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86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1 86화
30. 파워 슈트 플레이(3)
따지고 보면 정말 건방진 제목이다.
[배틀 라지 EP.6 – 네. 아몬드가 파워 슈트를 입었습니다.]아몬드가 파워 슈트를 입었는데, 뭘 어쩌라고?
이런 대답이 돌아와도 이상하지 않은 제목이다.
그러나 영상을 보고 나면 이런 생각밖에 안 든다.
‘갓지아!’
술 먹고 꼬장 좀 부리면 어떤가?
어린놈이 조금 싸가지 없으면 어떤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데!
“21위라니. 단일 동영상이라지만, 이건 진짜 큰데?”
3개의 영상 중 하나만 21위라고 해도.
이건 엄청난 성과다.
같은 순위권에 있는 채널들 규모를 보면 알 수 있다.
슬슬 힘을 잃어가는 100만 구독 채널부터, 한참 폭발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30만 구독 이상의 채널이 20위권 라인을 형성하고 있었다.
그런데 아몬드의 구독자는 아직 5만이다.
‘미쳤다.’
정말 알짜배기 5만이라는 뜻이다.
영상의 평균 조회 수가 구독자보다 많을 시, 그 채널은 아직 성장 중인 채널이다.
조회 수와 구독자 수의 차이가 얼마나 나냐에 따라 얼마큼 성장 중인지도 알 수 있는데.
이제 겨우 5만 구독자인, 아몬드의 채널은 ‘급성장’ 중인 셈이다.
‘물론 영상 하나둘 뜨고 마는 채널도 한두 개 아니다. 정신 차려야지.’
원 히트 원더라는 말이 있듯이, 이슈 몰이해서 몇몇 영상만 백만, 천만 조회 수를 찍고 채널은 망하는 케이스도 많다.
아몬드는 그렇게 돼선 안 되니,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할 것이다.
‘그나저나 구독자 5만 됐구나…… 이벤트 같은 게 필요한가?’
새삼 성장이 엄청나다고 다시 한번 느낀다.
매니저인 주혁조차도, 구독자가 5만 찍히는 순간을 보지 못할 정도로 빨랐다.
사실 올튜브를 이제 막 시작한 초보들에게는 1만, 2만도 대단한 수치일 텐데.
역시 재능충은 다르다.
아니, 재능충들이라고 해야겠다. 편집자까지도 재능충이니까.
재능×재능, 재능 제곱이다.
거참 부러운 능력자들이다.
“……하하.”
갑작스레 씁쓸함이 몰려온다.
온갖 화려한 스펙으로 무장한 나지만, 이렇다 할 빛나는 재능도, 지대한 열정도 없었다.
그런 나를 오히려 사회는 더 인정해 줬었지.
그것도 나쁘진 않았다. 그런데 그냥 사회에서 시키는 대로 열심히 하는 게 재능이라고 한다면…….
한 인격체로서 너무나 쓸쓸한 것 아닌가?
내가 그간 살아왔던 삶은 뭘까?
내 30년은…….
왠지 모르게 유상현의 30년과는 밀도가 다른 것 같았다.
“?”
아. 그러고 보니 유상현 이 새끼는 28년이었던가.
“아오.”
* * *
벌떡.
상현은 침대에서 튕겨 나오듯이 일어났다.
‘아…….’
지끈.
머리를 곧장 내려찍는 두통이 말해준다.
어제 무리했다고.
억울한 건 그렇게 술을 마셨는데, 여전히 꿈자리는 좋지 못했다.
이마를 쓸어넘기자, 축축한 것이 소매에 잔뜩 묻었다.
베개를 보니 땀에 푹 절어 있었다.
「다들 네 등만 보고 쫓아가는 거 알잖아.」
이젠 지겨울 법도 한 그 목소리인데.
생각날 때마다 심장이 쿵쾅거린다.
그래도 환청 같은 게 아니라, 꿈에서만 이러니 다행이다.
“오랜만에 오래 잤다? 동생?”
문이 열려 있었는지, 주혁의 그림자가 넌지시 말하는 게 들려왔다.
인기척을 느꼈나 보다.
“……어. 술 많이 마셨네.”
