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846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316화
102. 더 큰 그림(3)
조선의 병사들은 전부 전방위로 퍼져서 정찰과 사냥을 진행 중이다.
그러니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가 없었다.
서로라도 소통이 되어야 뭔가 공유가 되는데, 전부 하나둘씩 떨어져 있었던 것이다.
아몬드 옆에 붙은 당근조차도 현재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진 못했다.
‘어떻게 되가는 건지…….’
로마 본진 쪽에서 한참 멀리 떨어져 있는 곳을 돌아다니는 데다가, 옆에 있는 한 사람이 이런 거엔 하등 관심 없는 사람이니.
그녀로서도 로마 본진 쪽에서 조선 정찰대가 연속해서 로마군에 잡아먹혔다는 걸 알아채긴 힘들었다.
그냥 일단 계획대로 돌아가고 있다고 여기고 있을 뿐이었다.
두둥.
[조선 – 2시대]‘2시대가 조금 느린데.’
다만 2시대가 미묘하게 느렸다.
그러나 이건 지형 상황, 자원의 분포 등…… 일이 잘 풀리고 아니고의 문제보다 주어진 조건에 의한 차이일 수 있었다.
시빌엠파이어의 특성상 맵의 자원 위치나 지형 등이 랜덤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오히려 지휘관이 어디에 어떻게 건물을 배치하고, 어떤 동선을 구축하느냐에 따라 시대업이 빨라질 수도 있고, 느려질 수도 있었다.
최고다이순신이 이 분야의 최고 수준의 속도였으나, 쿠키는 본래 이런데에 능한 지휘관은 아니었다.
그래서 나름대로 잘 풀리고 있겠거니 생각할 수 있었으나.
띠링.
[잠입]그녀와 아몬드에게 이 명령이 떨어진 순간.
뭔가 잘못됐다는 걸 깨달았다.
‘잠입?’
단순 이동 명령이 아니라, 잠입이다.
잠입 명령은 첫째로는 말 그대로의 의미로서 상대방에게 들키지 않고 진입하라는 뜻이다.
이어지는 이야기로, 둘째로는 지휘관보다는 플레이어의 재량에 더 많은 걸 부여하는 명령이다.
들키지 않고 진입한다는 명령에는 변수가 상당히 많아서 일일이 지휘관이 루트를 잡아줄 수 없기 때문이다.
지휘관은 위험 요소만을 체크해 주고, 병사가 알아서 들어가야 한다.
나름대로 고난도 명령인 셈이다.
‘이게 내려오는 게 아니었을 텐데.’
당근이 들은 계획에 의하면 이 타이밍엔 잠입이 아니라, 단순 진입 명령이 떨어졌어야 했다.
‘본진 내부 지형 파악이 안 되고 있구나.’
내부 지형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면, 잠입이 아니라 진입이었을 것이다.
진입 명령을 받으면 병사는 아무런 부가적인 생각 없이, 곧바로 직행하게 된다.
그런 경우 시간 낭비 거의 없이 원하는 장소에 도착할 수 있다.
물론 그사이 나타나는 위협에 대처할 확률이 줄어든다.
이건 그러니까, 내부 지형을 훤히 안다는 전제하에나 쓸 수 있는 전법이다.
‘우린 그렇게 해야 하는 거였는데.’
이 작전은 시간이 생명인 작전이었다.
‘성직자 암살 작전이니까.’
* * *
한편, 이 작전을 모르는 중계진.
“어? 조선! 2시대로 올라가자마자 뭔가 움직임이 바뀝니다?”
“패궁러가 또 나오나요!?”
-또궁러 ㅋㅋㅋ
-로마 상대로 패궁러를 또 하다니 ㄷㄷ
-모르면 죽지만 알고도 당하는……
-3연벙의 나라
그들에겐 이 움직임이 이상할 수밖에 없었다.
패스트 궁병 러쉬치고는 움직이는 인원이 현저히 적은 것이다.
“어어 조선…… 이건 좀 희한한데요!?”
무엇보다 이상한 점은 동원되는 인원은 적은데, 보조 지휘관이라는 고급 인력은 또 전부 투입되고 있다는 점.
“지금 갑자기 보조 지휘관 둘이 로마 본진으로 접근 중입니다?!”
