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857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327화
105. 스팀팩(1)
──퍼억!
피에르가 쓰러진다.
안토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이게…… 뭐지?’
보이지도 않는 각이었다.
궁수는 전혀 피에르 위치를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1층에 있는 사람이 3층에 있는 사람의 위치를 정확히 알 수 없는 것과 똑같았다.
그런데 1층에서 쏜 화살이 지금 정확히 3층에 적중했다.
그것도 일반적인 병사가 아니라 피에르가 맞았다.
그는 방패를 들어 올릴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당했다.
당연한 일이었다. 이런 각도로 날아드는 화살을 염두에 두는 플레이어 따위 존재하지 않으니까.
‘우연이 아니야.’
피에르가 맞은 건 우연이 아니었다.
이건 정확히 의도된 타겟팅이다. 그리고 그 타겟팅은 궁수 쪽에서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위에서 내려보고 있는 지휘관만 가능한 타겟팅이었다.
지휘관이 화살을 쏠 경로를 알려준 것이다.
‘이런 수준의 오더가 가능하다…….’
이런 오더가 된다는 것.
‘그리고 그걸 수행할 수 있다?’
이런 오더를 수행한다는 것.
‘하?’
안토의 눈빛이 전혀 달라졌다.
정말 간만에 느끼는 감정이다.
두려움.
그는 지금 조선이 두렵다.
쿵. 쿵.
심장이 점차 빠르게 뛰어오르고, 혈액이 미친 듯이 온몸을 휘젓는다.
그러나 안토의 입꼬리는 희미하게 올라갔다.
이 얼마 만에 느껴보는 감정인가?
기억도 나지 않았다.
그는 어쩌면 이런 순간을 맞이하기 위해 게임을 하는 것이다.
모든 게임이 그렇다.
그 게임이 정말 재밌어지는 순간은 어떤 벽에 가로막혔을 때다.
그 벽을 넘기 위해 이것저것 시도해 볼 때, 수많은 밤을 고민으로 지새울 때.
그리고, 그 벽을 마침내 넘어설 때.
[집결]그때 진정한 게임의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안토는 다시 병사들을 부활시키며, 항전을 준비했다.
투창과 방패를 받은 병사들이 안토가 정한 집결지로 모여들었다.
피에르도 곧 살아날 것이다.
너무 빨리 죽어서 오히려 빨리 다시 태어날 수 있다.
단, 그사이 이미 조선 궁수들은 로마의 본진 영역까지 접근했다.
이들이 노리는 건 뭘까?
이런 고지대 위의 영토를 2시대에 공략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알 텐데.
그럼에도 들어온다.
‘병력이 없다는 걸 아는 건가.’
로마는 지금 당장 싸울 수 있는 레기온은 둘뿐이다.
상대 궁수는 여섯이다. 아니, 더 많을 수도 있다.
어쩌면 저 뒤에서 추가 병력이 오고 있을 수도 있었다.
만약 2시대에 끝내려는 것이라면 말이다.
‘끝내려는 걸까. 아닐까.’
여기서 안토는 알아내야 했다.
적이 우리를 2시대에 끝내려는 의도인지, 아니면 피해를 주고 이득을 보려는 건지.
그에 따라 대처는 천지 차이로 갈릴 것이다.
‘아니지.’
안토는 고개를 저었다.
이런 식으로 자신이 상대의 생각을 읽으면서 따라가는 방식으로는 늦는다.
지금 상대는 쿠키가 아니라, 최순신이다.
지휘관의 반응 속도와 명령이 거의 즉발이라 할 정도.
그런 자의 오더 흐름을 안토가 따라갈 수는 없었다.
대신 그는 다른 곳에서 훨씬 뛰어난 점이 있었다.
예측과 변수 통제.
[이동]그는 병사들을 이동시킨다.
적들이 들어오는 경로를 되려 열어주기 시작했다.
미끼를 던지는 것이다.
내가 고민하는 게 아니라, 적이 고민하게 하는 전략.
이제 상대가 이 미끼가 진짜인지 아닌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
‘미끼가 꽤 클 거야.’
이 미끼는 지금껏 안토가 던져왔던 미끼와는 달랐다.
조금 큰 물고기 잡는 데 쓰이는 정도의 미끼가 아니었다.
그는 인정한 것이다.
‘인정하지. 네가 상어라는 걸.’
상대는 상어였다.
지렁이나 새우 따위로는 유혹할 수 없었다.
안토가 던져넣은 것은 그들이 환장하는 피 냄새가 철철 나며 펄떡이는 대어였다.
중계진마저 이를 실수로 생각했다.
“어어!? 로마가 지금 약간…… 이거 실수죠!?”
“지금 궁수들 위치를 파악을 제대로 못 한 건가요!?”
[이동] [이동] [이동].
.
.
로마 야만 병사들이 오합지졸처럼 여러 곳으로 흩어진다.
