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847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317화
102. 더 큰 그림(4)
아몬드가 화살을 쏘기 전.
조선은 한 가지 움직임을 더 추가하고 있었다.
바로 로마 본진 근처로 다른 야만 병사와 궁수들이 우르르 몰려간 것이다.
이 움직임은 ‘양동작전’처럼 보였다.
아몬드와 당근이 미끼고, 이쪽이 본대인 것처럼.
“쿠키 병력으로 훼이크. 이거 좋거든요? 혼란스럽죠!?”
안토의 시선도 순간 크게 분산될 수밖에 없었다.
로마군의 움직임도 그에 따라 양분되었다.
그 와중에 아몬드의 화살이 날아간다.
“그리고, 아몬드!! 쐈어요!?”
아몬드가 쏜 한 발이 2경기 거의 모든 승패를 가른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슈우우웅…….
상당히 속도감 있게 쏘아지던 이전의 사격과는 다르게, 올림픽 투포환 경기처럼 날아가는 시간이 훤히 다 느껴진다.
화살이 그리는 길은 극한의 포물선.
화살이 나는 거리는 그야말로 한계에 가까운 장거리였다.
“마, 맞나요!?”
하아.
아몬드가 머금었던 숨이 뱉어지고, 화살은 놀랍도록 정확하게 성직자의 머리를 향해 날아갔다.
-ㄷㄷ
-헐
-큰 거온다
-캬
-와
-ㅅㅂ되냐?
‘맞았다.’
아몬드조차 그렇게 생각한 순간.
“!”
그의 눈이 부릅떠진다.
“아아아!?”
해설진 모두도 경악한다.
-??
-헐
-?
-아
텅……!
커다란 방패가 튀어나와 화살을 막아버린다.
중계 화면에 보이는 모든 이들의 표정이 같았다. 심지어 로마 쪽의 관중들마저도.
그중 유일하게 다른 표정을 짓고 있는 자는 지휘관 캠에 찍힌 안토.
그의 입꼬리가 드물게 치솟는다.
만족스럽다는 듯이.
마치 잘은 송사리만 건지던 어부가 드디어 자신이 노리던 대어를 낚아챈 듯.
거친 바다를 수도 없이 겪은 이 어부는 인내하고 또 감내할 줄 알지만, 이 순간만큼은 웃는다.
그의 웃음은 오랜 인내 끝에 얻어진 달콤한 보상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누군가에겐 그만큼 확실한 죽음이었다.
“이, 이런 확실한 방법이 있었군요!?”
“아, 아니…… 이, 이게!?”
성직자를 어떻게 노릴지 안토는 정확히 알고 있었기에, 아주 간단하고 가장 확실한 방법을 택했다.
“이건 안토가 완전히 머리 위에 있었는데요!?”
그냥 방패를 든 한 명이 성직자 옆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된다.
그가 알아야 하는 건 오로지 어느 방향에서 화살이 날아올 예정이었느냐는 것뿐이었다.
사실 그는 아몬드를 산에 못 올라가게 제지할 필요도 없었으며, 조선의 매가 그들을 다 지켜봤어도 괜찮았다.
오히려 그것 또한 계산의 범주 안이었다.
조선이 이럴 때 매를 쓰지 않으면 언제 쓰겠는가?
“대체 몇 수 앞을 내다본 겁니까!? 안토!!”
사실상 안토는 조선에게 일부러 길을 내어준 것이다.
조선의 가장 중요한 임무를 위해, 가장 유능한 인재가 파견될 것을 알기에, 그는 가장 깊은 곳을 내어준 것이다.
적을 완전히 끝낼 수도 있는 가장 깊은 그곳은, 달리 말하면 한 번 들어가면 절대 나올 수 없는 수렁이기도 했다.
스릉!
아몬드와 당근 뒤쪽에서 검을 꺼내 드는 로마 병사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아아…….”
중계진은 탄식을 내지른다.
“아니, 그리고 조선 본대가 막 입구로 대놓고 들어가면서 혼란 주고 있는데! 이런 와중에도 전혀 흔들림이 없거든요!?”
본대 쪽도 천천히 그리고 확실하게 막히고 있었다.
