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860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330화
106. 불(1)
3시대가 되면 본진 주변으로 슬슬 성벽을 치기 시작한다.
이때 문제가 되는 것이 숲이다.
숲에는 성벽을 치는 게 쉽지 않다.
효율이 많이 떨어진다.
대지의 높낮이도 일정치 않고, 나무를 피해 짓는 것도 자원이 많이 소모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조선의 각궁병들이 노리는 지역도 숲이다.
“와 씨…… 다행히 아무도 안 만났다.”
롸떼가 안도한다.
미친듯이 뛰어온 궁수들이 다시 숲 안에서 근처로 모였다.
“어어. 가, 가까이 오지 마십쇼! 햄!”
이들은 같이 뛰면서도 최대한 멀리 떨어져 있었는데.
이는 너무 붙어 있다가 눈먼 창에 맞으면 다같이 나란히 하늘로 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이고. 민병대를 미리 켜서 들어오는 전략은 진짜 난생 처음이다.”
팡어가 머리를 쓸어넘기며 한마디 한다.
시빌엠 경력을 고려했을 때 팡어가 이런 게 처음이라면 확실히 적도 놀랄 만하다.
“흠. 이거 타이밍 한 템포 빠르게 하려고, 이렇게까지 한 건가본데…….”
이런 극단적인 전략이 왜 나왔을지, 고민해 보려던 찰나.
티이잉!
[이동]다시 이동 핑이 찍힌다.
쉬지 말고 뛰라는 것이다.
어차피 병사들은 생각할 이유가 없다.
“오, 오케! 뛰어!”
궁수들은 거리를 한 껏 벌린 채, 앞으로 뛰어나가기 시작한다.
“와! 이거 확실히 빠르네!”
평지 지형에서 뛰어다니니, 이렇게 빠를 수가 없었다.
그렇게 얼마나 뛰어갔을까?
[정지]정지 명령이 떨어지고, 모두가 그 자리에 멈춰선다.
스윽.
다들 각자 나무 뒤에 숨어 엄폐한 상태였다.
로마는 아직도 그들의 침입을 모르는 듯 했다.
아무래도 멀티로 갔을 거라 여길 테니 말이다.
“뭐야. 여기서 대기?”
“뭐지?”
숲 한가운데.
아직 눈에 보이는 로마 일꾼들은 없었다.
[이동]그때, 이동 명령이 다시 내려진다.
“야. 롸떼. 어디가냐? 정지야. 정지!”
그런데 롸떼만이다.
“아, 아니. 저만 명령이에요!”
“에? 그래?”
롸떼만 앞으로 나아간다.
뭔가 불안한 느낌에 롸떼는 천천히 전진하는데.
[뛰어]뛰란다.
“아, 아씨…….”
롸떼는 뛴다.
적진 한복판에 들어와서 맨몸으로 전속력으로 뛰어다닌다는 게 그리 마음 편한 일은 아니다만.
‘생각을 버리자. 그냥.’
그는 눈을 한 번 질끈 감고 마구 달렸다.
지휘관이 어차피 루트를 그려주고 있기 때문에 다른 걸 생각할 필요는 없었다.
그러나 병사가 자신이 뭘하는지를 모르고 있으면, 움직임에 효율이 떨어지는 법.
[정찰 및 유인]이내 달리고 있는 롸떼에게 작전 내용이 알려졌다.
“!”
그는 자신이 맡은 임무가 유인책이라는 걸 깨달았다.
‘유인?’
설마하니 일꾼이 유인될 리는 없고, 아마 이 근처에 로마 병사들이 있다는 것이다.
‘설마 또 첫타에 죽나?’
잠시 후 롸떼는 일꾼들을 발견하게 된다.
‘저깄다.’
그가 시위를 당기며 조심스레 접근하던 중.
직후 명령이 떨어진다.
[정지]정지?
조금 당황스러웠다.
활을 쏘는 것도 아니고, 정지라니.
일꾼이 시야가 더 좁다고는 해도, 여기서 가만히 있는 건 좀 불안한 일이다.
혼란은 오래가지 않았다.