동선이 꼬이면서 서로 부딪히고, 말 그대로 혼란이 번졌다.
몇몇 부대는 궁수들을 막기 위해 언덕배기에 배치되었고, 몇몇은 희한한 곳으로 향했다.
야만 병사가 무려 30이나 동원됐으나, 막상 제대로 막을 수 있는 인원은 10명뿐이었다.
“아니, 야만 병사가 언덕에!? 저기 있어 봐야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지 않나요!?”
그중 레기온은 하나였다.
“레기온이 하나라도 들어가긴 했습니다! 로마가 지금 좀 혼란스러운 것 같은데요!”
후웅!
레기온이 아래를 향해 창을 내던진다.
절벽 지형을 타고 올라가던 궁수들이 창을 피해내고 다시 달린다.
“아, 하나로는 좀 힘들거든요!”
투창은 다시 던지는 데까지 시간이 걸린다.
하나로는 여섯 명의 궁수를 압박하기 쉽지 않았다.
“와아아아아아아아!”
그 와중에 순식간에 위로 주파해 가는 병사 하나.
관중들의 함성이 터져 나오면서 중계 화면에 그 얼굴이 크게 잡힌다.
아몬드였다.
아몬드가 상대 본진으로 입성해 버렸다.
“오오오! 이거 들어갔어요!?”
“이거 본진 고지대가 엄청 가파른데! 그런 거치고는 좀 싱겁게 끝났어요! 게다가!”
파아앙!
그가 활을 쏘기 시작했다.
언덕에서 다른 궁수들을 방해하려던 병사들이 하나씩 쓰러진다.
“병사들 피해도 입습니다!?”
로마군은 도주했다.
자기 본진 경계에서 더 안쪽으로.
“로마! 도망칩니다! 안쪽에 회관에서 같이 싸우겠다는 건가요!?”
마을회관의 방어능력을 같이 활용해서 싸우겠다는 심산으로 보였다.
이건 뻔한 미끼였다.
“이거 조선이 더 따라가진 않을 거 같은데요?”
그런데─
“어어어!?”
한쪽 측면에서 로마 병사들이 튀어나왔다.
레기온 셋 정도와 다수의 야만 병사들.
그리고, 안토가 준비한 거대한 미끼.
[성직자]성직자도 대열에 합류했다.
* * *
‘성직자?’
아몬드의 눈이 번뜩였다.
지휘관 캠에 비친 사랑의 눈도 똑같았다.
‘성직자까지 나온다라.’
성직자는 생산뿐 아니라, 전투에서도 굉장한 영향력을 갖는다.
특히 그게 2시대라면 더욱 그렇다.
우우우웅!
성직자가 지팡이를 들어 올리며 대열에 버프를 넣는다.
[이동 속도 증가]야만 병사들의 이동 속도가 증가하며 순식간에 궁수들에게 달려든다.
이속 버프를 받은 야만 병사들은 어쩔 땐 궁수들을 순식간에 죽이기도 한다.
“와아아아아아아!”
로마 관중들의 함성이 터져 나온다.
쿠구구구구……!
상대가 엄청난 속도로 뛰어온다.
일시적으로 걸린 버프인 만큼 효과는 짧지만 강하다.
“젠장. 뭐야. 성직자까지!?”
팡어는 당황하여 멈칫한다.
“잠시 뺐다가…… 들어가야 하나?”
그러나─
[공격]명령이 내려온다.
성직자의 버프는 성가시지만, 이건 엄청난 기회인 것이다.
적이 알아서 머리를 들이밀어준 꼴이다.
기리릭.
아몬드가 그 자리에서 그대로 시위를 당긴다.
파앙!
그의 화살이 야만 병사 하나의 머리를 날리고, 그다음 화살이 연이어 또 날아가 다른 병사의 머리를 날린다.
“조, 좋아! 쏴아아!”
다른 궁수들도 모두 아몬드에게 합류하여 시위를 당기기 시작한다.
척!
이에 뒤에 있던 레기온들이 튀어나오며 방패를 세운다만.
셋의 방패로 모든 화살을 커버할 순 없었다.
퍼버벙!
방패에 몇 개 화살이 꽂히고, 야만 병사들 몇이 재차 구르며 쓰러진다.
후웅!
그때, 충분히 가까이 온 레기온들이 창을 내던진다.
“차, 창! 으억!”
퍼억!
궁수 하나가 쓰러진다.
적의 이속이 압도적이다.
“이제 슬슬 가깝슴다!”
스팸이 뒤로 주춤거린다.
그때 명령이 떨어진다.
[이동]“어, 이, 이동!”
스팸은 복창하며 이동 지역으로 뛴다.
‘엉?’
그런데 자신이 외친 것이 무색하게 다른 동료들은 전부 다른 곳으로 뛰고 있었다.
‘산개?’
이건 개별 명령이었다. 즉, 전체로 보면 산개였다.
* * *
갑자기 사방으로 흩어진 조선군.