애초에 양동작전의 흉내에 가까운 전략이었기에, 제대로 된 싸움은 피하게 되니, 당연했다.
“아아, 이게! 환술을 썼는데! 상대가 그냥 알고 있으면 방법이 없죠!?”
“이, 이거 빠져나가는 게 되나요!?”
“그럴 리가 없죠! 아몬드랑 당근은 너무 깊숙하거든요!?”
“그럼 어떡해야 하나요!? 조선!”
“방법이 거의 안 보입니다! 이거 완전 안토한테 제대로 빨려들어간 꼴이에요! 제대로 낚였어요!”
-조졌네
-와……
-헐;
-이거 설계야??
-???: 너 납치된거야
* * *
로마의 병사들은 화살이 쏘아진 위치를 보고 금세 아몬드를 찾을 수 있었다.
아몬드와 당근은 금세 포위되었다.
“젠장.”
아몬드는 다시 한번 성직자 쪽을 돌아본다.
방패를 든 누군가가 보인다.
익숙한 얼굴이다.
[피에르]조선과 마찬가지로 로마 역시 가장 중요한 임무에 가장 중요한 인재를 배치했다.
‘해볼까.’
아몬드는 상대를 확인했음에도, 강행한다.
“당근. 시간 좀.”
당근은 곧바로 알아듣는다.
“응. 어쩔 수 없네.”
그녀는 뒤에 몰려오는 병사들을 향해 시위를 당긴다.
아몬드는 당근을 둔 채로, 산 정상을 넘어 반대편 산자락으로 뛰어간다.
“죽여라! 저놈 쫓아!”
“그건 안 되지.”
로마군이 달려오자, 당근이 화살을 난사한다.
파아앙!
파바방!
당근의 연사 능력에 마구잡이로 달려오던 로마군이 주춤한다.
심지어 하나는 순식간에 죽기까지했다. 완전히 뒤를 잡았다고 너무 방심한 것이다. 결국 그들은 방패를 세웠다. 이동 속도가 저하된다.
당근은 그 틈에 뒤로 달리면서 시위를 계속 당긴다.
터엉!
터덩!
방패에 화살이 전부 막히지만, 상관없었다.
‘제발.’
그녀의 눈은 아몬드의 등을 보고 있었다.
아몬드의 등이 굵직하게 움직이며, 다시 활시위를 당긴다.
그는 성직자를 한 번 더 노리는 것이다.
‘맞혀줘…… 아몬드!’
* * *
“다, 당근이 시간 끌면서!? 아몬드!?”
“당근 지금! 산악민족으로 뒤로 뛰면서 무빙샷! 완전히 제대로 엄호하고 있어요! 이거 로마군이!? 역시 산악지형인가요!?”
“조선이 말하는 거죠!? 산길은 로마로 안 통한다!?”
-ㅋㅋㅋㅋㅋㅋ
-등산의 민족
-등산복이 유니폼인 나라
-크
-아 로마는 평지라고 ㅋㅋㅋ
“아몬드! 다시 2차 시도!”
파아앙!
아몬드의 화살이 다시 성직자를 노린다.
‘젠장.’
아몬드도 안다.
이미 어디서 쏘는지, 어떤 각도로만 쏴야 하는지, 그리고 누굴 쏘는지 다 알고 있으니…….
‘저놈이라면.’
피에르라면 다 막는다는 걸.
“하지만 피에르 정확한 위치에서 대기하는…… 어!?”
──퍼엉!
로마의 일꾼 머리 쪽에서 하얀빛이 폭발한다.
성직자가 아니었다.
“……!?”
아몬드는 일꾼을 노리기 시작한 것이다.
털썩.
일꾼이 쓰러지고, 그는 다시 산자락을 타고 달린다.
기리릭─
그리고 화살을 당긴다.
‘일꾼을?’
피에르도 잠시 당황스러운 듯 일꾼과 성직자를 번갈아 바라본다.
3초의 집중 후.
아몬드가 시위를 놓는다.
파아아앙!
화살이 날아가고, 당근이 칼에 베인다.
펑!
로마의 일꾼 머리에 다시 명중한다.
당근의 체력이 절반 날아간다.
[체력 50%]피에르의 눈이 꿈틀거린다.
