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856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326화
104. 다음(3)
로마의 싱크 탱크 회의실.
“이 타이밍에 지휘관을 바꾼다니!?”
지휘관이 바뀌었다는 사실로 그곳엔 혼란이 가득했다.
“하아.”
“이게 뭔지 도대체.”
그때 리더인 토비도 이런 말을 꺼낸다.
“안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어.”
안토는 최고다이순신의 등장을 아예 배제했었다.
완전히 헛짚은 셈이다.
“그래. 틀렸지. 그럴 수도 있는 거 아니겠어?”
멤버 하나가 토비에게 왜 굳이 사기 저하되는 말을 하냐는 듯 따진다.
이에 토비는 고개를 젓는다.
“아니.”
“아…… 아니라고?”
“안토의 사고는 틀리지 않아.”
“뭐?”
지금 틀렸잖아.
“그러니까, 안토가 왜 최고다이순신을 배제했는지. 생각해 봐.”
“그야…… 쿠키가 아파서 나온 거라는 걸 알아냈었잖나?”
“그러니까 그걸 어떻게 알아보게 됐냐고.”
“응?”
“쿠키보다 실력이 낮아서지. 그런데도 교체해서 나오니까. 이상해서 알아본 거잖아.”
“!”
그랬다.
당시 안토는 쿠키가 최순신으로 교체될 이유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다른 외부요인에 중점을 두고 조사했고, 결국 이유를 알아냈다.
원인은 쿠키의 건강 문제였다.
“그, 그럼 쿠키는 지금도 컨디션이 나쁜 건가?”
“그럴지도 모르지. 뭐가 됐든 걱정할 거 없어.”
걱정할 게 없다고?
토비의 말에 멤버들은 중계 화면을 다시 쳐다본다.
중계 화면에서 조선 궁수들이 밀고 들어오고 있다.
로마는 후퇴하고 있다.
조선의 기세가 등등하다. 하나라도 더 잡겠다고 따라오는 모양새다.
‘밀리는데…….’
누가 봐도 밀린다.
조선의 2시대가 너무 빨랐다.
‘어?’
그러나, 이내 깨닫는다.
조선 궁수들이 따라 들어가는 루트.
그곳에 로마의 병사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유인책.’
언덕 위에서 투창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에 토비가 말한다.
“안토는 저런 스타일의 지휘관에게 절대 지지 않아.”
──푸우우욱!
피에르가 선봉으로 날린 창이 조선 궁수 하나를 꿰뚫었다.
“그러니까 굳이 염두에 두지 않은 거다.”
안토의 반격이 시작됐다.
* * *
“어어어어!? 계속 따라 들어가나요? 근데 여기 이곳저곳 언덕 지형이 많거든요!? 거기에서 레기온이 투창 날리면! 이거 꽤 세요!”
말이 씨가 된다 했던가.
안토는 이미 언덕 쪽에 레기온들을 배치한 상태였다.
몇 안 되는 레기온들이지만, 시야에서 완전히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그들은 궁수들을 다 내려다보고 있었지만, 정작 궁수들의 눈엔 보이지 않았다.
숲의 나무와 고저 차로 인한 언덕에 가려 보이지 않는 것이다.
그러니 피에르의 첫 번째 투창이 롸떼를 꿰뚫는 건 너무 당연했다.
푸욱!
“아아! 결국!? 롸떼!”
-롸떼 ㅋㅋㅋㅋ 또 먼저죽냐
-항상 선봉으로 가시는…….
-???: 롸떼는 말이야~ 억!
“이거 안토의 전형적인 카운터죠!?”
조선이 앞서가는가 싶더니, 결국 로마전에서 늘 보던 구도다.
“맞습니다. 지는 것처럼 은근슬쩍 원하는 곳으로 유인해서 갑자기 맥이는 거! 이거 아주 장인이거든요!”