“그래. 많이 마시긴 한 것 같더라. 동생. 네가 동생인 것도 알려주고.”
징글징글한 녀석.
소인배도 저런 소인배가 있나.
사실 28살인 걸 서른이라고 속였다고 저런다. 1살 동생이나, 3살 동생이나…… 뭐가 다르단 건지.
“그래. 나이 많아서 좋겠다, 주혁쓰.”
상현은 지아의 말을 인용해 가볍게 받아친 뒤, 샤워하러 욕실로 향했다.
주혁이 뭐라 뭐라 소리치는데, 물소리에 잠겨서 잘 들리진 않았다.
어차피 또 꼰대 같은 말이나 하고 있겠지.
쏴아아아아아……!
하얗게 부서지는 물살을 보니, 어제의 게임이 생각난다.
‘파워 슈트 플레이……. 재밌었지.’
파워 슈트를 입었던 감각이 다시 떠오르니, 심장이 두근거린다.
다시 활을 잡게 됐을 때하고는 조금 다른 느낌이다.
설렘의 정도로는 당연히 활을 다시 잡았을 때가 압도적이었지만.
이 또한 좋은 감각이다.
이건 무슨 느낌일까?
‘……재미?’
게임에 재미를 느끼는 걸까? 단순히 활을 쏘게 돼서 재밌는 게 아니라.
정말 캡슐 게임이란 것 자체에 재미를 느끼고 있는 걸까?
양궁 말고는 딱히 엄청난 재미를 느낀 적이 없었던, 그럴 여유가 없던 인생을 살아온 상현에겐 낯선 감정이다.
상현은 물기를 털듯 고개를 내저었다.
‘뭐든, 일단 두근거린다는 건 좋은 일이지.’
이게 대체 무슨 상태인지보다, 당장 할 일에 집중하기로 한다.
쏴아아아아아…….
다시 뜨거운 물살에 몸을 맡기며 눈을 감았다.
‘다이아. 가야지.’
그에게 현재 중요한 건 다이아 랭크에 도달하는 거다.
그게 시청자들과의 약속이고, 풍선껌을 만날 길이다.
게임을, 방송을 더 오래 할 수 있는 발판이 될 거고.
그러면 상현은 이 기분을 더 느낄 수 있을 거다.
활을 더 오래 잡을 수 있을 거다.
* * *
물기를 싹 털고, 상현은 잠시 커뮤니티 반응을 확인한다. 방송하기 전에 늘 습관처럼 하는 행동이다.
특별한 일은 없었는지, 무슨 여론이 생기는지.
그냥 수시로 체크하는 게 어느새 삶의 일부가 됐다.
‘응?’
그런 그에게 희한한 게 하나 보였다.
[실시간 아몬드 영상 순위!!! 미쳤음ㅋㅋㅋㅋ]아몬드 영상?
올튜브 말하는 거라면, 아직 안 나왔을 텐데. 그야 지아도 어제 술을 잔뜩 퍼먹고 집에 갔었으니까.
과거에 올렸던 영상이 다시 역주행하나?
그럴 리가 있을까?
상현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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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위) 배틀 라지 EP.6 – 네. 아몬드가 파워 슈트를 입었습니다.
아몬드 영상이 19위야! 미친 ㅋㅋㅋㅋ 하루 만에!
내가 다 감회가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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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팬이 조작을 한 게 아닌가 의심했다.
하지만 댓글 반응을 보니 주작은 아닌 모양이다.
-ㄹㅇ이네 ㅋㅋㅋ
-와 ㅋㅋㅋ
-19위면 쩌는 건가? 난 올튭 순위는 잘 몰라서
└ㄹㅇㅋㅋ 나도 그냥 추천 영상이나 보지, 순위권에는 개같은 거 너무 많아서 안 봄
└나도 잘 모르는데 그냥 올튜브 스케일 감안하고 순위 19위면 쩌는 거 아닐까? 야발놈아?
└왤케 뿔났누 ㅋㅋㅋㅋㅋ
└악성 견과류단 검거!
-19위…… 대단하네. 이제 ㄹㅇ 날아오르냐?
└저러다가 그냥 추락하는 거 한두 번 보냐?