눈앞에서 일꾼들이 쓰러져 간다.
기리릭─
아몬드는 다시 활시위를 당긴다.
수풀 자락에 자리를 잡고, 이번엔 아예 상반신을 뒤로 돌린다.
로마의 본진이 아닌, 당근 쪽을 향해 시위를 놓는다.
──퍼엉!
‘헉.’
당근을 끝내려던 칼을 휘두르던 자가 죽는다.
당근과 아몬드의 눈이 마주친다.
‘아차.’
잠시 멍해졌던 그녀는 얼른 시선을 돌려 로마군을 하나 더 쏜다.
펑!
로마군 하나가 더 쓰러진다.
“아몬드! 슈퍼 세이브까지!?!”
“이, 이거…… 당근 한 턴 더 사는데요!? 정말 되나요!? 두 명이 기적을 일으키나요!?”
“피에르 입장에서도! 지금! 일꾼 둘 정도 죽은 건…… 큰일은 아니거든요!?”
“아직 그렇죠!?”
“예! 그래도 이게! 마냥 가만 두고 보기도 힘들어요! 말 그대로 아직 그런 거라!”
“좀만 더 시간─”
그러나 시간은 더 이상 끌기 힘들다.
──푸욱!
당근은 다시 한 번 더 칼에 찔린다.
이미 너무 많은 병사들이 그녀를 둘러쌌다.
‘하아.’
아몬드는 다시 본진 쪽으로 시위를 당긴다.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틈을 만들어야 했다.
‘조금만. 조금만 움직여.’
피에르를 관찰한다.
그의 위치가 조금이나마 바뀌어 있긴 했다.
파아앙!
아몬드의 화살이 다시 날아간다.
“아아, 이거 다시 일꾼!?”
“보리!!”
퍼엉!
일꾼이 맞았다.
“예!? 보리요!?”
“예! 이거 보리, 보리, 쌀! 이거거든요 지금?! 아몬드가 계속 보리 내면서 제발 반응해, 제발 반응해, 하는데!!”
“아아아! 보리쌀! 그렇네요! 근데! 피에르는 미동도 없어요!!!”
피에르는 움찔하지만, 여전히 비슷한 위치.
‘좀만 더.’
시간이 없다.
당근이 죽었다.
아몬드 뒤로 로마 병사들이 쫓아오기 시작한다.
산악지형이라지만, 보병과 궁병의 이동 속도 차이, 그리고 계속 시위를 당기며 조준해야 하는 아몬드의 상황.
결국 따라잡힌다.
아몬드는 이를 악물고 다시 시위를 당긴다.
‘마지막.’
파아아아앙!
“보리…….”
그의 마지막 화살이 날았다.
“쌀!? 쌀인데!!”
텅!
허무하리만치 간단히 피에르의 방패에 막혔다.
아몬드는 성직자를 노렸던 것이다.
“아아아아! 피에르! 완벽한 캐치!”
──푸욱!
수많은 투창이 아몬드를 꿰뚫는다.
그는 투창을 피하는 대신 성직자를 한 번 더 노리는 걸 선택했던 것이다.
“피에르. 묵직합니다.”
“예. 확실히 판단이 좋네요. 사실 일꾼 셋 정도…… 지금 로마한테 성직자보다 중요할 리가 없습니다……!”
“흔들리지 않았어요. 게다가 조선은 궁병 둘이 잡혔고…… 아까 정찰병도 몇 번 잡아먹혔거든요?”
“안토가 모든 걸 알고 있었던 게…… 굉장히 큽니다. 아아…….”
“조선도 나름대로 큰 그림을 그리면서 전략을 잘 수행했는데. 안토가! 더! 더어어! 큰 그림을 보면서, 완전히 압도합니다!”
1경기의 복수라도 되는 듯.
로마는 자신들이 불리한 맵을 마치 유리한 맵처럼 바꿔가며 게임을 운영해 나갔고.
안토는 1경기는 몸풀기였다는 듯 게임을 말도 안 되게 수려한 운영으로 풀어나갔다.
그리고, 약 20분 정도가 흘렀을까?
“아아아아……! 결국!”
“쥐이이이이이~ 쥐!”
