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854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324화
104. 다음(1)
“흠흠.”
끼익.
회의실 문을 열고 들어선 누군가가 꽤나 인위적인 헛기침을 한다.
최사랑이었다.
그녀는 무안한지 이런 말을 중얼거리며 지휘관석으로 향했다.
“악당 출현~”
회의실 전체 분위기는 어안이 벙벙하다.
그야말로 악당 취급이다.
방금 희철에게 통보당한 지 얼마 안 되었으니까.
“…….”
침묵이 흐르던 중, 치승이 마음을 추스르고 질문한다.
아마 그녀의 등장부터 모두가 궁금했을 것을.
“근데 머리는 왜 그러세요?”
그녀의 머리가 산발이 되어 있다.
폭탄이라도 맞은 사람 같다.
사랑이 긁적이며 대답한다.
“이상한 마사지 기계에 들어갔다 나왔죠.”
“아.”
모두가 납득하는 듯 끄덕인다.
‘이럴 수가 거기에 휠체어를 탄 사람도 넣는다고?’
‘악독하다…… 거기까지…….’
‘젠장. 우리 지휘관이…… 그 무시무시한 기계에 유린당하다니.’
아마 최사랑은 아몬드와 같은 이유로 그 기계에 들어갔을 것이다.
컨디션 저하 방지를 위해서.
아마 희철과 지휘관을 하기로 얘기가 된 순간 바로 들어갔던 것이리라.
치승은 고개를 떨군다.
‘그런 시련을 겪으면서까지 지휘관을 하겠다고 나서다니…….’
너무 심하게 반대했던 것이 찔리는 모양이다.
다른 싱크 탱크 멤버들도 마찬가지인 표정이다.
최사랑의 각오를 알게 된 것이다.
“머리는 신경 쓰지 마시고.”
사랑이 박수를 한 번 짝 치면서 주의를 환기한다.
“경기 얘기해요. 제 머리는 담당하시는 분이 올 테니까.”
희한한 말이다.
머리 담당이라니.
‘머리 담당이 있어?’
‘담당……?’
‘뭐야. 일진이 아니어도 담당이 있다니.’
* * *
웅성웅성.
회의실 바깥, 선수 대기실.
전 판만 해도 조용했던 곳이 약간이나마 소란스러워지고 있었다.
“아무래도 지금 뭔가 바뀌는 거 같지?”
“서, 설마…… 경기 중간에?”
“결승이니까. 그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지.”
선수들도 지휘관 교체의 낌새를 눈치채고 있는 것이다.
상현 옆에 있던 당근도 약간 불안하다는 듯 중얼거린다.
“쿠키 폼이 한참인데…… 한 경기 리드하고 있어도 이런 결정이 맞는 건가?”
“…….”
상현은 대답 없이 아몬드를 털어넣고 있었다.
와드드득.
와드득.
입안 가득 아몬드가 들어가서 꼭 욕심 많은 다람쥐가 무리하는 것처럼 보인다.
다른 점이 있다면 다람쥐는 어느 한구석에 뱉어서 보관하고, 이 녀석은 이 자리에서 다 먹는다는 것이다.
“……듣고 있는 거야?”
상현은 당근의 말에 끄덕인다.
“어.”
“지금 되게 겨우 입 움직여서 말하는 거 같은데.”
“아히야 흐어이허이.(아니야 듣고 있었지.)”
꿀꺽.
그는 순식간에 모든 아몬드를 삼킨 후 자신의 의견을 말한다.
“근데 지휘관이 바뀌면 뭐가 다른데?”
“…….”
당근의 턱이 바닥까지 찍힐 기세로 떨어졌다.
“!”
다른 모든 선수들도 그 말을 듣고는 움찔했으나, 아무도 감히 티를 내지 않았다.
“그, 그렇지. 바뀌어봐야! 뭐가 다르겠어?! 하하하하!”
오히려 그 의견에 동조하는 자들마저 생겼다.
“이 간신들이…….”
당근은 이를 갈며 그들을 노려봤으나 별수 없었다. 이미 여기는 그렇게 되어버렸다.
‘진짜 다른 게 없다고 느끼는 거야?’
당근은 어이가 없어서 다시 아몬드를 팡팡 털어 넣는 상현에게 시선을 돌린다.
세상 태평해 보이는 표정이었다.
아무래도 전 판에 사실상 경기를 안 뛰어서 안일해진 걸까?
아니면 상현에게 있어서 정말 두 지휘관은 차이가 없는 걸까?
당근은 후자이길 바랐다.
그렇다면 뭔가 마음이 안정될 것 같았다.
‘진짜 아무 생각이 없네. 잘생기면 다야?’
상현을 유심히 보던 중.
그녀는 그제서야 깨달았다.
‘아…….’
그게 다인 것 같…… 아니지.
그게 아니라 상현의 시선!
그의 빨려 들어갈 것 같은 고혹적인 눈망울…… 이 아니라! 그의 시선이 계속 회의실을 향하고 있었다.
