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849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319화
103. 경기를 초월한 화살(1)
“상현 씨. 팔 어떠시냐구요.”
송하나가 얼굴을 바짝 들이밀며 대답을 촉구한다.
상현은 떨떠름하게 시선을 피했다.
‘왜지.’
대답하기가 껄끄럽다.
그야, 왠지 모르겠지만…….
‘오늘 왜 팔 상태가 더 안 좋냐고.’
2경기 뛰었을 뿐인데, 팔이 조금 이상했다.
「아까 저격 실패 이후에 무리하던데.」
최사랑의 말대로, 정말로 너무 무리한 걸까?
병사들을 피하면서 다른 이들을 노리는 건, 평소에도 자주 보이던 움직임인데.
왜 사랑은 그 장면에서 무리했다고 여길까?
“평소보다 안 좋죠?”
사랑이 묻는다.
“……네.”
“안 되는 상황을 돌파하려고 할 때 당연히 훨씬 많은 힘이 들어가요. 똑같은 움직임이어도, 집중도 자체가 다르죠.”
그랬다. 그때 상현은 굉장한 압박감 속에서 활을 쐈다. 이 화살 하나에 너무 많은 게 달렸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어떻게든 비집고 넣으려 했었다.
그런 와중에는 똑같이 뛴다고 해도, 훨씬 많은 심력이 소모되는 것이다.
뒤에서 따라오는 자들의 발소리, 칼이 어디로 그어질지, 혹은 이 화살이 맞기는 할 건지, 안 맞으면 어떤 대처가 나와야 할지…….
순식간에 머리를 스쳐 가는 처리 과정이 평소의 배가 넘게 된다.
이를 굳이 상현이 의식하고 있지 않아도, 그의 무의식에서 이미 다 처리되고 있었다.
“제 생각엔…….”
사랑은 상현의 손이 놓인 테이블 위로 손을 올렸다.
그의 손을 살펴보고 싶었지만, 이내 손을 다시 거둬들인다.
대신 이런 제안을 한다.
“3경기에서는 다르게 가는 것도 좋을 거 같은데요.”
“다르게……?”
사랑이 끄덕인다.
“이전에도 몇 번 했었잖아요. 다른 병과.”
“……아, 그렇죠.”
“근데 이미 다 너덜너덜해져서 울며 겨자 먹기로 바꾸지 말고. 미리, 여유롭게.”
“……작전 같은 건요?”
모든 작전은 상현의 풀 컨디션을 기반으로 짜인다.
특히 3경기까지는 그렇다.
“그건…… 제가 생각할 부분이죠. 어차피 3경기로 게임 안 끝나니까. 우리도 결단을 내려야겠죠.”
우리…… 그녀가 우리라고 말한 건 싱크탱크 팀이었다.
“그럼 그렇게 알고, 의사 선생님이랑 잘 이야기 해보세요.”
사랑은 상현에게 그렇게 전달 후, 회의실로 향했다.
“자. 상현 씨? 이거 마사지인데. 일단 이완 작용이 휴식에 도움이 되니까…….”
쿠구구구궁……!
송하나가 가져온 건, 거의 캡슐 크기의 마사지기였다.
저런 걸 갑자기 여기까지 어떻게 끌고 왔는지도 의문이었는데.
그 기계 안쪽은 더했다.
“…….”
수많은 선수들이 혀를 내둘렀다.
‘이완이 아니라 해체 아냐?’
‘연체 동물로 만들 셈인가?’
‘저, 저게 뭔데?’
‘크고 아름다워…….’
위이이이이이이잉!
안에 들어가면 수많은 돌기들이 그를 처참하게 유린할 것만 같은 무시무시한 기계였다.
“들어가시죠!”
“아…….”
“얼른!”
펑.
송하나가 망설이는 상현을 돌기 믹서기로 차버린다.
“끄, 끄엉어아아아악!?”
* * *
잠시의 쉬는 시간이 끝난 후.
3경기 중계가 시작됐다.
“자, 조선과 로마 현재 1 대 1 상황인데. 이번에 대망의 해상전입니다? 지금까지 조선의 해상전. 이 해상전 승률이 100% 거든요? 어떻게 보십니까? 킹귤 님.”
“그렇죠. 비록 딱 세 판이긴 한데! 100%는 100%예요!”
-ㅋㅋㅋㅋㅋ그것도 100% 맞지
-상대가 중국 일본인데 그 정도면 ㅅㅌㅊ임
-캬
-3명 중 1등인 전교 1등 ㄷㄷ
-이순신의 나라
그때 중계 카메라가 관중석을 비추는데.
희한한 광경이 하나 눈에 들어온다.
“아, 그리고 지금! 관중석에 거북선 풍선이 떠 있는데요?”
[대한 낚시 협회]낚시 협회에서 준비한 풍선이었다.