“이거 위험하지 않습니까? 아무래도 말을 타고 있긴 한데, 산악 지형에 잘못 갇히면 그냥 죽거든요?”
말을 탄 보조 지휘관들은 다른 지형에서라면 일반 보병에 쉽게 따라잡히지 않지만, 이런 지형에서는 오히려 말을 탄 것이 약점이 된다.
그런 보조 지휘관들이 상대 본진 쪽으로 접근하면, 최악의 경우엔 초반의 가장 소중한 자원인 말을 버리고 도망쳐야 한다.
“산악 민족이 말에는 적용이 안 되거든요!? 보조 지휘관 둘이 본진 근처로 접근하는 이유가 뭘까요!?”
“아무래도 탐색을 하는 거 같은데…….”
그러는 사이, 아몬드와 당근이 병과 변경을 위해 조선 본진에 도착한다.
“자 단궁이 나오기 시작했고, 아몬드 그리고 당근 순으로 활을 받습니다? 아몬드가 리더로 됐고…… 이거 근데 패궁러라고 하기엔 인원이 현저히 적거든요!?”
“로마는 한편…… 천천히 그리고 단단하게 병력 구성 중이거든요? 이래서 로마 상대로 패궁러 같은 2시대 전략이 어렵거든요?”
“그렇죠. 로마는 2시대에 병력을 구성하기가 되게 수월하죠. 2시대 병기가 3시대에도 통용되는 효율을 갖고 있어서…… 미리 뽑아놓는다는 개념이 되거든요?”
“예. 그렇죠! 다른 문명 같으면 2시대에 너무 많은 생산하기 부담스러운데! 로마는 아니거든요? 근데 조선이 또 패궁러…… 아니, 뭔가의 승부수를 두고 있어요! 2시대에!”
1시대가 조선이 약간 유리, 2시대는 로마의 시대고, 3시대부터가 조선의 턴이다.
4시대는 다시 로마가 약간 유리해진다.
이게 그간 조선과 로마전의 대결 구도였다.
“이번 결승전! 역시 결승전답게! 그간 저희가 알고 있던 상식이나 상성 같은 게! 진짜 아무 의미가 없어지고 있습니다!”
“맞습니다! 무협지 같은 데서도 진짜 고수들 간의 대결이 그렇죠!?”
고대의 성벽 맵의 유불리도 그러하고, 지금 2경기도 그간 익숙한 구도와 개념은 전부 상관이 없어지고 있었다.
국제전 무대라는 것이 그렇다.
서로의 개념이 충돌하며, 짧은 시간 안에 치열하게 발전해 버려서, 그 대회만의 새로운 개념들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지금 결승 무대에서 그 현상이 더 극명해지고 있었다.
“아몬드와 당근! 단 두 명이 지금 들어가는데요!? 이거 진짜예요!?”
보조 지휘관들이 길을 밝혀놓고, 둘이 그 길을 따라 들어가기 시작한다.
“보조 지휘관들은 입구까지만 밝혀놨어요! 이 다음부터는 완전 암흑시야인데! 들어가나요?!”
“2시대에 궁수 둘 잃는 건 좀 크거든요? 그중 하나가 심지어 아몬드에요!? 그냥 궁수가 아닙니다!?”
“산을 타면서 들어가서! 로마 쪽에서도 잘 모릅니다, 아직은요!? 그런데─”
로마가 어떤 움직임을 보여줄지 집중하는 순간.
─탁.
로마 쪽 시야가 꺼진다.
-ㄷㄷ
-캬
-이게 조선 시야임?? ㄷㄷ
-와
-개쫄리네
조선의 입장에서 로마를 잠입하는 시야 그대로가 중계된다.
“아아! 이거 진짜 심장 떨리는데요!?”
아몬드와 당근이 진입하는 루트, 그곳은 지나치게 어두웠다. 아무것도 밝혀진 적이 없는 그야말로 미지의 지형.
‘근데 이게 무슨 의미인 거지?’
이렇게 보니 더욱 킹귤은 이해하지 못했다.
이 잠입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이거 일단 로마는 예측하지 못할 거 같긴 하거든요? 그런데 뭘 위한 잠입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궁수 단 두 명이 할 수 있는 게…….”
그때였다.
