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cher's streaming RAW novel - Chapter 862
천재 궁수의 스트리밍 시즌3 332화
106. 불(3)
불이 붙은 건 비단 조선의 성문만이 아니었다.
“들어가아아아아아아!!”
“대애애애애한! 민! 국!”
양측의 응원단 역시 제대로 불이 붙었다.
“로마! 로마! 로마아아아아!”
“우오오오오오오오오!!”
중계 화면 양쪽에 비친 지휘관들의 눈도 그러했다.
-최순신 저거 사진임??
-와 눈을 안깜박이네
-둘 다 사진인줄ㅋㅋ
-미친 집중력 ㄷㄷ
그들은 미동 한 번 않고 전장을 노려보며 명령을 내리고 있었다.
각자의 본진에서, 이 맵에서 가장 먼 곳에서 동시에 펼쳐지는 격전이다.
어지간한 집중력으로는 일일이 오더조차 할 수 없는 전투.
이 전투로 양쪽 진영 모두 운명이 결정될 것이다.
이 전쟁이 모두의 운명을 건 마지막이었다.
그리고─
“무, 무너졌다아!”
“들어가아아아아아아!!”
──쿠우웅.
그 운명의 마지막 관문이 무너졌다.
조선 본진의 성벽이 뚫렸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
거대한 메이스가 선봉에 선 병사의 머리를 짓이겼다.
콰직!
묵직한 방패가 무너진 문 대신 벽을 세우며 밀고 들어온다.
[이동 속도 증가]우우우웅!
그 속도마저 가공할 수준.
쿠구구구궁!
말 그대로 불도저 같은 공격이었다.
“크허어억!”
“억!”
조선의 전위인 검수들이 나서 막아보지만, 역부족이었다.
퍼어억!
퍼억!
방패와 메이스, 석궁의 완벽한 조직력.
전면 대결에선 당해낼 수 없었다.
식빵이 말을 타고 주변을 돌며 외친다.
“뒤로!! 뒤로 세 보!!!”
조선이 물러나야 했다.
힘의 차이가 역력하다.
그러자, 로마는 공성차와 함께 더 크게 밀고 들어온다.
쿠구구구궁!
로마의 기세가 완전히 왕실까지 뚫어버릴 것만 같았다.
“좀 더 뒤로!”
조선은 그럼에도 더, 더 뒤로 물러난다.
뭔가 수상한 움직임.
그러나─
‘기마대군.’
안토는 뭔가를 눈치채고, 2열의 모든 병사들에게 명령한다.
[방패벽 대기]석궁병조차 방패를 들고 대기한다.
이때 조선이 결단한다.
“열어어어어!”
식빵의 외침과 함께 조선 병사들이 홍해처럼 갈라진다.
투두두두두두!
그 사이로, 기마대 한 소대가 달려든다.
무장병사 즉, 메이스를 든 자들 상대로는 기마대가 꽤 큰 역할을 한다.
그러나, 로마의 보조 지휘관이 외친다.
“뒤로!”
쿵.
모든 무장병사가 뒤로 물러나고, 갑자기 투창병과 석궁병들이 앞으로 나온다.
석궁병들은 석궁 대신 방패를 양손으로 쥔 채 벽을 형성했다.
그 방패벽 틈으로─
“!”
──쉬이이이이익!
투창병들의 창이 길게 뻗으며 찔러진다.
창을 던지지 않고, 찔러버린 것.
[위협]티잉!
핑이 떨어지지만, 말의 가속은 반응할 수 없었다.
이히이이잉!
창병의 팩션 적용과 함께 말들이 카운터를 맞으며 투레질한다.
기마대의 절반이 낙마하고, 나머지 절반은 방패에 막힌다.
‘…….’
최고다이순신의 표정에 변화는 없다.
로마의 군대가 조선의 군대보다 강하다.
이미 인정한 지 오래인 명제다.
하지만 문제는 다른 쪽이다.
‘운영에선 밀렸어.’
적과 물량이 동수다.
운영적 패배였다.
안토의 몰래 멀티를 결국 허용해 버린 탓이다.
매 날리기가 불러올 파장을 그녀는 완벽히 계산하지 못했고, 안토가 그걸 허용하지도 않았다.
물론 후회하지 않았다. 이미 수많은 대회를 치러본 그녀는 누구보다 뼈저리게 알고 있다. 이 정도 수준의 게임에서 후회는 패배로 직결된다.
그래, 현재는 밀리고 있다.
운영에서 상대에게 졌다.
아마 본진에서 벌어지는 이 전투조차 질 수도 있다.
‘좋아. 전투는 네가 이겨.’
동요는 없다. 그저 눈과 손만이 빠르게 움직일 뿐이다.
‘전쟁은 내가 이길 테니까.’
그녀의 명령이 전달됐다.