멍텅구리한 표정 너머에서, 뭔가 의식하고 있는 거다.
그때서야 눈치챘다.
‘이 바보가.’
이 바보가 왜 바보 연기를 하고 있다는 걸.
상현은 팀에게 쓸데없는 긴장감을 주지 않으려는 것이다.
어차피 회의실에서 결정 나면 그대로 이행될 거고, 병사들은 수행해야 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이거저거 얘기하면서 불안에 떨어봐야 마이너스만 될 터다.
아닌 듯해도 조선 선수단은 아몬드의 말에 영향을 크게 받는다.
그래서 이렇게 아무 신경도 안 쓰는 척하는 거다. 바보마냥.
그런데 당근은 이해가 안 갔다.
‘그런 거 안 해도 어차피 바보잖아!’
굳이 연기를 한다는 게 말이다.
* * *
와드드득.
아몬드를 털어 넣는 중, 상현은 사실 신경 쓰이고 있었다.
‘둘이 스타일이 완전히 다르던데.’
최사랑과 국희철은 약속이나 한 것처럼 거의 정반대의 플레이 스타일이었다.
특히 병사 입장에서 체감이 상당했다.
선수들이 불안해하는 것도 이해가 갔다. 결승 경기에서 갑자기 시스템이 송두리째 바뀌어버리는 거다.
하지만 희철이 그런 결정을 내리게 된 건 분명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상현은 기억하고 있었다.
「난 이게 올해로 끝날 거라 생각하지 않아. 내년, 내후년에도 이어져야 해. 그래야만 의미가 있어질 거다.」
희철과 단둘이 만났을 때 들었던 이야기.
「우리가 우승을 하는 것보다, 내년에도 다시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이만한 성적을 낼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한 거다.」
그는 스스로 자신의 목표가 상현의 것보다 포부가 작다 말했으나.
사실 그렇지 않았다.
프로 경기를 뛰어본 상현의 입장에서, 희철의 목표야말로 궁극적인 최대의 목표.
이 게임의 프로리그를 완벽하게 자리 잡게 하겠다는 것이다.
이건 없는 시장을 만들어낸다는 거다.
올해 우승을 훨씬 뛰어넘는 목표였다.
「내가 우승하지 않아도, 팀이 우승하면 된다. 그래야만 오래 지속되겠지.」
희철은 올해가 마지막이다.
그렇기에 그는 다음을 준비한다.
‘그게 이건가.’
그다음은 아마…….
쾅.
회의실 문이 열렸다.
“먼저 나가 있을게요. 좀 느려서.”
위이이잉.
휠체어가 선수 대기실을 지나 경기장으로 향하는 문 앞에 선다.
가장 앞이다.
‘역시.’
그녀가 이 팀의 다음이었다.
희철이 희망하는 다음.
* * *
[쿠키 OUT] [최고다이순신 IN]띵.
로스터 변경 사항이 전광판에 떠올랐다.
관중석이 술렁이는 것은 물론, 중계석마저 깜짝 놀란다.
“어어어? 지, 지금 이거 잘못 보는 거 아닌가요?”
“오류…… 아닌 거 같습니다. 예. 선수들 입장 시작했거든요! 가장 앞에! 휠체어 탄 여성분이 있습니다! 최순신 맞거든요?”
-ㄷㄷ
-엥
-묘수 ㄷㄷ
-뭐야??
-ㄹㅇ?? 이겼는데 바껴?
-와 미쳤다
-환상의 트릭쇼 ㅋㅋㅋ
경기 중간에 바뀌는 경우는 어쩔 수 없었던 페르시아전뿐이었다.
“아. 이런 경우는 페르시아전 때였는데. 그때도 승리 후에 바꿨었죠?”
“맞습니다. 그런데! 그건 16강전이고! 이건 결승이잖아요!? 심지어 오늘 쿠키 컨디션이 상당히 좋았거든요!”
안토와의 정면대결에서 보여준 압승.
쿠키가 커리어 내내 보여줬던 최고의 모습이 전부 갱신되었던 게 바로 오늘의 결승이었다.
“결승이라는 게! 원래 실력도 중요하지만! 사실 그날의 컨디션! 얼마나 날이 서 있는가! 이게 엄청 크게 영향을 미쳐요! 그래서 아…… 이거 되게 의외의 결정입니다!?”
그런 쿠키를 두고 갑자기 최고다이순신이 나왔다.
누구 하나 당황스럽지 않을 수 없는 결정이었다.
“더군다나. 지금 최고다이순신이 1승만 하면 우승이거든요? 쿠키는…… 이 게임에 모든 걸 바쳤던 사람입니다. 그 선수가 마지막 경기를 치르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게! 저는 진짜 지금 계속 믿기지가 않습니다?”
-헐 그렇네
-쿠버지 ㅠㅠ
-ㄹㅇ이네……
-막타 안치는거임??