-저게 낚시협회여 풍선회사여 ㅋㅋ
-저기 협회인 중에 풍선회사 사장 있는 거 아니냐?ㅋㅋㅋ 저거 뭔뎈ㅋㅋㅋ
-ㅁㅊㅋㅋㅋㅋ
-왘ㅋㅋㅋㅋ
-일본 복어 풍선 같누
-미쳤다 ㅋㅋㅋ
“아니, 크기가……!? 보자마자 합법인지 아닌지 의심스러운 크기거든요?”
어마어마한 크기였다.
주최 측에서 딱히 제재는 없는 걸 보니 합법인 모양이다.
다만 킹귤은 다른 게 걱정됐다.
“아니, 근데 여기 일본인데! 괜찮겠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앜ㅋㅋㅋㅋㅋ
-인도 가서 영국 국기 흔드는 꼴 아녀 ㅋㅋ
-ㅅㅂ 너무하네 ㅋㅋㅋ
-일본이 아니라 “왜”입니다만?
-엌ㅋㅋㅋ
마침 중계 카메라엔 한때 적이었던 선수들이 앉아 있는 모습이 들어온다.
그중엔 일본의 지휘관이었던 링고도 있었는데. 그는 조선의 응원석에 앉아 거북선 모자를 쓰고 있었다.
“아. 괜찮은가 본데요!? 링고가 거북선 모자 쓰고 있어요?”
-이럴 수가 ㅋㅋㅋ
-일본인 인증 받았누 ㅋㅋㅋ
-ㅋㅋㅋㅋㅋ
“그렇죠. 옆에 에스파냐의 지휘부도 보이는데. 지금 스페인에 혹시 못 돌아가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됩니다!”
“아. 저는 저들이 왜 조선을 응원하는지 알 것 같거든요?”
“왭니까?”
“그야 우승 팀한테 져야 그나마 욕을 덜 먹으니까요!”
-ㅁㅊㅋㅋㅋㅋ
-살기 위해 응원한다
-ㅋㅋㅋㅋㅋ앗ㅋㅋㅋ
-전프로의 경험담ㅋㅋㅋ
-킹귤 경험담인가요?
“제 경험인데. 에스파냐는 지금 헛수고하고 있습니다. 예선에서 떨어지면 그게 우승팀이 상대였어도 똑같이 욕먹거든요?”
“앗…….”
“그래서 그냥 돌아가는 게 낫습니다~ 하지만 응원해 주는 건 고맙구요!”
-ㅋㅋㅋㅋㅋㅋㅋ
-ㅁㅊㅋㅋㅋ
-욕도 먹어본 놈이 맛을 안다.
-리빙 포인트 ㄷㄷ
-너무해 ㅋㅋㅋㅋ
“아, 그리고 반가운 얼굴인데요? 제시? 맞나요? 바이킹의 제시가! 지금 아몬드 응원 도구로 완전히 무장해서 저기서 인사하고 있습니다!”
“이건 사실 완전히 사심 100% 응원이죠? 그냥 고국으로 안 돌아가고 한국행 비행기 끊을 거 같습니다.”
-ㅋㅋㅋㅋㅋ
-저기서 유일하게 그냥 순수 응원 ㅋㅋ
-핵존예 ㄷㄷ
-ㅅㅂ 부럽다 아몬드…….
중계 카메라는 제시가 마음에 들었는지, 그녀를 한참 비춘다.
제시가 처음엔 인사하며 웃다가 그래도 화면이 안 넘어가니, 응원 춤까지 춰준다.
“와아아아아아아!”
응원단의 함성이 엄청나게 커지고, 화면이 비로소 다른 곳으로 넘어갔다.
-죽인다 아몬드 죽인다 아몬드
-와 대존예
-저런 제시의 응원을 받는 대상현 새삼 대단하네…….
-지상 최악의 스트리머 유상현
-유상현의 코가 3도만 낮았어도 제시가 춤은 안 췄을 듯? ㅇㅈ?
-하…….
-미쳤다;
“아. 잘 봤구요. 네. 아몬드 선수. 정말 싫네요.”
킹귤마저 아몬드에 대한 지지를 철회해 버렸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응원 효과 지리네
-응원을 철회하게 만드는 응원…… ㄷㄷ
-ㅋㅋㅋ킹귤ㅋㅋㅋ
“자. 아주 열띤 응원이 계속되는 가운데! 지금 선수들 입장합니다아!”
* * *
선수들이 입장한 후, 곧바로 3경기가 시작됐다.
쿠구구구……!
홀로그램이 맵을 구성하기 시작했다.
양측 관중들의 함성이 터져 나왔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
“가즈아아아아아!”
1 대 1.
그야말로 어느 한쪽도 물러설 수 없는 팽팽한 스코어다.
이 팽팽한 판도를 가를 장소는 바다 한가운데였다.
촤아아아아아……!
이리저리 삐죽 솟은 산세에 물이 차기 시작한다.
본진이고 어디고 할 것 없이 물줄기가 혈관처럼 뻗어간다.
[굽이치는 파도]이윽고 등장한 맵 이름.
조선 팀에게는 의미 있는 곳이었다.
“아. 굽이치는 파도! 여기서 일본과의 명경기가 있었죠!?”
“그렇습니다?! 여기 근데……!”