전광판의 표기가 바뀐다.
==== ====
조선: 1
로마: 1
==== ====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로마 관중들의 함성이 우렁차게 터져 나온다.
치이이이익.
양측 선수들이 일어나 퇴장한다.
그들은 서로 잠시 힐끔거릴 뿐 이만 자신들의 대기실로 향했다.
-진짜 운영이 미쳤네
-ㄷㄷ
-안토 살벌하구만
-아 아까웠다 ㅠㅠ
-하…… 전략 다 읽힌게 너무 컸음
조선 쪽 관중들은 괜찮다며 응원을 보내고 있었지만, 수근대는 자들이 꽤 있었다.
대체로 로마의 경기력에 관한 것이었다.
분명히 조선이 1경기를 승리했음에도, 불안함이 가시지 않았다.
지금 로마의 모습은 강팀의 표본이었다.
1패를 하고 있든 심지어 2패를 하고 있어도, 강팀들은 마치 첫 경기인 것처럼 게임한다.
매섭게 치고 나온다.
상대 역시 이게 마치 첫 경기인 것처럼 그들을 두려워하게 된다.
지금 조선의 분위기가 그러했다.
관중들은 로마가 두려웠다.
-ㅈㄴ 잘하네 ㄹㅇ
-이거 또 지면 진짜 걍 끝날 각인데
-아 우승 ㅠㅠㅠ 무리인가 ㅠㅠ
-어우 떨려;
-사실 1세트가 기적인건가……
“아, 1경기에 이어서 2경기도 진짜 의외성투성이의 살벌한 경기였습니다. 킹귤 님. 이번 패배 요인은 뭐로 보십니까?”
“아무래도 성직자 암살을 노렸다가 실패한 게 가장 컸죠.”
“아. 역시 그렇군요?”
“예. 성직자 암살 작전에 그렇게 많은 자원이 투입된 건 아니었습니다만, 그전에 정찰병들이 잡아먹히고, 이어서 또 터진 리스크라는 게 컸습니다. 반면 성공했다면 거기서 게임이 끝났을 겁니다. 아마 로마도 진짜 벌벌 떨었을 거예요!”
“아, 맞습니다. 그 화살이 들어갔다면! 제대로 들어갔다면! 정말 세계선이 바뀌는! 그런 화살이었을 텐데요!”
그 말을 하는 순간, 중계 카메라에선 퇴장하는 아몬드를 비춘다.
그는 1세트보다 표정이 어두웠다.
당연한 말일 수도 있지만, 한쪽 팔을 주무르고 있는 모습까지 담겨나오니, 시청자들은 불안해했다.
-아몬드 체력 괜찮냐?
-아 ㅠㅠ
-그거 유효슛이었는데 골키퍼가 너무 잘함 힘내자 ㅠㅠ
-그거 쏠 사람이 아몬드 뿐이었어서……
-ㅈ됐다 아몬드 3경기 부터는 컨디션 슬슬 떨어지는데.
대회 초기엔 잘 알려지지 않았으나, 이미 결승이다.
알 사람들은 대체로 다 알고 있었다.
그의 컨디션이 최대 3경기까지 최선이라는 걸.
“여튼 조선의 암살 실패 이후, 다시 회복할 기회가 없던 건 아니거든요?”
“예. 맞습니다. 치명적인 손실은 아니니까요. 근데! 안토가 정말 제대로 폼이 오른 귀신같은 운영으로 3시대 먼저 도달하면서 조선 3시대도 잘 버티고 결국 4시대에 말도 안 되는 자원으로 찍어 눌러버렸죠.”
“예. 안토가 단단한 운영 보여주면서! 1 대 1로! 결승전 더 치열하게 타오릅니다!”
이후 중계진은 하이라이트 장면을 다시 해석하는 시간을 갖고.
이만 2경기 중계를 마친다.
“자, 그럼 저희는 하이라이트 장면 남은 것들 보내드리면서 3경기에 다시 뵙도록 하겠습니다!”
* * *
쿵!
대기실 안, 회의실.
싱크 탱크 팀의 테이블에서 누군가 머리를 박는다.
“끄으으…….”
치승이다.
그는 이를 꽉 문 채, 무언가를 겨우 참아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