이 전장에서 한참 멀리 떨어진 곳.
안토는 미처 신경 쓰지 못하고 있는, 로마의 본진에.
피이잉……!
로마의 본진에 내려진 빨간 빛줄기.
그 순간, 침투했던 모든 조선 궁수들이 잠시 그쪽을 바라본다.
그곳은 로마의 회관이다.
총지휘관이 있는 곳.
* * *
아몬드는 활을 쏴대며 곁눈질로 명령을 확인한다.
길게 내리꽂힌 빨간색 빛줄기.
이 명령은 대전제로 더 크게 내려오는 가이드였다.
지엽적인 명령은 직접 하얀 텍스트로 시야에 꽂힌다.
그러니 당장 시작된다는 게 아니라, 앞으로 이 명령을 위해 수행할 사항이 내려올 거라는 뜻.
어찌보면 훨씬 더 상위 개념의 명령이니 모두가 그것에 시선을 빼앗겼는데.
다들 입을 멍하니 벌린다.
[암살]작전의 대전제는 바로 ‘암살’이었다.
‘암살?’
아몬드도 마른침을 꿀꺽 삼킨다. 왠지 자신이 해야 할 일 같아서.
티잉!
[이동]역시 아몬드에게 곧바로 명령이 떨어졌다.
그가 이만 활을 거두고 뛰기 시작한다.
그러자, 그가 묶어뒀던 로마 병사들도 방패를 내리고 뛰어오기 시작했다.
아몬드 혼자 화살을 쏜다는 걸 깨달은 시점과 최순신의 명령이 떨어진 시점이 동시인 것이다.
“잡아아아아아!”
로마군은 열이 단단히 받은 것 같았다.
아몬드 하나가 자신들을 농락하고 있었다는 것에 분노한 거다.
우우우웅!
[이동 속도 증가]성직자의 버프를 받으며 눈에 불을 켜고 아몬드 뒤를 쫓았다.
민병대라도 궁병인 아몬드는 저들에게 언젠간 따라잡힐 것이다.
뒤를 쏘면서 도망칠까?
그런데 아무리 그래도 방패로 꽤 막을 것 같은데…… 괜히 활 쏘다가 더 빨리 따라잡힐 수도 있었다.
그때, 명령이 떨어진다.
[성직자]아몬드의 눈이 번뜩인다.
여러 번 쏠 필요가 없었다.
‘그렇구나.’
그르륵.
아몬드는 시위를 당긴다.
우우웅!
[집중]집중의 빛이 모여든다.
3초 후.
마구 뛰던 그는 나무 뒤로 숨으며 멈춰 선다.
치이이이익!
그의 발이 끌리며 먼지가 일고─
“──던져라!”
그사이 로마군이 창을 내던졌다.
민병대 상태인 그는 당장에라도 피하는 게 상책이다.
그러나, 아몬드는 이를 악물며 끝까지 어떤 각을 향해 시위를 당겼다.
‘여기다.’
스윽.
그가 시위를 놓는다.
상대의 창도 날아든다.
[숙여]동시에 고개를 숙였다.
퍼어엉!
등 위로 창이 지나간다.
‘휴.’
스치기만 해도 사망인 터라 등 끝으로 소름이 돋는다.
‘화살은?’
화살은 이제 닿았다.
퍽.
성직자의 머리 중앙에.
하얀 집중의 빛이 터져 나온다.
“!”
퍼엉!
모두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특히 선두에서 쫓던 피에르가 믿을 수 없다는 듯 뒤를 확인한다.
성직자가 죽었다.
즉, 이제 이속 버프를 다시 걸지 못하게 됐다.
‘이 쫓기는 와중에?’
일방적으로 이쪽이 쫓아가고 상대는 쫓기는 상황이었다.
거기에 성직자와 상대의 거리도 상당했다.
더군다나 상대는 민병대다.
스치기만 해도 죽는 몸.
이 모든 악조건 속에서 적의 가장 중요한 자원을 저격해 낸 것이다.
그것도 커브샷으로.
‘놀랍군.’
그 집념과 집중력 날카로운 판단력…… 늘 상황을 뒤집는 허를 찌르는 센스.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전투에서만.’
물론 그의 이 모든 능력은 전투를 위주로 발현된다.
전투 능력은 발군이나, 판을 읽는 능력은 부족한 수준이 아니라, 부재다.
‘그러니 모르겠지.’
피에르는 쫓던 걸음을 멈춘다.
아몬드는 저 멀리로 도망쳐가고 있다.
피에르는 굳이 쫓을 생각이 없어 보인다.
흐름을 읽은 것이다.
‘명령이 안 오고 있다.’
안토의 명령이 어느 순간부터 끊겼다.
이게 어떤 의미인지 피에르는 이해했다.