안토는 병사들의 1인칭과 지휘관의 3인칭의 차이를 아주 확고하게 인지하고 있는 인물이다.
그 차이에서 생기는 빈틈, 소통의 한계를 파고든다.
“이게 선수들은 어찌 됐든 1인칭이기 때문에 도망치는 상대가 있으면 그 상대를 쫓아서 막 달린단 말이에요! 그럼 시야도 좁아지고! 다른 생각을 잘 못 하게 되는데! 또─”
──푸욱!
다른 병사의 창이 또 다른 궁수를 꿰뚫었다.
순식간에 흐름이 다시 로마 쪽으로 기울었다.
중계 화면 속 안토의 표정은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알고 있다네.’
그는 마치 상대가 움직이고자 하는 곳을 정확히 안다는 듯 배치를 이어나갔다.
훨씬 적은 숫자의 레기온들인데.
훨씬 많은 것처럼 느껴졌다.
언덕으로 인한 암흑 시야, 계속 멀리서 위협할 각을 보는 야만 병사들, 숲 때문에 제한된 하늘 시야…….
이래서는 되려 로마군이 가둬놓고 조선군을 학살하는 구도였다.
적이 들어올 경로와 그 의도 등.
모든 걸 이미 한발 앞에서 대비하는 자를 상대로, 숫자 따위는 아무 의미가 없었다.
‘이미 플레이는 여러 번 봤으니까.’
안토는 최순신의 플레이 역시 이미 꽤 많이 봐왔다.
그 후 내린 결론은 굳이 신경 쓸 자가 아니라는 것.
그리고 지금 그 결론이 현실이 되어가는 듯했다.
“와, 명중률이! 지금 다 헤드샷이죠!?”
야만 병사와는 비교도 안 되는 값의 궁수들이 기습으로 순식간에 숫자가 줄었다.
“아니, 그런데 궁수들 진격을 멈출 만도 한데! 안 멈추는데요!?”
그러나 궁수들이 멈추지 않았다.
“레기온 찾겠다는 건가요!? 이거 이러다가 궁수 몇 더 죽으면! 야만 병사들이 다시 와서 둘러싸요! 그때 가면 얘기가 다릅니다!”
궁수의 숫자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을 경우, 야만 병사가 우르르 몰려와서 난타를 가할 각이 생긴다.
그렇게 되면 로마 입장에선 거의 공짜로 조선의 궁수들을 죽이는 격이 된다.
“이거 방지하려면 조선도 야만 병사 끌고 왔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면 또 이득이 별로 없고! 그냥 돌아가는 게 보통인데!! 여기서 뭔가 더 해내려 합니다! 조선!?”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 나올 수도 있었다만, 조선의 궁수들은 시종일관 공격적인 포지션을 잡으며 로마의 영역을 침범했다.
“아니, 조선!? 그냥 정찰병 좀 몰아내는 거에서 만족하는 게 아니었나 본데요!?”
이 기이한 움직임에 킹귤은 당황했다.
처음에는 최순신이 특유의 공격성을 조금 누그러뜨린 줄로 알았는데, 사실 전혀 아니었던 모양이다.
“더어어!? 더!?”
“우린 그냥 고야! 일단 원 고!”
후웅!
훙!
로마의 투창이 날아든다.
궁수 부대가 더 앞으로 들어간다.
아몬드가 선두로 치고 나가면서 시위를 당긴다.
기리릭.
로마 1선 레기온들의 투창 실력은 귀신같았다.
푸욱!
당근의 몸통에 기다란 창 두 개가 박히며 쓰러진다.
“워, 원 고인데! 투…… 투 고!?”
그래도 궁수들이 뛰는 걸 멈추지 않았다.
[계속 달려]명령이 지워지지 않았다.
루트도 사라지지 않았다.
하늘에선 다시 투창이 쏘아진다.
“지금 저기 큰 바위 뒤가 목적지인가요!? 숨으려고!?”