-앗
-하필 여기네
-오오
-크 제2차 명량해전?
-이거 로마도 할만하겠누
킹귤이 잠시 말을 가다듬는 이유가 있었다.
이곳은 바다 맵 중에서도 그나마 육지 맵처럼 쓸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곳이다.
로마가 버티기에 더 낫다는 것이다.
“여기는 바다가 촘촘하게 육지를 침투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육지가 바다를 침투한 거기도 하거든요? 그러니까 서로 어떤 면을 사용할 건지 어느 정도 선택이 주어집니다? 로마는 아무래도 지상군을 좀 더 위주로 쓸 거 같죠?”
로마에겐 희소식이었다.
“로마가 지상에서 버티면서 농성하기에 좀 좋아 보입니다? 4시대까지 버틴다면, 로마가 할 만하거든요?”
“맞습니다. 조선이 해상전에서 2, 3시대에는 유리해도, 4시대로 가버리면 유럽권 배들이 굉장하죠.”
조선은 4시대에 가도 3시대 때 쓰던 판옥선과 거북선이 업그레이드되는 정도지만, 로마는 달랐다.
완전 다른 배로 바뀌어 버린다.
4시대까지 가는 건 조선이 원치 않는 흐름이다.
“정리하자면, 바다 맵 자체는 분명 조선이 유리한 요소인데, 그 와중에 로마가 좀 해볼 만한 느낌이군요? 황밸아닌가요?”
“그렇죠. 이거 저도 좀 긴장이 됩니다? 안토가 여기서 어떤 걸 보여줄지…… 솔직히 예상이 아예 안 되거든요!?”
대체로 시빌엠에선 해상전은 아예 따로 놓고 다른 논리로 돌아간다고 여긴다.
게임 관련자들, 해설자나 중계진도 마찬가지다.
그렇기에 막상 해상전이 시작되면 제대로 정확히 아는 게 쉽지 않았다.
그건 심지어 게임 당사자인 프로들도 마찬가지였다.
“자, 어찌 됐든 일단 해상전! 조선이 더 유리한 팩션이 많습니다! 자, 12시에 로마! 6시에 조선! 항구를 짓기 시작합니다!”
“예. 일단 초반 움직임은 서로 배가 없으면 할 수 있는 게 없기 때문에, 별다른 이슈는 없을 겁니다. 그냥 3시대 직행 트리를 타는 게 일반적일 거구요…….”
잠시 후, 가장 기본적인 고기잡이 어선들이 하나씩 나왔다.
이 배들은 고기도 잡아오지만, 초반 바다 맵의 정찰 역할도 겸한다.
“자. 서로 고기 잡으러 나가고 있고. 이 배들은 공격이 안 되거든요, 어차피?”
1시대에는 별다른 갈등은 없었다.
그들은 서로 교차하여 각자 해변을 관찰하였고, 너무 깊이 들어가서 방어탑 따위에 두드려 맞지만 않게 선을 지켰다.
그리고, 잠시 후.
두둥.
[조선 – 2시대] [로마 – 2시대]양측이 동시에 2시대로 진입한다.
“이야. 바다 맵이니까. 양측이 동시에? 2시대 갑니다!”
“여기서부터. 어떤 배가 나올지에 따라 서로 전략을 감을 잡을 수 있는데…… 아마 조선은…….”
[쾌속선 – 5%]쾌속선이 나온다.
쾌속선은 작고 빠른 유형의 배로, 사실상 수송선의 역할이었다.
“조선은 쾌속선입니다? 아니, 저는 화선일 줄 알았거든요?”
“예? 왜죠? 조선 쾌속선부터 많이 뽑는데요?”
“그게…… 조선이 지금 궁수가 없거든요!?”
“!”
쾌속선 자체는 아무런 공격 능력이 없고, 갑판 위에 궁수가 있어야 공격이 가능하다.
반면 화선은 아무 사람이나 타도 그 안에서 불화살을 쏘는 게 가능하다.
이는 아주 큰 차이다.
“그래서 화선일 줄 알았는데. 쾌속선. 아. 이 선택이 뭔지 한번 봐야겠습니다.”
“로마는 뭐 뽑나요?”
화면이 로마 쪽으로 넘어간다.
[소이선 – 13%]가장 가볍고 빠른 로마의 자폭선, 소이선이다.
“아. 소이선…… 이건 그러니까 그거죠? 수송 가득 싣고 오는 조선을…… 펑! 터뜨린다!”
“아, 수송 전략이라는 걸 아는 건가요?”
“대충 예상을 그렇게 하는 것 같습니다. 사실 화선보단 쾌속선이 더 일반적이니까요. 저도 병력이 있었다면 당연히 쾌속선이라고 생각했을 텐…… 아니, 근데! 조선!? 왜…… 궁수 안 나오죠!?”
쾌속선이 완성된 후에도 조선은 궁수가 없다.
애초에 병력 자체를 준비하지 않았다.
“어…… 글쎄요? 이건 뭘까요?”
이러면 쾌속선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알기 힘들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