-헉
“아…… 지금 소식이 올라왔거든요. 지금 이거 쿠키가 굉장히 강력하게 밀어붙인 결정이라고 합니다.”
싱크 탱크에서 이례적으로 의사결정 과정을 전달해 줬다.
이 또한 쿠키의 결정이다.
이런 말이 나올 게 뻔하다는 걸 이미 예측한 것이다.
“그렇군요? 일단 저는! 그런 게임 외적인 걸 제외하면! 사실 되게 좋은 결정 같거든요?”
“예!?”
-태세변환 ㅋㅋㅋㅋ
-ㅁㅊㅋㅋㅋ 뭐여
-갑자기?
“저희가 이렇게까지 당황스러운데! 지금 안토는 얼마나 어이가 없겠습니까!?”
“아아! 그렇죠? 이거 사실 쿠키가 나오는 거 의심한 사람 단 한 명도 없었는데! 당연히 전략도 쿠키 위주로 준비했을 테고요!”
“예! 근데 이렇게 갑자기 사실 우리 2지휘관이었어? 까먹었어? 어~ 까먹었으면 맞아! 라고 하는데! 이게 당황스럽죠! 안토가 아무리 탈인간이어도!”
그랬다.
실제로 안토는 이 경기가 시작한 이후, 최고조로 당황하고 있었다.
그는 아까부터 믿을 수 없다는 듯 전광판과 최사랑을 번걸아 쳐다보고 있었다.
-안토 ㅋㅋㅋㅋㅋ
-와 저 사람이 찐으로 당황한 거 첨보누
-ㅋㅋㅋ
-아군도 어이없는 트릭쇼인데 ㅋㅋㅋ 당연히 적은 더 당황하지
-조선 사기꾼 맛 좀 봐라!
“자, 어찌 됐든 게임은 시작됩니다! 로마로서는 지금 당황한 걸 추스를 시간조차 얼마 없을 거 같고요!”
“예! 일단 심리전에서 조선이 한참 이기고 들어갑니다! 다만! 다만 걱정되는 건! 결승 중에 갑자기 바뀐 지휘관이죠?!”
“아…… 그렇죠. 페르시아전에서도 어떤 시행착오 같은 게 좀 있었거든요?”
“맞습니다. 또 걱정되는…… 아니, 경기의 주요 관람 포인트라고 봐주시면 좋겠는 게. 최순신이 이번에도 2시대 찌르기를 하느냐? 이거거든요?”
-엌ㅋㅋㅋㅋ
-설마 또 ?ㅋㅋㅋ
-그것만하긴했음
-안토가 그거 하나는 죽어라 막을텐데
-앜ㅋㅋㅋ 잊고있었닼ㅋㅋㅋ
최고다이순신은 여태 나와서 2시대 찌르기를 감행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어떤 난관이 있더라도 수행하곤 했었다.
물론 그게 실패로 끝날 때도 있었지만, 늘 하는 게 이득이라고 결론을 내린 것 같았다.
“아. 그렇죠. 방금 전 경기만 해도 쿠키가 이제 초반 찌르기 안 하는구나. 그렇게 로마는 결론 내렸을 수도 있는데. 또! 또 2시대 찌르기 광인이 등장했으니까! 이번엔 정말로 찌르지 않을까?! 걱정되거든요!!”
“안토 입장에선 진짜 머리 아프겠는데요!? 얘는 진짜 찌를 텐데! 아! 어떡하지!?”
-슴니즌ㅋㅋㅋ미쳤닼ㅋㅋ
-캬 ㅋㅋㅋ
-이게 릭트쇼 ㄷㄷ
-어우 나도 머리 아파
-ㅋㅋㅋㅋㅋㅋㅋㅁㅊㅋㅋ
-얘는 진짜 찌를텐데ㅋㅋㅋㅁㅊㅋㅋ
쿠키에 대한 파악을 어느 정도 마쳐가던 중, 갑자기 등장한 최고다이순신.
그녀는 심지어 여태까지 굉장히 일관된 플레이를 보여줘 왔다.
그렇다면 안토는 그에 맞게 대처하면 되지 않느냐?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그 편견을 역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방금 전 판이 바로 그렇게 패배했다.
“안토는 일단 넘겨짚듯이 플레이하는 게 아니라, 최대한 관찰하면서 신중히 플레이할 것 같습니다.”
“예. 지금 기다리고 기다리시던─”
필드가 우렁찬 굉음을 내며 흔들거렸다.
──쿠구구구궁!
“조선 대 로마! 로마 대 조선! 국가 대항전 결승! 제4경기!!”
홀로그램이 대지를 구성해내면서 맵이 드러났다.
마구 뾰족하게 치솟는 대지, 그리고 그 위의 3분의 1이 잘려나간다.
수많은 오르내리막이 있지만, 위는 다 평지였다.
“거친 산맥과 고지대에서! 게임 시자아아아악합니다아아아아!”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