“레기온 위치를 몰라요! 지금! 그래서 못 쏘는 거거든요!?”
티이잉!
[위험] [위험] [위험].
.
.
투창의 위로 핑이 찍힌다.
위험 핑이다.
최순신이 이제 투창이 날아오는 위치를 파악한 것이다.
“!”
모든 궁수들이 투창을 한 번에 볼 수는 없어도, 핑은 엄청나게 눈에 띄게 되어 있다.
그래서일까?
“이, 이번엔!?”
후두둑!
투창은 전부 빗나갔다.
“어어억! 쓰리 고! 쓰리 고!”
“또 들어갑니다아! 점점 레기온들이 선 언덕 뒤쪽으로!? 이거 따라 올라가겠다는 거죠!”
레기온들의 위치가 워낙 높아서 투창의 사거리가 밑에서 쏘는 단궁보다 훨씬 긴 상황이다.
여기서 궁수들이 할 수 있는 건, 일단 도망쳐서 거리를 벌리거나, 따라 올라가는 것이다.
“근데 아까 이건 그냥 잽이라면서요! 이러면 안 되는 거 아닙니까!?”
-ㄷㄷ
-ㄹㅇ
-쓰리고에 대들보가 무너진다던데……
-쓰리연벙이면 모를까 쓰리고는 좀……
맞았다. 이런 식이면 잽이 아니게 된다.
잽이 아니면 카운터를 맞을 때 크게 당할 것이다.
심지어 이미 안토는 카운터를 한 번 적중시켰다.
지금 궁수부대 숫자가 열에서 다섯으로 절반이 줄었으니까.
“이렇게 되면 로마 야만 병사들이 다시 돌아오면서 전멸 각을 볼 수도 있거든요!?”
“예!?”
“그걸 피하려면 조선의 야만 병사들이 같이 지원이 와야 하는데! 지금 다 사냥! 완전 사냥 스퍼트 올리고 있고! 로마는 지금 자기들 사냥터에서 쫓겨난 애들이 돌아오는 거라! 부담 자체가 달라요! 애초에 여긴 로마 영역이거든요!”
그럼에도 들어간다.
“근데 더 들어갑니다!”
이 와중에 또 들어간다는 건, 방금 카운터로 턱을 후려 맞아 두개골이 흔들거리는 와중에 한 걸음 앞으로 내디딘다는 소리다.
다음에 맞으면 KO 당할 수도 있다.
그런데도 들어간다.
그다음에 나올 KO를 상대도 알고 있기에, 그때 상대가 조금이라도 급해지면서 나오는 틈.
그 틈을 노리는 것이다.
킹귤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이건…….’
수많은 선수들 중에 정말 극소수만 할 수 있는 일이다.
말도 안 되는 확률의 그 틈을 확정적으로 얻어낼 수 있는…….
‘말 그대로 타고난 인자.’
우승의 유전자를 보유한, 그야말로 선택받은 인간들.
지금 조선의 지휘관은 그런 인간인 것이다.
[매 날리기]휘이이이이이이이!
매가 날아오른다.
순간 언덕 한참 위의 시야가 전부 밝혀진다.
기리릭─
기다렸다는 듯 아몬드의 시위가 당겨진다.
[사격]치이이이……!
그에게 화살을 쏠 경로가 그려졌다.
경로는 아몬드에겐 보이지 않는 곳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미지의 영역이다.
그러나 아몬드는 한 번 호흡을 머금은 후.
시위를 놓는다.
하얗게 타오르는 화살이 쏘아진다.
파아아아앙!
“으어어!? 이걸!?”
킹귤의 눈이 파르르 떨렸다.
순간 그의 눈에 보였다.
자신의 몸에 주먹을 허용하면서도 완벽한 각으로 상대 급소를 타격하는 복서의 형상.
‘이럴 수가.’
카운터를 맞으면서도 기어코 내디딘 그 한 발.
