해상맵이고.”
이렇게 고저 차이가 강한 맵은 대체로 해상맵인 경우가 많았다.
여기에 물만 채우면 그대로 섬이 둥둥 떠다니는 모양새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상전은 3경기에 예약되어 있었다.
2경기는 해상전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이거 산악맵이거든요!?”
맵의 지형이 완성된 후, 초록의 녹음이 곳곳에 펼쳐진다.
사아아아아……!
이파리가 솟아나고, 온통 녹색으로 맵이 물들어 가며, 이름이 공개된다.
[험준한 산골짜기]“와아아아아아아아!”
조선 관중석 쪽에서 함성 소리가 울려 퍼진다.
-오
-캬
-하늘이 돕네ㄷㄷ
-이거지
-크
킹귤도 주먹을 불끈 쥔다.
“그렇죠! 드디어! 조선에 유리한 맵이 나왔습니다!?”
맵의 유불리가 있다 해도 막상 승률이 엄청난 차이로 벌어져 있는 경우는 없지만.
유리한 맵은 확실히 풀어 나가는 데 용이한 면이 있었다.
분명 상대가 한 번 더 생각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이야, 여기서 조선이 2세트 굳히고 3세트 해상전에서 완전히 3 대 0으로 가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 로마가 너무 잘해서 사실 그 이상은 무섭거든요?”
“예! 로마 상대로 5경기 장기전을 가고 싶은 문명은 없을 거예요. 럭키 펀치 한 대 때렸을 때, 미친듯이 몰아쳐서! 한 번에 끝내야죠!”
“자! 경기 시작했고! 맵은 험준한 산골짜기! 거기서 11시 북서쪽에 로마 파란색, 5시 남동쪽은 조선 붉은색입니다.”
* * *
험준한 산골짜기.
이 맵이 등장한 순간, 조선의 싱크탱크 쪽에서는 승기가 감돌았다.
‘됐다……!’
조선이 유리한 맵이 나온 것도 있지만, 이건 그 이상이었다.
“치승아. 이, 이거…….”
곱스피어는 마른 침을 꿀꺽 삼키며 치승을 쳐다봤다.
치승이 고개를 끄덕였다.
극한의 고저 차이를 심지어 방어탑도 없이 구현할 수 있는 맵이 나왔다.
치승의 주먹이 불끈 쥐어졌다.
어쩌면 정말로 조선에게 하늘이 내려준 기회이다.
“그래. 나왔어. 성직자를 암살할 수 있는 맵.”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