판의 구도 자체가 바뀌었다.
“우리는 본진으로 간다.”
피에르가 씩 웃는다.
그가 예상하는 구도가 맞다면, 이 게임은 로마가 승리한다.
아주 높은 확률로.
* * *
한편, 로마의 본진.
그곳에선 조선 궁수부대의 화살에 로마 일꾼들이 무더기로 죽어 나가고 있었다.
파아앙!
파방!
결국 일꾼들은 전부 회관 안이나 다른 건물 안으로 대피한 채 자원 채집을 포기한다.
어떤 일꾼들은 우르르 멀티 쪽으로 줄지어 이동하기도 했다.
궁수들을 피해 가려면 상당히 돌아가야 하는데도, 어쩔 수 없었던 것이다.
결국 이러나저러나 일꾼들은 자원 근처에도 오지 못하게 됐다.
본진의 자원 시스템은 완전히 마비된 것이다.
눈에 보이는 일꾼이랑 일꾼은 싹 다 정리한 후.
“……후아. 사냥은 끝났네.”
궁수들은 다시 한자리에 모였다.
살아남은 건 딱 넷이었다.
팡어, 스팸, 당근, 롸떼.
“결국 걍 이 새끼들임.”
롸떼가 우스갯소리로 말한다.
모두가 피식한다.
살아남은 자들의 면면이 어째 익숙하니까.
여기에 마지막 멤버인 아몬드도 추가되어서 총 다섯이다.
“저기 지각생 하나 어서 오고.”
저 멀리서 뛰어오는 아몬드를 발견한 팡어가 손을 흔든다.
아몬드도 따라 손을 흔들며 뛰어오고 있다.
여유로운 기색을 봐선 추격자가 붙은 것도 아닌 듯했다.
이리하여 다섯 명의 1선 궁수 부대가 살아남은 셈이다.
‘결국 이렇게 함께네.’
그들 모두 직감하고 있었다.
이번이 마지막 임무가 될 것을.
‘다행이다.’
그 마지막 임무를 함께할 멤버로 이 다섯이라면, 아마 후회는 없다.
이내 모두가 같은 곳을 바라본다.
[암살]회관에 꽂힌 빨간 두 글자.
“저기로…… 가야 하나.”
이게 그들의 최종 임무다.
이런 명령이 떨어진 것 현재 로마 본진에 별다른 병력과 저항이 없던 것.
“아마도 엘리전이구나.”
누구나 알 수 있었다.
이건 엘리전 양상이다.
“높은 확률로 조선이 밀리는 엘리전이네.”
어떤 엘리전이 궁수 다섯으로 진행되겠는가?
궁수는 불을 지를 수도 없고, 건물을 부수지도 못한다.
게다가 이들은 전부 무장이 해제된 ‘민병’이다.
회관에서 자동으로 쏴지는 화살이 스치기라도 하면 바로 사망이다.
그런 주제에 암살 미션이라니.
극악의 난이도다.
“몇 명이나 살아남으려나.”
팡어가 긁적이며 중얼거린다.
“아마 한 명이지.”
당근의 냉정한 평가에 모두 피식 웃는다.
그 한 명이 누구일지 모두 알고 있으니.
“여어. 왔나. 꽃미남.”
아몬드가 이제야 도착한다.
“뭐야. 왜 다들 가만히 있어?”
허억. 허억.
급히 뛰어온 아몬드는 의아한 표정이다.
“기다리라고 명령이 있었으니까. 기다렸지. 임마.”
“아, 난 또. 낭만인 줄.”
푸훕!
그 말에 당근이 웃는다.
“쟤는 잘생긴 사람이 말하면 웃는 버릇이 있네.”
팡어가 자기 얘기엔 웃지 않아 기분 나쁘다는 듯 툴툴댄다.
“무, 무슨 소리예요!?”
“얼씨구. 갑자기 존댓말.”
“웃기니까 웃는─”
그때였다.
─팅!
[진입]꿀꺽.
모두 마른침을 삼킴과 동시에 화살통에서 화살을 꺼내 들었다.
“가자.”
팡어가 앞장섰다.
“살아남는 건 한 명이다.”
“맞아.”
“그래.”
앞서 이야기를 못 들은 아몬드는 의아했다.
그 한 명이 설마 나야?
어쩐지 나머지 넷이 지나치게 앞으로 나아간다.
“크흠. 마지막으로…… 내가 바지 리더로서 말한다.”
팡어가 앞으로 뛰어가며 외친다.
“아몬드만 어떻게든! 회관으로 처넣어!!”
“!?”
“아몬드가 알아서 할 거야! 어차피 걍 이 새끼임!”
뭘 알아서 하라는 건지, 아몬드는 황당했으나.
“???”
모든 궁수들이 한목소리로 힘차게 외친다.
“오케이!!!”