[편전 – 완료]편전 업그레이드가 완료된 후.
덜그럭.
롸떼의 허리춤에 장비 하나가 추가된다.
그 순간─
“!”
──퍼엉!
일꾼 하나의 머리가 터져 나갔다.
이 긴 숲을 가로질러서 화살이 날아온 것이다.
‘아……!’
누가 쏜 화살인지, 그건 말할 것도 없었다.
‘아몬드 형님!’
롸떼는 이제야 이 작전의 근원을 알게됐다.
‘내가 눈이구나.’
편전의 사거리는 시야보다도 넓은 경우가 있다.
특히 이렇게 고저차가 없이 평지일 경우 그랬다.
그럴 경우 이렇게 시야를 다른 아군으로 밝혀서 지휘관이 타겟일 점지해주면 그걸 보고 쏜다.
물론 말이 쉽지 이런 숲속에서 자기 눈엔 보이지도 않는 타깃을 맞힌다는 건 사실 말도 안 되는 묘기였다.
그러나, 그걸 매번 해내는 자가 저 뒤에 있다.
펑!
퍼엉!
일꾼들이 소리 없이 쓰러지기 시작한다.
‘와.’
롸떼는 자신이 쳐다보는 족족 죽는 일꾼들을보며 전능해진 기분마저 들었다.
‘너. 다음은 너.’
퍼엉.
퍼어엉!
계속해서 쓰러진다.
편전은 연사가 불가능한데도, 벌써 일꾼 다섯이 죽었다.
물론 3시대에 일꾼 다섯이 대단한 피해는 아니지만.
‘로마가 모르고 있어.’
로마는 눈치채지 못한다는 게 주요했다.
여러 번이 아니라, 한 번 타격으로 죽이게 되면 지휘관에게 메시지가 울리지 않기 때문에.
여기 숲속 일꾼들을 안토가 직접 들여다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이다.
그렇게 롸떼 시야에 보이는 일꾼은 전부 죽게 된다.
“우오…… 이래도 모르려나?”
왠지 이젠 안토가 알 것 같았다.
티잉.
그러거나 말거나 명령이 내려온다.
[이동]이번엔 궁수 부대 전체가 앞으로 이동하기 시작한다.
이렇게 한 칸씩 전진하면 언젠가 본진에 금새 닿을 것이다.
만약 안토가 아직 모른다면.
‘이거 거의…….’
롸떼는 여기서 승기를 잡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런 식이면 민병대도 딱히 필요 없던 거 아냐?’
민병대는 누가 뭐래도 기동성을 위한 팩션.
어차피 적은 지금 알지도 못하는데, 기동성이 뭔 의미일까?
오르막 길을 빨리 오르려한 거?
그런 생각을 하던 중─
“!?”
─바스락.
어딘서가 들려오는 발소리.
아군이 있을 위치는 아니었다.
롸떼의 고개가 휙 돌아간다.
그의 눈에 뭔가 보였다.
티잉!
[위협]타악……!
곧바로 몸을 날렸다.
화살이 귓가를 스쳐 롸떼 대신 뒤의 나무를 타격했다.
──쩌어어억!
나무가 쩍 갈라진다.
그냥 화살이 아니다.
석궁이다.
[제노바 석궁병]측면에서 제노바 석궁병들이 등장했다.
그들뿐이 아니다.
우우웅!
[이동 속도 증가]성직자의 버프를 받으며, 보병들이 뛰어오기 시작했다.
커다란 방패와 메이스를 든 인간 전차 같은 놈들이었다.
“와아아아아아!”
“죽여어어!”
티잉!
[이동]롸떼는 이동핑이 찍힌 곳으로 부리나케 뛰었다.
“아아아악! 또 첫타에 죽는 거네! 미친!”
* * *
조선의 싱크탱크 팀.
“어어? 또 첫타에 죽는 거 아냐?”
그 안에서도 우려섞인 말이 흘러나왔다.
롸떼는 첫타에 죽는다는 게 일종의 징크스라는 말이 우스갯소리로 늘 있었다.
그런 사람이 유인 임무까지 맡았으니, 더 걱정이 될 것이다.