└전자파랑 라이벌 구도 같은 거 잡히면 ㄹㅇ 까딱했다간 바로 나락 감. 용팔이단 모름?
└글고 보니 어제 전자파 방송 잠깐 켠 거 봄? ㄹㅇ 깜짝 놀랐다.
└ㅇㅇ. 실수로 켰나 본데, 살아는 있나 보네.
└아몬드 견제하려는 거 아님?
└미친놈 ㅋㅋㅋㅋ 무슨 아몬드 견제여 ㅋㅋㅋ
└제발 현생을 사세요! 견과류단님!
-와 올튜브도 잘되네. 보통 라이브랑 올튜브 둘 중 하나만 잘되던데. ㅅㅂ 다 가진 새키…….
└편집자가 1티어임.
└ㄹㅇ ㅋㅋ 그냥 팬이었다는데. 개오짐.
약간의 질투성 댓글들이 있는 걸 보면 확실하다.
이건 진짜 19위인 것이다.
“와…… 19위라니.”
상현이 감탄하며 뱉은 말에, 주혁이 끼어들었다.
“어. 19위다. 동생. 아까는 21위였는데. 또 올랐구나.”
주혁은 밥을 먹고 있었다.
“아니…… 이 영상은 뭔데? 대체 어떻게 나온 건데?”
“그거야 지아 님만이 아시겠지. 지금은 주무시는 것 같다.”
“아니. 걔가 한참 더 어린데 왜 걔는 님이고, 난 동생이야.”
“그야 그분은 인간이 아니라, ‘갓’이니까.”
쯔쯧.
김주혁은 넌 뭘 모른다는 듯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영상을 보면 느낄지어다.”
“…….”
지랄을 하네.
상현은 이 말만큼은 일단 뒤로 삼켰다.
주혁 말대로 영상을 보고 다시 생각해 보자.
술 먹고 만든 거나 다름없는 영상이라, 조금 불안하다.
* * *
“지아는 신이다.”
상현은 그렇게 결론을 내렸다.
“성좌 같은 거일지도 몰라. 난 지아의 성흔을 받게 된 거고.”
주혁이 상현의 반응을 보고 낄낄댔다.
“내가 뭐랬냐. 동생.”
와중에도 그는 끝까지 동생이라는 호칭을 빼먹지 않았다.
상현은 잠시 고민했다.
저 녀석을 어떻게 처리할지 생각하느라.
이윽고 그가 입을 열었다.
“그거 아냐? 보통 형이 동생이라고 안 하고, 동생이 형한테 형이라고 해.”
“……아, 알고 있다. 동생.”
“서열이 낮은 사람들이 보통 이름 대신 다른 언어를 사용해야 하는 불편을 겪지. 그러니까 넌 결국 나한테 형이라고 하는 거나 다름없어.”
“……씨발.”
주혁은 결국 형이 되기를 포기해 버렸다. 참 빠른 포기다.
“그래. 이제 와서 뭔 형 동생이냐! 내가 대인배니까 참는다!”
정신 승리 역시 굉장한 속도다.
저러니까 사회에서 인정받았던 거구나. 상현은 다시금 주혁에게 뭔가를 배운다.
역시 김주혁은 배울 게 많은 사람이다.
“나도 좀 먹자.”
상현은 자연스레 식탁에 앉아서, 주혁이 만든 요리를 노렸다.
이 자식, 점점 요리 실력이 늘고 있다. 역시 이 녀석은 엘리트답게 못 하는 게 거의 없다.
탁.
주혁의 젓가락이 막아섰다.
“허허. 그냥 아몬드 후레이크나 처먹으시죠.”
“……거, 뒤끝 있네.”
몇 번의 젓가락 공방전 끝에, 결국 주혁은 주방 뚝배기에 남은 음식이 있다고 이실직고했다.
다른 반찬은 없고, 마파두부가 남아 있었는데.
이게 꽤나 맛이 좋았다.
중국 현지의 맛과 한국적인 맛이 적절히 섞여서 새로우면서도 밥이 술술 넘어갔다.
이건 또 어느 채널에서 보고 배운 걸까.
“아. 그나저나 우리 5만 구독자더라. 이벤트 같은 거 해야 하지 않겠냐?”
아몬드는 잠시 멍때렸다.