로마 소대의 리더, 엔초는 멈칫했다.
‘어디를…… 가야 돼?’
흩어진 궁수들을 쫓아갈 기준이 없었다.
어디를 가더라도, 궁수들이 서로를 향해 활을 쏴줄 것이다.
그때, 다시 활시위가 당겨진다.
기리릭─
로마군 중 리더격이 외친다.
“방패 뒤로!!”
──파아아앙!
화살이 방패에 우수수 꽂힌다.
터더더덩!
산개 이후 첫 번째 사격은 피했다.
“정확도가 무슨…….”
“궁수 놈들 하나는 귀신같다니까.”
“후아.”
“일단 다시 앞으로!”
조선은 퍼지고, 로마는 모인다.
조선이 쏘고, 로마는 막는다.
척 보기에도 완전한 대척점의 전투였다.
터어엉!
터덩!
화살이 방패를 부술 기세로 박혀댄다.
현 소대의 리더가 중얼거린다.
“이쯤 했으면…….”
이제 슬슬 타이밍이다.
“이대로 뒤로!”
이 상태로 그대로 뒤로 물러나는 것이다.
그들이 물러나자, 더 빠르게 화살이 날아들기 시작했다.
조선의 기세가 올라간 것이다.
그럴 만했다.
자신 있게 달려들던 놈들이 갑자기 멈춰서 후퇴하니까.
“계속 천천히 뒤로!”
그러나 엔초는 꾸준히 천천히 뒤로 물러나며 버텼다.
[내구도 – 17%]방패의 내구도가 슬슬 바닥을 기고 있었지만, 버텨야 했다.
그리고─
‘안 닿는다.’
휙, 휙.
화살이 공중에서 사라진다.
화살 사거리 밖으로 아슬아슬하게 나오게 된 것이다. 적들은 아직 모른다.
여기서 엔초는 최대한 왔다 갔다 하며 적을 꿰어내야 했다.
하지만 적들은 따라올 생각까진 없어 보였다.
그때─
명령이 떨어진다.
“도망쳐라!”
소대가 뒤돌아 뛰기 시작한다.
건물 뒤로만 들어가면 된다.
이때 성직자는 이속이 낮아 대열의 조금씩 가장 뒤로 가게된다.
그건 반대로 말하면 조선에게 점점 가까워진다는 말이다.
가장 위험한 순간이자, 가장 유혹적인 순간이다.
* * *
‘성직자가……!’
아몬드도 성직자의 뒤처진 걸 확인했다.
적의 실수 같았다.
마침 명령이 떨어졌다.
[추격]타깃은 성직자였다.
치이이이……!
루트가 그려진다.
기리릭.
아몬드는 활시위를 당긴 채, 루트를 밟으며 뛰었다.
[접근해서 커브샷]명령이 구체화된다.
레기온들이 워낙 화살을 잘 막기 때문에 좀더 가까이 붙어서 커브샷으로 단숨에 죽이라는 전술이다.
“뛰어!”
아몬드 외 궁수들도 뛰기 시작했다. 아몬드와 방향이 같진 않았다.
“우리는 레기온들 엄호!”
팡어가 외친다.
레기온들이 성직자 근처에서 방패로 막아설 게 분명하기에, 그들을 향해 화살을 쏴대는 게 그들의 전략이다.
이러면 최소한 레기온이 추가로 죽거나, 성직자를 내놔야 할 수도 있다.
시도하면 반드시 이득을 보는 작전.
이걸 마다할 자는 없다.
달리던 팡어가 갑자기 자세를 낮추며 시위를 당겼다.
“쏴아아아!”
치이이이이익!
흙먼지가 일며, 모든 궁수들의 무릎이 땅에 끌린다. 그리고─
화살이 쏘아지기 시작한다.
──파바바바방!
“막아!”
레기온들이 다시 대열 뒤로 달려와 성직자에게 날아든 화살을 막는다.
터엉!
그런데─
“!?”
──퍼엉!
그들의 다리로 화살이 날아든다.
“으……?”
[이동 속도 저하] [체력 72%]체력이 깎이는 정도는 적으나, 이동 속도가 저하된다.
퍼버벙!
한 발이 아니라 여러 발을 맞은 레기온도 있었다.
그는 거의 체력이 바닥났다.
성직자가 급하게 힐을 시전한다.
“힐!”
우우우웅!
“좀 더 버텨어어어!”
“아직…….”
와중에 레기온들의 눈이 한쪽으로 쏠린다.
다른 궁수들과 달리 쏘지 않고 옆으로 크게 돌면서 각을 만들고 있는 한 명.
“아직 그놈이 안 쐈다! 집중해!”
아몬드.
그자가 아직 활을 쏘지 않았었다.
‘지금.’
아몬드가 눈이 번뜩이며 시위를 놓는다.
“쏘, 쏜다아!”
쉬이이이이익!
뱀처럼 꺾여 들어가는 화살이 성직자를 향해 날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