킹귤의 말에 비웃기라도 하듯, 로마 쪽 시야가 다시 켜진다.
파앗!
“!”
킹귤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이걸 왜…….”
로마군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았다.
아니, 이걸 움직임이라 표현하는 게 맞을까?
“왜 이걸 기다리고 있는 것 같죠!?”
그들은 이미 자리를 잡고 있었다.
심해의 아귀가 빛나는 미끼를 걸어놓고, 아가리를 쫘악 벌리고 있는 듯한 모양새.
‘미끼……? 대체 뭐가 미끼지?’
그 모양새를 보고서야 킹귤은 눈치챘다.
그간의 모든 이상한 현상들이 단 하나의 개념으로 압축되는 순간이었다.
왜 조선이 무리해서 로마 본진 안쪽으로 정찰하려 했는지, 그걸 왜 안토가 알고 있었는지, 그리고 지금도 왜 조선이 단 두 명의 궁수가 들어가는지, 심지어 그걸 왜 안토가 알고 있는지……
둘 다 같은 걸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서, 성직자! 성직자를 노리고 들어가는 거네요!”
-??
-엥?
-ㄹㅇ???
-저걸 죽일 수 있어??
-헐ㅋㅋㅋ
-ㅁㅊ
“이게 지금…… 정말 가능한 건가요!?”
놀라웠다.
분명 구도를 읽으면 성직자를 노리는 것이지만.
그게 가능하단 말인가?
아마 가능한 걸로 보이긴 한다.
적어도 현시점 세계 최고의 지휘관 둘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쿠키도 그걸 노리고 공격하고, 안토도 그걸 의식하며 방어하는 것이다.
“잠깐만요. 그럼 이거 크, 큰일인데요!?”
미처 생각지 못한 요소.
“안토가 다 알고 있어요!!!”
이 모든 구도를 안토가 다 알고 있었다.
그런 이상, 이 작전이 제대로 먹힐 리가 없었다.
“산악 지형에서 적들이 미리 매복 중이면! 이걸 어떻게 할 방법이 없는데요!”
-헐
-ㄹㅇ??
-그래서 1시대에 그런 일이……
-와 ㄷㄷ
-대체 뭐임;
-ㄴㅇㄱ
“더군다나 성직자 암살 작전이라면! 지금 사실 시간이 지체되는 게 굉장히 손해거든요? 여기서 암흑 시야라서 엄청 천천히 들어가는 거부터가 손해인데! 이거 조선 입장에서 너무 위험해서! 빨리 갈 수가…….”
그때였다.
휘이이이이이─!
[매 날리기]조선의 매가 하늘로 날아올랐다.
“!”
순간적으로 로마군의 위치가 다 드러나 버렸다.
“아 다 들켰거든요!? 위험 요소를 다 아는 만큼! 천천히 잘 진입하면 어떻게 될 수도 있을까요!?”
“아…… 그, 그런데! 이거 안다고 해도 피해 가는 게 되나요!?”
아몬드와 당근 단둘만 들어온 조선.
그리고 약 20의 병력이 이곳저곳 매복한 로마.
단순 숫자로는 뻔한 싸움이었다.
‘엄청 많네.’
아몬드의 시야에 빨간빛이 이곳저곳 내리꽂히기 시작했다.
위험핑이었다.
[위험] [위험] [위험].
.
.
물론, 그뿐이 아니었다.
“아 그런데 이거! 로마 쪽에서도 매가 떴다는 걸 알거든요!?”
매 날리기의 단점.
적도 자신들이 들켰다는 걸 알게 된다.
로마군이 황급히 매복지를 변경한다.
수많은 로마군이 이동한다.
아까의 정보는 의미가 없어질 수도 있었다.
‘어떻게 가야 하지…….’
당근은 초조한 얼굴로 루트를 계산한다.
아직 지휘관 쪽에서도 루트가 만들어지지 않은 상황.
그런데─
‘어?’
아몬드가 0.1초의 망설임도 없이 내달리기 시작했다.
─타다다다다닥!
“그런데 아몬드!!”
중계진에서도 놀란다.
이 수많은 위험 핑을 보고도 그냥 들어간다니?
“아몬드 뜁니다! 뒤에 당근도 헐레벌떡 쫓아가고!”
-당근 표정ㅋㅋㅋ
-이게 유관의 DNA다. 당근.