그 뒤에 뻗은 주먹이 적의 중심부를 강타했다.
퍼엉.
중심이 흔들린다.
“……!”
중계 화면이 클로즈업되며, 방금 쓰러진 병사의 아이디가 보였다.
[피에르]로마 입장에선 허무하기 짝이 없는 죽음.
조선에겐 그야말로 반격의 서막.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조선 쪽에서 귀가 찢어질 것 같은 함성이 터져 나왔다.
중계 화면 속, 사랑의 얼굴이 희미하게 미소를 띤다.
‘당신만 우리를 관찰하고 있던 게 아니야.’
조선이 제대로 한 방 먹인 것이다.
상대의 카운터에 대한 완벽한 카운터 한 방.
‘나도 당신을 관찰하고 있었어.’
이 한 방을 만들어내기 위해 궁수들이 파고들었던 것이다.
그들이 목숨을 던지면서 만들어낸 각.
그것이 이제 하늘 위로 그려지기 시작했다.
[사격] [사격] [사격].
.
.
수많은 루트들이 추가로 그려진다.
다른 레기온들에게도 화살이 날아가기 시작한다.
파아아아앙!
“피에르! 피에르가 죽었어요! 게다가아아아!”
“아아아아아아악!”
-왘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ㅁㅊ 비명
-중계진에 로마군이 섞였누
-싹 다 죽여~!
퍼버버벅!
레기온들이 사방에서 날아드는 화살에 허겁지겁 방패를 올려보지만.
이미 대처 못 해 죽은 자들이 태반이었다.
안 그래도 숫자도 몇 없었기에, 사실상 레기온은 전멸.
그제서야 킹귤은 보였다.
왜 조선이 카운터를 맞으면서도 한 발 더 내디뎠는지.
‘그래야만 죽일 수 있는 적이니까.’
몇 대 맞아주지 않고서는 절대 꿰어낼 수 없는 적이었기 때문이다.
“안토가! 역으로 꾀임에 당했어요! 궁수들을 어떻게든 더 줄여서 전멸시킬 각을 봤을 거예요! 실제로 가능했었구요!”
“아아! 그렇죠! 이거 조선에게 위험하다고 그랬거든요!”
“근데! 로마에게 온 그 기회가! 오히려 피에르가 너무 앞으로 나간 상태로 오래 자리를 유지하게 만듭니다!”
“그렇죠! 완전 당해버렸죠! 카운터를 맞아준 게! 오히려 카운터를 노린 거였어요! 이게 말이 됩니까!?”
미끼를 문 것이 미끼였다.
안토의 심리를 완전히 이해하고 꿰어낸 것이다.
“사실! 로마! 실수한 거 거의 없어요! 아니! 그냥 없어요! 이거 그냥 미친 듯이 억지로 비집고 들어간 겁니다! 그 틈을! 그냥 벌려낸 거예요! 조선!! 그냥 미쳤어요!!”
킹귤이 완전히 흥분해서 떠든다.
“게다가 이거!? 완전 안토 스타일 아닙니까!? 적을 꿰어내서! 카운터를 뽷!”
“맞습니다!”
“그래서 이게 지금 더 미친 거죠! 당한 상대는 완전 멘탈 나갑니다! 안토가 다음 수를 예측해서 한발 앞서 두면! 최순신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치우고! 말하는 거죠!?”
“뭐, 뭘요!?”
“다음!!”
-ㅁㅊㅋㅋㅋㅋㅋㅋㅋ
-다음ㅋㅋㅋ
-카운터의 카운터 ㄷㄷ
-다음!ㅋㅋㅋㅋㅋㅋ
“아! 근데 안토 다음은 없거든요! 이게 결승이거든요!?”
-ㅋㅋㅋㅋㅋㅋㅋ글네
-안토 다음은 없어…… ㄹㅇㅋㅋ
-앜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