‘생각 안 해봤는데.’
그러고 보니 100만 구독자가 되면 김주혁에게 사커킥을 갈기는 이벤트를 생각했었을 뿐.
딱히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음…… 글쎄. 딱히 생각나는 건 없네. 네가 알아서 생각해 봐.”
“알았다.”
주혁은 간단히 대답하고는 식사를 빠르게 마쳤다.
그리고 다른 채널들 탐사를 시작했다.
상현도 마저 먹고, 설거지를 한 뒤.
‘벌써 3시네.’
방송을 위해 캡슐로 향했다.
다이아를 가기로 한 뒤 5일째 되는 날이다.
이틀 뒤면 약속 기간 중 절반이 지난다.
‘이제 플래 2였던가…….’
절반도 채 안 지난 시점에 이미 플래티넘 2 티어.
그가 계획했던 것보단 훨씬 빠른 속도다. 하지만 방심할 순 없다.
연패하면 쏟아부은 시간이 그대로 사라질 테니까.
물론 아몬드는 그런 경우는 생각하지 않았다.
미친 생각 같지만.
아몬드는 되레 2주를 1주로 줄여보고 싶었다.
└2주는커녕 아몬드 내가 볼 땐 1주 내로 다이아 간다.
이렇게 댓글을 손수 남겨준 뒤, 아몬드는 캡슐 안으로 들어갔다.
* * *
“아가씨. 어제 사건에 대해서 무언가 하실 말씀이 없으십니까?”
집사가 물었다.
휠체어는 뒤돌아선 채다. 제대로 대답해 줄 생각은 없는 듯했다.
“의사가 분명 말하지 않았습니까? 이제 조금만 더──”
“알아. 실수야.”
무성의한 대답이 돌아왔다.
그녀의 시선은 여전히 TV에 고정된 채였다. 요즘 들어 늘 그렇듯이, 아몬드의 채널이다.
[예상보다 플래 2에 도착이 빨랐죠?]흘러나오는 목소리에, 집사의 시선도 옮겨진다.
“……경쟁심이라도 느끼십니까?”
“대답은 했어. 나가.”
차가운 서릿발 같은 목소리였다.
뜨거움과 분별되기 어려울 정도의 냉기.
그녀가 진짜로 분노했음을 느낀 집사는 고개를 조아리며 나갔다.
“그럼?”
여자는 다시 혼자 남았다.
[어쩌면 이번 주 안에 다이아 갈 수도 있지 않을까요? 하하.]그녀의 눈은 언제 누가 왔다 갔냐는 듯, 다시 화면에 고정됐다.
[오늘도 여하튼 달려봅니다.]가벼운 조깅이라도 나서는 듯한 말과는 다르게, 이날 아몬드는 연승을 거듭했다.
그의 MMR 수치는 이미 폭발해서, 몇 판만 이겨도 레이팅이 쑥쑥 올랐다.
하루 안에 플래 1 승급전까지 도달해 버렸다.
“……하.”
헛웃음이 나왔다.
이날 방송은 여기까지였다.
[내일 이어서 달릴게요.]다음 날, 오후 3시에 방송이 켜졌고.
그녀는 어김없이 휠체어를 몸소 끌고 이 방으로 와서, 그의 방송을 틀었다.
플래티넘 1 승급전은 난전 그 자체였다. 방해하려는 세력이 한둘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역시나 돌파했다.
전략은 계속 같았다.
초장부터 무기고 털어버리기. 기가 찰 정도로 무식하고…….
아름다운 전략이다.
그래. 그 일직선 돌파엔 아름다움마저 느껴졌다.
오로지 실력만으로 승부하는, 어떤 숭고한 무언가가 느껴졌다.
플래 1로 승급한 후, 아몬드는 몇 판을 더 진행해서 레이팅도 어느 정도 올려놨다.
그리고 그다음 날이 왔다.
[드디어 1주일째입니다.]다이아를 가기로 선언하고 7일이 되는 날.
빠득…….
길게 자란 손톱을 물어뜯었다.
저도 모르게 나오는 옛 버릇이다.
[오늘 한번 제대로 달려볼게요.]불안했다.
오늘 아몬드의 컨디션이 유독 좋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