“으음.”
치승도 애매한지 긁적인다.
“그럴지도…….”
데이터로만 보면 롸떼가 개복치긴했다.
물론 그만큼 선봉을 선다는 뜻도 되지만, 롸떼는 순발력과 타겟팅 능력에 비해 회피성이 떨어진다.
“아니다.”
그때, 테이블 중앙의 희철이 말한다.
“안 죽을 거야.”
“……네?”
안 죽는다니.
저건 죽으라고 미끼로 던져준 수준인데?
심지어 첫 데스율 1등인 롸떼다.
“난 제대로 쓰지 못했지만, 최고다이순신은 다르거든.”
최고다이순신은 달라?
다르긴한데.
그래도 같은 병사인데.
‘그러고 보니…….’
최고다이순신이 롸떼에 대해 뭔가 말한 적이 있었다.
「이분은 왜 맨날 먼저 죽어요?」
「항상 앞으로 나가서 그런 거 아닐까요?」
「흠…… 단순히 그거?」
이후에 그녀가 뭔가를 더 분석하고, 나중에 뭐라한 말이 있었는데.
「알았다.」
뭐였지?
* * *
티잉!
[이동]기다렸다는 듯, 이동 명령이 찍힌다.
타다다다닥!
롸떼는 부리나케 그쪽으로 달렸다.
상식적으로, 이동 명령이 찍힌 곳이 탈출구라 생각했다.
“!?”
티잉!
[이동]그런데 아니었다.
이동 명령에 도착하자, 다시 이동 명령이 내려진다.
‘이거……?’
그가 멈칫하자, 팅!
[위협]또 화살이 날아든다.
피유웅!
“읏차!”
롸떼는 다시 몸을 굴리며 피해냈다.
퍼억!
애꿎은 나무들이 쓰러진다.
티이이잉!
티잉!
[이동] [이동] [이동].
.
.
이동 명령이 연이어 주루룩 찍힌다.
그제야 보였다.
‘내가 빙빙 도는 거잖아!?’
롸떼는 궁수들의 ‘눈’이자 미끼였다.
‘젠장!’
롸떼는 죽어라 다시 뛰었다.
티딩!
[위협] [위협]위협 핑이 찍힌다.
석궁병들이다.
화살이 날아든다.
롸떼가 기묘한 자세로 팔 다리를 펼치고, 화살이 마치 마술쇼처럼 그 사이로 지나간다.
* * *
조선의 싱크탱크팀 전원이 기립했다.
“워, 워어어어어!? 뭐야!? 진짜 피하는데!?”
롸떼가 거의 로마군을 끌고다니는 수준이었다.
“오오오오! 다, 달려! 달려!”
“미친 다 피했어!?”
“아니 뭔데!?”
말 그대로였다.
아니 뭐지?
‘허?’
치승은 이 어이없는 장면을 보고 멍해진다.
그제야 기억났다.
「알았다. 이 사람 잘 피하네요? 그래서 항상 선발대구나.」
처음엔 무슨 말인가 싶었다.
「네……?」
「미끼로 쓰면 딱이겠어.」
「매, 맨날 먼저 죽는데요!?」
“으, 으아아아악!”
롸떼가 비명을 내지르며 루트를 따라 달린다.
쩌억! 쩌억!
나무들이 연이어 쓰러지고, 심지어는 근접 병사와 마주쳐 칼까지 맞을 뻔했으나.
후우우웅!
“으읏차!”
미꾸라지처럼 굴러서, 혹은 거의 드러눕듯이 피해서라도 그는 살아남았다.
‘대체…….’
치승은 이해할 수 없었다.
롸떼가 몸이 날랜 편이라고는 알고 있었지만, 이 묘기 같은 재주는 뭐란 말인가?
어떻게 이게 가능한가?
지휘관이 바뀌었다고, 병사의 퍼포먼스가 이렇게까지 달라지나?
「반응은 빨리 하는데. 몸이 굼떠요. 조금만 더 빠르면 먼저 안 죽을걸요?」
그녀는 롸떼가 오히려 몸이 굼뜨고, 눈이 빠르다 했다.