-뭐라 하고 있는 거 같은데?ㅋ
-아니 이걸 뛰네 ㅋㅋㅋ
-에라 모르겠다 돌진
-유관행동
“산악 민족 속도 붙었다고 해도! 진짜 너무 빨라요!? 왜죠!?”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시빌엠파이어에선 이동속도가 정해져 있다.
아몬드가 더 빨리 뛸 수 있는 방법 같은 건 없었다.
그런데도 더 빨라 보인다.
“의심이 없으니까!”
“예!?”
조금의 멈칫거림도 없이 뛰고 있기 때문이다.
-치타: ???
-ㅋㅋㅋㅋㅋㅋ
-???: 광복할 줄 몰랐으니까!
-뭘 알아야 의심을 하지 ㅋㅋㅋ
“경주마 같은 거죠! 경주마 양옆 시야를 가려 버리거든요!? 딴생각 못 하고 오로지 뛰기만 하게끔!!”
“아! 아몬드! 자체 경주마인 건가요!?”
-ㅁㅊㅋㅋㅋㅋ
-딴생각을 못 한다는 건 똑같누……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냥 뛰는 거야…… 개같이 뛰는 거야……
“원래 이렇게 빨리 뛰면……! 위험하긴 한데! 지금 오히려 덜 위험해지고 있어요!!”
로마군이 아몬드의 돌발적인 달리기를 대처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들은 조선의 매를 인지했을 뿐, 아직 아몬드와 당근이 어딨는지는 모르는 데다가, 그들이 이렇게 파격적으로 마구 들어올 거라는 전제를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게 그거잖아요!? 빨리 뛰면 물 위도 뛸 수 있다! 하지만 의심하는 순간! 물에 빠지거든요!?”
-ㄷㄷ
-군대 선임이 시키던건데;
-지져스 크라이몬드 ㄷㄷ
-ㅁㅊㅋㅋㅋㅋ
-그건 의심 안해도 빠져요……
-앜ㅋㅋㅋ
아몬드는 위험 핑들 사이의 보이는 루트를 순간적으로 인지하고 뛰어버렸고.
로마는 미쳐 매복 위치를 채 바꾸지 못했다.
그는 본능적으로 안 것이다.
쿠키가 준 정보는 지금 이 한순간만 유효하다는 걸.
그리고 그의 그 직감은 완전히 들어맞았다.
“아몬드! 당근!! 매복지대를……!?”
험준한 산길을 치고 올라가는 그들 앞에 등장한 로마군은 단 한 명도 없었다.
“통과했습니다아!?”
그리고, 정상에 올라서자……
휘이이이이이!
[매 날리기]조선의 매가 다시 한번 날아오른다.
로마 본진 일꾼들이 금광을 캐는 곳이 그대로 훤히 비춘다.
“이, 이제 보이거든요!?”
아몬드의 시야에도 콩알만 하게 보였다.
‘저기다.’
일꾼들 사이에서 버프를 주고 있는 성직자의 모습이.
시간이 없었다.
그는 당장 화살을 꺼내 든다.
‘따라오고 있을 거야.’
타다다다닥.
산 전체에 발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다.
이 산에 매복했던 모든 병력이 그를 찾아 나서고 있다.
기리릭.
시위를 매기고, 당긴 채로 기다린다.
‘1초.’
[집중]집중의 하얀 빛이 모여든다.
‘2초.’
하얀빛이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3초.’
키이이잉─
하얀빛이 강렬하게 타오르며 번뜩인다.
화살 끝이 성직자의 머리를 향하다가 한참 위로 치솟는다.
아몬드로서도 이건 도전이었다.
이 먼 거리에서 2시대 단궁으로 성직자의 머리를 한 번에 맞히려면, 일반적인 각도로는 안됐다.
그야말로 화살의 힘이 닿는 그 마지막 순간까지 활용해야 하는 한 방.
현실에서는 화살의 힘이 다 떨어져 맞아도 의미가 없어지는 사격이지만, 여기선 달랐다.
맞기만 한다면, 닿기만 한다면─
‘죽을 거야.’
아몬드의 눈이 번뜩인다.
팽팽하게 당겨졌던 시위가 놓아진다.
─파아앙!
화살이 높이 날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