「보고 피하는 스타일이라 그래요.」
롸떼는 모든 위협을 미리 반응하는게 아니라, 보고 피한다.
보는 게 늦으면 무조건 공격을 맞는 거다.
그렇다면─
「빨리 보여주면 돼.」
보여주면 되는구나?
──티이잉!
[위협]본다면?
그가 먼저 보게 된다면?
아니, 먼저 보여줄 수 있다면.
“!”
롸떼는 무조건 반응한다.
쉬이이이이익──
화살은 또 스쳐간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
──쩌억!
다시 애꿎은 나무들이 쓰러진다.
“또, 또 피했어요! 롸떼!? 이게 어떻게 된 겁니까!”
“스치기만 해도 죽는데! 이걸 여태 살아요!? 여태!”
“심지어 다시 가까이! 이거 완전 제대로 헤집어버리는데요!?”
롸떼는 도망가긴커녕 다시 그들 가까이로 달리기까지 한다.
오더된 루트가 그랬다.
“지금 이러는 사이! 조선은─”
롸떼가 헤집어 놓는 사이, 다른 각궁병들은 어디로 갔을까.
그들이 뭘 준비했을까.
로마는 전혀 알지 못했다.
“──완전 싸먹어버렸는데요!!!”
“!?”
퍼어엉!
석궁병 하나의 머리가 날아가 버린다.
로마군은 그제야 깨달았다.
“미친!”
보이지 않는 적, 한 발 늦는 파공음.
피유우우웅……!
“편전이다!”
이건 편전이다.
조선이 편전을 들고 있다.
이 사실을 알게 됐지만, 조금 늦었다.
“어디야!?”
“그, 그게…….”
위치를 알 수가 없었다.
아니, 아는게 의미가 없었다.
“!”
사방에서 화살이 쏟아지고 있었다.
그들은 어디에나 있었다.
이미 궁수들이 크게 원을 그리는 형태로 자리를 잡은 것이다.
이 시계 방향으로 펼쳐지는 거대한 원형의 포위 사격진.
이게 롸떼가 벌어놓은 시간이었다.
“저, 저 자식 또 온다!”
“아니, 미친 어디서 쏘는 건데! 어떻게 쏘는건데!?”
그가 다시 로마군 쪽으로 달려오자, 로마군이 소리친다.
소대의 리더, 피에르와 롸떼의 눈이 마주쳤다.
“…….”
피에르는 이를 빠득 갈았다.
그제야 깨달았다.
“저놈이 시야다.”
롸떼가 궁수들의 눈이었다.
믿기지 않지만, 롸떼가 눈이 되어주고 지휘관이 그려주는 사격 루트를 지정해 주고 있다.
그렇지 않고서야 나올 수 없는 전술이다.
피에르는 비교적 빠르게 그 내막을 간파했으나.
‘칠 수가 없다.’
달려오는 저자를 저지할 수 없었다.
한 번 불이 붙기 시작한 플레이어들은 가끔 말도 안 되는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피에르는 직감적으로 느꼈다.
지금 놈은 불이 붙고있다.
‘늦었나.’
알아차린 지금은 늦었다.
“롸떼! 또 달립니다! 계속 살아남아요!?”
“투창! 석궁! 지금 다 무슨 유령 맞히는것처럼!”
“완전 접신 상태입니다아!!”
불씨가 있어야 불도 붙는 법이다.
이미 불씨는 오래전부터 그 자리에서 바람이 불기만을 기다려왔다.
쿠키는 그 바람이 자신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최고다이순신은 다를 거다.」
바람이 될 자는 최고다이순신이다.
「그녀가 제대로 보여준다면……」
쿠키는 알고 있었다.
이 바람을 만나면 그 불씨가 어떻게 화려하게 피어오를 수 있는지.
그것이 어떻게 적을 잡아먹을 수 있는지.
「완벽한 눈이 될지도.」
피유우웅──
빙 둘러싼 궁수들이 일제히 편전을 쏜다.
원의 중심으로 모아지는 화살.
그 안엔 롸떼가 달리고 있다.
화르륵!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관중들의 함성이 불길처럼 번져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